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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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하늘 높이 치솟은 마법사의 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주위로 펼쳐진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차 있었고, 그 건물들 사이로는 꽤나 많은 인간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편에선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고, 마법사의 탑 옆에 위치한 분수대에서는 연인들이 사랑을 피우고 있었다.
한편,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시끌벅적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두 명의 남자가 하고 있었는데, 둘 다 체격이 비슷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을 듯하다.
짧은 반팔 소매를 입어 우람한 팔 근육을 만천하게 들어내고 있는 남자가 주먹을 휘둘러 앞에 있는 남자의 면상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앞에 있던 까만 얼굴을 가진 소유자는 자신의 앞에 날아오는 주먹을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여 피한 후에 다시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반팔 소매를 입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는데, 반팔을 입고 있는 남자가 흑인과 같은 방법으로 주먹을 피했다.
그에 따라 구경꾼들은 ‘우와’ 하는 단어를 연발하였지만 이런 치고, 피하는 것들이 여섯 번 정도 반복되자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말리지 않으면 계속 저러고 있을게 분명했고, 절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게 확실했다.
그렇게 싸우는 현장에서 오른쪽을 보니 꽤나 먼 곳에 떨어진 곳엔 작은 숲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위다브 성(城)안에 존재하는 숲 이였다.
그 숲 안에서 순간 밝고 신비로운 빛을 발하며, 주위로 새하얀 광체가 사방으로 곧게 뻗어 나갔지만, 울창한 숲에 있는 빽빽한 나무들이 대부분 빛을 가로 막았다.
그리고 새하얀 빛을 발하는 아래에 있는 지면에는 마법진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으로 보아 6클래스 마법인 텔레포트(Teleport)가 분명했다. 그런데 숲으로 누가 텔레포트를 해오는 것일까? 그것도, 위다브 왕성 안에 있는 곳으로 말이다.
텔레포트가 다 되었는지, 지금까지 빛나던 빛 보다 한층 더 밝은 빛이 순간적으로 비쳐졌다가 사라졌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진 후 모습을 드러낸 인간들로 보이는 것들은 모두 20명이었다. 그 중에 기사로 보이는 인물들이 13명 마법사로 보이는 인물들이 7명이었다. 기사들은 멋스럽게 빛나는 은빛 갑주를 걸치고 있었고, 마법사들 또한 흰색 로브를 멋스럽게 걸치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카크가 지냈던 마왕의 신전에 다녀온 인물 들이었다. 제일 앞에 있던 마법사가 앞으로 걸어가며 재촉했다.
“어서들 오시오. 빨리 황제를 알현해야 하오.”
비록 위다브는 왕국이었지만, ‘황제폐하’ 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건 다른 왕국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가지고 크림슨 제국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알았소.”
소드 마스터인 듀메인이 대표로 나서서 말을 했다. 이제 그들은 마왕의 신전에서 있었던 사실들을 황제폐하께 보고를 해야 했다. 물론 골드 드래곤 하트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말이다. 괜히 황제폐하의 귀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숲이 꽤나 넓은지 5분정도 걷자 거대한 성의 일부분이 덩굴 사이로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숲이 끝나는 길에 다다르자 일행들을 재촉한 하자뷰트는 오른쪽에 위치한 나무기둥에 손을 가져다 대고 일정량의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후웅’ 하는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덩굴이 서서히 스르륵거리며, 땅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자뷰트가 방금 행한 행위는 혹시 모를 침입자가 숲으로 들어왔을 때 왕성 안으로 들여보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이다. 만약 침입해 숲으로 들어온다면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 했다. 숲이 온통 미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행들이 그렇게 늦게 나온 것도 모두 미로 덕분이었다.
그리고 나가는 길은 일행들이 서 있는 이곳 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환영 마법이 걸려있어 걸어가도 끝이 없도록 되어 있다.
어쩌다가 덩굴 앞부분까지 다 달아도 덩굴을 강제로 해체시키면 경보음이 울리며 병사들이 빠르게 이곳으로 집결을 하게 된다.
또한 오른쪽에 있는 나무기둥에 마나를 넣는걸 알아도 정해진 마나의 양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여지없이 경보음이 울린다.
