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7
나 혼자 프리서버 177화
177
정오 무렵이었다.
나는 랭턴 공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랭턴 공작이 기다리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다.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정치의 일종이었다.
너무 쉽게 국왕 알현이 가능하다면 이쪽을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약속 시각은 가능하면 지켜져야 하겠지만, 거기에 정치가 개입되면 달라진다.
두 시간 정도 랭턴이 기다렸을 것이다.
오세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형님,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당연하지.”
“어째서? 정치적으로 무슨 이익이 있다고?”
“우습게 보지 못한다는 거지.”
“이미 우리는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야. 핵이 터지는 장면을 직접 보고서도 바로 쳐들어온다면 그건 미친놈이지. 인간도 아니야.”
“저쪽 국왕이 미친놈일지도 모르잖아.”
“쯧쯧, 형님은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까.”
오세근은 고개를 저었다.
30분이 더 흘러서야 나는 랭턴을 만나 보기로 했다.
대전으로 들어오자 시종장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판도라 왕국의 지배자께서 들어오십니다!”
랭턴 공작은 오래전부터 알현을 청하고 있었다.
사신으로 왔으니 돌아간다고 인사를 할 모양이었다.
“랭턴 공작, 간밤에는 잘 잤는가?”
“폐하의 배려로 편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칼리어스에서 사신을 보냈으니 이쪽에서도 사신을 보내야겠지. 재상을 보내려 하는데, 괜찮겠지?”
“그래 주신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오세근 공작이 다녀와라.”
“예, 폐하.”
오세근은 짧게 대답했다.
사석에서야 형 동생 하는 사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군신의 관계이다. 공식 석상에서는 오세근도 눈치껏 행동했다.
“가능하면 귀국과 교역을 했으면 하는군.”
“저희 폐하께서도 바라는 일이옵니다.”
“양국의 우호를 바라노라. 이만 물러가라.”
“또 뵙겠습니다.”
랭턴 공작은 허리를 굽히고 물러났다.
나와 오세근은 눈빛을 교환했다. 가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이 있나 보고, 가능하면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협상을 하라는 뜻이었다.
영특한 오세근이니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나는 오세근이 나갔다 올 동안 한국에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이곳에서 병사들을 훈련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없을 테니까.
타다다다다!
헬기가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랭턴 공작은 생소한 물체를 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저게 뭡니까?”
“저거요? 수송 헬기입니다. 물론 공격에 대비한 수단을 탑재하기는 했습니다.”
“공격을 대비한 수단이라면?”
“그야 뭐, 무기들이죠.”
랭턴은 내심 경계를 감추지 못하였다.
미사일이라는 무기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비행체가 날아와 타격을 한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것이다.
물론 칼리어스 왕국에도 마법 비행체가 있기는 했다. 이 정도 수준이 아니라서 문제인 것이다.
헬기에 올라타자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동했다.
솨아아아!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헬기에 위압감이 느껴졌다.
“혹시 판도라 왕국에 이보다 더 빠른 비행체도 있습니까?”
“전투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투기요?”
“전투에 특화된 기종입니다. 지금은 마하의 속도를 뛰어넘었지요.”
“마하의 속도라면?”
“소리가 공기 중으로 전달되는 속도입니다.”
“허어.”
랭턴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오세근 공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비행체가 왕국에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오세근은 웃으며 말했다.
“전쟁할 것도 아닌데, 놀랄 것은 또 뭡니까?”
“그, 그야 그렇습니다만.”
“걱정 마십시오. 저희 폐하께서는 당분간 팽창정책을 펼칠 생각은 없으십니다.”
“정말입니까?”
“저희 왕국은 생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내실을 다져야 할 때이지요.”
오세근의 말에 랭턴 공작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경계심은 풀지 않았다. 오히려 판도라 왕국을 더욱 경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제112장. 냉전 시대
칼리어스 왕국의 수도 브론티아.
수도 경비대장 루스는 오늘도 별다른 특이점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수도 경비대장이라고는 하지만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전쟁이 터지지 않는 이상 적들이 쳐들어올 리도 없고 이미 수도의 치안은 훌륭하였기 때문이다.
한데 이곳으로 급보가 도착했다.
“루스 님! 국경에서 연락입니다!”
“국경에서? 적들이라도 침공을 하였나?”
“그건 확실치 않으나 강철로 만들어진 비행체가 국경을 넘었다고 합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비행체라!?”
분명히 그런 소리를 듣기는 했었다.
판도라 왕국에 기계문명이 발달하였다는 소식을 말이다.
그렇다면 판도라 왕국에서 침공이라도 하였다는 것일까?
아직은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사태라면 국왕에게 곧바로 보고를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루스는 곧바로 칼번 국왕과 긴급 연락을 취하기로 하였다.
국왕이 통신을 받았다.
-경비대장이로군. 무슨 일인가?
“폐하! 강철로 만들어진 비행체가 수도를 향하여 날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비행체라?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우선 경계 레벨을 최대로 올린 후에 경과를 지켜보도록 한다.
“예!”
루스는 군례를 취하였다.
어쩌면 적의 정찰대일 수도 있었기에 수도의 경계 레벨은 최대치로 조정되었다.
칼번 국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명령을 내렸지만 내심은 꽤나 초조해진 차였다.
