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97
나 혼자 프리서버 197화
197
전쟁에 대한 결심이 섰으니 곧바로 실행해야 한다.
칼리어스는 단시간에 끝장낼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전쟁을 마무리한다.
우르카가 입꼬리를 올렸다.
“바로 대량생산에 돌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안에 수만 개의 폭탄을 지원하도록 하지요.”
“수만 개라.”
“필요하시다면 더 찍어 낼 수도 있습니다.”
“넉넉하게 찍어 내도록.”
“예.”
그야말로 압도적인 화력으로 밀어 버린다.
슬슬 현대 화기와 마법의 조화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핵도 그런 식으로 떨어뜨리면 되지 않을까?”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능해지면 곧바로 생산을 하도록.”
“예.”
오세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핵까지 동원된다면 전쟁은 순식간에 끝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핵을 얻어맞고도 항복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기술력이 끝까지 갔네.”
“아직 핵 하이브리드 미사일까지는 아니지.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수준이라면 빠른 시일 안에 가능할 거야.”
“허허허! 맞습니다. 그건 일주일이면 가능할 겁니다.”
우르카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드워프는 아군일 때야 정말 든든했지만, 적으로 만나면 어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드워프가 가진 무력보다는 그들의 기술력이 상상을 초월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영지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나노로봇이 완성되어도 실험을 거쳐 수술에 들어갈 때까지 최소한 일주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가능하면 일주일 안에 진군을 하여 이곳에서 수술하는 것을 본 후에 전쟁에 돌입할 생각이었다.
“백연하, 너는 여기 있도록 해.”
“저도 가겠어요.”
“아니, 아버지의 곁을 지켜야지.”
“하지만…….”
“그렇게 해.”
“좋아요. 말씀대로 할게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엔 시간을 내주세요.”
“저녁은 왜?”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우리 데이트해요.”
***
“데이트?”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계시는데 데이트라니?
백강철 회장은 몸을 일으킬 만큼 좋아졌다. 아니,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암세포의 활동이 멈춘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보다시피 아무렇지도 않죠. 암에 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입니다. 허허허허!”
백강철은 그렇게 웃었다.
설마 데이트를 하라고 몰아붙이는 것인가?
“거참, 지금 같은 시기에 데이트라니.”
“아버지의 소원이기도 하고요.”
“으음.”
“형님, 전쟁 준비는 내가 할 테니까 하루만 더 있다가 오라고.”
“그래도 되겠냐?”
“그냥 준비만 하면 되는 건데 뭘. 내일부터 진군을 하면 되는 거고.”
“알겠다. 그럼 부탁한다.”
“하하하! 이제 황제가 되실 분이 부탁이라니? 그냥 명령을 하라고.”
오세근은 전용 차량에 올라탔다.
나와 백연하가 없는 상황에서는 오세근이 군대를 움직일 수 있다. 그런 권한을 주기도 하였고 말이다.
오세근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고생해라.”
“걱정 말라고.”
오세근이 사라지고 난 후에 백연하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가요.”
“어디를 가려고?”
“데이트 코스는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뭔가 이상하다.
항상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였는데 오늘은 왠지 그녀에게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백연하와 함께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하더니 많은 연인들이 찾는 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웬 레스토랑?”
“연인으로서 함께 레스토랑에는 처음 와 보니까요.”
“그런가.”
“그럼요.”
메뉴판을 받았다.
레스토랑 지배인이 직접 가져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대 최고의 영웅을 이렇게 뵙게 되니 뭐라 형언할 수가 없군요.”
“저희는 그냥 데이트하러 온 겁니다. 그러니 평범하게 대해 주세요.”
“무엇으로 준비할까요?”
“스페셜 코스로.”
백연하가 간단하게 말했다.
백연하의 말에는 빨리 사라지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역시 백연하라고 할까.
그녀의 친절함은 나와 그녀의 아버지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지배인은 헛기침을 하고는 물러난다.
“험험. 알겠습니다.”
평범한 데이트라고는 하지만 이미 그러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와 있었고 연신 사진을 찍어 댔던 것이다.
정령들을 동원하여 막지 않았다면 선을 넘어왔을지도 모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풀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필 오늘 데이트를 하자고 한 이유는?”
“결혼을 위한 작업이라고 해 두죠.”
“작업이라.”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으니까요.”
백연하는 나의 잔에 와인을 채워 주었다.
우리는 가볍게 건배를 한다.
챙!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백연하는 함부로 행동하는 여자가 아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면 충분히 생각을 해 본 후에 실행에 옮긴다.
오늘의 데이트도 오래전부터 계획이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호텔로 끌고 가려나?’
사귄다고는 했지만, 아직 그녀와 밤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백연하가 하는 짓이 꼭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할 때 하는 행동과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왜 그러세요?”
“호텔에라도 데려가려고?”
“그럴지도 모르죠.”
