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14)
513화 Erstellt ein Monster (2)
.경기 시작 03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아우크스부르크
우리에게 있어서 오늘 경기는 복수전이었다. 지난 5월 초 부침을 겪을 때, 레버쿠젠과 함께 우리에게 연패를 안겨다 준 클럽 중에 하나가 아우크스부르크였기 때문이다.
펩은 지난 시즌의 일일 뿐이라고 말을 했지만, 우리들은 꽤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형 동생 하기 없어.] [페어플레이는 해야지 그래도 인마. 그래도 사나이인데.] [그거야 기본 옵션이고.]경기 입장을 준비하는 복도에서 만난 자철이 형에게, 나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A매치 주간 함께 동고동락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장난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오늘 또 하나의 대승을 만들려 하고 있다.
“입장합니다-!!”
A매치 주간부터 시작해 워낙 많은 일이 있었기에, 분데스리가로의 복귀가 무척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어김없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
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
그리고 이 열기.
‘아- 이거지.’
조금 더 익숙한 경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난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가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1차전이었기에, 좋은 분위기를 살려 나가기 위해서라도 오늘 승리를 거두는 일이 중요했다.
승리보다 좋은 강장제는 없으니까 말이다.
.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바이에른 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와 바이에른 뮌헨의 2015/16 분데스리가 3라운드 경기가 곧 시작됩니다. 자- 오늘은, 대한민국 국가대표인 김다온과 구자철의 코리안 더비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마르쿠스 바인치에를 감독과 함께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5위를 달성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거든요? 비록 이번 시즌 출발은 1무 1패입니다만, 분명 복병이 될 수 있는 팀입니다.”
(이후재)
“아우크스부르크의 선축으로 공격이 곧 시작될 것 같습니다.”
.
삐?익!!
오늘 우리의 포메이션은 3-3-3-1이지만, 최전방과 최후방을 제외하면 사실상 특정 위치가 지정되어 있지 않다.
나도 언제든 최후방까지 내려설 수 있고, 반대로 필리프나 알라바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올라설 수도 있다.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인치에를의 수비 철학 때문이다.
독일의 언론으로부터 ‘Mr. Spielaufbau(미스터 셋업)’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바인치에를은, 기존의 독일 감독과는 조금 다른 성향을 보여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기본적으로 그의 축구는 ‘사키이즘’에서 발전한 게겐프레싱에 근간을 두지만, 위르겐 클롭이 도르트문트에서 했던 것처럼 템포를 끌어 올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인치에를의 아우크스부르크는 점유율을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의 활동량을 억제하는 것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 여기에서 활동량의 줄어든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바로, 공수전환의 횟수를 줄어든다는 거다.
마르쿠스 바인치에를은 의도적으로 경기의 템포를 극단적으로 떨어트리면서, 공수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하려 했다.
이틀 전, 펩이 우리에게 했던 말이다.
[“바인치에를은 피치 위에서 액션을 제거하길 원한다. 대신 그가 바라는 건 다큐멘터리지.”]낮은 수비 라인.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택하는 팀들과는 달리 풀백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역습 상황에서의 전개도 약간은 다르다.
보통의 선 수비 후 역습을 택하는 팀들이 중앙과 측면 중에 한쪽을 택한다면, 바인치에를은 모든 부분을 다 고려한다.
하지만 수비 라인을 낮춘 상황에서 특정 위치가 아닌 피치 전체를 공격 가능 지역으로 놓아두려면, 필연적으로 ‘볼을 보유해 줄’선수가 필요다.
그리고 또 공격에 중요한 이들이 전진을 했을 때 ‘키패스를 보낼’ 선수도 필요했는데, 그건 자철이 형의 몫이다.
그렇지만 이건 딱히 중요하지 않다.
왜냐고?
‘이러면 되거든.’
“!”
탁-
오늘 경기에서 펩이 나를 왼쪽 공격형 미드필드로 배치한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다니엘 바이어(Daniel Baier).
이 미드필드는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 준 경기 때에도 그랬고, 2014/15시즌 리그 후반기부터 바인치에를 축구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浮上)했다.
아우크스부르카가 가장 선호하는 4-1-4-1과 4-2-3-1의 가장 중요한 젝서(Sechser/DM)로서, 볼을 소유하고 하프라인 앞쪽으로 패스를 보급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그래서 펩은 나를 높은 위치에 두어, 다니엘 바이어가 볼을 소유할 수 없도록 만들고자 했다.
