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49)
348화
2014년 4월 21일. 28055 마드리드, 스페인. 푸에르자스 아르마다스 거리 402. 발데베바스 트레이닝 그라운드(Valdebebas Training Ground. Av. Fuerzas Armadas 402. 28055 Madrid, Spain).
김다온의 부상 이후 침체에 빠진 바이에른 뮌헨과는 달리, 레알 마드리드는 트레블을 향한 기세를 높여가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리그 30라운드에서 세비야에 패배한 후 리그 3연승. 그리고 나흘 전에 끝난 코파 델 레이에서 바르셀로나를 2:1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코파 델 레이의 우승은 작년 무관의 악몽을 떨쳐 내는 중요한 승리였고, 올 시즌 리그 엘 클라시코(El Clasico)에서의 2패를 지워 버리며 클럽에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가 경기를 준비 중이다.
“어떠냐? 네가 보는 뮌헨은.”
“형편없죠. 그런 빌어먹을 노란색 꼬마에게 의존이나 하는 팀인걸요. 아버지가 승리할 거예요.”
“후후후. 그러냐? 내 생각도 같다.”
선수단이 몽땅 집으로 돌아간 클럽하우스의 건물에서, 카를로 안첼로티는 아들 다비데 안첼로티와 함께 최근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시청 중이었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체력 코치로 근무 중인 다비데는 그 어떠한 라이센스가 없음에도, 아버지인 카를로의 지원 아래 빅 클럽의 지도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똑똑똑-
“응?”
“저녁 식사나 하시죠.”
“오, 미노! 자네도 안으로 들어오게나.”
카를로는 딸 카티아의 남편인 미노 풀코(Mino Fulco)를 레알 마드리드의 영양사로 임명하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왜냐하면 미노 풀코는 그 어떠한 영양학 자격증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전담 영양사가 되기 전까진 이탈리아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한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에 호의적인 언론조차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삼류 레스토랑 쉐프의 음식을 먹일 수 없다.’고 했지만, 카를로의 연고주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선수들의 식사와는 무관한 기름진 재료를 잔뜩 쓴 음식을 앞에 두고, 그렇게 세 남자는 대화를 이어 나간다.
“난 뮌헨을 안다. 지금은 펩이 감독이라고 하지만, 저들의 축구와 철학은 내 손바닥 안에 있어.”
“역시 장인어른이네요.”
“하핫-! 미노. 이건 결코 어려운 게 아니야.”
카를로 안첼로티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통산 4승 2무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뇌부들은 바이에른 원정 1무 9패의 참담한 성적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카를로 안첼로티는 오늘도 그들을 거듭 안심시켰다.
“그 꼬마가 있건 없건, 뮌헨의 약점은 분명해. 그들은 우리의 속도를 막을 수 없어. 설령 그 꼬마가 뛴다고 해도, 우린 양쪽에 페라리를 두고 있지. 녀석 혼자서는 두 대의 페라리를 막을 수 없어. 아마 한 대도 벅찰걸?”
“BMW나 벤츠로는 페라리엔 안 되죠.”
“바로 그거란다 아들아! 이탈리아의 것은 항상 옳지. 후루룩-! 음-! 이 음식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니? Che Bello!! 우린 그냥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그럼 상대는 자멸할 거야.”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지만, 카를로의 이런 모습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약 3년 동안, 펩 과르디올라를 분석해 왔다.
골키퍼와 최종 수비수 사이에 30m가 넘는 공간을 남겨 두는 축구를 늘 부정적으로 바라봐 온 그는, 언젠가 뮌헨을 만날 거라 생각하고 선수단을 구성했다.
물론 뮌헨만을 겨냥한 이적 시장은 아니었지만, 가레스 베일의 영입을 두 팔 벌려 환영한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카림 벤제마의 좌우에서 호날두와 베일이 달릴 경우, 레알 마드리드가 세계 최고의 클럽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적을 통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스쿼드의 활용폭이 지나치게 적은 탓에 주전들의 체력이 혹사되고 있긴 했지만, 꾸준히 결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지금은 누구도 그걸 탓하지 않았다.
코파 델 레이 우승 이후엔 아들과 사위를 둘러싼 논란도 잠잠해진 터라, 카를로는 요즘 무척 기분이 좋았다.
“와인을 한잔해야겠구나.”
“물론입니다, 장인어른. 제가 준비하죠.”
“미노.”
“?”
“그건 반드시 이탈리아의 것이어야 할 걸세.”
“하하. 물론입니다. 이탈리아의 와인 말고는 전부 포도주스 아니던가요? 당장 가져오죠.”
