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전반 40분.
나는 조금씩 더 내려앉고 있었다.
“온다!!”
저 멀리에서 커다란 공포가 다가오는 중이었고, 난 주춤주춤 물러나면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가 있었는지를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그리고 당연히.
‘젠장!’
볼을 빼앗을 생각으로 발을 내미는 것은 더더욱 답이 아니었다.
가랑이 사이로 통과한 공, 이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해버렸다.
다시 머릿속이 하얗게 바뀌려고 했지만, 난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뒤돌아서 달렸다.
“뚫렸어-!!”
“어서! 어서 돌아와!!”
가라이가 가까스로 축구공을 골라인 바깥으로 걷어내긴 했지만, 여전히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가 복잡해지기를 수십 번도 더 반복하고 나니, 집중력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내게 있었던가 싶을 만큼 생각이라는 것을 3초 이상 이어나가기 힘들다.
그저 눈앞의 상황을 처리하는 것만 해도 버겁게 느껴졌고, 단지 그것만으로도 급속도로 피로감이 쌓여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내 다리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설명할 수 없다.
메시는 나를 훈련장에 놓인 바리케이드보다도 더 쉽게 돌파해 내고 있다.
***
‘이럴 줄은.’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축구선수가 피치 위에서 큰 혼란에 빠지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그 원인 대부분은 ‘실수’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전반 43분.
김다온이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루이장과 가라이가 열심히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전혀 효과가 없어 보인다.
“…….”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려,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SL 벤피카의 감독 조르제 제수스.
그는 생각한다.
‘실수가 있었던가?’
물론 자신이 보았을 때, 지난 20분 동안의 김다온은 팀 수비의 구멍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리오넬 메시와 20분 내내 한시도 쉬지 않고 상대해야 하는 수비수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메시와 20분 내내 마주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밖에 일어나지 않았을 뿐.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이지만, 동시에 무척 겸손하고 또 자비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다.
그는 자신의 잔인함을 특정한 선수가 아닌 상대 전체에게 안겨다 줌으로써, 스스로의 자애로움(?)을 나타낸다.
그래서 오늘이 더욱 유별난 것이다.
김다온에 대한 집착.
펩 과르디올라의 체제 이후, 리오넬 메시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올라섬과 동시에 ‘티키타카’, ‘펄스타인’, 더 나아가 FC 바르셀로나 그 자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현재 바르셀로나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런 메시에게 너무나도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는 거였고, 조르제 제수스는 이 점을 파고들면 충분히 홈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아왔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상대하면서 올 수밖에 없는 피로감을 수비 전체로 분배하여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메시에 대한 공포를 잊어버릴 수 있도록 최대한 공격적으로 밀어붙일 것을 지시했었다.
실제로 전반 초반과 첫 번째 실점 이후에도, SL 벤피카는 몇 번이나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만약’ 오스카 카르도소가 1 : 1 상황을 처리했거나 혹은 그 엄청났던 김다온의 슈팅이 들어가기만 했었더라면, 오히려 지금은 벤피카가 경기를 주도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었더라면 말이다.
“후우- 이스마일리!”
벤치에 앉아 있던 이스마일리를 불러들여 몸을 풀 것을 지시하는 제수스.
SL 벤피카의 감독은 전반전이 끝난 뒤, 김다온을 피치 위에서 불러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전반전 직후의 교체는 선수에게 큰 상처가 되었을 테지만, 오히려 지금은 김다온을 계속 피치 위에 두는 것이 그를 더욱 아프게 할 것이다.
리오넬 메시는 정말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김다온에겐 처음일 거다.
FC 노르셸란에 입단한 것부터 시작해 유로파에서 스포르팅 CP를 박살 내었고, SL 벤피카로 이적한 뒤에도 결정적인 장면에서 주인공이 되었던 데다가,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대부분의 대중매체가 뽑은 Best 11에 선정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가 15살이던 시절부터 18살이 된 현재까지, 축구선수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만을 맛봐온 김다온은 아직, 추락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그런 선수가 오늘처럼 커다란 좌절을 마주하게 되면, 보통은 그 이후부터 성장이 정체되고 기량에 일관성은 사라지고야 만다.
멘탈이 약한 선수라면 축구에 회의를 느껴 연습을 소홀히 하거나 축구로부터 도망치려고 할 수도 있지만, 제수스는 거기까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분명 지금 상황에서는 보호가 필요해 보인다.
‘잔인하군.’
