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22)
421화
2014년 9월 16일. 80808 뮌헨, 독일. 베를라이너 슈트라세 93. 뮌헨 매리어트 호텔(Marriott Hotel in Munchen. Berliner Straße 93. 80808 Munchen, Germany).
지난여름, 맨체스터 시티는 UEFA의 FFP 규제를 피해 가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UEFA의 관계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로비를 벌였고,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들도 벌였다.
하지만 이미 뉴스화되어 드러난 진실을 감출 수는 없었고, 결국 5천만 유로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
결국 이는 클럽에 영향을 미쳐, ‘만수르 부임 후 최초로 1억 유로 이하’를 사용한 여름 이적시장이 되어 버리고야 말았다.
노력에 관한 보상이라면 그나마 벌금의 규모를 줄였다는 점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UEFA의 관계자들로부터 ‘추후 FFP의 규제를 피해 가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정도다.
“상대는 올 시즌 쓰리백을 쓰고 있다. 매우 이상한 일이지.”
“…….”
2014/15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예선 첫 번째 경기를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단은 오전 뮌헨에 도착하여 경기장 적응 훈련을 마쳤다.
그러곤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기 전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지난 시즌, 맨시티에 EPL 우승을 선사한 마누엘 페예그리니. 그는 이번 경기를 수비적으로 풀어 나갈 생각을 한다.
“하지만, 뮌헨은 뮌헨이다. 게다가 여긴 그들의 홈이지. 우린 최대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내야 한다.”
EPL 개막 첫 두 경기에서 연이어 승리를 챙긴 맨체스터 시티의 출발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그러나 3라운드 경기에서 전까지 득점이 없던 스토크 시티에 0:1로 패배하면서, 조금씩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같은 경기에서 나온 페르난두의 부상도 악재였다.
“지난 시즌과의 차이점이라면, 측면보다는 중앙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다. 가장 주의해야 할 선수라면, 마리오 괴체와 토마스 뮐러다. 괴체는 월드컵부터 폼이 좋고, 뮐러는 지금 뮌헨에서 유일하게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존재다.”
내일 있을 경기에서 주의해야 할 선수를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페예그리니는 상대 전력을 분석해 나갔다.
지난 시즌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바이에른 뮌헨과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을 치렀다. 하지만 올해가 더 힘든 건, 남은 두 개의 팀이 AS 로마와 CSKA 모스크바기 때문이다.
조 편성이 확정된 순간 많은 이들이 E조를 ‘죽음의 조’로 손꼽은 이유 역시, 뮌헨을 제외한 세 개의 팀 모두가 16강 진출이 가능해서다.
더구나 지난 시즌 EPL에서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16강 탈락하며 성과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마누엘 페예그리니다.
시즌 초반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이 분명 지난 시즌만 하지 못함에도, 그가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다.
‘할 수 있어.’
성미 급하고 자극적인 뉴스를 좋아하는 잉글랜드의 몇몇 미디어들은 벌써부터, 바이에른 뮌헨의 현재 전력을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린 배에 비유하고 있다.
거함(巨艦)이 침몰할 수도 있다며, 그들이 잘못된 배(전술)를 선택한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마누엘 페예그리니가 보기에도, 펩 과르디올라가 시도하고 있는 쓰리백은 무모해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 자신이 모르는 그림이 그려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대 축구에서 쓰리백이 외면받고 있는 것은 전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단일 클럽에서 가장 많은 2014 FIFA 월드컵 Best 11을 배출했고, 결승전 무대에서 뛴 선수들만 7명을 보유한 현시점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전술은 뮌헨이 가장 많이 사용했던 4-1-4-1과 4-3-3이다.
물론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상위 무대와 결승전에서는 쓰리백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변수로써 사용되어서였다.
더구나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 감독도, 트레블에 성공한 클럽의 전술을 이듬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차라리 새롭게 부임한 클럽에서 처음부터 토대를 쌓아 간다면 모를까, 기존의 팀에서 이 정도의 변화를 주는 것은 선수들에게 혼란만을 안겨다 준다.
성공을 달리고 있다는 가정하에, 전술의 연속성은 승리를 거두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스스로 그것을 버렸고, 현재까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린 승리할 수 있다. 저들은 좋은 팀이지만 지난 시즌만큼은 아니고, 우린 지난 시즌보다 더 강하다.”
지금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거기에, 한몫을 더해 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
【같은 시각】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똑똑똑-
“?”
늘 그러하듯, 펩은 안경을 끼고 책상에 앉아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노크 소리에 반응한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고, 나라는 것을 확인하곤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이번엔 호출을 받은 게 아니라, 할 말이 있어 이곳에 온 것이다.
“무슨 일이지?”
