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471)
470화 Underrated (11)
축구가 예측이 무척이나 힘든 스포츠다.
바로 여기, 그 증거가 있다.
점유율 61 : 39
유효슈팅 5 : 1
코너킥 0 : 4
하지만 그럼에도, 점수는 1 : 0이 아닌 0 : 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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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9분
바르셀로나 0 : 1 바이에른 뮌헨
바이에른 뮌헨이 전반 11분에 나온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골로 앞서나간 이후, 바르셀로나는 경기를 완전히 지배하며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득점에 가까운 순간이 몇 번이나 지나갔고, 그중 하나는 김다온의 태클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득점이 됐을 장면이었다.
‘전력의 차이가 나.’
거의 완성되어 가는 칼럼의 마지막을 채우기 위해, 레녹스 베이커는 오늘 ‘빌트’의 대표 자격으로 캄노우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볼 때, 바르셀로나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히 앞서 있었다. 결장자의 유무와 현재의 폼을 모두 고려했을 때, 뮌헨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특히 뮌헨의 왼쪽 수비는 처참할 정도였는데, 저곳으로 볼이 갈 때마다 바르셀로나에 기회가 만들어졌다.
‘데이비드가 있었다면 나았을까? 아니면 쓰리백?’
몇 안 되는 가설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이던 레녹스 베이커는 이내, 누가 있었다고 해도 리오넬 메시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시즌이라면 모를까, 이번 시즌은 아니다.
2011/12나 2012/13시즌의 생산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건 현재 바르셀로나에 네이마르와 루이스 수아레즈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메시는 예전처럼 혼자서 바르셀로나의 공격 전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고, 남는 에너지를 다른 부분에 투자하여 팀 전체의 역량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오늘처럼 MSN의 SN이 신통치 않은 날이면, 메시는 공격에 집중하고 어김없이 놀라운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오-!’
지금만 하더라도 메시는 너무나도 손쉽게 베르나트를 지나쳤다. 직접 스로인 후 볼을 전달받은 뒤, 왼발로 크로스를 하려는 척하다가 반대방향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기술이었건만, 수비가 저렇게 반응을 해 버리니 관중석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레녹스 베이커 역시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같은 행동을 했고 말이다.
그의 생각에 메시의 플레이에는 의외성이 늘 존재했고, 바로 그러한 점이 평범한 것조차 새롭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마법을 선사하는 원인인 것 같았다.
베르나트와 티아고 거기에 마놀라스까지 보태어져, 메시가 파고드는 길목을 세 명의 뮌헨 수비수가 막아선다.
‘오른발을 유도했어, 좋은 수비야.’
한 번 돌파를 당했지만 다음 동작을 나쁘지 않게 가져간 덕분에, 메시가 오른발을 쓰도록 만들어 크로스를 헤더로 저지해 낸 뮌헨이다.
하지만 축구공은 멀리 가지 못하고 이니에스타의 발 앞에 떨어졌는데, 그때 반대편에서 움직임이 일어났다.
‘왼쪽?’
메시가 공격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뮌헨 수비가 기울어진 틈을 타, 빈틈을 노리던 네이마르가 영리하게 박스 안을 파고드는 선택을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이니에스타 역시 지체 없이 패스를 보내며, 자신이 왜 ‘Borderline Genius’로 불리는지를 입증했다.
‘하지만 거긴…….’
이니에스타의 로빙 패스가 네이마르의 앞으로 떨어지기 전, 패스 경로의 앞에서 나타난 김다온이 몸을 띄워 올려 축구공에 가슴팍을 가져다 댄다.
그러자 다시 한번 캄노우에 안타까운 탄식이 울려 퍼졌고, 볼을 차단한 김다온은 드리블을 시작하여 바르셀로나의 진영으로 빠르게 치고 나아갔다.
결국 누군가는 그를 끊어야 했고.
삐—익!!!
과격하게 김다온을 낚아챈 조르디 알바를 향해, 주심 니콜라 리쫄리가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고 한 장과 맞바꾼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손익 계산이었고, 숨을 참고 이를 지켜보던 레녹스 베이커는 입으로 크게 호흡을 내뱉으며 팔뚝에 돋아난 닭살을 매만졌다.
‘벌써 몇 번째지?’
