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126
0126 / 0753 ———————————————-
미노타우르스 사냥
하나의 방문을 앞에 두고 집사가 말했다.
“여기입니다.”
나는 집사의 말을 듣고 방 안으로 들어갈 생각으로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카인, 잘 자요.”
손잡이를 비틀어 문을 여는데, 나보다 먼저 들어갔던 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간단하게 손을 들어준 뒤, 방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시장이 살고 있는 저택이라 그런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문을 열거나 닫을 때 들리는 마찰음이 전혀 없었다.
문을 완전히 닫고, 내부를 살펴보았다.
테이블과 1인용 침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약간 우측에 있는 창문도 보였다.
창문 양옆에 놓여져 있는 연한 녹색의 커튼이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린 문(Green Moon)과 묘하게 어울렸다.
나는 한차례 방을 쳐다본 뒤에 방 가운데로 걸어가 가부좌를 틀었다.
잠을 청하지 않고, 운기조식을 할 생각이다.
눈을 감고 익숙하게 숨을 들이키자 자연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똑똑-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한차례의 노크 소리와 함께 집사의 부드러운 음성이 생생하게 들렸다.
나는 숨을 내뱉으며 눈을 살며시 뜨고, 자리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하단전에서 어젯밤에 비해 충만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대략 9갑자의 내공이 있는 것 같다.
이제 11갑자가 남았다.
나는 욕실이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몸을 씻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까지 비춰주는 것을 보니 창문이 있는 쪽이 동쪽인 모양이다.
잠시 방안까지 들어와 바닥을 비추고 있는 햇살을 바라보다, 내가 있는 방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문을 쳐다보았다.
똑똑-
“카인, 들어가도 되죠?”
내 예상대로 존의 음성이 들렸다.
이 시간부터 무슨 일이지?
들어오면 알겠지. 나는 입을 열어 들어오라고 말해주었다.
“그래.”
탈칵-
“하하, 고마워요.”
문이 열리며 존의 모습이 보였는데, 앞머리가 이마를 완전히 덮은 상태였다.
그러니 인상이 달라보였다.
계속 웃고 있었지만, 올백을 한 머리 때문에 어느 정도 좋은 인상을 주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꼭 바보처럼 보였다. 나만 이렇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존은 내 방에 들어오며, 아침인사를 건네며,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창문 앞에 다다른 존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햇살을 느끼려는 듯 대뜸 눈을 감았다.
특이한 녀석이군.
“정말 좋군요.”
눈을 감고 있는 존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뭐가 좋다는 거지?
이 상황이? 아니면 햇살이?
하지만 존의 대답은 내가 생각했던 이런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카인이랑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나랑 있어도 좋다고? 갑자기 무슨 말일까? 남색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럼 뭣 때문에.
수많은 의문이 스쳤지만,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전 강한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강한 자를 존경해요.”
그럼 내가 강해서 나와 있어도 좋다는 말 이었던 건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카인은 아주 강한 것 같아요.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존경해요.”
이제 이해가 갔다.
처음부터 나에게 친근하게 굴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니.
그리고 이런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내 부하로 만들기가 더 쉽다. 강한 자를 존경한다고 하니, 존을 부하로 만드는데 나 이상 적합한 자는 없겠지.
그나저나 내가 강하다는 느낌을 가졌다니, 애송이 주제에 대단하다. 앞으로 나에게 조금만 가르침을 받으면 상당히 강해질 것 같다.
인간 중엔 대적할 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하하, 아침부터 너무 엉뚱한 말이었죠?”
존이 웃는 얼굴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비록 엉뚱한 말이긴 했지만, 인간계로 와서 가장 마음에 든 말이었다.
강한 것을 좋아하고, 강한 자를 존경한다는 것. 점점 마음에 든다.
“아니, 좋은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하하, 감사해요.”
존이 소리 내어 웃으며 기쁜 말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껏 힘차게 킨다. 나는 그런 존의 모습을 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이쪽으로 오는 움직임이 또 다시 느껴졌다. 집사 인 것 같았는데, 지금 시간으로 봐선 아침을 먹으라고 말하려고 오는 것 같다.
똑똑-
“아침 식사는 하인들이 서 있는 문에서 하니 20분 이내로 오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노크 소리 뒤로 들은 지 얼마 안 된, 부드러운 집사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역시 아침식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번 먹어봐야겠다. 아무래도 시장이 지내는 집이니 음식 맛 또한 괜찮을 것이다.
“알겠어요.”
나대신 입을 연 존이 아직도 문 밖에 집사를 향해 말했다.
잠시 후 서서히 멀어져가는 집사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문 밖에 오랫동안 서 있었지?
“아침 식사 하실 거죠?”
나는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활발한 존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 나갔다.
어떤 맛일지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