“제안할 것이 있어서요.”
“제안?”
“네.”
이번 시즌 내내 그래 왔던 것처럼, 나는 매일 경기 준비에 관한 보고서를 전달받아 왔다.
펩은 다음 경기에서 3-4-3을 쓸 생각이었고, 난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3-3-3-1?”
“네. 그게 원점이잖아요. 그렇죠?”
“그렇기는 하지.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물론이죠.”
9월 A매치 기간을 대표팀 소집 없이 보내면서, 나는 우리에게 가장 부족했던 게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왜 우리가 굳이 작년의 것을 버려야 했는지를 공감하고 있지 못해요.”
“…….”
“시간이 너무 부족했죠. 느긋하게 서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어요. 월드컵과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팀은 이미 준비되고 있었죠.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이적생이거나, 지금 여기에 없는 B팀 선수들이고요.”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지난 시즌부터 내가 느껴온 펩의 단점이었다. 그리고 최근 동료들과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많이 늘려 본 결과, 누구도 이를 설명받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약간의 공부를 통해, ‘라 마시아’가 이러한 방식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전술을 ‘주입’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제 말은 그러니까, 기초를 건너뛰었다는 거예요.”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준비하는 훈련에서도, 다들 어째서 자신들이 그런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필리프는 이런 쪽으로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유형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 2003년에서 2005년까지 VfB 슈투트가르트로 임대되었을 때, 펠릭스 마가트와 함께하며 강한 규율 속에서 프로 커리어의 초반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리프는 감독의 전술 지시에 의문을 표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남들보다 빠르게 전술을 이해하기도 하기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 역시 서툴다. 반면에 나는 항상 ‘어째서?’와 ‘왜?’가 익숙한 사람이다.
포르투갈에서 배운 게 그거니까.
“3-3-3-1은 작년에도 몇 번 써본 적이 있죠. 그리고 레비와 2선을 분리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아 보여요. 뮐러와 레비는 너무 비슷해요. 둘은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푼다고요.”
알다시피, 뮐러는 라움도이터(Raumdeuter/공간연주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고, 타이밍을 재는 법도 알고 있다.
그리고 레비 역시, 공간이 필요하다.
바로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전방이 매우 비효율적이에요. 측면이 사라졌죠.”
보통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연계가 가능한 타겟 스트라이커들은, 공간이 활약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밀집된 공간으로 뛰어 들어가 수비수를 끌어모으고,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한다. 작년 만주키치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밀집된 공간으로 잘 움직이려고 들지 않는다. 도르트문트에서의 전술 영향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본래 그런 선수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절대 타겟형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시즌 토마스 뮐러가 원톱으로 들어섰을 때와 같은 일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3-5-2를 쓸 때 레반도프스키와 뮐러가 계속 겹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같은 생각으로 피치를 바라보고 같은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선수를 투톱으로 두고 있으니, 경기력이 올라갈 리 만무하다.
“3-4-3도 문제가 커요. 가장 큰 이유는 당신도 알겠지만, 윙백들이 라떼랄에 강제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3-3-3-1로 바꾸면, 그 문제는 해결돼요. 마르셀로의 축구가 그런 거니까요. 물론, 당신이 더욱 잘 알겠지만요.”
3-3-3-1을 선택할 경우, 팀은 두 가지 방법으로 라떼랄을 커버할 수 있다.
가장 완벽한 상황은 전에 말한 것처럼 쓰리백의 좌우에 서는 이들이 라떼랄을 커버해 주는 것이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후방에 2-2를 만들 수 있다.
쓰리백의 정 가운데 선수를 젝서(Sechser)의 위치로 보내고, 좌우를 좁혀 그 뒤에 서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2번과 4번 세로줄 후방에 네 명을 둘 수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라떼랄(Lateral/WB)이 비더라도 언제든 그곳으로 향할 수 있는 선수를 좌우에 둘씩 놓아두게 된다.
즉 윙백의 전진이 무척 쉬워진다는 뜻이며, 그렇게 되면 측면 공격력의 저하란 시즌 초반 가장 도드라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른 부가 효과도 있다.
프랑크 리베리가 부상 또 아르연 로번이 월드컵 후유증을 겪고 있는 현재, 중앙 지향적인 마리오 괴체와 토마스 뮐러, 베르나르두를 프리롤로 쓸 수 있게 된다.
3-4-3을 써서 기껏 레비와 뮐러를 분리해 놓아도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던 이유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거다.
“자네 혼자만의 생각인가?”
집중하는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던 펩이 불쑥 질문을 던져왔다.
그래서 난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제 생각이긴 하지만, 친구들의 덕분이죠.”
“대화했다는 말이로군.”