이 숲을 만든 7클래스 마스터 보다 높은 클래스의 마법사나 그랜드 소드 마스터(Grand Sword Master)이면 이곳에 들어와도 능히 뚫을 수 있지만, 이 아카니스 대륙에는 8클래스 유저가 아예 존재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랜드 소드 마스터(Grand Sword Master)는 아카니스 대륙에 정확히 8명이 존재하고 있는데, 크림슨 제국에 3명과 크로스 왕국에 2명 그리고 세 왕국에 한 명씩. 총 8명이 존재하고 있다.
그런고로 숲에 들어와서 탈출하기란 한마디로 불가능했다.
처음 대표로 말한 듀메인은 흑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소드 마스터이다. 위다브 왕국에서 흑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수는 듀메인을 포함해 12명이다. 그 외 나머지 3명은 황금색의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수준이다.
참고로 아카니스 대륙에서 황금색 검강을 구사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단 2명으로 크림슨 제국과 크로스 왕국에 각각 한명씩 존재하고 있다.
위다브 왕성 안에서 뒤편에 위치한 숲을 지난 일행이 숲을 빠져나오자 은빛 갑주를 걸친 팔라딘 5명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간단한 예를 취하면서 일행들을 맞이했다.
“일찍 오셨군요. 무사귀환을 축하드립니다.”
5명의 팔라딘들 중 가운데 있던 한명이 한 발자국 걸어 나와 스스로 실버 나이트 기사단의 부단장 자리에 있다고 소개한 리크메이는 소드 익스퍼트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훤칠한 키에 젊었을 적 여인네들 꽤나 울렸을만한 중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은발의 머리와 멋스럽게 기른 은빛 수염과 턱수염이 한껏 멋을 더하고 있었지만, 왼쪽 눈을 가로지르는 검상 때문에 날카로운 이미지를 풍겼다.
실버 나이트 기사단은 위다브 왕국에서 주력으로 사용되는 기사단으로 그들이 입고 있는 갑주의 색인 은색에서 비롯된 말이다. 다른 나라들도 다 갑주의 색에 따라 기사단 이름을 지은 상태이다. 대륙에 존재하는 다섯 나라의 기사단은 거의 팔라딘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상태이다.
상업이 발달된 제네바 왕국은 핏빛처럼 붉은 갑주를 걸친 레드 나이트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고, 항구로 유명한 포세이돈 왕국은 깊고 넓은 바다처럼 푸른 갑주를 걸친 블루 나이트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자유 국가인 크로스 왕국은 성스러운 새하얀 갑주를 걸친 화이트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성기사인 템플 나이트(Temple Night)의 기사단과 혼동이 될 수 있지만, 각 나라마다 갑주의 왼쪽 가슴에 각 나라를 상징하는 마크를 새겨 놓은 상태여서, 자세히만 보면 어느 나라의 기사단인지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림슨 제국은 검은 갑주를 걸친 블랙 나이트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다.
“고맙소.”
하자뷰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꾸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두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4명의 팔라딘 들은 자신들의 앞에 있는 링메일을 걸치고 있는 듀메인 경을 흠모와 존경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듀메인은 이곳 위다브 왕국에 딱 30명만이 존재한다는 소드 마스터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소드 마스터들은 모든 팔라딘 이하의 기사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은 경외의 대상이다. 이건 어느 왕국에서나 마찬가지만 말이다.
리크메이는 일행을 안내해야 하는데 부하들이 듀메인 경에게 시전을 빼앗겨 있는지라. 짐짓 약간 큰 소리로 정신 차리게 하였다.
“뭣들 하느냐? 안내해 드리지 않고?”
“아, 네, 넵! 저희들을 따라 오십시오.”
“쿠쿡…….”
하자뷰트의 뒤에 있던 몇몇의 팔라딘 들은 그 모습을 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처음 듀메인을 봤을 때 자신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리고 자신들은 이제 황제폐하를 알현하고, 그 동안 있었던 모험담을 안주 삼아 공짜로 술을 얻어먹을 준비만 하면 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게 관건이다.
재미있게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쪽에 구경꾼들이 붙을 테니까 말이다. 뭐, 어차피 구경꾼이라 해봐야 같은 팔라딘 뿐이겠지만.
약간 소동 아닌 소동이이 벌어지고 팔라딘 들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도 위치를 알았지만, 예의는 지켜야 했기에 하는 행동들이었다.
