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4)
133화
감독님은 줄곧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말씀하셔왔고, 경기 초반 우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라는 거대한 두려움 앞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중이란 뜻이다.
아니 오히려, 보다 앞선다.
{“우오오오—!”}
.
(크레이그 벌리) – ESPN UK 코멘테이터
“정말 놀랍게도, 벤피카. 전반 5분 내내 FC 바르셀로나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빗나간 니코 가이탄의 슈팅. 매섭게 골대를 향해 날아갔지만, 애석하게도 골라인 밖으로 벗어나는군요. 그렇지만, It was brilliant.”
.
현재까지의 느낌만 놓고 보면, ‘이게 뭐야?’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랄까.
뚜껑을 벗긴 FC 바르셀로나의 모습은 평범 그 자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도대체가…….’
분명 FC 바르셀로나는 기술적으로 볼을 다루고 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차비-세르히오 부스케츠라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드들이니, 이건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미드필드에서 볼을 돌리는 것 딱 거기까지였고, 최전방에 선 알렉시스 산체스는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페드로 역시 아직까진 포르투갈 리그의 윙어들과 다른 점을 모르겠고, 공포의 대마왕과도 같은 존재였던 리오넬 메시는 어디가 아픈 건지 슬렁슬렁 걸어 다니기만 하고 있었다.
바짝 긴장해서 잔뜩 내려앉아 있었던 나였지만, 이런 상대라면 얼마든지 공격에 가담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다온!!”
조금 라인을 벗어날라치면, 어김없이 벤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콰레스마 코치님이 내 위치를 지적해왔고, 감독님은 전방의 사정에 신경 쓰시느라 몸을 돌리고 계셨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서려다가 잠깐 멈칫했던 나는, 가라이와 루이장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적당히 아래로 내려섰다.
오늘은 팀이 공세를 취하더라도 공격은 극도로 자제하라는 말을 들었기에, 지금처럼 FC 바르셀로나를 페널티박스 안에 가둬두고 있어도 라인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종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공간과 측면에 펼쳐진 광활한 필드가 눈에 아른거려 참기 힘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아아아…….”}
또 한 번 관중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만든 아쉬웠던 공격 뒤에, 골킥을 준비하던 빅토르 발데스(Victor Valdes)가 바로 앞쪽의 마스체라노에게로 볼을 보냈다.
그와 동시에 전방에서는 강한 압박이 이뤄졌고, 수비진영에서 빠져나오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던 FC 바르셀로나는 어떻게든 하프라인으로 볼을 보내는 것에 성공한다.
그런 뒤에 몇 차례의 짧은 패스를 거쳐.
‘왔다.’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 알렉시스 산체스(Alexis Sanchez)의 발밑으로 패스가 도착했다.
2008/09시즌, CA 리버플레이트의 임대를 마치고 우디네세로 복귀한 산체스는 2010/11시즌에는 33경기 12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게 된다.
포르투갈에 우리 벤피카나 FC 포르투가 있다면, 이탈리아는 우디네세가 빅리그가 가장 주목하는 클럽 중에 하나다.
어쨌거나 산체스는 키는 작아도 빠르고 또 드리블을 잘했다.
그리고 많이 뛸 수 있는 부지런함을 갖춘 데다가 공간이해와 동료들과의 연계에도 장점을 발휘하는 윙어로 보아야 했다.
단점이 있다면 극도의 오른발잡이라는 것.
페인팅에 속아 먼저 성급하게 달려든다거나 속도에서 뒤처지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오른쪽을 막아두었을 때 산체스의 위력은 반감된다고 봐도 좋았다.
지금만 해도.
‘됐어, 그렇지.’
산체스가 내 앞에서 드리블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그의 오른쪽을 닫아두자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뒤로 패스를 돌려버렸다.
그렇게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다시 한번 지연되었고, 미드필드를 거친 공격의 방향은 이제 반대편으로 바뀐다.
그곳엔, 산체스와 포지션을 바꾼 페드로가 있다.
아래로 내려선 브루노가 수비에 합류해 앞을 가로막았고, 페드로는 가운데를 비우고 측면으로 움직인 메시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러자 메시는 굴러오는 패스를 터치 없이, 가벼운 턴 동작 한 번으로 몸의 위치를 전진에 최적화된 자세로 바꾸어 놓는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무척 어려운 기술이다.
수비수에겐, 저런 기술을 가진 공격수와 상대하는 건 무척이나 귀찮은 일이다.
‘크로스인가?’
굴러가는 축구공을 곧바로 따라잡은 메시가 왼발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메시를 전담 마크하는 임무를 함께 부여받은 엔초 페레즈가 크로스를 막고자 다리를 들어 올린다.
