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도둑맞은 신물(1)
어느 정도 해후를 나눈 뒤에 청운 장로와 함께 무당 본문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일행들.
부상을 당한 상태였고, 며칠의 이동으로 몸이 안 좋았지만 무당 제자들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밝고 힘이 있었다.
“무량천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납치된 제자들이 모두 살아서 돌아오다니.”
“현 소협이 제자들을 모두 구했다고 합니다.”
“허허, 이런 기쁜 일이 있나.”
나와 손연설, 풍장현 등이 돌아가면서 설명을 하자 중간중간 탄식과 기쁨을 표시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무당 간부들.
장문인을 포함해서 장로들은 위기에 처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워하다가, 위기를 극복할 때는 활짝 웃으면서 이야기에 빠져든다.
– 덥썩─
무당 장문인 청옥이 내 손을 잡으면서 감사를 전한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현 소협의 협의심과 용기는 우리 무당파에서 절대 잊지 않을 거요.”
암, 잊으면 안 되지. 열두 명이나 되는 사람을 구해주었는데.
청옥 장문인을 비롯하여 무당파 장로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생환한 무당파 제자들의 복귀식이 끝나자 부상당한 제자들은 의약당으로 가서 치료를 하기 시작한다.
손연설은 오랜만에 만난 풍장현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고, 그 사이 나는 동생인 설원국과 대화를 한다.
“무당파 무공은 어느 정도 익혔느냐?”
“제가 자질이 부족하여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그리고 속가제자라서 배울 수 없는 무공도 있고요.”
“원국이 네가 설가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무당파로 온 거 아니냐.”
“네, 그렇지요.”
“이제 그만 하산해서 설가장으로 복귀하도록 해라.”
“네에? 아직 무공을 익히려면 한참 남았습니다. 벌써 하산하기는 이릅니다.”
“네 말대로 이곳에서 무당의 진산무공을 제대로 배우기는 어려울 것이고, 속가제자에게 전수하는 무공만으로는 설가장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공의 기본은 다졌으니 무당파에서 수련한 보람은 있다. 이제는 설가장 무공을 익혀야지.”
“설가장 무공은 유실된 상태입니다. 남은 것은 별 볼 일 없는 무공입니다. 과거 혈겁 때 설가장 어르신들이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전승이 끊어졌습니다.”
“그 끊어진 전승을 내가 이었다. 장주들에게만 전해지는 비전 무공을 찾았다.”
순간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설원국.
“네에? 설가장의 비전 무공을 찾았다고요?”
“어머니가 내게 물려주신 설가묵환을 통해서 찾았다. 그러니 이제 네가 그 무공을 익히고 설가장을 부활시켜야 한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로 설가장의 비전무공을 찾았단 말입니까?”
“물론이다.”
내가 원국이에게 비전 무공을 찾는 방법을 설명하고, ‘설씨무해록’의 무공 구결을 알려주자 설원국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들은 것처럼 설가장 비전 무공은 상당한 상승무공이다. 가히 구파일방의 비전 무공과 견줄 만하지. 그러니 무당의 속가제자용 무공을 익힐 필요가 없다.”
“정말 대단한 무공이군요.”
설원국은 설씨무해록의 구결을 듣자 놀람에 가득 찬 표정이 된다. 그 표정은 또한 감격에 겨운 표정이기도 했다.
“이곳 일이 정리되는 대로 바로 하산해서 설가장으로 복귀하도록 해라. 그리고 현무상단과 객자수표 사업 등도 같이 해야 하니, 네 힘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사부님에게 말씀드리고 하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제 네가 간직하도록 해라.”
“이건…?”
“어머니가 내게 주신 설가묵환이다. 설가장의 무공 전승이 끝났다고 해서 내게 전해준 것이지만, 설가장의 무공 전승이 다시 이어졌으니 설가장의 장주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지. 원국이 네가 설가장을 이을 사람이니 끼고 있도록 해라. 내가 알려준 대로 하면 이 반지를 이용해서 설씨무해록을 찾을 수 있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다.”
“설가묵환이 다시 설가장을 부활시키는 신물이 될 줄이야. 알겠습니다. 형님의 말씀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설원국은 떨리는 손으로 내게 반지를 받아 자신의 왼손에 낀다.