다시 김다온을 넘어뜨리며 돌파에 성공하는 메시.
지난 20분 동안.
지난 20분 동안 메시는 오직 오른쪽에서만 머물렀다.
리오넬 메시는 계속해서 김다온을 상대로 1 : 1을 펼쳤고, 매번 그 대결에서 승리하며 때때론 여유 넘치는 미소까지 상대방에게 보여주었다.
이런 일은 전술적으로 SL 벤피카의 힘을 크게 약하게 만들었는데, 라인을 높일 수 없어지게 된 김다온이 ‘왼쪽 수비수’로 전락하게 되면서 덩달아 센터백과 라이트백도 라인을 올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종된 김다온의 목소리로 인해, 팀 커뮤니케이션에도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가라이가 김다온의 몫만큼 열심히 해주고는 있긴 하지만, 저것 또한 SL 벤피카의 팀 내에서는 일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장면이었다.
“모두!! 모두 진정해!!”
팀 전체에 외치지만, 사실 김다온을 향한 목소리를 내는 제수스,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전반이 마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왼쪽의 균열이 전체로 번져 나가려 한다.
피치 위의 11명은 같은 동료에게 어느 정도 기대고 있으며, 서로의 짐을 조금씩 덜어줌으로써 자신이 더욱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법이다.
특정한 포지션 하나에서 생기는 균열이 그곳에서만 끝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며, 이것은 축구가 가진 아름다움이자 프로가 되고자 하는 어린 선수라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요소였다.
누구도.
세상의 그 누구도 피치 위에서는 홀로 오롯할 수 없다.
그건, 저기 리오넬 메시 역시 마찬가지다.
메시가 비록 김다온을 공략해 위협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려 하곤 있으나, 여전히 스코어는 0 : 1 그대로였고 그쪽을 제외한 다른 곳의 날카로움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그저 메시에게 볼을 보내기에만 급급했고, 그런 뒤에 메시가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라며 입을 벌리고 있는 새끼 새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동료들을 데리고서는, 천하의 메시도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메시가 많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감수하고 저러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SL 벤피카는 상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고,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팀에서 가장 어린 풀백에게 의존하는 낯부끄러운 진실을 숨겨두고 있다.
그렇기에 김다온이 무너진다는 건, 그가 피치 위에서 사라졌을 때 팀의 에너지가 절반 이상 사라진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만약 이 경기 하나만을 생각했더라면, 제수스는 김다온을 격려하고 그의 사기를 끌어 올려 계속해서 피치 위에 남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다.
이미, 저 어린 풀백은 팀을 위해 많은 것을 해주었고 또 팀을 위해 가장 열심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를 보호해야 했다.
이것은 축구 지도자가 가져야 할 당연한 태도였으며,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본 현명한 결정이었다.
삐-익!!
또 다시 김다온은 메시에게 돌파를 허용했고, 유니폼을 잡아끈 그에게 주심이 퇴장을 줄 수도 있다는 주의를 건넨다.
넋이 나간 얼굴로 크게 숨을 내쉬는 김다온.
그는 지금 아마도.
‘자신이 세상에서 축구를 가장 못 하는 것 같겠지.’
지금껏 리오넬 메시라는 선수를 상대로 한 수많은 수비수가 겪어온 문제를 똑같이 겪고 있는 것 같다.
***
·경기 결과
SL 벤피카 0 : 3 FC 바르셀로나
[골] 알렉시스 산체스 : 전반 8분(리오넬 메시)세스크 파브레가스 : 후반 10분(리오넬 메시)
페드로 로드리게스 : 후반 40분(리오넬 메시)
***
똑똑-
“?”
고개를 돌리자, 차창 밖에서 창문을 좀 내려달라고 말하는 이가 보였다.
지금 난, 주차된 차 안에 앉아 있다.
지이이이이-잉.
“내려. 내가 데려다줄게.”
“……네.”
사실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감독님은 날 교체하겠다고 말씀하셨었고, 그걸 들을 때에도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웠고, 그건 지금도 똑같다.
탁-!
나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한 루이장의 밴에 올라타, 의자에 몸을 묻고 창밖을 바라본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이것이 집으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딜 가는 거죠?”
“우리 집. 오늘은 거기가 더 편할 거야.”
“…….”
루이장은 아마도, 오늘 가족들이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봐, 꼬마야. 넌 정말 최선을 다했어.”