오늘 감독님이 엔초를 기용한 건 박스 투 박스 역할 외에도, 그가 수비상황에서 메시를 전담 마크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과거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성이 형을 통해 피를로를 지워버린 후, 꽤 많은 큰 경기에서 그런 비슷한 전술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활동력과 볼에 대한 집착이 뛰어난 미드필드를 상대팀의 가장 중요한 선수에게 붙이는 것 말이다.
하지만 메시는 크로스를 올리는 대신, 간단한 페인팅 동작으로 엔초를 따돌려 버린다.
만약 엔초가 아닌 막시가 있었던 상황이라면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메시가 선 위치는 측면 수비 역시 두 줄로 세워진 상태다.
엔초의 뒤에 막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메시가 차비에게 패스를 보냈고, 우린 기다렸다는 듯이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메시에게 볼이 있을 때는 지역(Zone)을 지키는 쪽으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위험지역에서는 최대한 가깝게 달라붙어 볼을 처리하는 걸 어렵게 만들자는 게 오늘의 전술이다.
그런데.
“엔초!!”
뭔가 조금 이상했다.
현재 FC 바르셀로나의 포지션을 놓고 보면, 지금 차비에게 붙어줘야 할 사람은 마티치나 루이장이 되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다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차비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중엔 엔초 페레즈도 포함되어있다.
메시를 계속해서 신경 써줘야 했을 엔초가 측면을 비워두고 차비가 있는 안쪽으로 좁혀서 들어온 것이다.
커버 이후 본래의 위치를 찾아간 막시까지 생각하면, 오른쪽 페널티에어리어 코너 지역에 네 명의 SL 벤피카 선수가 모여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건.
“오프사이드!!!”
‘제기랄. 아니야.’
수비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
특히 측면에 상대 공격수가 있는 상황이라면.
분명 메시는 우리의 라인을 확인하기 좋은 저 위치에서,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가라이와 내가 오프사이드라인을 전혀 맞추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 둘의 실수가 아니다.
원래 이런 전술이다.
막시와 루이장이 전진했었던 이유는, FC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드들이 리오넬 메시나 다른 공격수에게 어시스트 패스를 보내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특히나 지금은 뒤쪽으로 패스가 움직인 상태였기 때문에, 빠르게 압박을 보내 상대가 백패스를 하도록 유도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엔초가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먼 위치의 나와 가라이가 그런 엔초와 함께 라인을 맞춘 것이다.
만약 수비수의 뒷공간을 보고 뛰어들려는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수가 있다면, 가라이가 그걸 먼저 커버하고 그가 본래 섰던 위치로 내가 움직여 재차 커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엔초가 메시에게 달라붙어 패스가 연결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동안, 가라이와 내가 최종적으로 라인을 한 번 더 맞춰야 했다.
한데 엔초가 메시를 놓아두고 앞으로 전진한 순간부터, 훈련한 대로의 움직임은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라인의 경계를 정확하게 파악한 메시가 차비에게서 패스를 전달받았고, 빈공간으로 축구공이 향하자 메시는 오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빠른 스프린트를 이어갔다.
솔직히 결코 빠르다고는 볼 수 없지만, 순간적인 폭발력이라든가 위험지역을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위협을 느끼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뒤늦게 메시에게로 뛰어든 엔초가 태클을 시도해보지만, 그에 앞서 메시의 발을 떠난 축구공은 낮게 깔리며 빠른 속도로 그라운드 위를 굴렀다.
그리고 그것은 아르투로를 통과해, 어느샌가 중앙으로 이동해 있던 산체스의 발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 씨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끌어 올리던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 져버린 순간, 내가 엔초에게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화가 난 루이장이 먼저 그에게 괴성을 내질렀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글쎄.
지금은 메시가 대단했다고 말해야 할까?
솔직히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오히려, 우리의 실수가 훨씬 더 커 보이는 지금이다.
***
·전반 15분
SL 벤피카 0 : 1 FC 바르셀로나
전반 8분에 허용한 실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뼈아팠다.
이후, 바르셀로나의 무차별적 공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촤—–악!!
“크윽!”
삐—–익!!
살짝 벗겨진 양말을 다시 무릎 아래까지 끌어 올리면서, 난 주심이 꺼내든 옐로카드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지금은 당연히 그럴 만했다.
발목을 움켜쥐며 고통스럽게 바닥을 뒹굴다, 카드가 꺼내어지는 것을 보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다니 아우베스가 슬쩍 내 머리를 만지고는 떠난다.
선제골 이후 FC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지배하게 된 건, 그들이 포메이션을 틀 밖으로 끄집어냈기 때문이었다.
기존 공격적인 4-3-3에 세 명의 포워드 위치를 자유롭게 가져갔다면, 지금은 페드로를 아예 왼쪽 윙에 고정해 두고 산체스에게 사실상의 10번 역할을 맡긴 것이다.
