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82)
581화 lo mas importante (2)
왜 그런 날이 있지 않나?
무언가 좋지 않았던 예감이 들어맞는 날.
지독하게 나쁜 내 예지력이 빛나는 날.
그럴 때면 우리는 왜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냐며 스스로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저 하늘 위의 누군가를 원망하지만, 실제론 다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엔, 항상 전조(前兆)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그저 그것들을 외면할 뿐이다.
그건 아마도, 우리의 천성 탓일 거다.
며칠 전 제수스 감독님과도 이야기했었던 것.
우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니까.’
우리가 평생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다.
“후우~”
고개를 푹 떨군 채, 소리만으로 피치 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예상해 본다.
지금쯤 아마 주심이 휘슬을 불 것이고.
삐-익!
서서히 데시벨을 높여 가는 관중석의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바뀌어 버린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뒤따르는 두 번의 휘슬 소리를 애써 듣지 못한 척하려고 해 봤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씨팔. X같네, 진짜.]전반 27분.
모든 것들이 뒤바뀐 순간이다.
.
.
.전반 27분
SL 벤피카 2 : 0 바이에른 뮌헨
분명히 우리가 우세한 경기였다.
단순히 1차전의 결과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오늘도 계속해서 그랬다는 거다. 전반 초반의 불안정함을 딛고 우리는 볼을 점유하며 피치를 넓게 쓴다는 펩의 전술을 이행했다.
그렇지만 결국 문제는 실수에서 시작됐다.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리베리의 패스가 엉뚱한 곳으로 향했고, 볼을 가로챈 엘리세우가 역습을 전개했다.
재빨리 수비진영으로 복귀하던 와중 나는 가운데로 잘라 움직이는 청용이 형을 따라 움직였고, 그러는 사이 엘리세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패스를 날렸다.
하프라인과 페널티박스 중간지점의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축구공을 보냈고, 그건 부지런히 쇄도한 라울 히메네즈의 머리에 맞았다.
펀칭을 위해 달려 나왔던 마누엘 노이어는 그 슈팅을 전혀 막아 낼 수 없었고, 그건 그대로 실점이 됐다.
이 장면이 더 아쉬웠던 건, 라울 히메네즈의 주변에 알라바와 하비가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나는 당시 화를 낼 마음조차 들지 않았고, 그저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돌아서서 애꿎은 피치에 발길질만 했다.
‘그러면 안 됐어.’
난 그때 화를 냈어야 했다. 뻔히 상대 선수를 가까이에 놓아두고, 어째서 라울 히메네즈가 자유롭게 헤더를 하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현재 이 피치 위에서 동료들을 강하게 질책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거기에서 입을 한 번 다물었던 게 결국 정신을 차릴 기회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6분 뒤에 허용한 페널티 킥과 벤피카가 우위에 서도록 만든 추가 실점이었다.
하필이면 핸들링 파울을 범한 사람도 필리프인 데다가, 창훈이의 크로스를 막는 과정에서 나온 통제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 화를 내기에도 그랬다.
벤치에서 펩이 불같이 노하고는 있지만, 그게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동료들은 펩을 존경하고 펩을 따르지만, 동시에 그가 2개월 뒤부터 감독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야 여전히 그를 철석같이 믿고 따르지만, 펩의 지배력이 약해졌다는 건 당사자도 부인하지 못했다.
이 말을 할 때 펩은 무척 씁쓸한 얼굴로, [“내 탓이 가장 크지. 그건 부인할 수 없어. 그렇지만 동시에, 그들이 원하는 목표가 이토록 쉽게 흔들리는 게 슬프기도 하군. 혹시 자네도 그런가?”]라고 했었다.
당연히 나는 그때 아니라고 대답했고, 이후 피치 안팎에서 그것을 증명해 왔다고 생각한다.
삐?익!
종합전적에서 앞서 나가기 시작한 벤피카는 완전히 기세가 올랐고,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 집결한 6만여의 관중들이 이 불길에 기름을 더하고 있다.
이곳 소속일 때는 전혀 몰랐는데, 상대가 되어 겪어 보니 고역이 따로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일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만약 이대로 탈락해 버리게 되면, 변명이 어찌 되었든 올 시즌은 실패로 기억될 테니 말이다. 사실 지금은 딱히 변명할 거리도 없다.
제롬과 마놀라스의 공백을 문제 삼기엔, 오늘 벤피카 역시 주전 스트라이커 둘이 뛰지 않는다.