현재 레녹스 베이커의 수첩 가장자리엔, 손톱 반 개만 한 줄이 네 개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네 개의 줄을 가로로 길게 관통하는 하나의 줄을 덧댔다.
‘다섯 번째로군. 이건 말이 안 돼.’
추후 오늘의 경기를 영상으로 한 번 돌려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기록된 바에 따르면 김다온이 결정적일 수도 있는 장면을 막아 낸 횟수가 총 다섯 번이었다.
하지만 이 중 네 차례는 지금처럼, 결정적인 장면으로 이어지기 전에 끊어 낸 것이라 인상적이라 볼 수는 없었다.
전반 19분에 나온 결정적인 태클이 유일하게 유효 플레이로 기록될 만한 것이었는데, 레녹스 베이커는 만약 사람들이 그것만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축구를 반밖에 즐기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지금 김다온이 끊어 낸 패스라든가 이전에 보여 준 포지셔닝 및 훌륭했던 수비 기술 모두, 은연중에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단조롭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물론 현재의 바르셀로나는 메시에게만 볼을 주어도 충분히 공격을 만들 수 있지만, 아직 점수를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김다온의 수비가 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현재 그와 동 포지션에 있는 네이마르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수준의 평범한 윙어가 아니었다.
어쩌면 제2의 리오넬 메시에 가장 가까운 선수일 수도 있고, 브라질 팬들이 바라는 것처럼 제2의 펠레로서 카나리아 군단에 월드컵 트로피를 안겨다 줄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확실한 건 현시점, ‘Next World Class’에 근접해 있는 선수라는 점이다.
만약 현재의 활약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 바르셀로나를 트레블로 이끈다면, 다가올 여름부터 미디어는 네이마르를 세계 최고의 선수 대열에 포함시킬 게 분명했다.
하나, 오늘은 그에겐 운이 없는 날이다.
수아레즈가 환상적인 돌파 후에 보낸 컷백을 슈팅으로 가져간 것을 김다온이 태클로 막아섰을 때부터, 그의 운수는 꼬여 버린 것일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활동량을 보이며 움직이고 또 때론 과감하게 1:1도 시도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오늘 네이마르의 컨디션은 바닥을 기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똑바로 좀 해-!!”}
{“이 빌어먹을 원숭이 녀석!! 네 몸값을 하라고!!”}
{“드리블을 하지 말고, 패스해!! 패스!!!”}
전반전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되었을 때, 스스로 발이 엉켜 무릎을 꿇어 버린 네이마르를 향해 비난이 쏟아져 내린다.
거침없는 욕설에 레녹스 베이커는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고, 과연 그들이 자신들이 엉뚱한 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을지를 자문해 보았다.
‘아니. 틀림없이 모르겠지.’
TV 속에서도 또 현실 속에서도.
수비수의 활약은 늘 폄하되고, 그들의 공(功)조차 공격수의 잘못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더 매력 있는 거지만 말이야.’
삑-! 삐-익!!
추가 시간 없이 전반전이 곧바로 마무리되고, 야유를 내뱉으며 일어선 관중들이 잠깐 자리를 떠나는 동안에도 레녹스 베이커의 시선은 피치를 떠나고 있는 김다온을 향해 있었다.
***
·하프타임
바르셀로나 0 : 1 바이에른 뮌헨
한 점 차의 리드를 손에 쥐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전반전에만 해도 몇 번이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었고, 다시 주워 담은 그것에는 잔디와 흙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어찌어찌 막아 내고는 있지만, 후반전에도 전반전과 같은 요행이 따를 것이라곤 장담할 수 없다.
“좋았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리드를 한 채 전반을 마쳤다. 너희는 훌륭한 선수들이고, 놀라울 만큼의 정신력을 보여 줬다. 힘든 전반이었지만, 박수를 보내 주고 싶다.”
짝- 짝- 짝- 짝-
힘차게 손뼉을 두드리던 펩은, 곧바로 모드를 바꾸곤 전술적인 부분을 지적해 왔다.
“우리가 전반전 고전한 가장 큰 이유는 루이스 수아레즈를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 그가 체너처럼 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내 실수야. 매번 완벽하려고 노력하지만, 나 역시 실수를 한다. 난 신이 아니다. 그저 노력할 뿐.”