그러고는 반지 낀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확인한다.
눈동자까지 떨리는 것이 여러 가지 감정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원국이 네가 설가장에 복귀하면 할 일이 많을 거다. 네가 무당에 있는 동안 설가장과 현무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거든. 한시라도 빨리 하산해서 개봉으로 돌아오도록 해라.”
“네. 그리하지요.”
설원국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왔다가 뜻하지 않게 무당제자를 구하면서 무당파의 영웅이 된 나는 움직일 때마다 무당파 사람들의 감사인사를 받는다.
풍장현이 치료받고 있는 방으로 가니 손연설하고 다정하게 대화 중이다.
“연설아, 이제 돌아가야지. 내 동생 찾았으니 무당에 더 있을 이유가 없다.”
“응, 그래야지. 오랜만에 풍장현을 만났더니 할 이야기가 많네.”
손연설과 함께 떠날 준비를 하려고 객방으로 향하는데 보이는 악문추.
그런데 표정이 꽤나 심각하다.
“악 대주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네요.”
“아, 현 소협이군. 무당파가 습격을 당했으니 웃을 분위기는 아니지.”
“그것 때문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일이 있어 보이네요.”
“흠, 무당파에서 신물을 도둑맞아서 모두 고민 중이기는 하네.”
“무당파가 도둑에게 물건을 도둑맞을 정도로 경비가 약한 곳이 아닌데요.”
“얼마 전 개천혈교의 습격 때 혼란한 틈을 타서 도둑맞은 것으로 보이네.”
“그런데 무당파 신물이면 뭐를 말하는 거죠? 장문인 영부인 자반죽간이라도 도둑맞은 건가요?”
“그건 아니네. 태청변리음양하고 자소단을 도둑맞았네.”
“뭐라고요? 태청변리음양하고 자소단이요? 그 엄청난 영약을. 몇 개나 도둑맞은 거죠?”
“자세한 개수까지는 모르겠네. 그런데 자소단이야 누구나 탐을 내는 물건이지만 태청변리음양까지 훔쳐가다니. 그걸 왜 훔쳐갔는지 모르겠군.”
“태청변리음양의 효능이 뭐죠?”
“그건 나도 모르네. 무당파 도사들은 알겠지. 광인들에 신물 도둑에.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네.”
영단이라. 이건 내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인데.
발길을 돌리자 의문의 눈빛을 하는 손연설.
“어디 가는 거야? 객방으로 가다가 왜 방향을 바꿔?”
“자소단을 도둑맞았다고 하잖아.”
“그래서?”
“그래서는. 찾아야지.”
“그걸 무비 네가 왜 찾으려고 하는 건데? 무당파 일이잖아.”
영단은 무당파 제자만 먹는 것이 아니거든.
대꾸 없이 부지런히 발길을 놀리자 일단 내 곁을 따라붙는 손연설.
청운장로를 찾아가 신물 이야기를 꺼내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청운 장로.
“악 대주가 말한 대로요.”
“혹시 자소단을 몇 개나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습니까?”
“그건 알려줄 수 없소. 그런데 현 소협이 왜 관심을 보이는 거요?”
“흠, 신물하고 자소단을 찾아드리면 자소단 하나 정도는 선물로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신물을 찾아준다고?”
청운 장로의 눈이 살짝 커진다.
“제가 추격술도 능하고 물건을 잘 찾는 편이거든요.”
원래 의뢰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내가 했던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사람을 추적하고 물건을 회수하는 일에는 내가 전문가다.
“흠, 신물과 영단을 찾아주는 조건으로 자소단 하나를 달라 이거요?”
“네. 만약 제가 찾는다면요.”
“나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장문인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겠소.”
“그런데 태청변리음양은 뭐에 쓰는 신물인가요?”
“도가 의식을 지낼 때 쓰는 도구지요.”
“의식 때 사용하는 도구요? 신물이면 무슨 효능 같은 거라도 있습니까?”
“영혼을 불러내는 효능이 있는 물건이지요.”
“네? 영혼을 불러내는 효능이요?”
“그렇소. 태청변리음양은 영혼을 불러내고 대화할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신물이오. 영혼을 자르는 태청음양검과 영혼을 부르는 태청변리음양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영혼을 부르는 태청변리음양을 도둑맞았으니 의식을 지내는 일이 어렵게 되었소. 장문인께서 그 일로 적지 않게 고민 중이오.”