그러면서 다니 아우베스가 오른쪽 윙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난 하프라인부터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보인 그를 막다가 파울을 범해버렸다.
그리고 리오넬 메시는 특정한 포지션을 구분 짓지 못할 만큼, 피치 전역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르디 알바(Jordi Alba)가 특별히 오버랩을 자제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현재 바르셀로나의 포메이션은 2-5-3 혹은 2-4-4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자연히 세 명의 공격수를 배치한 우리는 중원과 수비에서 숫자 싸움이 불리해졌고, 점유율 또한 자연스럽게 FC 바르셀로나가 주도하게 되었다.
“어서 돌아와! 그리고 집중해, 집중!!”
분명 실점 전까진 우리가 앞서고 있었는데, 대체 어쩌다가 이런 상황으로 몰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휴우- 빌어먹을.”
그렇지만 아직, 기가 죽을 때는 아니라고 본다.
축구란 본래 흐름이 있는 거니까.
지금만 막아낸다면,
채비를 모두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난 다시 수비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마스체라노는 서둘지 않고 발데스에게 백패스를 보냈고, 다시 최후방부터 빌드업을 시작한 FC 바르셀로나는 하프라인까지 내려선 메시에게 볼을 보내면서 뭔가를 만들려고 했다.
압박을 시도한 엔초를 간단한 보디페이크 동작으로 벗겨내고, 갑자기 속도를 붙여나간 메시가 마치 그라운드에 아무도 없다는 듯 팀 진영을 종횡무진 휘저었다.
마지막 순간 루이장이 태클로 간신히 막아서긴 했지만, 현재 내 위치에서 보는 팀의 라인은 눈 뜨고는 못 봐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FC 바르셀로나가 빠르게 다시 공격을 시도한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기에, 최전방의 공격수들이 상대 미드필드의 전진 패스 시도를 최대한 지연시켜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다행히도 동료들은 그 일은 잘해주었는데, 파브레가스는 결국 최후방으로 다시 볼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동료들은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고, 손짓과 목소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라인을 수정한 나는 자연스럽게 축구공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기를 쓰고 막고 있어서 그런지, FC 바르셀로나의 공세도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슬슬 우리에게도 기회가…….
‘응? 혹시.’
푸욜과 한 차례 패스를 주고받은 마스체라노가 전방으로 몸을 돌려놓으며,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현재 그의 시선은 내 왼편 앞쪽에 있는 다니 아우베스에게 향한 듯했고, 그것을 본 순간 내 몸은 멋대로 움직여 버린다.
만약 여기에서 아우베스에게 패스가 향하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면, 다시 FC 바르셀로나는 지난 10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레 우리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메시가 아래로 내려와 하프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전달 받을 것이고, 그럼 그를 기점으로 어떻게든 수비진영 어딘가에 문제가 발생하겠지.
그리고 그런 메시를 막을 수 없다고 본다면, 아예 그에게 패스가 향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옳다.
몸의 움직임에 뒤이은 핑계는 대충 이러했고, 난 달려나가는 속도를 살려 몸을 가볍게 띄워 올렸다.
예상대로 다니 아우베스를 향해 낮고 빠른 패스를 보냈었던 마스체라노였는데, 지금 축구공은 가슴팍쯤으로 날아오고 있다.
양팔을 앞쪽으로 빼내어 가슴으로 트래핑하기 좋은 자세를 만드는 나.
팍-!!
조금 둔탁한 충격이 가슴팍 부근에서 느껴져 왔지만, 속도가 제대로 죽은 축구공은 딱 적당한 위치로 떨어져 내린다.
탁.
바닥에 착지한 순간 가슴팍의 통증은 사라지고, 다시 발을 힘차게 움직인 나는 다니 아우베스가 전진하며 생겨난 공간으로 축구공을 길게 쳐냈다.
이후부터는 속도의 경쟁인데, 역동작에 걸린 다니 아우베스는 이미 떨어져 나갔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나의 경쟁 상대는 실수를 범한 마스체라노가 되었고,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던 그를 흘끗 확인한 나는 다시 축구공이 발아래에 가까워진 순간, 오른발 바깥을 축구공 옆면에 가져갔다.
“!!”
{“오오오오-!!!”}
내 오른발과 지면에 찰싹 달라붙은 축구공 앞으로 발 하나가 지나가고, 이런 급제동을 예상하지 못한 마스체라노는 달려오던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미끄러져 넘어져 버린다.
이제, 내 앞을 가로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골대와의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난 주저 없이 슬쩍 옆으로 축구공을 한 번 더 차 놓은 뒤에 슈팅을 이어갔다.
