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78
나 혼자 프리서버 178화
178
칼번 국왕의 얼굴에는 흥미로움보다는 걱정하는 마음이 더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만약 랭턴 공작의 말이 맞는다면 왕국은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 관계는 정치를 통해 이루어지며 전쟁 역시 정치에서부터 발원된다. 판도라 국왕이 칼리어스에 강력한 무기를 투하하여 본보기를 보이려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한 것이 아니라서 뭐라 단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상자다.
분해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단 영상은 확인을 해 보아야 했기에 분해는 추후로 미루기로 했다.
영상이 재생되었다.
붉은빛을 내뿜는 뭔가가 산맥을 강타하였고 어마어마한 폭음과 빛이 뿜어져 나왔다.
쿠아아앙!
그리고 치솟는 버섯구름.
핵이라고 명명된 무기에 맞은 산 일부분이 완전히 녹아 사라졌고 주변의 나무들은 모조리 뽑혀 나갔다.
사방 수십 킬로미터는 초토화된 것 같았다.
“영상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정보 길드의 말에 따르면 방사능이라는 독이 분출되어 왕국 전체를 병들게 한다고 합니다. 낙진이라는 것이 생겨 하늘에서 오염된 비를 뿌리고 말입니다.”
“허어.”
칼번은 침음을 삼켰다.
물론 랭턴 공작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위력적인 무기이기는 했다.
“다른 무기들도 있나?”
“영상을 계속 보시죠.”
영상에는 전쟁에 대한 참상이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었다.
성벽 따위는 단번에 무너졌다. 검과 마법이 아니라 과학의 이기라는 무기들로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만약 이 무기들이 칼리어스에서 터진다면?
그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것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건가?”
“조작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건 마법을 뛰어넘은 장치입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처럼 훤히 볼 수 있게 하는 장치이지요.”
“허허허.”
어마어마한 문명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모래폭풍으로 사막을 막고 있던 당사자가 판도라 국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으로 말이다.
“앞으로 어찌해야 할까요?”
랭턴 공작이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국왕의 판단이 정말 중요했다.
국왕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왕국이 멸망하느냐 아니냐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저런 무기로 무장한 적들과 전쟁을 한다는 것은 재앙일 것이다.
“판도라 국왕은 어떤 자인가?”
“그것이…….”
랭턴은 인상을 구겼다.
얼마 전에 왕국에 나타났던 동부대륙의 상인이 판도라 국왕이라는 사실을 말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판도라 국왕은 무슨 이유로 왕국을 찾았던 걸까?
그건 랭턴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사막의 모래폭풍이 사라지고 상단을 이끌고 온 맥이라는 젊은 상인이 바로 판도라 국왕이었습니다.”
***
“뭣이!?”
칼번 국왕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마하니 위장을 하고 왕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바로 판도라 국왕이었다니!
‘도대체 무슨 이유로?’
칼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되기 시작했다.
새롭게 등장한 왕국에 군주가 직접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궁금했기 때문에?
“전쟁을 위한 조사인가.”
“그럴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들이 원하는 것은 교역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상인들을 보내면 왕국의 실태가 훤히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중지해야 하는가?”
“그것은.”
“자네의 의견을 말해 보게.”
“그보다는 이쪽에서도 상인들을 대거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상인들은 정보에 민감한 족속입니다. 그들에게 정보를 구매하고자 하면 자세하게 염탐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도 대비를 하자는 건가.”
“지금은 정보를 모으는 단계입니다. 어떤 판단을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수교를 맺고 교류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가 침공을 하건, 적들의 침공에 대비를 하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로군.”
“바로 그렇습니다.”
랭턴 공작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행동이었다.
“후유, 그렇군. 일단 판도라 왕국의 사신을 부르게. 수교를 맺고 교역을 하도록 하지.”
“왕명을 받듭니다.”
오세근은 귀빈실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아마 지금쯤 칼리어스의 국왕과 랭턴 공작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 중일 것이다. 핵이 터지는 장면을 봤으니 멀쩡할 리가 없다.
누구라도 두려워할 만할 장면이다.
핵이 터지는 순간, 모든 것이 쓸려나간다. 그리고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었다.
지금의 기술로는 원거리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칼리어스 왕국은 마법이 강성한 문화를 이루었으니 그들이 발악을 하며 전쟁을 시도한다면 판도라 왕국이 쓸려나갈 수도 있다.
지금 나경철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었다.
군대를 양성하고 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가능하면 원거리에서 실드를 찢어 버릴 수 있는 핵을 개발하기도 해야 했고 말이다.
“만약 원거리 실드 무효화 핵이 개발된다면?”
그때는 모든 상황을 종식할 수 있다.
이면 세계를 정벌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고, 더 나아가 몬스터 사태 자체를 종식할 수 있다.
분명히 가능한 일이었다.