위치는 전혀 달랐지만, 내가 해야 할 임무는 조금도 바뀌지 않은 셈이다.
‘어딜-!’
다니엘 바이어의 발밑에서 축구공을 밀어낸 후, 어깨를 먼저 밀어 넣으려는 싸움이 벌어졌다.
분데스리가의 노련한 베테랑답게, 다니엘 바이어는 팔을 쓰는 일에 무척 능숙하다. 그는 볼이 밀림과 동시에 오른팔을 곧장 얼굴 쪽으로 뻗어 왔지만, 난 그걸 머리로 밀어 버렸다.
“?!”
기어코 저지를 벗겨 낸 후, 난 한발 앞서 볼을 따내는 일에 성공을 했다.
젝서가 머무는 위치에서 볼을 빼앗겨 버린 볼프스부르크엔 빠른 위기가 찾아들었고, 몸의 정면이 향해 있는 왼쪽 측면을 바라본 나는 더글라스 코스타에게 패스를 보냈다.
폴 베르베흐가 곧바로 달라붙지만, 공격형 풀백인 그가 최근 폼이 좋은 코스타를 막아 내긴 조금 힘들다.
어렵지 않게 수비수를 따돌린 코스타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접어들고, 빠르게 굴려 보낸 크로스가 레비와 뮐러의 발끝을 스치며 오른쪽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간다.
발만 제대로 닿았어도 위협적인 슈팅이 나왔을 것 같은데, 패스가 다소 강했던 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 겨우 전반 2분이 지났을 뿐이고, 나는 금방 공격에 가담했던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좋은 시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다른 위치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니엘 바이어만 제대로 막아 낸다면 최소한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탁-
다시 한번 바이어에게로 볼이 향했을 때, 난 빠르게 밀착을 하며 그가 패스를 뒤로 돌려보내도록 만들었다.
인상을 찌푸린 바이어가 나를 슬쩍 돌아보았고, 난 그런 그를 보며 찡긋 윙크를 보냈다.
‘넌 오늘 나랑 노는 거야.’
오늘 이 남자에게 내게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교체되어 나가는 것 외엔 없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
.전반 4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아우크스부르크
시즌을 준비하며 마르쿠스 바인치에를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2,600만 유로에 첼시로 이적한 압둘 라흐만(Abdul Rahman)의 공백이었다.
카를루스에에서 필리프 막스(Philipp Max)를 영입하고 레버쿠벤에서 콘스탄티노스 스타필리디스(Konstantinos Stafylidis)를 데려왔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축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니엘 바이어의 좋은 파트너였던 압둘 라흐만은, 수비를 분산시켜 줄 수 있는 훌륭한 공격형 풀백이었다.
그리고 이런 우려대로, 아우크스부르크는 첫 두 경기에서 승점 1점을 거두는 것에 그쳤다.
바인치에를은 스타필리디스와 막스를 차례대로 리그 경기에 출전시켜 보았으나, 그들은 ‘선 수비 후 역습을 펼치는 팀이 풀백을 공격적으로 쓴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중앙 미드필드로 뛰던 마르쿠스 포일너(Markus Feulner)를 왼쪽 풀백으로 출전을 시켰지만, 효과를 확인하기는커녕 볼을 간수하는 것만 해도 벅찬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오오-!”}
‘이런! 또?’
다시 한번 다니엘 바이어를 피치 위에 넘어뜨린 김다온이, 빼앗은 볼을 즉각 공격으로 전개하여 아우크스부르크의 파울을 이끌어 낸다.
지금 이 장면은 오늘 경기 내내 보아 왔던 것과 똑같았다.
처음 김다온의 위치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바인치에를은 그것이 그저 순수한 포지션의 대체 개념으로만 생각했다.
아르연 로번이 부상이고 베르나르두 실바가 90분 출전이 어려운 뮌헨에서, 김다온을 윙어로 사용하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김다온은 여전히 측면수비수였다.
다만 그 위치가 높았을 뿐이다.
‘다온을 저런 식으로 쓸 줄이야. 전혀 몰랐어.’
폴백의 공격화가 아닌 윙어의 수비화.
생소한 개념은 아니지만,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전술이다.