뭔가 쎄한 느낌이 든다.
‘영혼을 불러내는 신물이라고?’
그렇다면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장로님, 혹시 태청음양검하고 태청변리음양을 따로 보관하고 있었습니까?”
“아니요. 같이 보관하고 있었지요.”
“그럼 도둑이 태청음양검을 보고도 가져가지 않고 태청변리음양만 가져갔다는 말인가요?”
“그런 셈이지요.”
이건 느낌이 온다.
영혼을 잘라내는 태청음양검은 놔두고 영혼을 불러내는 태청변리음양만 훔쳐갔다면 영혼을 불러내는 일에 사용할 의도로 훔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하필 도둑맞은 시기가 개천혈교의 광인들이 무당파를 습격해서 혼란한 사이.
모두 죽기 살기로 싸웠으니 한가하게 신물이나 보호할 경비 인력은 없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옥혈왕의 영혼을 불러내는 용도로 훔쳤을 가능성이 있어.’
개천혈교의 갑작스러운 무당파 습격이 단순히 무당파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습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무당파 습격으로 무당파 전력 약화가 표면적인 이유고, 진짜 이유는 그 혼란을 틈탄 태청변리음양의 탈취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론이다.
‘놈들이 태청변리음양을 노린 이유는?’
태항산 작전이 겹쳐진다.
‘지옥혈왕의 신체는 혈천강시로 변한 악주필의 신체에 깃든 상태였어. 그리고 혈천강시로 변한 악주필의 몸에 깃든 지옥혈왕의 영혼을 환혼술사를 이용해 옮길 예정이었지. 그런데 우리가 태항산의 지옥혈왕 신체에 도달하자 머리를 잘라서 도주했어. 역시 이 사건이 놈들에게 영향을 준 거였군. 심장이 없잖아.’
온전한 혈천강시의 몸을 가진 지옥혈왕이라면 어렵지 않게 영혼을 악천군이나 다른 후보의 신체로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혈천강시였던 악주필의 몸은 머리가 잘려나간 상태가 되었다.
이로 인해 악주필의 심장과는 분리된 상태. 온전한 혈천강시의 몸이 아닌 상태인 것이다.
‘심장이 없는 악주필의 머리만으로는 영혼을 끄집어내는 일이 어려운 거야. 혈천강시는 반신반인의 상태. 반은 살아있는 상태였어. 심장이 완전히 죽은 상태가 아니라 동작하는 상태. 최소한 심장하고 두뇌가 연결이 된 상태였지. 그런데 목이 잘리면서 심장이 없어졌으니 두뇌를 동작시킬 수가 없는 거야.’
혼자만의 추론이지만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진다.
심장을 잃었으니 지옥혈왕의 영혼을 끄집어낼 힘이 부족한 것이다.
무당파에서 훔친 태청변리음양은 심장을 대신해서 두뇌에 봉인된 지옥혈왕의 영혼을 불러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나 혼자만의 추측이지만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론이다.
‘문제는 이걸 누구에게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지. 곳곳에 개천혈교 세작이 있으니, 태청변리음양을 훔친 목적과 추격대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욱 꽁꽁 숨을 거란 말이야.’
그러니 도둑맞은 태청변리음양과 자소단은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지옥혈왕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내 내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청운 장로님, 제가 잃어버린 신물과 자소단을 찾아오겠습니다. 장문인에게 허락을 구해주시고, 제게 신물이 보관된 장소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현장을 확인해야 추적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습니까.”
“흠, 기다려 보시요. 내 얼른 다녀오겠소.”
청운 장로가 장문인실로 향하더니 얼마 후에 나타나서 고개를 끄덕인다.
“장문인께서는 승낙했소. 어차피 도적을 잡지 못하면 모두 잃어버리는 자소단이고, 도적만 좋은 일시키는 꼴이니, 찾아오는 사람에게 하나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했소. 그러니 현 소협이 도둑을 잡는다면 자소단 하나에 대한 권리가 있는 거요.”
됐다. 일단 무당 장문인의 허락은 떨어졌다. 남은 것은 도둑을 추적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