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REED RAW novel - Chapter 546
0546 / 0753 ———————————————-
개입
거대한 규모의 황성은 그에 걸맞게 드넓은 지하도 가지고 있었다.
황성의 지하에는 감옥을 비롯하여 각종 창고 및 용도를 모를 커다란 대전과 광장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하 시설이 거의 텅텅 빈 상태였다. 감옥에는 4명의 죄수만 있었고, 거대한 창고도 공간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그야말로 적은 노동에 높은 임금을 받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모르는 비밀이 이곳에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은, 한때 대륙을 피로 물들였던 듀메인이 사용하던 파멸의 검 파흐샤즈가 이곳에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카크는 사라지려는 파흐샤즈를 자신의 기운으로 잡았다. 그리고 황성 앞에 듀메인의 시체와 함께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에 가지고 들어왔다. 그 후 듀메인은 묻어주고 파흐샤즈는 8클래스 중첩마법과 9클래스 차단 마법으로 병행하여 다시없을 봉인 마법을 겹겹으로 펼쳤다. 거기다가 카크의 몸에 있는 순수함의 극치인 그의 기운까지 더해져 9클래스 마스터 마법사가 와도 풀리지 않을 봉인이었다. 그렇게 처리를 하고 아공간에 넣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공간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파흐샤즈는 아공간에 들어가지지 않았다. 몇 차례 시도를 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하는 수 없이 카크는 고민을 하다가 아무도 몰래 황성의 지하 깊숙한 곳에 파흐샤즈를 보관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또 다시 9클래스 환영 마법과 환상 마법을 펼쳐 누구도 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병사 둘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병사들의 하루 일과는 순찰이 전부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역을 순찰하고 쉬다가 다시 순찰하고, 시간이 되면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순찰을 돈다.
병사 둘은 지하 광장을 크게 돌고나서 각 창고의 출입문에 이상이 없나 확인을 마친 뒤에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때 갑자기 작은 진동이 발생했다.
“어?”
“으악! 무너진다!”
한 병사가 놀라 자빠졌다.
“에라이 미친놈. 멈췄잖아.”
어느새 진동은 멈췄다.
병사는 기겁해 자빠진 자신의 동료를 타박했다.
“여긴가?”
병사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동의 시작점을 그가 알리는 없었다. 그래서 돌아가려는 찰나 다시 진동이 울렸다.
“으악!”
“시끄러!”
동료가 다시 기겁하자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참을 살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진동은 다시 발생하지도 않았다.
“이상하네. 일단 돌아가서 보고나 하자. 잘하면 휴가다. 흐흐흐.”
“어, 그…그래.”
“뭐라고? 그걸 믿으란 말이냐?”
“아, 진짜라니까요?”
순찰을 돌고 온 병사는 자신의 고참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고했다. 그러나 고참은 믿지 않았다.
“야 임마. 그럼 나도 느꼈어야지. 쟤들도 진동을 못 느꼈어. 우리가 뭐 송장이냐? 야! 누구 진동 느낀 놈 있냐?”
고참병이 순찰을 돌고 나서 쉬고 있는 병사들에게 물었다. 병사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 병사들은 그 자세로 고개만 돌리고, 모두 없다고 대답했다.
“거봐라. 그리고 너희 조랑 가장 가까운 지역을 순찰 한 놈도 진동을 못 느꼈다고 했다. 그런데 진동이라고? 너 솔직히 말해.”
“예? 뭘요?”
“너 이 기회에 포상이나 타서 휴가 나가려고 그러는 거지?”
솔직히 휴가 받을 정도는 생각했다. 그래서 뜨끔했다. 하지만 진동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이내 당당해졌다.
“예에? 아 정말! 저를 뭐로 보십니까. 정말이라니까요? 야! 너도 얘기 해봐.”
병사의 말에 진동에 놀라 자빠졌던 동료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저…도 느꼈습니다. 두 번이나요.”
고참병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의심하고 있는 증거다.
“근데 왜 머뭇거려? 둘이 짰지? 막상 되도 않는 거짓말하려니까 좀 그렇지? 솔직히…….”
그때 다시 진동이 생겨났다. 동굴이나 다름없는 숙소의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질 정도의 진동이었다.
“뭐, 뭐야!”
“뭐야? 느꼈어?”
“응!”
이곳에서 근무하는 총 10명의 병사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서 1년을 근무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보고를 했던 병사가 이것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
“알았어, 새꺄! 어디서 건방지게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확, 그냥!”
고참병이 손을 치켜들며 버럭 소리쳤다.
아까 그 동료는 진동에 놀라 다시 나자빠졌다. 그는 벌벌 떨었다.
“이 새끼는 어떻게 여기 왔는지 몰라.”
고참병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떨고 있는 병사를 보고 쯧쯧 혀를 찼다.
병사들의 얼굴에 근심걱정이 가득했다.
“무너지는 거 아냐?”
“설마. 드워프가 만들었잖아. 엘프들이 마법을 썼고.”
“그렇긴 하지. 위에서 뭐가 잘못됐나?”
“뭐가?”
“아직도 공사하고 있잖아. 그거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야, 여기는 황성 밑이라고. 그리고 공사하는 곳은 황성 밖의 도시잖아.”
병사들은 저마다 추측을 했다. 그러면서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졌다. 그때 다시 진동이 발생했다.
“진짜 무너지는 거 아냐?”