퍼엉-!!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한 슈팅은 순식간에 페널티에어리어로 진입해, 몸을 날린 빅토르 발데스의 손을 넘어선다.
‘됐다!’
발데스의 손을 벗어난 슈팅이 파 포스트 상단으로 날아 그대로 그물을 가라는가 싶었지만.
{“우오와아아아아…….아…….아…….”}
그 뒤에 들려올 거라 기대했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골대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슈팅에 난 머리를 감싸 쥐며 주저앉았고, 그건 이 장면을 지켜보던 관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쉬움을 털지 못한 채로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니,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던 팬들이 나를 향한 응원가를 목청껏 높여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수비 위치로 돌아가며, 양손을 휘저어 더욱 뜨거운 목소리를 내어달라고 요구했다.
{“벤피카의 왕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온! 벤피카의 왕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온! 그는 독수리의 선택을 받았지! 지금껏 없었던 일이야! 벤피카의 왕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부디 이 슈팅이, 팀 전체에 자신감이 되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골이 되지 않은 지금, 내가 이 장면을 통해 바랄 수 있는 것은 이것이 다였다.
***
리오넬 메시는 지금까지, 자신과 FC 바르셀로나라는 이름값 앞에 제대로 된 기량을 내지 못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승점을 거저 가져가는 순간도 잦았고, 그럴 때마다 상대는 어김없이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리고 선제골 이후 약 10여 분 동안, SL 벤피카 역시 그렇게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흐름이 바뀌었네.’
벌써 2분째, 축구공을 잡지 못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는 5분 전에 나온 김다온의 슈팅이 SL 벤피카 전체에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을 이어나가던 메시가, 뭔가 결심한 듯 근처에 있는 동료를 보며 손짓을 보낸다.
“알렉시스! 알렉시스! 조금 더 내려와 줘.”
알렉시스 산체스의 위치를 10번에서 9번으로 끌어내린 메시는 이어, 다니 아우베스에게도 목소리를 높인다.
“다니!!”
메시는 수신호를 통해 알베스를 다시 수비적인 위치로 돌려놓았고, 조금씩 자신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가져갔다.
이제 거의, 그는 오른쪽 윙어처럼 보인다.
다만, 현재 FC 바르셀로나의 한계상 언제까지고 윙어로 눌러앉을 수는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누려온 것에 대한 대가인지, FC 바르셀로나는 작년부터 그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과 선수가 입을 모아 수비수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그걸 외면하고 있는 보드진에 있지만, 피치에서 뛰는 본인들 역시 좋았던 시절만큼 해주지는 못했다.
특히 가장 큰 아쉬움은, 중앙미드필드에서 뛰는 선수 전원이 단체로 폼 저하를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 선발로 출전한 세 명은 물론이고, 벤치에 있는 이니에스타 역시 예년보다는 분명 폼이 저하되어 있었다.
매년 수많은 대회를 치르면서 쌓여버린 마일리지와 ‘티키타카’에 대한 해법들이 나온 현상이 겹치면서 발생해버린 결과다.
그렇지만, 메시는 동료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는, 축구에서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제아무리 세계 최고의 팀일지라도 그해에 리그 우승을 놓칠 수도 있으며, 컵대회에서 하부리그의 팀에게 패배해 탈락하기도 하는 것이 축구라는 종목이다.
무엇보다 전술과 선수 개인의 폼은 무척이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기에, 그걸 가지고 가타부타 말하는 것은 절대로 올바르지 않았다.
특히나 팀과 선수가 각자 열심히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래서 메시는 늘, 솔선수범하고 있었다.
언젠가, 동료들이 본래의 위치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면서.
“여기!”
지금도 메시는 패스를 요구해 보지만, 다니 아우베스의 패스 시도는 전방 압박을 보이던 벤피카 선수의 발에 맞고 라인 밖으로 벗어나 버린다.
그러는 사이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는데, SL 벤피카의 주장 완장을 찬 사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부상인가? 이런, 안됐네.’
SL 벤피카의 메디컬 스태프가 피치로 나와 루이장을 확인하는 사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 메시는 김다온의 앞으로 다가가 걱정 중인 그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걱정하지 마. 그는 괜찮을 거야.”
“스페인어는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래? 너 잘하더라. 아까 그 슈팅. 진짜 멋졌어.”
“그, 그라시아스.”
“별말을.”
김다온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메시.
그는 허리춤에 손을 짚고 서서 생각한다.
‘어떻게 한다.’
어떻게 해야, 이 SL 벤피카의 왼쪽 수비수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해야 만이, FC 바르셀로나는 승리의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일단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어…….’
지난 이틀 내내 보았던 김다온의 플레이 영상을 떠올리면서, 메시는 조금 기어를 끌어 올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