“크크큭. 내가 그래서 자넬 사랑하는 거야.”
겉으로 볼 땐 더할 나위 없이 사이가 좋은 세 남자지만, 카를로를 제외한 두 사람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수뇌부는 클럽에 영광을 위해 수많은 예외를 두는 것을 허락했다. 옳지 않은 일이 이것뿐만이 아닐뿐더러, 정말 별것 아닌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건 결과가 증명해 주리라는 걸, 카를로 안첼로티와 레알의 수뇌부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공정하지 못한 과정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이.
“승리를 위해 건배하지.”
“그거 멋지네요, 아버지.”
“그럼, 살루테-!”
“살루테-!”
허공에서 부딪힌 세 개의 와인 잔 속, 따라진 하얀색 액체가 조명을 받아 흔들거린다.
***
2014년 4월 22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웨이트트레이닝 시설.
오늘 오전 선수단은 마드리드로 떠났고, 부상 여부와 상관없이 1차전을 뛸 수 없는 나는 뮌헨에 남았다.
처음 부상이 아니었더라도 1차전에 뛸 수 없을 거라던 펩의 말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맨유와의 1차전에서 의도적으로 경고를 받았어야 했나 싶었다.
2차전에서 경고를 받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실망감을 뒤로하고, 교훈을 얻은 셈 치며 컨디션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읏-차!”
매트를 깔고 드러누워 한 스트레칭을 끝마친 뒤, 난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풀기 시작했다.
볼파르트 박사님은 내게 초인적인 회복력이라고 하셨지만, 그분은 너무 겸손이 심한 것 같다. 최고의 시설에서 치료를 받은 덕에 나아진 거라고 생각한다.
“후우~ 그럼 조금 들어 볼까?”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며, 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틀었다. 그리곤 모든 것을 잊은 채, 훈련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몇 개의 세트가 끝나고 마무리를 하려고 할 무렵, 난 거울 속에 반사된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회장님?”
“하하. 이런! 방해하려는 건 아니었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돼요.”
“하게나. 방해하지 않겠네.”
웨이트트레이닝 룸 안으로 들어선 루메니게 회장님이 비어 있는 벤치에 앉았고, 난 아무렇지 않게 한쪽에서 마무리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스트레칭 하나에도 열심히로군. 최고의 선수다워.”
“하하하. Das Ende Kront Das Werk. 안 그래요?”
“하핫-! 그래. 자네의 말이 옳아.”
“이제 이것만 하면. 흐그긋?차!! 후우-! 끝났어요.”
“멋지군. 혹시 약속이 있나?”
“아뇨. 지금부터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까 해요.”
“잘됐군 그래. 괜찮다면 함께하겠나? 시내에 자주 다니던 식당이 있네. 내가 사도록 하지.”
“와-우. 그래도 되나요?”
“안 될 이유라도 있나?”
“하하하. 그게…….”
“?”
일주일 전쯤에 튀어나온 토마스 뮐러의 ‘나는 뮌헨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내겐 무척 충격적인 것이었다.
난 그가 분명 이곳에서 행복할 줄 알았는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출전 시간 부족이었고, 뮐러는 정기적인 출전을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마리오 만주키치 역시 때때로 뛸 수 없는 상황이 자신을 좌절시킨다고 했고, 괴체도 도르트문트 시절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출전 기회를 아쉬워했다.
갑작스러웠던 동료들의 연이은 불만에, 나의 안티들은 내가 그 이유라면서 입을 모았다.
그래 봐야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말들이지만, 나쁜 이야기는 항상 원치 않더라도 귀에 쉽게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클럽의 수뇌부와 점심을 먹는 게 망설여졌다.
하지만, 루메니게는 괜찮다고 말한다.
“괜찮다고요?”
“그래. 뮐러는 주급을 높이기 위해 그런 방법을 택한 거야. 실제로 시즌이 끝난 후 2년을 연장해 재계약하기로 했네. 그리고 괴체와도 대화를 했어. 그는 미디어가 부풀렸다고 하더군.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네.”
“……큰 마리오는요?”
“만주키치라면…….”
“레반도프스키네요. 그렇죠?”
“하핫. 그것도 알고 있나?”
“뭐, 그렇죠.”
작년 여름 벤피카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는 과정이 내게 안겨다 준 교훈은, 절대로 멍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내 삶은 앞으로 항상 피치와 클럽하우스에 속해 있을 테지만, 저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언제든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요나스를 통해 정기적으로 클럽 내외부의 이야기들을 메일로 전달받으며, 클럽의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정보를 획득했다.