‘아니. 저 남자들이라서 가능한 건가?’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김다온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온 것을 두고, 많은 축구 감독들이 그것을 연구하며 본인들의 전술을 수정해 나갔다.
2013/14 챔피언스 리그 8강 올드 트래포드 원정이라든가, 두 개의 마드리드 팀을 상대한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지금까지도 전술가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김다온은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소화했고, 말미에는 아예 측면 한쪽을 혼자서 접수해 버리며 경기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했다.
삑-! 삐?익!!
마침내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는 와중에도 실점하지 않은 바인치에를은 하프타임 변화를 조금 줄 생각으로 복도로 빠져나왔다.
다니엘 바이어에게로 패스를 보내기 전, 추가 과정을 만듦으로써 압박 부담을 떨쳐 주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아- 아아-”
“…….”
유독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는 다니엘 바이어는, 쥐가 난 듯 트레이너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실제 선수들의 얼굴만 보더라도, 그만 홀로 90분 모두를 뛴 것처럼 잔뜩 지쳐 보인다. 그리고 마르쿠스 포일너 역시, 남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는 중이다.
결국 31살의 베테랑은 원정팀 라커룸 바닥에 드러누웠고, 상대적으로 평온한 다른 이들은 바이어가 부상을 당했다고 생각해 불안한 모습이었다.
바인치에를은 팀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직격을 당해, 그곳에서 균열이 발생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교체를 해야 할까?’
다니엘 바이어의 모습을 보며 교체를 고민하는 바인치에를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간다.
교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바이어를 교체할 경우 아우크스부르크는 전술의 색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특히 오늘은 뮌헨은 상대하기에, 벤치의 자원으로는 불안했다.
할릴 알튼토프(Halil Altintop)와 피오토르 트로호프스키(Piotr Trochowski)가 있긴 했지만, 둘을 투입하면 구자철을 아래로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구자철은 연계와 공격 전개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이지, 낮은 위치에서 볼을 소유하고 다음 단계로 전진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포일너를 끌어 올리고 스타필리디스를 왼쪽 풀백으로 투입하자니, 그건 지난 2경기의 하위 호환이다.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하프타임의 팀 토크를 앞두고, 바인치에를의 머리에 과부하가 온 이유다.
오늘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3-3-3-1을 멋지게 비튼 전술로 펀치를 날렸고, 거기에 두드려 맞은 자신은 K.O 당하지는 않지만 그로기 상태였다.
운 좋게 카운터펀치를 날려 상대에게 데미지를 준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김다온이라는 존재가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력을 절반 이하로 떨어트려 놓고 있다.
공격에 나선다면 어떻게든 펀치야 날릴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욱 강한 공세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단 하나.
“전형을 바꾼다. 4-5-1이야.”
“…….”
“역습을 노리겠지만, 중요한 것은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는 후반전에 더 거세게 나올 테니, 그걸 대비하도록.”
전반전보다도 팀을 더욱 수비적으로 만들어, 0:0으로 오늘 경기를 끝내는 것이었다.
축구에서 전술, 그리고 전술적인 핵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중요한 이유. 그건 바로 이러한 것들이 상대의 손발을 묶는 주요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어. 이게 최선이야.’
경기가 아직 절반이 남았음에도, 아우크스부르크의 감독 마르쿠스 바인치에를은 승점의 2/3을 포기해 버린다.
***
.후반 48분
바이에른 뮌헨 4 : 0 아우크스부르크
하프타임 바인치에를의 선택은, 궁지에 몰려 택한 악수(惡手)라는 게 후반전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던 수세를 강화하는 일은,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에겐 뒷공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라인을 더욱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버렸다.
뒤늦게 바인치에를은 그것을 깨달았으나, 그때는 이미 경기가 2:0이 된 이후였다.
.
(한희준)
“제가 전반전에 골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후반 이른 시간에 득점이 나오면 뮌헨이 대량 득점을 할 거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을 상대로, 마냥 수세만 취하는 것은 좋지 못하거든요.”
(이후재)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득점. 하지만 그 전의 과정이 무척이나 매끄러웠습니다.”
(한희준)
“네. 아마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가장 기뻐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적생인 조슈아 키미히와 킹슬레 코망이 완벽한 패스 플레이로 아우크스부르크의 측면을 무너뜨렸거든요. 왼쪽의 더글라스 코스타도 그렇고. 올해 바이에른 뮌헨의 영입은 지금까지는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다른 방법이었다면 괜찮았을까?