“네. 당신하곤 다르게 말이죠.”
“이런! 나를 비난하려는 건가?”
“어쩌면요. 당신은 가끔 우리를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거든요.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펩. 당신이 여름 내내 고민한 것을 단 며칠 만에 할 수는 없다고요.”
실은 ‘당신도 몇 달 만에 고민한 걸 우리더러 며칠 만에 똑같은 수준으로 이해하라는 건 불공평하다.’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건 너무 공격적인 것 같아 말하는 방법을 바꿨다.
하지만, 펩은 내 언외언도 이해한 것 같다.
“듣고 보니, 자네의 이야기가 옳군.”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래.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어. 하지만 내가 조급했지. 그래서 자네들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려 한 것 같군. 자네들이라면 가능하다고 봤으니까. 하지만 그건, 불공평한 처사였던 것 같아.”
대화가 잘 풀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미뤘던 퇴근을 서두르기로 했다.
감독실을 나서는 길, 펩이 나를 멈춰 세운다.
“이보게나.”
“네?”
“이번 휴식은 도움이 됐나?”
처음에 나는 A매치 소집에서 제외된 것을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펩이 하고 싶었던 말을 이해했다.
그는 지금, 내가 충분한 준비가 됐는지를 물은 거다.
그러니까, 다시 90분을 뛸 준비 말이다.
“네. 전 준비됐어요.”
“훗. 그래. 그만 돌아가게. 오늘은 수고했네.”
“네. 당신도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안 그럼, 크리스티나가 제 여자 친구를 괴롭힌다고요.”
“하핫-!”
펩은 내 마지막 이야기를 농담쯤으로 이해했지만, 정말로 그랬다.
지금도 여전히 펩은 하루의 2/3 정도를 클럽하우스에서 머물고, 밤새 연구와 분석을 하다 감독실에서 잠들기도 한다.
가끔 그것이 너무 과하다 싶으면 크리스티나가 아영이에게 전화를 걸어와 투정을 부리는데, 한창 분위기가 좋아지려 할 때도 섞여 있어 무척 곤란했다.
한 번 분위기가 식고 나면 다시 그걸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은지라, 졸지에 서먹해진 일이 몇 번 있었다.
그렇다고 전화를 무시하자니, 크리스티나가 아영이의 상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가끔은 일적인 목적으로 전화가 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갑작스러운 런웨이 출장이 잡히거나, 중요한 바이어를 만나는 자리가 생길 때도 있다.
‘휴우~ 하여간에, 진짜.’
난 축구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알길 바라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안 된다는 걸 펩을 보면서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집으로 향하는 길, 뒤늦은 퇴근 시간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 조금 밀린다.
빵- 빵-
뒤쪽 멀리에서 들려오는 경적 소리가 괜히 거슬린다.
“휴우~ 좀, 가자.”
꽉 막혀 있는 도로가 마치, 어딘지 모르게 답답한 현재 클럽의 사정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
※ 2014.09.16. 기준 바이에른 뮌헨 부상자 명단.
티아고 알칸타라 : 측면 십자 인대
-> 2015년 3월 복귀 예상
-> 2014년 3월 부상 부위와 동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 관절낭 손상
-> 2014년 11월~2015년 1월 사이 복귀 예상
-> 2014년 5월 부상 부위와 동일
하비 마르티네스 : 전방 십자 인대
-> 최소 2015년 4월까지 복귀 불가
홀거 바트슈투버 : 발목 힘줄 손상
-> 2015년 1월~2015년 3월 사이 복귀 예상
-> 직전 십자 인대 손상의 영향을 받음
-> 2012년 12월 이후 126경기 결장 중
프랑크 리베리 : 관절낭 손상
-> 2014년 9월 15일 부상 확정
-> 2014년 8월 11일 부상 부위와 동일
-> 최소 한 달 결장 예상
***
2014년 9월 17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3-3-1/4-4-1-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조 하트
CB ? 제롬 보아텡 / RB ? 바카리 사냐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뱅상 콩파니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마르틴 데미첼리스
RWB ? 김다온 / LB ? 가엘 클리시
DM ? 사비 알론소 / RM ? 헤수스 나바스
LWB ? 후안 베르나트 / DM ? 야야 투레
RAM ? 토마스 뮐러 / DM – 페르난지뉴
CM ? 필리프 람 / LM ? 사미르 나스리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AM ? 다비드 실바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에딘 제코
.
.
경기장으로 이동 전에 모인 클럽하우스에서, 펩은 우리들을 모아두고 약간의 변화가 있음을 알렸다.
선발 명단은 그대로 가져가되, 전술을 기존 3-5-2에서 3-3-3-1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이다. 생각보다 굉장히 빠른 변화였는데, 난 사실 다음 경기쯤이 될 거라고 예상했다.