“뭔가 이상한데.”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원래 연애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 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하는 백연하도 참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냐.”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제 리드에 따라 주세요.”
“그러지.”
평범하게 식사를 한다.
액세서리 상점에 들러 보석도 몇 개 구입하고 쇼핑을 하는 등 가볍게 데이트를 즐긴다.
물론 이 가볍게 시작한 데이트가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려질 정도로 떠들썩해지겠지만 말이다.
자정 무렵 한강.
주변에는 어둠이 내렸고 우리를 쫓아다니던 팬들도 간신히 따돌렸다.
언론사에서 냄새를 맡고 아직도 추적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백연하가 멈추었다.
“왜 이래?”
털썩!
백연하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냈는데 반지였다.
나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설마 지금 프러포즈를 하려는 건가?
피융! 파아앙!
한강 너머 하늘에 폭죽이 터지며 불꽃이 피었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그녀는 반지를 내밀었다.
폭죽이 만들어 낸 글자가 지워졌다.
나는 순간 얼음처럼 굳었다. 이제야 오늘의 상황을 이해했다. 아버지가 입원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트를 청했던 이유를 말이다.
나는 그녀의 반지를 받아 들었다.
“받아들이지.”
“고마워요.”
“고맙기는. 원래 내가 해야 했는데 말이야.”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원래 더 좋아하는 쪽이 을이 된다고. 당신은 갑이 되는 것이고요.”
“그런 법이 어디 있어?”
“나중에는 바뀌게 되겠지만 지금은 그래요.”
나는 백연하를 일으켰다.
이런 식으로 프러포즈를 하지 않았더라도 분명히 나는 백연하와 결혼을 했을 것이다. 이미 마음속으로 그리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앞으로는 이러지 말라고. 언제나 도도한 너로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당신 앞에서는 아니죠.”
백연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역시나 매력이 있는 여자다. 백연하의 매력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호텔로 향했다.
이른 아침.
따듯한 햇살이 이불 위로 떨어진다.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다.
지금 이 세상은 불안전하였고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어제 대전의 사태를 막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평화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일어나셨어요?”
이소희는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냥 조식을 시켜도 되는데 굳이 식사를 준비한 것이다.
간단한 요리였지만 그녀 나름으로는 이게 내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굳이 나무랄 생각은 없었다.
“고생했어.”
“당연한 일이죠. 앞으로 살면서 제가 직접 요리를 할 일이 몇 번이나 되겠어요?”
계란 프라이를 먹으면서 말했다.
“이제 슬슬 가야겠네.”
“저도 아버지에게 결혼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아니, 함께 가도록 하자. 그런 이야기는 아무래도 내가 하는 것이 나으니까.”
어제 백연하가 프러포즈를 한 사실은 방송이 되었을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백연하의 아버지에게는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하는 편이 좋았다.
“그럼 출발할까?”
“그래요.”
슬슬 준비를 한 후에 드워프 물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드워프 물산에 이르자 우르카 족장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회장님, 설계도를 완성했습니다.”
“벌써 말인가?”
“밤새도록 작성을 하였습니다. 이미 기술은 완성된 것이었고 저희 기술과 접목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고생했군.”
“그나저나 떠들썩하더군요.”
우르카 족장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호텔로 향하는 장면이 방송되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결혼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었다.
굳이 이것을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간만에 좋던데?”
“이제야 정말 남자가 되시는군요?”
“말이 그렇게 되나?”
“지금까지는 남자가 아니셨죠. 남자는 결혼으로 완성되는 겁니다. 앞으로는 나라를 일구시는 데 노력하여야겠군요.”
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우르카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수술 준비는?”
“일단 나노로봇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실험도 해야 하고 수정도 해야 하니 일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지하 25층으로 향한다.
병실에 이르자 백강철 회장은 이런저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몸 상태가 안 좋은데도 일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오셨습니까, 사위님.”
“이제 말씀 낮추시지요.”
“허허허! 황제가 되실 분인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사위라고 해도 그건 아니지요.”
“결혼은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이 세상에서 제 딸을 데려가실 수 있는 분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백강철 회장은 어제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물론 지금까지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딸의 혼사 문제를 한시름 놓았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의 딸이 결혼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런 성격에 한국 최강의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나타남으로 인하여 임자를 만났다.
“장인어른, 날짜는 전쟁 후에 잡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즉위를 하는 날이 결혼식이 될 겁니다.”
“이미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
백강철은 허리를 굽혔다.
모든 것을 이룬 노인의 모습.
그는 허리를 펴고 말했다.
“밤새도록 생각을 해 봤습니다. 더 이상 경영에 욕심을 낼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앞으로는 은퇴한 뒤 유유자적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수술에 성공을 한다면 말입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죽은 후에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의 눈빛에서 현기가 어린다.
아무래도 죽음이라는 것이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았다.
실제로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사람들의 행동이 전과 많이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물질에 초연해지는 뭔가가 있다고 할까.
물질이라는 것은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