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29
나 혼자 프리서버 129화
129
“엄청나네.”
그야말로 힘에 특화되어 있었다.
이런 장비를 입으면 웬만한 몬스터는 한 방에 즉사하지 않을까 싶었다.
백연하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장비다.
정확하게는 대인전에 특화되어 있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백연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입어 보도록 해,”
“알겠어요.”
그녀는 드래고니아 풀세트를 착용하였다.
황금빛의 기사로 변모했다.
두꺼운 갑옷으로 중무장한 백연하는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함이 느껴졌다. 달리 말하면 좀 둔해 보인다는 말이다.
“움직여 봐.”
“생각보다 가벼워요.”
“그러냐?”
“힘이 강해진 만큼 장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요.”
“한 대 쳐 볼래?”
“누구를요?”
“나는 좀 그렇고, 강철 허수아비?”
연무장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허수아비가 있었다.
병사들의 훈련재료로 쓰이는 것이었는데 여기저기에 흠집이 잔뜩 나 있었다. 수도 없이 두들겨 맞아서인지 형태가 변형되어 있었다.
백연하는 대검을 휘둘렀다.
“하압!”
쿠아아아앙!
“…….”
그야말로 허수아비가 산산조각이 났다.
제인 아카드가 대비하지 않고 자신감만으로 백연하와 싸운다면 백이면 백 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식한 힘으로 한 방 날리면 제인 아카드의 목숨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로 죽어 버린다면 제인의 운명이겠지.’
하지만 제인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세계 지존이었던 여자인데 그렇게 쉽게 죽을까 싶다.
아이템의 착용은 끝났다.
이제 미국으로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잠시 환영 행사가 있다고 하오. 가시겠소?”
“가야겠지.”
“그럼 갑시다.”
원로 길드원들을 데려갈 작정이다.
제인 아카드의 길드 역시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고 많은 인원을 끌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라고 하지만 대결 장소는 하와이다.
서울에서 수송기를 타고 가면 몇 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다.
“그럼 갑시다.”
우리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웅성웅성.
청와대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모두 내 환영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고위 정부 관료들은 물론이고 헌터계 인물들과 정계의 사람들도 보였다. 언론 인사들이 모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연대급 병력이 사열하고 있었다.
“사령관님께 받들어 총!”
척척!
병사들이 경례를 하였다.
나는 손을 흔들어 주고는 대통령과 장관에게 인사를 한다.
“환영 행사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운이 걸려 있는 전투를 하는 귀하를 위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통령의 얼굴이 떨리고 있었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패하면 길드 전체가 미국으로 옮겨질 것이다. 그 말은 대한민국의 국력이 그만큼 깎여 나간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나는 대통령의 걱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길 겁니다.”
“꼭 그래 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지요.”
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여기서 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풍수가 손을 내밀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러시죠.”
미국 측에서도 고위급 인사들이 올 것이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측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싸움이었다.
이풍수도 긴장이 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후유, 이렇게까지 긴장이 되기는 처음입니다. 말 그대로 국운을 건 모험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인 아카드는 일 검에 패할 겁니다.”
“일 검에 말입니까!?”
“그 점을 발표하고 가도록 하지요.”
“허허허. 만약 일 검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피하거나 막기는 하겠죠. 하지만 승부는 일 검에 갈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 검에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민첩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으니 가능하면 피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즉, 제인 아카드는 나를 한 번도 타격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시작하지요. 이러다가 늦겠습니다.”
“그러시죠.”
행사가 시작되었다
국민의례부터 시작하여 자잘한 행사들이 이어진다.
역시나 행사의 꽃은 연설이다.
나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걱정을, 어떤 사람들은 우려를 표한다. 또 어떤 자들은 기대감을 품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뉴스를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일각에서는 무모한 도박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한국 내에서 말이다.
그만큼 내가 패하면 대한민국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자리에 모여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저는 하와이로 날아갑니다. 국운을 건 도박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한 방에 제인 양을 보내 드릴 생각입니다.”
“……!”
“일 검입니다. 물론 너무 쉽게 이기면 세계 지존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 그녀의 공격은 3분 동안 모두 피해 내겠습니다. 그리고 한 방 먹여 주고 끝을 내도록 하지요.”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오만하다는 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내 스타일이 그렇기는 하다. 보스를 상대할 때에도 웬만하면 한 방에 보낸다. 하지만 제인 아카드는 공식적인 세계 지존이 아닌가.
지금이야 전(前) 세계 지존으로 불리고 있었지만, 아직 공식적인 위치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려를 하는 것이다.