잠시 후 커다란 왕성을 반 바퀴나 돈 팔라딘과 마법사 그리고 소드 마스터로 구성된 일련의 무리들은 왕성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서 투구까지 완벽히 쓰고 완전 무장한 복장으로 한손엔 방패를 한손엔 창을 들고 경비를 서던 4명의 정식기사들은 고개를 숙이며 예를 취하고, 안으로 들여보냈다.
“어서 오십시오.”
“고맙네, 열심히 맡은바 최선을 다하게나.”
경비병들의 말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리크메이였다. 자신들 보다 한참이나 높은 곳에 존재하는 인물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인사를 받은 경비병들도 기분이 좋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의 높은 곳에 계신 분들께서는 그냥 지나가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낳은 분들은 고개를 끄떡이는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인사까지 받으니 황공할 지경이었다.
여하튼 인사를 받은 경비병들은 그 뒤로 더욱 열심히 경비를 서는 한편 잠시 뒤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며, 부러움을 받았게 되었다. 물론 잠시 뒤의 일이다.
경비병을 지나쳐 입구를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간 일행들을 이끄는 팔라딘 들은 미로처럼 얽힌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가고 그러길 몇 차례, 앞에 상당히 긴 복도가 존재했다. 다른 복도보다 폭도 넓었고, 바닥에는 붉은색에 테두리는 흰색으로 처리된 고풍스런 느낌의 카펫이 깔려 있었다.
꽤 많은 인원이 움직여도 발자국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간간히 갑옷의 마찰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이 증거로 보아 상당히 고급스런 카펫이라는 걸 어렴풋 알 수 있다.
좌우로는 조각상과, 팔라딘 들이 입는 은빛 갑주가 진짜 사람이 속안에 있는 것처럼 존재하고, 한손으로는 창을 들고 있어 위압감을 연출하였다.
그리고 좌우의 벽에는 액자에 있는 그림들과 무늬가 가득했고, 벽 곳곳에 일정 거리마다 초가 화사하게 장식된 촛대 위에 5개씩 나란히 놓인 상태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간혹 가다 촛불이 흔들리면, 그림자도 함께 흔들리며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12명의 팔라딘 들은 폐하를 알현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있었고, 나머지 6명의 마법사와 한 명의 소드 마스터는 골드 드래곤 하트를 어떻게 하면 자신이 차지할 수 있을지 아까부터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각각 다른 생각들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 그들을 깨운 건 다름 아닌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실버 나이트 기사단의 부단장인 리크메이였다.
“다 왔습니다. 이곳까지가 저희들이 안내해 드릴 수 있는 곳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럼.”
5명의 팔라딘 들은 고개를 숙이고 예를 표한 뒤 그들을 지나쳐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들을 멈추게 한 앞을 보니 거대한 문 하나가 자리해 있었다. 좌우의 폭이 무려 7미터에 달했고, 높이는 20미터를 육박했다.
아래쪽은 직선을 유지한 형태인데 반해 문의 제일 위쪽은 타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문 테두리는 보석으로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고, 손잡이는 온통 금으로 뒤덮여 있었다.
문 전체적으로는 기묘한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아무래도 한 예술사가 자신의 혼을 담아 새겨놓은 필생의 역작인 듯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문 앞에서 각자 복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한 뒤에 하자뷰트가 대표로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인 뒤에 작은 소리로 외쳤다.
“황제 폐하”
하자뷰트가 외침에 따라 뒤에 있던 일행들도 모두 고개를 숙였다. 비록 위다브 나라는 왕국이었지만 ‘황제폐하’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건 다른 왕국들도 마찬가지였고 그걸 가지고 크림슨 제국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그런 칭호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까지 했다.
그러자 덜컹거리는 미약한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 있던 거대한 문이 좌우로 서서히 벌어지며, 안쪽의 광경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새 문이 열린 뒤에 안의 광경이 보였는데, 상당히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보았던 붉은 카펫이 앞으로 길게 이어져 계단을 타고 거대한 의자에 앉아 있는 황제라고 짐작되는 인물이 앉아 있었다.