조금 의아하겠지만, 펩이 저렇게 말을 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사과를 한다는 뜻이었다.
본인의 사전 준비가 실수였다고 느껴질 때면, 펩은 늘 저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 왔다. 오히려 전술적 미스 없이 열세에 놓였을 때, 직접적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왜냐하면 그건 본인의 패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자신의 전술적 판단 미스가 팀을 이기로 몰아넣게 되면, 펩은 그 사실을 견디기 무척 어려워한다.
얼핏 화를 내는 것도 같지만, 저것은 그냥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처음 펩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그의 진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좋다. 오늘 바르셀로나는 공격수가 없다! 그들은 페널티 박스 바로 앞쪽에서 동시에 세 명의 공격수를 전진시켰고, 속도를 붙인 상태에서 경쟁하는 방법을 택했다! 루이스 엔리케가 매우 영리했다. 나를 완전히 속였어. 빌어먹게도, 난 가만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너희를 힘들게 했지.”
“…….”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우선 그 전에, 다온!”
“?”
“엄청난 수비였다. 전반전 내내 네이마르를 완벽하게 지웠다. 몇 차례의 패스도 막아 냈어. 그건 우리를 결정적인 위기로 빠트릴 패스였다. 자네가 팀을 구했지. 그리고 또 나도 구했다. 정말 잘해 줬다.”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였다 보니, 작은 박수 소리가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린 펩은, 한두 명의 위치를 조절하는 것으로 후반전 팀의 전술을 새롭게 가져갔다.
우선 가장 먼저, 바스티의 위치를 낮췄다.
“우린 이곳과 이곳. 이 두 개의 위치에 두 명의 젝서를 둔다.”
전반전 왼쪽 측면 미드필드로 출전했지만 중앙미드필드처럼 뛰었던 바스티가, 후반전에는 베르나트와 마놀라스의 바로 위에 포진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왼쪽 윙포지션이 완전히 비어 버리게 되지만, 펩은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바스티, 사비, 후안, 코스타스. 너희 넷이 항상 이 위치에서 사각형을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수아레즈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다. 수비 시에는 필리프 네가 오른쪽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
왼쪽 측면 미드필드인 바스티와 오른쪽 중앙 미드필드인 필리프를 아래로 내려서면서, 수비 시 대형은 ‘4-3-2-1 크리스마스트리’ 형태가 될 것 같았다.
티아고와 뮐러가 레비의 앞에 자리를 잡고, 볼을 가로채 최대한 빨리 이들 둘에게 연결하자는 게 펩의 지시였다.
팀 토크의 마지막, 펩은 팀 전체가 조금 더 영리해질 것을 요구한다.
“실점 없이 전반을 마친 것은 무척 중요하다! 바르셀로나는 이제 남은 45분 안에 성과를 내야 해! 이 말은 저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리라는 뜻이고! 그럼 그만큼 공간이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우린 그걸 알고 있다!”
후반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전개는 바르셀로나가 공격 일변도로 나서며 기세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을 때, 한 번의 역습으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만약 그런 방식으로 0 : 2가 된다면, 캄노우에서의 승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팀 토크를 끝낸 펩이 감독실로 향하고, 땀에 젖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양말도 새것으로 갈아 신은 나는 먼저 밖으로 나서려는 베르나르두와 루틴을 함께했다.
특정한 순서에 따라 악수를 하는 것인데, 최근 들어 녀석이 하도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
“전반전에는 진짜 죽여줬어.”
“정말?”
“응. 네이마르 녀석에 네 앞에서 꼼짝도 못 하던데?”
“뭐, 갚아 줄 것도 있으니까.”
“올림픽 말이구나. 그렇지?”
“넌 진짜 모르는 것도 없다. 혹시 나 스토킹해?”
“뭐?! 나한테 전부 다 말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이 누군지 알고 하는 말이야?”
“글쎄- 모르겠는데?”
“하-! 아무튼, 후반전도 잘해.”
“맡겨만 둬.”
“그것참 믿음직한데?”
전반전에 신었던 양말을 뭉쳐 베르나르두를 향해 던져 준 뒤, 잠깐 벗어 뒀던 축구화를 고쳐 신은 나는 앞에다 잠깐 놓아두었던 과일음료를 집어 들었다.