물론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국가 간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제 말대로 될 겁니다. 이만 줄입니다.”
“꼭 이겨 주십시오!”
나는 손을 한 번 흔들어 주었다.
기대와 우려가 섞인 표정으로 사람들이 나를 바라본다.
대통령과 이풍수, 그리고 길드원들이 수송 헬기에 탑승하였다.
“기장님, 빨리 부탁드립니다.”
“하와이까지 바로 모시겠습니다.”
기장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헬기가 하늘로 떠오르자 공군이 호위를 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의 주요한 헌터들이 타고 있었고 대통령과 이풍수 장관까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이 정도 에스코트야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좌우로 번갈아 가며 움직일 것이고 하와이까지 우리를 호위하게 된다.
급유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타다다다다!
헬기가 날아간다.
사람들은 우리를 태운 헬기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손을 흔들었다.
그 시각.
제인 아카드는 하와이에 벌써부터 도착하여 나경철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미 국방성 장관인 스미스와 여러 길드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대결까지 남은 시간은 약 세 시간. 점점 대결이 가까워지고 있다.
눈앞에는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TV에서는 지금까지 나경철이 겪어 왔던 전투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스미스 장관은 반드시 그녀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약간의 우려를 감출 수는 없었다.
“나경철이 전면으로 등장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는 몬스터 사체 처리 전담반에 있었고 헌터로 각성하여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1년도 안 되어 이렇게 성장을 했다는 거로군요?”
“맞습니다. 문제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거죠.”
“빠르네요.”
제인 아카드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개월 후면 제인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어.
지금도 성장하는 중일 것이다.
“최근 전투를 보면 제가 승리할 것이 확실해 보여요.”
“방심은 금물이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들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미 정보부에서 사람이 왔다.
“나경철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한데 그의 발언이 좀…….”
“발언이 어째서요?”
“일단 보셔야겠습니다.”
그녀는 TV를 틀었다.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경철의 발언이 검색어 1위에 올라와 있었다.
“미쳤군.”
웅성웅성.
좌중이 술렁거렸다.
정말 미쳤다고밖에 볼 수 없는 발언이었다.
제인은 코웃음을 쳤다.
“심리전이로군요.”
“저희 정보부에서도 그리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교 사상이 뿌리 박혀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저런 심리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협잡질이야 정치권에서 많이 하는 행동이었는데 나경철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스미스는 나경철의 발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없는 것이군요.”
“그런가요?”
“보통은 자신 없는 쪽에서 저런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권에서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과연.”
“방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나경철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동감합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경철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 보니 겁쟁이였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저렇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결이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분석을 계속하도록 하죠.”
제인은 지금까지 수련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분석하는 데 심력을 기울였다.
정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일주일을 수련한다고 해서 크게 강해질 리가 없으니 그럴 바에는 상대방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을 하는 것이 대결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이리저리 분석하고 생각한 후 내린 결론은 대결의 완전한 승리였다.
“문제는 얼마나 완벽하게 승리를 거두느냐는 건데…….”
“그건 걱정 마십시오. 제인 님이 완승할 겁니다.”
정보부에서 내린 결론이다.
몇 시간 동안 대화를 하고 나서야 제인은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나경철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럼 슬슬 나가 보도록 하죠.”
제인은 마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기로 하였다.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 역시 나경철을 사냥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타다다다다!
헬기가 하와이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름다운 섬의 풍경이지만 아직도 첫 웨이브 당시의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한쪽은 아예 금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폐허 그 자체였다
그들은 폐허가 된 곳에서 대결을 펼치기로 되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제인의 길드원은 물론이고 정치권 인사들과 시민들, 언론 인사들까지 모여들면서 매우 북적거렸다.
헬기가 착륙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촤르륵! 촤르르르륵!
플래시가 터지는 빛에 눈이 멀어 버릴 지경이었다.
한국과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드디어 제인과 마주하였다.
“오셨군요.”
“간밤에 좋은 꿈 꾸셨습니까?”
“물론이에요. 미국이 다시 한번 날개를 펼치는 꿈이었지요.”
“아, 그렇습니까. 저도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꿈이죠?”
“호랑이 등에 날개가 달린 꿈이라고 할까요.”
나는 은유적으로 비유를 해 주었다.
흔히 대한민국을 호랑이에 비유하지 않나. 특히나 지금과 같은 시국에는 말이다.
“꿈이 크시군요.”
“5분 후에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겠습니다.”
“하! 5분이라고요?”
“왜요? 너무 깁니까? 그럼 정정하죠. 3분으로 말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제인의 눈빛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황당함은 곧 분노로 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