왕관으로 쓰고 있고, 화려한 평상복을 입고 있는 중년의 얼굴이었다. 빨간 머리에 푸른 눈동자가 묘하게 어울렸는데, 그 모습에서 절로 만인을 굴복시키는 위엄이 느껴졌다. 그는 리드 폰 위다브 2세로 현 위다브 왕국의 황제이다.
황제의 뒷편 좌우에는 호위기사인 듯 좌우에 2명씩. 총 4명의 기사가 있는데 모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기사들로 잠시 황제를 호위하고 있는 중이었다.
카펫 좌우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위치해 있었는데,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형식상 위치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곧 부드러운 음성이 대전 안을 울렸다.
“그대들은 고개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시오.”
“예, 폐하.”
황제의 음성에 고개를 들은 일행들은 황제의 음성에 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빠르게, 그러나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속도를 내며 걸어가던 하자뷰트는 계단이 눈에 보이자 그 자리에서 멈추고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마법사들을 제외한 기사들은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그 모습을 보며 황제는 손을 저어 카펫에 도열해 있던 인물들을 물러나게 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치며, 어느 정도 되자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제 대전 안에 남은 인물들은 황제와 호위기사인 4명. 그리고 일행 20명 이렇게 25명만 남게 되었다.
마법사의 탑(마탑)의 마법사들을 제외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황제의 측근인 셈이었다.
“그래, 성과는 어떻게 되었소?”
“예, 황제폐하의 은덕 때문인지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어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허허허, 무엇을 발견하였소?”
역시 자신을 칭찬해주는데 싫어할 인간은 없었다. 황제라도 말이다. 웃으며 말을 하는 황제 폐하의 말을 들으며 하자뷰트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골드 드래곤 하트에 관한 이야기는 빼고 말이다. 하자뷰트의 말을 다 들은 황제는 알았다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왕의 신전이라고 해서 상당한 위험이 있을 줄 알았는데 모두 무사히 돌아오자 내심 기쁨을 느꼈다. 이들 하나하나가 나라의 크고 작은 전력들이었기 때문이다.
“짐은 그대들이 고생이 많았을 거라 생각이 드는구려. 어서 가서 편히 쉬도록 하시오.”
“망극하옵니다. 폐하.”
다시 일행들은 예를 표하며, 어느 정도까지 뒷걸음질 치다, 돌아서며 대전을 빠져나갔다.
대전을 빠져나온 그들은 두 패로 나뉘어 졌다. 술을 즐기려는 팔라딘 무리와 드래곤 하트를 취하려는 마법사들과 듀메인.
“이 드래곤 하트의 소유권은 나에게 있소.”
하자뷰트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자 링 메일을 걸친 듀메인이 바로 반박을 하였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 드래곤 하트의 소유권은 그 누구에게도 없소.”
“처음 내가 발견했으니, 소유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오?”
“그렇게 따지면, 처음 발견한 것은 팔라딘이오. 그럼 드래곤 하트는 팔라딘의 것이 아니오?”
“아니오. 드래곤 하트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본인이니 본인이 드래곤 하트를 소유할 수 있소이다.”
“그게 말이나 될법한 소리요!”
끝내 듀메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아무리 이곳이 인적이 뜸한 산중이라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성안에 있는 숲으로 들어간 일행은 곧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해 이곳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곳은 험준한 산맥으로 유명한 카르니안 산맥이지만, 레드 드래곤 카르니안이 살고 있어 대륙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곳이었다.
북쪽에 위치한 위다브 왕국의 위쪽에 자리 잡은 카르니안 산맥의 중심부에서 이들이 드래곤 하트를 두고 소유권을 두고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허허허, 목소리를 약간 낮추시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역시 웃으며, 노련미가 돋보이는 말솜씨로 듀메인을 공격해 나갔다. 아무래도 기사가 마법사를 대화로써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 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던 것이다.
대화를 하다 ‘소리가 커지는 쪽이 먼저 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듀메인은 상황이 점점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머지 6명의 장로들은 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자신들과 같은 마법사의 탑에 있는 마스터이기 때문에 드래곤 하트가 마스터의 손에 들어오면, 자신들도 어느 정도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흡수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으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니, 그저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그들과 다른 기사인 듀메인만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었고,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대화였다.
“이익! 드래곤 하트를 내놓으시오!”
“허허허, 갑자기 왜 그러시오? 이 드래곤 하트는 본인 것이라고 하지 않았소?”