보통 하프타임 때 섭취하는 주스는 물에 희석하기 때문에 맛은 좋지 않았지만, 어차피 맛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았기에, 난 평소보다 많은 양을 섭취하고 바나나 반 개와 초콜릿 범벅의 에너지 바 조금도 몸 안에 밀어 넣었다.
후반전 팀의 사정에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지만, 바르셀로나 역시 뭔가 대처를 해 올 것이기에 어쩌면 전반전보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버텨 내려면 체력과 집중력은 필수였고, 이런 음식물의 섭취는 그런 것들을 돕는다.
레비 역시 나처럼 과일 주스 반 컵과 바나나 반 개, 에너지 바 조금을 섭취하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 내에서 경기 내용에 따라 하프타임 음식물 섭취의 양을 조절하고 메뉴를 바꾸는 건, 레비와 나 둘뿐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레비와 내가 하는 식단 조절과 관리 방법을 신뢰하고 있진 않았지만, 최소한 우리 둘은 이것이 우리의 역량을 오랫동안 유지해 준다고 믿고 있다.
맞은편에서 양말을 신던 레비가 나와 눈이 마주치곤 찡긋 하고 윙크를 보내왔다.
그러곤 양말을 모두 신은 뒤, DFB-포칼 준결승전에서 다친 코뼈를 보호하려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부상이긴 하지만, 레비도 몸이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나 역시 오늘 태클을 하고 피치를 뒹굴면서 생긴 작은 생채기들이 팔다리 곳곳에 훈장처럼 남아 있다.
[후우~ 그럼, 가 볼까?]준비를 마치고 일어나, 라커룸을 나선다.
중간에서 몇몇 바르셀로나의 선수들과 마주쳤지만, 그들이나 나나 서로를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아무런 말 없이 피치를 밟았다.
언제나처럼 오른발을 먼저 들여놓으며 달려가기 시작한 그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메시와 눈이 마주쳤다.
100%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일단 내가 느끼기엔 날 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내내 그래 왔듯, 나는 오늘의 이 경기에 사적인 감정을 전혀 섞고 있지 않다.
그는 그저 FC 바르셀로나의 핵심 선수일 뿐이었고,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남자였다. 작년 호날두를 만났을 때와 완전히 똑같다.
최소 지금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된 후반전.
바르셀로나의 선축으로 경기는 재개되었고, 센터 스팟에 놓여 있던 축구공을 뒤로 멀리 보낸 메시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엥?’
전반전과 같은 오른쪽이 아닌 내가 버티고 선, 그러니까 전반전 네이마르가 뛰었던 왼쪽 윙어 포지션이었다.
‘이건 또 뭐야.’
갑자기, 메시와의 거리가 무척 가깝게 변해 버렸다.
***
·후반 02분
바르셀로나 0 : 1 바이에른 뮌헨
전반전 몇 번이나 왼쪽으로 움직이고 싶었던 메시였지만, 피치 위에서의 사정과 루이스 엔리케의 저지로 인해 그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결국 하프타임 메시는 엔리케에게 직접 후반전에는 왼쪽에서 뛰겠다고 요청했고, 망설이는 그의 앞에서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뮌헨의 왼쪽이 더 약해요.”]세비야 시절부터 상대해 본 후안 베르나트는 네이마르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했다.
자신이 뛸 때만큼 손쉽게 수비수를 벗겨 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김다온을 상대했을 때보다는 훨씬 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전반전 바르셀로나 공격 비중의 70%가 오른쪽에 쏠리면서 생긴 불균형 현상 역시, 자신과 네이마르의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써 해결이 가능했다.
또한 브라질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 온 다니 아우베스와의 상승효과 역시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실수했어.’
하지만 지금, 오늘 처음으로 김다온과의 1:1 상황을 마주한 메시가 끓어오르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그만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러 버린다.
어깨를 움직여 속임수 동작을 준 이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축구공을 남겨 두고 말았던 거다.
하나, 오히려 지금의 실수가 김다온과의 1:1 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버렸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첫 번째 보디페인팅에 걸린 수비수가 두 번째 동작에 반응하지 못했겠지만, 김다온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메시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간신히 볼을 다리 아래에 둔 메시가 뒤로 패스를 돌리며 멋쩍게 웃었고, 속으론 금방의 상황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걸 반응했다고? 진짜야?’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아까처럼 제대로 느낌이 온 페인팅 동작에 반응하지 못했다.