더구나 경기 당일 갑작스럽게 전술을 바꾸는 경우는 일반적으론 무척 드문 일이다.
선수들에게 혼란을 안겨 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감독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설령 결과가 나쁠지라도, 선수들은 감독이 본인의 철학을 밀어붙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반면 이랬다저랬다 하는 감독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의외인 결정이었다.
펩 과르디올라는 선수단이 자신을 존중해 주길 원하고, 그것에 소홀한 이들을 쉽게 전력에서 배척한다.
지난여름에 이적한 만주키치의 가장 큰 문제도, 펩의 방식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감독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고, 그건 이 팀에서는 문제가 된다.
게다가 결과까지 잘 나오던 상황이라, 동료들로부터 지지도 역시 얻지 못했다.
만약 올 시즌 만주키치가 남아 있고 그가 작년처럼 불만을 표했다면, 아마 지금쯤 그에게 동조한 선수들이 팀에서 문제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필리프나 내가 따로 대화를 나눠 진정시킨 선수들만 서너 명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펩의 선택은, 선수단 전체에게 꽤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 같다.
3-3-3-1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이들도 꽤 많았고, 지금까지 갑작스러웠던 통보에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 증거다.
다들 이것이 훨씬 더 뮌헨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우~”
팔을 빙빙 돌려가며, 지금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을 아영이를 찾아 시선을 움직인다. 그녀는 안나와 함께 오늘 시합을 직관할 예정이다.
다음 리그 홈경기부터는, 빠지지 않고 경기장을 찾을 것 같기도 했다.
‘아직인가?’
아영이를 찾을 수 없어, 다시 몸을 푸는 일에 집중한다.
금방 나는 집중을 했고, 이후 웜업이 끝날 때까지 주변에서 완전히 신경을 끈 채 몸을 열심히 움직였다.
그리고 마지막 볼을 가지고 하는 훈련에서, 나는 슈팅 연습에 한창이던 레비의 곁으로 다가가 축구공 하나를 슬쩍 발밑으로 가져왔다.
공격수와 골키퍼의 감각을 동시에 조율하기 위해, 웜업 때 피치 한쪽에서는 반드시 이런 슈팅 훈련이 이어진다.
레비가 멋들어지게 감아 차 노이어의 왼쪽을 노려보지만, 더 멋지게 몸을 날린 그의 손을 피해 가진 못한다.
파앙-!
“이런!”
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레비가 아쉬워하며 상체를 뒤틀고, 곁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작은 내기를 하나 제안했다.
“내기할까? 내가 넣는다, 넣지 못한다.”
“진심이야?”
“응. 50:50. 그리고 내가 노이어에게 방향은 알려 주겠어.”
“젠장. 그럼 너무 쉽잖아?”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당연히 해야지. 조건은?”
“500유로. 판돈은 크게 가야지.”
“난 할래. 그리고 당연히 네가 못 넣는다는 데 걸겠어.”
“좋아. 내기 성립이야.”
레비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나는 축구공을 살짝 앞으로 굴리면서 나섰다. 그러자 노이어가 인상을 찌푸리며, 멀리에서 이렇게 소리쳤다.
“이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게?!”
“넌 강철이잖아!! 다친 적 있어?!”
강철이라는 말에, 노이어가 입술을 삐죽이며 납득한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하여간, 비행기를 태워 주면 멋대로 우주까지 올라가 버린다.
“휴우-! 왼쪽!!”
“?”
노이어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친 뒤, 나는 나의 기준에서 왼쪽으로 축구공을 보냈다. 그것도 강하게 찬 것이 아닌, 인사이드 패스를 보내는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노이어는 ‘본인의 기준에서 왼쪽’으로 점프를 했고, 축구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허탈해하는 노이어와 그보다 더 어이없어하는 레비.
나는 그의 곁으로 가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거 알아? 마누엘은 절대로 상대의 기준에서 생각하지 않아.”
“…….”
“난 분명히 약속을 지켰어. 나중에 500유로나 내놔. 그럼.”
“…….”
지금의 상황으로 깨달을 수 있는 교훈 하나.
아는 것이 힘이다.
하지만 정작 우린 지금까지, 우리가 하고자 하려는 축구에 대해서 너무나도 몰랐다.
과연 지금부터 잘 수습해 나갈 수 있을까?
그 답은 오직 시간만이 알려 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시작을 했다는 것.
옛말에 시작이 반이랬다.
‘휴우~ 그래도 그것보다 더 잘해야 해.’
최선도 차선도 아닌 세 번째 선택을 했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행동을 했다는 생각에 약간의 위안을 얻어 보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