“아니오! 그건 원래의 주인의 것이오!”
“허허, 그 주인이 죽었으니 새로 발견한 본인 것 아니오?”
‘흐흐, 걸렸구나.’
듀메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화가 이끌어 지자 내심 기뻐했다. 그는 힘으로라도 드래곤 하트를 취할 생각이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저 늙은 마법사를 제압하는 건 아주 쉬웠다. 제압한 후에 드래곤 하트를 취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일부로 마왕의 신전에서 드래곤 하트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마왕의 신전에서 했다면 많이 가져봤자 드래곤 하트 반 쪼가리 밖에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듀메인은 완전한 것을 가지길 원했지, 반 쪼가리는 싫었다.
“호오, 그럼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있는 주인을 죽이면 다시 드래곤 하트를 발견한 사람이 주인이 된다는 말이 맞소?”
‘이런, 돌멩이 같은 녀석이 머리를 제법 굴리는구나. 아니라고 하면 또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할텐데…’
하자뷰트는 처음부터 듀메인과 대화가 되지 않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힘만 쌘 저 돌 머리 기사는 자신의 말은 무시하고 자신이 할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가 평행선으로 가다간 평생 끝도 못 볼 것이 분명했다. 그 평행선이 약간만 휘어져도 금방 끝날 텐데 저 돌 머리기사가 문제였다.
“맞소이다.”
그렇게 말을 하며 하자뷰트는 헛기침을 해댔다. 분명 듀메인은 자신을 공격할 것이다. 단, 죽이진 않고 위협용으로 휘두를게 분명했다. 자신이 죽으면 드래곤 하트는 영영 못찾을 테니깐. 하자뷰트는 듀메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랬다면 7클래스 마스터가 되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챙-
금세 말투까지 달라진 듀메인은 순식간에 허리에 차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빼자마자 허공을 빠르게 갈랐다.
슈악-
미미한 잔상만 남길 정도의 엄청난 빠르기였다. 순식간에 검은 하자뷰트의 목에서 딱 멈추었다. 검날과 목 부분이 정확히 맞닿았는데, 이걸로 보아 듀메인의 경지를 조금이나마 보여주었다. 검의 휘두름과 거둠이 완벽한 모습이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드래곤 하트를 내놓으시오.”
하자뷰트는 단지 위협만 할 줄 알았지. 이렇게 정말 자신을 죽일 의지를 보일지는 몰랐다. 설마 목숨을 포기하며 드래곤 하트를 얻으려 할 줄은 몰랐다.
실익을 원하는 쪽과 명예를 중요시 하는 쪽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 알았소.”
하자뷰트는 죽음은 명예도 지워버린다, 라는 말을 떠올리며 승낙을 했다.
듀메인은 뭔가 의심쩍었으나, 곧 자신의 손에 들어올 드래곤 하트 때문에 그런 생각은 곧 지워졌다.
하자뷰트는 슬쩍 손을 들어올리며, 아공간을 여는 척하며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신호를 받은 나머지 6명의 장로들은 각자 준비했던 마법을 생성하였다.
하자뷰트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실익을 버리기엔 자신들의 위치가 너무나 우위였다.
“버스트 플레어”
Burst Flare-
모두 짠 듯 6명 모두 같은 마법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들의 양손엔 어른 몸통만한 불덩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버스트 플레어는 6클래스의 마법으로 파이어볼의 10배이상의 화력을 가진 파이어 볼의 강화판 이었다. 6클래스 마스터면 2개 정도는 무리 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마법들이 생성되자 하자뷰트는 미소를 지으며 듀메인을 쳐다보았는데 그 눈빛이 ‘자, 어떻게 할 테냐?’ 하는 듯 물어보는 것 같이 보였다.
반면 아무래도 마법왕국에 살다보니 이 마법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듀메인은 속으로 갈등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세 개 정도는 마나를 몸에 둘러 버틸 수 있으나 나머지 것들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니 드래곤 하트가 아까웠다. 절대 포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드래곤 하트를 가지지 못할 바에는 그냥 없애 버리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지금 듀메인은 드래곤 하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꼭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게 듀메인이다. 보통의 사람들의 상식으로 이해 할 수 없는 그런 상태이다.