설령 벤피카가 100%의 전력이었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우리를 바이에른 뮌헨이라고 부르는 한, 반드시 거기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리고 우린 지난 1차전에서 그럴 기회를 잡았었다.
‘Vier(4/Fear와 동음이의) Munchen’이라는 별명 그대로, 4:0 승리를 거둬 이 매치업을 8일 전에 끝내 버릴 수 있었다.
‘빌어먹을.’
어째서 사람들은 이토록 쉽게 무뎌지는 것일까?
어째서, 사람들은 이토록 쉽게 만족하는가?
축구 역사상 유일한 챔피언스리그 2연패 팀의 일원이라는 명예는,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겨져 과거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당시 최고의 팀임을 말해 줄 수는 있어도,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하다못해 2015년 최고의 축구클럽은 FC 바르셀로나였고, 리오넬 메시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그 증거로 발롱도르를 비롯한 많은 타이틀을 수상했고, 그래서 현재 우리는 리오넬 메시를 최고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표현 방법은 우리가 펠레, 마라도나,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프란츠 베켄바워, 페렌츠 푸스카스, 호날두, 요한 크라위프 등을 논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한두 해 쉬어 가기는 해도 매년 꾸준히 클럽과 자신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어 놓았기에, 메시는 살아 있는 전설이 된 것이다.
그가 속한 팀인 FC 바르셀로나도 말이다.
‘레바뮌이라고?’
내가 바이에른 뮌헨이 합류한 이후부터, 한국 축구팬들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를 함께 묶어서 레바뮌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하곤 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자국 리그와 유럽대항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해 온 팀이라며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과 대등할 자격이 있을까?
지금과 같은 정신자세론, 최소 몇 년은 더 굴욕을 받아야 정신을 차릴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정말 1차전에서 얻은 기회를 그런 식으로 날려 버려서는 안 됐다. 그리고 그 날려 버린 기회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서는 더더욱 안 되었고 말이다.
전반 33분.
계속해서 이어지는 짜증에 난 청용이 형에게 거친 태클을 들어갔고, 결국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게 됐다.
넘어진 청용이 형은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는데, 나는 그것을 가볍게 외면했다. 피치 위에서 사과는 나약함의 표시이기에, 그런 건 경기가 끝난 뒤에 할 생각이다.
대신에 난 내가 태클을 건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이걸 봐-!! 나는 오늘 대표팀 동료를 다치게 해서라도 승리하기를 원해-!! 그런데 너희는 어떤데?! 앙?! 너희의 유니폼은 어떠냐는 말이야!!”
오늘 우리는 원정 때 입는 감색 유니폼을 착용했는데, 몇몇을 제외한 이들의 유니폼은 널기 전의 빨래 같았다.
땀으로만 젖어 있을 뿐, 흙이 어디에도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뒤이어 나는 엠블럼을 붙잡았다.
“이게 부끄럽지도 않아?! 앙?!”
축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설령 동네에서 친구들과 하는 것이라고 해도 승리하고 싶은 법이다. 더구나 프로레벨에선,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상당하다.
그래서 누구도 패배를 원하지 않고, 다들 승리에 집착하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정도는 있다.
이 레벨에선, 누가 더 간절하냐의 싸움이 된다.
그런데 이번 8강전 동료들의 상태는, 곧 바이에른 뮌헨을 떠날 속셈인 나보다도 승리를 향한 열정이 약해 보인다. 최근엔 레비마저도 전염이 되었는지 조금 무기력하다.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집착하는 것만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집중력을 보여 주면 좋으련만, 그는 많은 골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래서 오늘 선발 명단에서 빠진 거다.
그런데도, 레비는 그냥 그게 불만이다.
뭐가 잘못되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뜻이다.
삐?익!
이번에는 베르나르두가 류보미르 페이사를 강하게 밀쳤고, 이내 피치 한쪽에서 선수들이 엉겨 붙으며 싸움이 일어났다.
관중석 가득 야유가 빗발쳤고, 재빨리 달려가 싸움의 한복판에 뛰어든 나는 베르나르두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며 벤피카의 옛 동료들과 맞섰다.
금방은 너무하지 않았느냐며 니코와 자르데우가 강한 불만을 표현해 왔지만, 난 동료를 지켜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차례 거센 폭풍이 지나간 후, 무의미한 공방전이 반복된 끝에 전반전이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여전히 벤피카가 앞서 나가는 중이었고, 거친 손동작으로 유니폼의 상의를 바지에서 빼낸 나는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베르나르두를 만났다.