세르히오 라모스나 페페와 같은 센터백들은 그래서 아예 메시의 몸을 겨냥한 태클을 거는 방법을 택했지만, 카드가 두려운 대부분의 수비수는 그저 자신을 놓아줄 뿐이었다.
아주 가끔 상대의 예측 수비에 걸릴 때도 있기야 했지만, 지금은 예측이라기엔 첫 번째 속임수 동작 때의 반응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몸의 방향을 살짝 뒤트는 매우 단순한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김다온은 메시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개의 방향(왼쪽, 오른쪽)을 동시에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메시의 고개가 아래로 숙여진다. 금방의 실수가 더 안타까워졌기 때문이다.
‘멍청했어.’
만약 실수가 없었다면 제대로 반응한 김다온을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놓인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지도 알 수 있었다.
한 시즌에서 몇 번 경험할 수 없는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진한 아쉬움에 빠져든 메시의 표정이 어둡게 바뀐다.
그리고 이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조금 오해했고, 그는 메시의 사정이 나쁘다고 판단을 해 공격 방향을 네이마르가 있는 오른쪽으로 전환했다.
전반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은 몸놀림을 과시한 네이마르가 ‘라 크로케타’와 같은 현란한 기술로 두 명의 수비수를 따돌리고,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접근한 그가 슈팅을 시도하기 전 황급히 튀어나온 제롬 보아텡이 클리어를 해낸다.
다시 한번 바이에른 뮌헨이 위기를 벗어나고, 전반전의 실망감을 금세 털어 버린 꾸레(Cule)들은 목청을 높여 그들의 팀을 응원한다.
{“Un dia de partit / 경기가 있는 어느 날
Al gol nord vaig anar / 적 진영의 그물이 출렁였고
Nomes entarar a la grada / 방금 스탠드에 들어선 난
Em vaig enamorar / 그만 사랑에 빠져들었지
No em preguntis perque / 왜냐고 묻지 마
Del barca soc supproter / 난 그저 바르샤의 팬이니까
Sempre T`animare / 그저 그들을 언제까지고 응원할 거야
Ale ale ale~ Ale ale ale~“}
그렇게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캄노우.
그곳에서 메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어떻게 반응할래?’
챔피언스 리그라는 무대와 0:1로 뒤처지고 있는 상황마저 잊도록 만든 상대와 마주한다.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메시가 언제나처럼 돌파를 시도하고, 균형을 잃었지만 어떻게든 막아서려는 김다온은 다리를 뻗어 뚫리기 전 골라인 밖으로 축구공을 걷어 낸다.
다시 한번 드리블 돌파를 저지당해 버린 메시.
그는 필사적으로 미소 짓지 않으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그 행동이 상대에게 모욕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인정했다.
김다온과 경쟁한 지금의 이 두 포제션(Possession)이, 올 시즌의 어떠한 순간보다도 즐겁다는 것을 말이다.
‘난 즐거워. 넌 아니야?’
리오넬 메시는 상대의 대답을 듣기 위해, 조금 더 김다온과 대화를 해 보기로 결정을 내린다.
코너킥을 처리하기 위해 코너플랫으로 움직인 리오넬 메시가, 손을 들어 올려 사인을 보낸 후 축구공을 곧장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보낸다.
파앙-!
***
작가의 말 ? 메시와의 이야기도 제가 꽤 오랫동안 이끌어 오는 주제입니다.
첫 만남 -> 참패 -> 동기부여의 대상 -> 집착(다온) -> 우상화 -> 실망(월드컵) -> 관계 역전(메시의 집착)으로 진행된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현재 메시가 김다온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든가 만남을 기대했다는 지문 등은, 과거 김다온이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기다리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복수와 사과라는 전혀 다른 감정 때문이지만, 둘의 관계는 현시점에서 역전이 되었죠.
앞으로도 다온에게 메시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은 존재로서 비중 있게 비춰질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다온이의 성장이라든가 외부 시선의 변화 등도 묘사될 거고요.
외에도 몇몇 비중을 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아직 본문상에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