오세근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랭턴 공작이 직접 찾아왔다.
“재상께서 오셨군요.”
“공작께서도 왕국의 재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만.”
“같은 입장에서 묻고 싶습니다. 귀국의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이 단순한 교역입니까?”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폐하께 가시지요. 수교를 지시하실 겁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로군요.”
“허허허허! 친구가 이역만리에서 방문을 하였는데 호의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 칼리어스 왕국은 귀국에 상당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도 그렇습니다.”
오세근은 미소를 지었다.
나경철의 허세가 먹힌 것 같았다.
만약 핵이 근거리에서만 터지고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적들이 어찌 나올까.
어떻게 해서든 원거리에서 판도라 왕국을 상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점령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랭턴과 함께 대전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많은 대신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오세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영상을 보지는 않았을 테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지, 만약 보았다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오세근을 두려워할 것이 뻔했다.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어서 오게. 잠시 재상과 상의를 하느라 늦었다네. 이해를 해 주시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국의 지존이시니 국익을 생각하면 더 늦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 생각을 해 주니 고맙군.”
국왕은 기세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것만 보아도 국왕은 걱정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잘못하면 자신의 왕국이 멸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짐이 오랫동안 생각을 해 본 결과, 판도라 왕국에 수교를 제안하려 하네. 어찌 생각하는가?”
“저희 폐하께서는 기꺼이 받아들이실 겁니다.”
“자네가 전권을 가지고 왔나?”
“그렇사옵니다, 폐하.”
오세근은 허리를 굽혔다.
이 예의라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판도라 왕국의 재상직을 맡았을 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던 일이니까.
“그렇다면 귀국과 아국은 수교를 맺게 되며 여행과 교역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네. 어떤가?”
“그것까지는 제가 신경을 쓸 수가 없습니다. 실무자들이 협의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그렇겠군.”
“빠른 시일 안에 실무자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세근은 맥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맥스가 잡일을 모두 처리하고 있었다. 오세근은 왕국에 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드워프 물산을 확장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축배를 들지. 양국의 화합을 위하여 말이야.”
“감사한 말씀입니다.”
오세근은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연회에 들어가기 전에 나경철에게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았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오세근에게 연락이 왔다.
사실 한국으로 바로 가지 않은 것은 오세근의 연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마법 통신으로 오세근과 연결되었다.
-형님, 저요.
“어찌 되었냐?”
-도청의 우려가 있어 자세하게는 말을 못 하겠고 수교는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었소.
“오호, 그래?”
-이쪽에서도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더군.
“수교에는 분명히 교역까지 포함되어 있겠지?”
-그뿐만이 아니라 여행과 경제 협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상의가 되겠지. 아무래도 이건 맥스 행정관이 나서야 할 것 같소.
“알겠다. 곧바로 맥스를 파견하도록 하지.”
-그럼 나는 여기서 좀 즐기다 가겠소.
“그렇게 해라.”
오세근과의 통신을 종료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사실 칼리어스와 같은 강력한 국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지금 바로 전쟁이 터진다면 판도라 왕국이 패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못하였지만, 이 정도라면 시간은 번 셈이었다.
몇 개월의 시간이 있다면 틀림없이 칼리어스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한 번 다녀온 이후에는 전쟁 준비를 위하여 전력투구할 것이다.
나는 초보자 마을에서 차를 타고 청와대까지 왔다.
혹시나 내가 없는 동안에 보스 몬스터가 침공하지는 않았는지, 세계정세가 변화하지는 않았는지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미리 연락을 해 두었더니 이한진 대통령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통령님, 또 뵙습니다.”
“허허허! 우리가 어디 남입니까? 종종 만나는 친구와 같은 관계이지요.”
이한진이 친근하게 굴었다.
최근 들어 인류연합에 관한 이야기가 간간이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초대 대통령이 될 것이니 이한진이 친근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사를 가다가 잠시 들렀습니다. 무슨 일 없으셨습니까?”
“후유, 미국과 러시아가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패권이라고 할 것이 있나요? 이미 대한민국이 최강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며칠 사이에 그들의 사이가 더욱 비화된 것 같았다.
우리는 대통령실로 들어왔다.
이곳은 완벽하게 도청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안이 철저했으니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었다.
“말씀해 보시죠. 뭐가 어떻게 비화가 되고 있다는 겁니까?”
“양국에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스파이를 보내어 국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어, 방치하면 안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쯧쯧, 때가 어느 때인데.”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일이 그렇게까지 심각하다면 화상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회의실에 화상회의가 연결되었다.
내가 정면에, 밀리엄 카터 미 대통령이 오른쪽, 지바노프 러시아 대통령이 왼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삼각 구도가 되었다.
나는 우선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다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즘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양국의 대통령은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만약 자신들이 처리하지 못할 정도의 보스 몬스터가 튀어나온다면 막을 방법이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