녀석은.
“지긋지긋하지 않아?”
“……그래.”
“난 집구석 왕자가 되기는 싫어.”
“나도야.”
“후우- 빌어먹을.”
어째서 우리는 작년에 실패했을까?
분명 여긴 최고의 팀이었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인 독일국가대표팀의 선발멤버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뛰었고, 분데스리가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레비까지 합류했다.
부상이 꽤 많은 것을 앗아 갔다지만,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도 우린 얼마든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도 또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상대가 우리를 어렵게 만들었을 때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나와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또 생각해 보면, 뭘 해도 리그 우승은 차지한다는 안일한 생각이 볼파르트 클리닉이라는 불안 요소를 계속해서 품고 가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Mia San Mia라는 보기에 그럴듯한 철학을 핑계로, 지금보다 더 최고가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거다.
바이에른 뮌헨엔, 현재의 위치를 계속해서 위협해 줄 수 있는 강한 라이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특성상 그건 불가능하다.
바이에른 뮌헨을 뺀 나머지 팀들은 사실상 전부 셀링(Selling)클럽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 2년 우리를 위협한 도르트문트와 볼프스부르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면 된다.
어쩌다 리그에서 패배라도 하는 날이면 그게 모든 미디어의 1면을 장식하고, 사람들은 상대가 무얼 잘했는지보다는 우리가 무얼 못했는지에만 관심을 둔다.
그런데 어찌, 제대로 된 경쟁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루메니게가 시도했던 개혁이 성공을 거뒀더라면 또 몰랐겠지만, 돌아가는 정황상 다시 울리 회네스가 프란츠 베켄바워의 세력을 등에 업고 이곳을 장악할 것이다.
그동안, 이 클럽은 얼마나 많은 걸 잃을까?
무책임한 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나는 나의 잘못도 아닌 이유로 침몰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배에 계속 탑승하고 있을 생각이 없다.
난 이곳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동료들과 팬은 좋지만.
‘내가 더 중요해.’
나로 인해 행복함을 느끼고 나로 인해 삶을 더 나아질 수 있는 가족들과 아영이를 위해서라도, 나는 늘 내가 계속 성공할 수 있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게 설령, 많은 이를 실망하게 만드는 길이라 해도 말이다.
이미 제수스 감독님에게 했던 말이다.
쾅–!!
“!!”
단단히 화가 난 펩이 라커룸에 들어서며, 우리 모두에게 입을 다물라고 소리쳤다. 말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그냥 핑계를 듣고 싶지 않은 거다.
물론 누군가는 펩의 전술이 나빴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전술을 충분히 따랐음에도 결과가 안 좋았을 때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빠르게 손을 움직여 화이트보드 위에 붙여 둔 자석의 위치를 조절한 펩이 비로소 우리를 바라본다.
“우린 전반전에 정말이지 부끄러운 경기를 했다!”
“…….”
지난 1차전에서의 실망감을 경기력 향상의 원동력으로 바꾸려 했던 노력은, 챔피언스리그 사이에 있었던 분데스리가 우승 확정과 함께 물거품이 되었다.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날 밤, 몇몇 친구들이 펩을 찾아가 클럽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면 펩은 그 즉시 허락했겠지만, 당장 나흘 뒤가 경기였고 더구나 원정-원정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이라 여유가 부족했다.
그런데도 클럽 출입을 요청한 거다.
난 그게 상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너희 스스로, 진정 최고라 말할 수 있는지를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거기에서 제대로 된 답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우린 오늘 똥구덩이에 처박힐 것이다!”
타닥-!! 탁, 탁타타탁…….
펩이 집어 던진 검정 마커가 바닥과 벽을 차례로 두들긴 뒤, 정적에 휩싸인 라커룸에 유일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침묵하는 이들을 보며 난 생각했다.
정말 저들은 이런 가능성을 몰랐을까?
피치 위에서 공짜란 없다는 걸.
후반전,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게 설령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의 축구를 통한 것이라 해도 말이다.
우리는 이미 박수를 받으며 다음 단계로 진출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 상처뿐인 경기 끝에 다음 단계로 진출하는 것과 그런 뒤에 우리 스스로 구멍이 뚫린 치즈라는 걸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슬프게도.