덕분에 동료들이 모르는 이야기도 알았고, 클럽이 감추려는 것들도 약간은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넨 스무 살처럼 보이지 않아.”
“하하하. 그거 좋은 의미겠죠?”
“뭐, 대부분은 그러네.”
“솔직하시네요.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는 거니까. 좋아요. 그렇게 솔직하게 나오시니, 제안을 거부할 수는 없겠네요.”
“큭큭큭. 씻고 내 사무실로 오게나.”
“네. 그럴게요.”
루메니게가 돌아서려고 할 무렵, 문득 무언가가 생각나 그를 멈춰 세웠다.
“?”
“음- 이건 그냥 들은 이야기인데.”
“??”
“펩이 3년 뒤에 떠나나요?”
“…….”
최근 선수들의 사이에서는 펩이 계약 연장 없이 뮌헨을 떠날 생각이며, 바이에른 뮌헨 역시 굳이 그를 오래도록 붙잡아 둘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몇몇은 그에 기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혼란스러워했다.
나 역시, 혼란스러운 사람 중에 하나다.
“토니가 특히 불안해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그런 헛소문이 돈다고?”
“헛소문이 맞나요?”
“그러하네. 지금처럼만 한다면, 우린 당연히 펩과 계속해서 일을 할 거야. 성적이 나쁘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르겠지. 그리고 그 부분은 자네도 이해를 할 거야. 아닌가?”
“물론이죠. 그야 당연해요.”
그렇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한 루메니게가 다시 돌아서고, 이번엔 그를 가만히 보내 주었다.
헛소문이라.
‘에이. 괜히 또.’
어젯밤 몇몇 동료들과 각자의 애인이나 아내를 데리고 다 함께 뮌헨 시내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최근 흔들리고 있는 케미스트리를 다잡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토니 크로스는 펩이 뮌헨에 계속해서 머무르지 않는다면, 자신 역시 뮌헨에 남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적은 곧, 3년 후 펩 과르디올라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고도 덧붙였다.
출장 시간의 불만과 그에 따른 문제는 잘 봉합이 되었었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이야기를 토니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나니 또 다른 불안감이 팀을 휘감았다.
볼파르트 클리닉에서 보낸 시간은 분명 일주일뿐이었지만, 다시 선수단에 합류한 나는 1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 모든 게 완벽했었는데, 갑자기 문제들이 후두둑 튀어나와 팀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으-!”
멍하니 거울을 보던 나는 땀이 식으며 추위를 느끼곤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그러곤 얼른 수건으로 팔을 문지르며, 샤워실이 있는 라커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텅 비어 있는 클럽하우스를 독점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이다.
오늘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챔피언스 리그 4강 첫 번째 경기란 중요한 시합에 동참할 수 없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안 그래도 그것이 몹시 미안했던 나는, 어제 훈련 전에 동료들에게 선물을 돌렸었다. 주전으로 뛰건 아니건 힘을 주고 싶었다며, 잘하고 돌아오라 말한 것이다.
난 그들이, 잘해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우린 바이에른 뮌헨이니까.
끼릭-
쏴아아아-
따뜻한 물줄기에 몸을 가져가며, 난 루메니게와 함께 식당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
80634 뮌헨, 독일. 슐슈트라세 9. 레스토랑 & 바인한델 브뢰딩(Restaurant & Weinhandel Broding. Schulstraße 9. 80634 Munchen. Germany).
루메니게가 나를 데려간 곳은 아영이와도 몇 번 찾은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와 나는 이곳의 모든 것을 사랑했는데, 무엇보다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
헤드쉐프인 마누엘 레하이스(Manuel Reheis)와 창립자 겸 지배인인 곳프리드 발리슈(Gottfried Wallisch)를 비롯하여, 소믈리에인 마티아스 헤겔(Mathias Hegele)과도 개인적인 친분을 쌓았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세 명의 웨이터와 다섯 명의 파트타임 직원들까지도 몽땅 알고 있다.
“이런! 정말인가?”
“네. 그럼요. 할로, 스테이시. 오늘은 안드레아스죠?”
“오-! 다온! 반가워요! 그리고 유감이에요.”
“하하. 네. 오늘 동반객이 있거든요.”
“응? 카를!!”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답게, 루메니게는 이곳에서도 역시 인기인이었다. 입구에서 우릴 맞은 스테이시는 반갑게 루메니게도 반겼고, 머쓱해하는 그는 곧 나를 뒤따랐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발리슈가 다가왔는데, 내가 말을 하기 전에 그가 우릴 한쪽으로 이끌었다.
“들어가시죠. 먼저 기다리고 계십니다.”
“응?”
일행이 또 있어?