아우크스부르크의 감독이 다양한 가설을 세워 보지만, 어떠한 전술을 끼워다 맞춰도 오른쪽 윙 포지션에 나온 김다온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팀의 전술적 핵을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만든 그는, 어떠한 전술이었던 같은 일을 해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후반 04분에 나온 뮌헨의 첫 번째 골을 직접 기록하기까지 했다.
결국 1:0이 되어 버린 순간, 경기는 끝난 셈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그걸 뒤집을 힘이 없었다.
“…….”
입을 굳게 다문 바인치에를이 콧바람을 내뿜고,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그는 하프라인 반대편 과르디올라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손을 내밀었고, 자신감 넘치면서도 온화한 얼굴로 다가온 과르디올라가 바인치에를의 어깨를 다독여 준다.
“훌륭한 수비였습니다. 애를 먹었어요.”
“4:0이었는데 말입니까?”
“운이 좋았죠. 후반전 득점이 늦었다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자애롭군요. 그럼.”
쓴웃음을 지어 보인 바인치에를이 그라운드를 먼저 빠져나가고, 이를 지켜보던 펩 과르디올라는 고개를 돌려 승리를 거둔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전반전의 3-3-3-1과 2:0이 된 이후 선수 교체를 통해 4-3-3으로 전형을 바꾸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이적생들의 실력을 활약할 수 있어 고무적이었는데, 김다온 못지않은 속도를 자랑한 킹슬레 코망은 조커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앞으로 10월 A매치 기간까지 사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뮌헨이었기에, 백업 선수들의 활약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했어.”
찰싹-
“이크!”
위치와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전술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김다온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게 가장 즐거웠다.
“어떻던가?”
“똑같던데요?”
“그래?”
“네. 결국 제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를 틀어막는 일이었잖아요. 당신 앞에서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저도 벌써 몇 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요.”
“큭큭큭큭, 어서 들어가기나 해.”
“피했다-! 또 휘두를 줄 알았죠.”
이번엔 용케 과르디올라의 애정 어린(?) 손길을 피한 김다온이 환한 표정으로 기뻐하며 계단 아래로 내려선다.
리그 4연승과 19득점 1실점이란 압도적인 초반 성적을 만들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이들의 라커룸은 당연히 축제 분위기다.
“에-이, 에-이, 에-이, 에-이.”
토마스 뮐러가 틀어 둔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데이비드 알라바가 춤을 추고, 그것을 보며 추임새를 넣는 나머지 이들이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고 있다.
감독실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펩 과르디올라는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이러한 모습이 팀을 어려운 일정 속에서도 버티게 해 줄 거라고 믿었다.
하나의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은 똑같은 90+@를 뛰지만, 결과와 분위기는 그걸 얼마든지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다.
이들은 승리를 통하여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고, 춤추고 노래하고 웃으며 다음으로 향할 에너지를 보충한다.
내일이 오면 오늘의 승리는 과거의 것이 되기에, 오늘이 될 미래를 준비하며 지루하고 힘든 극기(克己)의 나날들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허허. 아주 난장판이로군.”
“뭐 어떤가. 즐길 법도 한 날이야.”
“그건 그렇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니까.”
“그래. 챔피언스 리그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무도회를 지켜보며, 펩 과르디올라는 부에나벤투라에게 선수들에게 할 말을 대신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 푹 쉬도록.”
이는 마치 종례를 하지 않고 학교를 마치는 것이나, 퇴근 보고 없이 곧장 사무실을 나서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앞으로의 힘든 일정을 감안한 이런 과르디올라의 작은 배려 역시, 이번 시즌의 바이에른 뮌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조미료가 되어 주고 있다.
“예에에에에에-!!!”
곧바로 퇴근해도 된다는 소식에 다시 라커룸은 난장판이 되었고, 오히려 남자들은 청개구리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오래 남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떠들기를 반복했다.
이래서, 남자들은 영원히 철들지 않는 것이다.
.
.
.경기 결과(Bundesliga 4R)
바이에른 뮌헨 4 : 0 아우크스부르크
[골] 김다온 : 후반 04분(티아고)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후반 12분(토마스 뮐러), 후반 47분(킹슬레 코망)
토마스 뮐러 : 후반 27분(더글라스 코스타)
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2.0)
토마스 물러 ? 95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