하지만, 그런 슬픔 따위에 무릎 꿇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펩을 찾아갔다. 팀 토크를 끝낸 뒤, 라커룸을 빠져나가려던 찰나였다.
“펩.”
“……뭔가?”
감정을 잔뜩 쏟아 낸 뒤라서 그런지, 펩은 무척 지쳐 보인다.
“귀찮게 할 생각은 아니지만, 부탁이 있어요.”
“부탁?”
“네.”
“뭐지?”
“제게 프리롤을 주세요.”
“?”
가만히 날 쳐다보는 펩의 표정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잠깐 미묘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도 같았다.
일종의 미소와 비슷한 것이었는데, 워낙 짧은 순간에 사라져 버려 확신할 순 없다.
대신, 펩은 내게 이런 말을 해 줬다.
“나는 처음부터 자네를 구속한 적이 없네.”
“?!?!”
“감독이란 상상력이 풍부한 맹인일세. 대신 그림을 그려 줄 사람 없인, 절대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낼 수 없지. 자네는 줄곧 붓을 쥐고 있었네, 다온. 그걸 늘 명심하게나.”
손을 뻗어 온 펩이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후 돌아섰고, 굉장한 만족감을 얻게 된 나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자 베르나르두가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펩은 내가 줄곧 붓을 쥐었다고 했어.”
“뭐?”
“그리고 난 이제부터 그 그림을 그릴 거야.”
“……지금 이거 뭐 예술 이야기야?”
미간을 찌푸린 베르나르두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고, 그것을 잠깐 지켜보던 나는 매우 습관적인 행동을 해 버렸다.
찰싹-!
“윽-! 지금은 왜?”
바로, 녀석의 뒤통수를 때려 주는 일이다.
“축구하는데 웬 그림 이야기야?”
“네가 지금 붓이 어쩌고 그림이 어쩌고 했잖아?”
“아니거든?”
찰싹-!
“에-이!! AMIGO-!!”
이제는 제대로 짜증을 내 버리는 베르나르두.
난 그런 녀석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잘 들어 베르나르두.”
“싫어-!”
“그냥 들어. 넌 펩의 전술을 알지?”
“뜬금없이 또 대체 그게 무슨…….”
“쉬-잇! 그냥 대답이나 해. 어때? 알아? 아니면 몰라?”
“알아. 너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웬만큼은…….”
“좋아. 잘 들어.”
“잘 들으라는 말을 좀 안 하면 안 돼?”
“안 돼. 잘 들어.”
“…….”
결국 침묵하는 베르나르두 때문에, 난 참지 못하고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 녀석은 해괴한 것을 본다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큭큭큭. 휴우~ 좋아. 어쨌든.”
“야, 너 혹시 그때 머리 다친 것 때문이면…….”
“시끄러워. 그런 것 아니야.”
“그럼?”
“지금 말하잖아! 좀 가만히 들어 줄래?”
내가 한껏 짜증을 부리자, 베르나르두가 그제야 입을 지퍼로 잠그는 시늉을 했다.
참고로 녀석이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도, 우린 이런 시답잖은 행동으로 몇 분을 낭비하곤 했다. 그것을 합친다면, 자괴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숫자일 거다.
“펩한테 프리롤을 달라고 했어.”
“?!”
“그리고 그는 알겠다고 했고.”
“그게 붓이랑 관계가 있어?”
“그건 나중에 말해 줄게. 어쨌든, 넌 내가 자유롭게 뛰면 어떻게 플레이할지를 알잖아. 그리고 펩의 전술도.”
“그렇…… 지?”
“그래서 하는 말이야.”
“??”
현 상황에서 뮌헨을 다음 단계로 이끌고 가려면, 내가 멱살을 잡고 끌어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워낙 체급이 큰 클럽인지라, 혼자만의 힘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내겐 동료가 필요하다.
믿을 수 있으며.
실력이 뛰어난.
이 조건에 있어, 베르나르두 실바만큼 적합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달리기 시작하면.”
“?”
“절대 나를 놓치지 마.”
“……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나르두를 보며, 난 불평불만은 관두고 진짜 중요한 것을 위해 뛰기로 했다.
최고가 되기 위함이 아닌 내게 3년간 많은 것들을 안겨다 준 뮌헨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라도, 나는 2015/16 챔피언스리그의 우승 트로피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
‘이건 내 마지막 선물이니까.’
아름다운 이별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곳에 유산을 남겨 두고 떠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