놀란 눈이 되어 루메니게를 돌아보자, 그제야 피식하고 웃은 그가 나를 먼저 앞서간다.
난 자연스럽게 루메니게를 뒤따랐고, 가림막이 세워져 있는 테이블로 안내를 받게 되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이자, 이 식당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위치다.
우리 커플도 예약 없인, 좀처럼 앉지 못한다.
그 말은 즉.
“!!”
“반갑네. 자리에 앉게나.”
뭔가 엄청난 인물이 우릴 기다린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그랬다.
“갑작스러웠을 텐데, 응해 줘서 고맙네. 루메니게가 내게 말을 하고 나서야, 자네가 이곳에 있다는 걸 떠올렸지 뭔가.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한 걸 사과하네.”
“오, 오우-! 아닙니다. 크흠. 영광입니다.”
“그럴 것까지야. 앉게.”
“네.”
먼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 회장인 프란츠 베켄바워였다. 입단식 때와 리그 개막전에서 뵌 이후 처음이었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 역시 처음이다.
한국에 있을 때 차범근 위원님으로부터 베켄바워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귀 아프게 들었는데, 말 그대로 전설적인 분이다.
특히 수비수라면 위치를 막론하고 프란츠 베켄바워라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주문을 하지. 술은 못 마신다고?”
“조금이라면 괜찮습니다.”
“맥주는?”
“그것도 한 잔이라면…….”
“괜찮군. 메뉴를 고르게. 가격은 걱정하지 말고.”
“으잉?”
메뉴판을 건네며 윙크를 보내오는 베켄바워는, 내게 농담을 건넨 것이었다.
‘이거 난감하네.’
지금은 마치 차범근 위원님을 처음 만났을 때와 기분이 비슷했다. 존재 그 자체로 존경할 마음이 드는 분은 흔치 않았고, 무엇보다 베켄바워에게선 기품 같은 것이 우러나왔다.
그것이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회장이란 직함이 가져다준 것인지, 아니면 사람 그 자체의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찌저찌 주문을 끝마치고, 커다란 맥주 조끼를 손에 든 베켄바워가 건배를 제안한다.
“그럼, Prost.”
“네. Prost.”
띵-
세 개의 두꺼운 잔이 허공에서 부딪히고, 목을 살짝 축인 나는 어색한 미소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베켄바워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다친 곳은 어떤가?”
“완벽해요. 100% 스프린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요.”
“다행이군. 자네가 다쳤을 땐, 정말로 시즌이 끝난 줄 알았어. 그만큼 자네가 중요한 사람인 거지. 실제로도 그렇지 않았나? 요즘 클럽은 보기 힘든 수준이었지.”
“……모두가 노력 중인걸요.”
“큭큭. 듣던 대로 팀 플레이어로군.”
조금씩 자리에 적응을 하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루메니게가 단순히 점심이나 먹자고 날 부른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소개를 해 주는 목적 역시 아닌 것 같았고 말이다.
하지만 딱히 특별한 대화도 없었는데, 이를 눈치챘는지 베켄바워가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해 왔다.
“긴장할 것 없네. 이건 그냥 식사 자리야.”
“……그런가요?”
“그래. Wir Sind Wir의 철학을 공유한 사람들 아니겠나?”
“…….”
잠깐.
난 지금 Wir Sind Wir라는 말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위화감은 내게, 힌트를 안겨다 줬다.
‘어쩌면?’
최근 클럽 내에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면서, 나는 일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듣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난 바이에른 뮌헨에 속한 ‘펩 과르디올라의 선수’였고, 펩과의 동행이 언젠가 끝나게 되면 팀을 떠날 확률이 높은 선수이기도 했다.
물론 난 그것을 부정하고 있고 또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곳의 사람들처럼.
그렇다면.
‘오, 세상에나. 그게 사실이야?’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부정했던 3년 후 정해진 펩과의 이별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온전한 바이에른 뮌헨에 충성하는 선수로 만들기 위한 자리이고 말이다. 프란츠 베켄바워가 이곳에 있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거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존경할 이 남자의 이야기는, 존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
일단 나는 표정을 최대한 숨기기로 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대체적으론 날 신경 쓰지 않은 일상의 대화였지만, 이따금 내가 섞일 때면 어김없이 이런 말이 나왔다.
“뮌헨은 자네에게 최선을 다할 거야.”
“지금까지 뮌헨에서 행복했나?”
“우리가 모자랐던 부분은?”
“요청하고픈 사항이 있다면, 자넨 언제든 사람을 거치지 않고 내게 말할 수 있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지금 내 머릿속엔 이 노래 구절이 무한대로 반복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