과학이 발달했다는 판도라 왕국이다. 그곳에서 보낸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과연 그것이 침공의 신호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판도라 왕국에서 그만한 비행체를 보냈다?”
칼번 국왕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저 탑승을 위한 기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괜히 왕국에서 설레발을 치면 판도라 왕국에 얕보일 수도 있다.
국제 관계에서는 이런 행동 하나가 국격을 깎아 먹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일단은 경계만 하되, 군대는 집결하지 않도록 했다.
처음 보는 비행체가 접근을 하고 있었지만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왕실에는 왕실 마법사들이 있다.
왕국 최고의 인재들이 수두룩한 왕실에서 비행체 하나를 격추하지 못할 리가 없다.
“우선은 지켜보아야겠군.”
타다다다!
헬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칼리어스 왕국에서는 미처 어떤 대처를 할 겨를이 없었다.
순식간에 수도에 도착했다.
황궁에는 거대한 막이 씌워져 있었다.
랭턴이 말했다.
“침공이 아닌가 하여 실드가 활성화된 것 같습니다.”
“소리는 통과를 합니까?”
오세근 공작이 묻는다.
랭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소리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습니다.”
“확성기를 드릴 테니 공작께서 도착하신다고 말씀을 하시죠.”
사실 오세근의 심장은 졸아붙어 있었다.
거대한 함포들이 헬기를 노리고 있었고 왕실 마법 사단이 주문을 영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마법이 단번에 날아온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오세근은 뭔가 일이 터지기 전에 막아야만 했다.
확성기에 불이 들어오자 마이크를 랭턴 공작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왕국의 재상 랭턴이다. 판도라 왕국의 호의로 수송기를 타고 왔으니 실드를 걷어 주기를 바란다.”
랭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실드가 걷히고 마법사들도 주문 영창을 멈추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헬기로 공격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오세근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 틀림없다.
‘빌어먹을! 형님도 너무하군. 이런 상황일 거였다면 진즉에 알려 줬어야지.’
심장이 철렁 주저앉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오세근은 판도라 왕국을 대표해서 온 사신이다. 사신이 뭔가에 겁을 먹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곧 판도라 왕국이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국격을 떨어뜨릴 수는 없었다.
헬기가 왕궁 앞에 내려섰다.
저 멀리 국왕의 모습이 보인다.
헬기에서 내려 국왕에게 허리를 굽혔다.
“판도라 왕국의 오세근 공작이라 합니다, 폐하.”
“이건 판도라 국왕이 보낸 건가?”
“그렇습니다. 랭턴 공작님의 안전한 여행을 위하여 왕국 차원에서 지원을 해 준 헬기입니다.”
“이름이 헬기인가?”
“정확하게는 헬리콥터라고 부르고 수송용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공격용 헬기도 있습니다만, 그건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국왕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헬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미사일 발사 부분을 보더니 물었다.
“이건 뭔가?”
“미사일이라고 불립니다. 수송용 헬기라 해도 적들의 공격에는 방어를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가.”
역시나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이다.
마법이 아닌 과학으로 이 정도까지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네는 사신으로 왔나?”
“그렇사옵니다. 답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전으로 오게.”
“그리하겠습니다.”
오세근은 허리를 굽혔다.
아마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헬기를 타고 왔으니 공중에서 폭격을 가하면 답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아직 랭턴 공작이 칼번 국왕에게 보고하기 전일 것이다.
오자마자 사신을 만나겠다고 하였으니 판도라 왕국에 대한 전력은 파악하지 못한 국왕이다.
그렇다면 지금 굳이 본론을 꺼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러기에는 칼번 국왕의 호기심이 워낙 강렬했다. 어떻게 해서든 판도라 왕국에 대한 정보를 알고자 했다
“판도라 국왕이 사신을 파견한 다른 이유가 있나?”
“교역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교역국이 된다?”
“그렇습니다. 교역을 한다면 양국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교역이라.”
칼번은 생각에 잠겼다.
교역을 해서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판도라 왕국과 교역을 트게 되면 상인들이 오가며 정보를 모아 줄 것이다. 칼번의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오늘은 사신을 위한 연회를 열 것이니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
“감사합니다, 폐하.”
오세근은 허리를 굽히고 물러났다.
대전을 나오자 시종들이 그를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귀빈관에 이르고 보니 화려하기가 짝이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휘황찬란할까 싶었다.
“뭐든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그러지요.”
시종장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오세근은 테라스로 나와 마법이 발달한 문명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나경철에게 들었던 것보다 더욱 발전한 모습이다.
만약 이곳을 점령할 수 있다면 어찌 될까.
물론 드워프들도 하이브리드에 심취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과학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고위 마법사들을 제공받으면 어찌 될까.
그리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칼번 국왕은 랭턴 공작과 독대를 하기로 하였다.
오늘 독대에서는 판도라 왕국에 관한 내용이 주제일 것이다.
“왔는가.”
“폐하를 뵙습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워낙 빠르게 날아와 먼 길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어째 좀 충격을 받은 것 같군.”
“과학이라는 문명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던가? 경제력과 군사력은?”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들에게는 엄청난 무기들이 있습니다. 그걸로 왕국을 공격하면 왕국 자체가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뭐라고?”
“일단 영상을 보시지요.”
“메모리 이미지를 하였나?”
“그런 것은 아니고 과학 문명의 기술로 영상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