듀메인은 하자뷰트의 목을 베고 자신도 여기서 죽을 작정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듀메인은 서서히 검에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색의 검이 순간 흑색의 오러 블레이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가 생겨남에 따라 검과 맞닿은 하자뷰트의 목에서 피가 조금씩 흘러 내렸다.
‘이, 이런 미친놈 자신도 죽을 작정인가?’
하자뷰트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돌머리 라도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검을 거두고 물러나야 했다. 오크라도 그렇게 했을 게 분명한데, 이 힘만 쌘 돌머리는 미쳐버린 듯 자신도 죽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어이없는 장면을 본 6명의 장로들 모두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중 가까스로 말문이 트인 한명이 소리를 질렀다.
“이보시오! 미친게 아니오? 어서 오러 블레이드를 거두시오!!”
“뭐? 미쳐? 크크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럼, 오늘 미친놈의 최후를 구경하시겠소? 크흐흐.”
“뭐, 뭣이?!”
아무래도 눈이 반쯤 풀린 게 미친 것이 분명했다. 그에 따라 검을 감싼 흑색의 오러 블레이드는 점점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던 하자뷰트는 당황하며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며 생각을 해보았다. 빠르고 쉽게 한 가지 방법의 결론이 돌출되었다. 드래곤 하트를 이놈에게 주기로 한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에겐 드래곤 하트보다 목숨이 더 아까웠던 것이다. 명예는 다른 6장로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7클래스 마스터의 마법사가 죽는 건 나라의 크나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머, 멈추시오! 드래곤 하트를 주겠소! 그러니 어서 검을 거두시오!!”
흥분한 하자뷰트는 혹시나 해서 이 미친 녀석이 말을 듣지 못할까봐 증폭마법까지 걸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게 엄청난 일을 발생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 죽어……. 뭐라고? 드래곤 하트? 그래 잘 생각했다. 어서 주시오.”
‘죽어라’ 라고 외치려던 듀메인은 드래곤 하트라는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풀렸던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말투가 약간 이상했다.
하자뷰트는 얼른 손을 휘저어 아공간에서 드래곤 하트를 꺼낸 뒤에 듀메인에게 오러 블레이드를 거두라고 말했다. 그러자 듀메인은 오러 블레이드를 소멸시키고, 검은 목에 맞닿은 상태 그대로였다. 조금 이라도 허튼짓을 하면 바로 목을 따버릴 심상이었다. 수련으로 달련된 그에게는 늙은 마법사의 목정도 따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서 주시오! 크크!”
“여기 있소.”
누런빛을 띄는 드래곤 하트를 받은 듀메인은 탐욕스런 눈빛을 내었다. 내심 이 놈을 죽이고 싶었으나 목에 검이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드래곤 하트를 한참 훑어보던 듀메인은 여전히 검을 든 채로 말을 했다.
“지금 당장 돌아가라! 빨리! 그리고 이곳에서의 일은 영원히 비밀이다! 만약 비밀이 새어 나갈시 그 파장의 영향이 나라에게 까지 미친다는 걸 염두 못할 늙은이들은 아니겠지. 크크크!”
“······모두 마법사의 탑으로 돌아갑시다. 텔레포트!”
좌표를 마법사의 탑으로 정하고 손으로 수식을 맺은 후 마나의 결합이 끝나자 시동어를 외쳤다. 그러자 하자뷰트는 새하얀 빛에 휩싸이더니 그 모습을 감추었다.
나머지 장도들도 마법을 해체 하며 하나둘씩 한 마디씩 남긴 채 텔레포트를 사용하며, 자리를 떴는데, 새하얀 빛으로 인해 멋진 광경을 연출하였다.
“오늘의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든 조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눈에 띄는 순간 죽을 수도 있으니 알아서 다니시오.”
죽을지도 모른다는 살 떨리는 말들이었지만, 지금 듀메인의 귀에는 마법사들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신경은 오로지 드래곤 하트에 쏠려있었다.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듀메인은 잠시 감상하듯 드래곤 하트를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다리에 마나를 집중하고, 세상 모든 걸 얻은 듯한 만족한 웃음을 터트리며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으하하하하!”
8명의 인물들이 머물던 곳엔 다시금 고요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서로 부딪혀 비오는 묘한 소리를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