“……네. 그렇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했죠.”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그건 메시였잖아. 어쩔 수 없었다고. 네가 떠난 뒤의 상황을 봐.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잖아? 이건 전형적인 그의 경기였어. FC 바르셀로나가 아니라, 리오넬 메시가 하나에서 열까지 다 한 경기 말이야.”
어떠한 말도 내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루이장은 그것 또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곧 내 어깨에 손을 얹어왔고, 힘을 주어 꽉 만지면서 내일이 되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거기에 건성으로 고맙다고 답한 나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오늘의 일을 떠올린다.
분명 우린 잘하고 있었고, 전반 8분에 있었던 엔초의 실수가 경기에 미친 영향력은 극히 미미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물론 직후에 바르셀로나가 맹공을 퍼붓기는 했지만, 우린 힘겨운 와중에도 그것을 잘 막아내던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마스체라노의 실수를 틈타 날린 슈팅 뒤에 들려온 관중들의 응원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우린 정말 맹렬한 기세로 FC 바르셀로나를 밀어붙였었다.
니코의 절묘한 패스가 카르도소에게 1 : 1 기회를 만들어줬고, 환상적인 개인기를 선보인 막시가 바르셀로나의 왼쪽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뒤에 메시가 대뜸 내 쪽으로 오더니 날 칭찬하는 몇 마디를 했었는데, 그 이후로 기억나는 거라곤.
[썅!!!]“?!?!”
“아. 죄,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나보다 운전하는 쟤가 더 놀랐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루이장은 시합이 있는 날이면, 자신의 로드매니저가 모는 밴을 타고 경기장을 찾곤 했다.
그의 이름이 카를로스라는 것을 떠올린 나는 다시 한번 사과를 보냈고, 괜찮다는 말을 들은 뒤에는 시트에 몸을 파묻으며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혔다.
오늘 난, 반푼이도 되지 않는 선수였다.
그리고.
‘있었어.’
저런 굉장한 선수가 있다는 사실에, 어째서인지 가슴 한쪽 구석은 두근거리고 있었다.
고장 난 건가.
.
.
김다온 ? 46분 출전(평점 6.0/팀 내 공동 7위)
***
·2012/13 Champions League Group G Table
1. FC 바르셀로나 : 2승 0무 0패 승점 6점 / 6득점 2실점
2. 셀틱 FC : 1승 1무 0패 승점 4점 / 2득점 1실점
3. SL 벤피카 : 0승 1무 1패 승점 1점/ 0득점 3실점
4.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0승 0무 2패 승점 0점 / 3득점 5실점
***
2012년 10월 3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 날, 챔피언스리그의 성적을 두고 에두 크루즈는 조르제 제수스와의 미팅을 주선한다.
“비난 여론이 엄청나.”
“…….”
승점 1점을 획득하곤 있지만, SL 벤피카의 팬들은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서 득점이 없는 부분을 비난하고 있다.
최근 리그에서 2연승을 기록하며 잠깐 잠잠해졌긴 하지만, 팬들은 팀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소극적으로 움직인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유로파로 떨어지게 되면 우리가 손해 보는 금액은 최소 1,300만 유로야. 그리고 루이스는 그걸 좋아하지 않겠지. 만약 우리가 유로파로 떨어지게 되면, 그는 4강 이상의 성적을 요구할 거야. 그리고 리그 우승도.”
“…….”
“좋지 않아, 조르제. 루이스는 좋은 구단주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선사업가란 말은 아니니까.”
“그래. 그건 나도 알고 있네.”
유럽의 축구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에 목을 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선수 그리고 감독은 단연 세계 최고의 축구 토너먼트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더 나은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
반면에, 보드진은 철저히 돈을 위해서다.
현시점까지, SL 벤피카는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한 것만으로 1,07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그리고 셀틱 FC 원정 무승부 결과에 따라 50만 유로를 추가로 받게 되었다.
UEFA는 2012/13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 경기수당으로, 승리 팀엔 100만 유로, 무승부 팀엔 50만 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패배한 팀에겐 수당이 아예 없다.
이런 그룹스테이지를 통과한 팀들에겐 추가로 350만 유로의 토너먼트 참가금이 지급되며, 이후 8강/4강 순으로 390만/490만 유로의 참가금을 추가로 더 받을 수 있다.
또 결승전에 오른 팀에겐 기본적으로 650만 유로가 지급되며, 우승팀은 400만 유로를 우승상금을 더해 받는다.