누군가 불안에 떨며 말했다. 그러자 고참병이 9명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침착해라!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너.”
지목당한 병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일단 보고부터 올려!”
“저…… 뭐라고 올립니까?”
답답한 말에 고참병이 잔뜩 화를 냈다. 이렇게 진동이 났는데 ‘뭐라고 올립니까?’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뭐라고 올리긴 새꺄. 있는 그대로 올려. 두 번이나 진동이 발생했다고.”
“아, 알겠습니다.”
욕을 들은 병사는 어깨를 움츠리고 마법통신구슬이 있는 연락실로 들어갔다.
그때 이 사실을 알렸던 병사가 끼어들었다.
“네 번인데요?”
“뭐가 네 번에야?”
“제가 느낀거 두 번이랑, 지금 두 번이요.”
“죽을래?”
병사는 입을 다물었다.
***
“진동?”
“예,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질 정도의 진동이었답니다.”
황제는 보좌관의 말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요즘 들어 그를 자주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책상에 있는 서류에 시선을 주었다. 내일까지 처리해야 할 서류였다. 문득 그렇게 사람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람은 있는데 믿을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벨하 경은 괜찮았는데.
황제는 벨하와 같이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래야 서류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게다. 솔직히 중요한 서류는 아니지만, 대제국의 기반 사항을 객관적으로 파악과 대륙의 전반적인 흐름을 물론 어떠한 일을 할 때 일어날 갖가지 변수와 그에 소모되는 재화나 시간 등을 알아야 처리가 가능한 서류들이다.
황제는 대제국의 기본적인 모든 것들을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 진동. 그에 관한 건 알아서 처리하고. 아직 마탑에서는 연락이 없나?”
“예. 아직까진 없습니다.”
“오래 걸리는군.”
사람도 돈이 있어야 쓸 수 있다. 마탑에서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대제국의 미래가 걸린 일을 하고 있다. 대륙의 흩어진 금은보화는 찾는 임무다.
“이것이 진동에 관련해 조사를 해야 할 사항입니다.”
황제 트레젠은 보좌관이 건넨 종이를 받아서 읽어봤다.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지하에서 발생한 진동에 대하여 필요한 조사 인력과 조사하는데 걸리는 소요 기간 까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거기다가 대륙 어디에는 현재 황성에 있는 마법사 보다 뛰어난 마법사가 있으며, 그가 있었다면 지금 예상한 조사 소요 시간을 얼마나 더 줄였을 것이라는 것도 나와 있었다. 이건 웬만한 실력이 아니다. 황성의 사정은 물론 대륙의 흐름까지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순간 황제의 눈이 빛났다.
“이걸 누가 작성했지?”
“제가 작성했습니다.”
황제의 보는 눈이 달라졌다.
숨은 인재군.
“흐음. 알았네. 이만 가보아라.”
“예. 폐하.”
보좌관이 물러났다.
다음 날부터 보좌관은 황제와 같이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보좌관이 뒤늦게 황제의 눈에 든 게다.
***
삼일 뒤.
황성의 지하에 마법사들과 기사들. 그리고 여러 학자들이 들어왔다. 진동이 있었다는 보고를 듣고 조사하러 온 자들이었다.
지하 광장에는 수십 개의 동혈이 뚫려 있었고, 동혈 앞에는 거대한 철문이 버티고 있었다. 창고나 감옥으로 가는 입구다.
조사단은 지하 광장에 온 목적도 잊고 광장을 살피기 바빴다. 하물며 이런 것에는 취미가 없을 것 같았던 기사들도 광장을 둘러봤을 정도였으니, 그 규모가 어떠한지 능히 짐작이 갔다.
“대단히 넓군요.”
학자 중 하나가 감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안 옵니까? 가뜩이나 바쁜데.”
성질 급한 마법사가 투덜거리면서 광장을 살폈다. 그는 비쩍 말라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로 인해 괴팍해 보였따. 거기다 얄팍한 입술은 그의 성정을 대변해 주었다.
그옆에 있던 5클래스 수준의 노 마법사는 그에게 점잖게 주의를 주며 주위를 살폈다.
“느긋하게 기다리게. 이런 걸 또 언제 본단 말인가. 정말 대륙에 길이 남을 역작이야. 역시 드워프라는 생각이 드는군.”
노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지하 광장은 투박했지만, 그 규모가 대단했다. 거기다가 관심을 가지고 보면 균형의 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그들이 모두 지하 광장에 매료되어 있을 때, 기사 하나가 헐레벌떡 다가오는 병사들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저기 오는군요.”
보고를 하라고 구박했던 고참이었다. 그의 뒤에는 두 명의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고참병이 숨을 고르고 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순찰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이제야 오게 됐습니다.”
근무를 하다 늦었다는데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각자 간단한 소개를 마쳤다.
“이들이 최초 목격자입니다.”
고참병이 뒤에 있는 두 병사를 소개했다. 당시 진동을 최초로 느끼고 보고를 했던 두 병사였다.
5클래스 노 마법사가 수염을 쓸었다.
“반갑군. 가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예. 알겠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두 병사들은 그들을 안내했다.
혼자 남겨진 고참병은 숙소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카크가 진동의 발생지에서 멍하니 있었다.
——–
안녕, 나의 비축분.
오늘 분당갔다왔습니다.
30분도 안걸리더군요.
여기와 분당이 그렇게 가까운지 몰랐습니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