그래서 우승팀을 기준으로, 티켓 판매와 중계권료를 뺀 순수한 수입만 최대 4,600만 유로(약 628억 원)에 달하는 대회가 바로 챔피언스리그였다.
여기에 티켓 판매와 중계권료의 수입을 추가할 경우, 클럽의 수입은 최대 1억 1천만 유로(약 1,500억 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반면 그룹스테이지에서 탈락해 유로파로 떨어지게 되면, 우승팀이 된다고 하더라도 벌어들일 수 있는 최고 수입은 3천만 유로가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셀링 클럽인 SL 벤피카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다.
“이보게, 에두.”
“뭔가?”
“괜찮더라고.”
“뭐??”
하지만 조르제 제수스는 지금, 챔피언스리그의 성적이 아닌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SL 벤피카는 10월 6일 다시 리그 경기를 치러야만 하고, 10월 A매치 주간 직전의 이 경기에서 분위기를 바꾼 뒤에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그래서 휴가 없이 곧장 선수단을 호출해 회복훈련을 실행한 것인데, 제수스는 훈련 전에 따로 김다온을 사무실로 불러 1 : 1 면담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제수스는 조금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난 녀석이 완전히 붕괴되었을 줄 알았지. 그러니까, 정신적인 상태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아나? 어제와 같은 경험을 한 선수는 결코 제정신일 수가 없어.”
“대체 무슨…… 응? 지금 자네, 다온을 말하는 건가?”
“그래, 맞아. 아까 그 녀석을 사무실로 불렀거든. 어젠 루이장의 집에서 잤다더군. 그리고 아침에는 오자마자 막시가 따로 녀석을 불러 20분 동안 이야기를 했나 봐.”
“이런! 지금까지 내 이야기는 듣고 있었던 건가?”
“시끄럽고, 내 얘기나 들어보게.”
“…….”
에두 크루즈는 지금 무슨 말을 해봤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일단 지금은 먼저 제수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뒤에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가는 게 옳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선 에두 크루즈는, 제수스의 사무실에 있는 포트에서 커피 한 잔을 따라낸다.
“윽-! 이런! 설마 여기에 설탕을 탔나?”
“그래.”
“빌어먹을! 이거 완전 구정물이로군.”
인상을 찌푸린 에두는 잔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사무실 밖에 얼굴을 내밀어 커피 한잔을 가져다 달라고 소리쳤다.
음료를 받은 뒤에야 다시 자리로 돌아온 에두 크루즈가, 비로소 조르제 제수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마친다.
“자, 이제 해보게나.”
“그러지.”
조르제 제수스는 어제 메시가 김다온에게 잔인한 행동을 할 때부터 생각해왔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를 듣던 에두 크루즈는 전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도 VIP 라운지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김다온의 추후 상태를 걱정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녀석이 말하더군.”
“뭐라고 말인가?”
제수스는 김다온을 앉혀두고 거의 10분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총동원해 그를 달래려고 했다.
그런 내내 김다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어 제수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마침내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은 김다온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자신이 축구를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더군. 정말 놀라웠지. 세상에는 말이야, 자신의 한계를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녀석들이 있어.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 그런 녀석들의 결과는 늘 똑같아.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그래. 전부 발롱도르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지. 진짜로 발롱도르를 수상했든 아니었든 간에 말이야.”
“맞아. 최고 중 하나가 됐지. 호날두를 좀 봐. 그 녀석도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붙이는 녀석이잖아. 그러다 정신이 이상해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녀석도 그중 하나가 될까 봐?”
“그래. 그래도, 어제 녀석을 빼기로 한 건 잘한 판단인 것 같아. 그리고 일단 알겠네. 챔피언스리그. 노력하도록 하지.”
“허! 듣고 있었군. 알겠네. 더 말하지 않지.”
여전히 SL 벤피카는 예전의 그 강인함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고, 이것은 분명한 위기였다.
그렇지만, 조르제 제수스는 선수단 일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강인함이 언젠가 팀을 제 위치로 돌려놓을 거라고 믿었다.
유일한 변수는 10월에 있을 A매치 주간에서, 부상자 없이 모두 건강하게 돌아오는 일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아직 기회는 있어.’
여전히 SL 벤피카가 높은 곳으로 향할 기회는 남아있다고 믿는 제수스였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양쪽 모두에서.
***
작가의 말 ? 날강두는 자신을 너무 한계까지 몰아붙인 나머지 이상해졌죠.
분명 한때는 저도 다태호라고 말하면서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는데. 그날 날린 제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