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47)
747화 Magister (7)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골키퍼 중 하나로 꼽힌다. 마누엘 노이어나 잔루이지 부폰만큼은 아니지만, 그 바로 아래에는 자리하고 있다.
반사신경과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위의 두 남자보다 더 낫다고 평가된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선보인 수없이 많은 슈퍼 세이브도, 바로 이런 반사신경과 판단력이 빛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케일러 나바스는 이 두 가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축구공을 향해 손을 뻗었을 뿐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높이 떠오르는 축구공을 보며 충돌로 크게 원을 그리게 된 양손이 머리와 어깨를 거쳐 갈비뼈 위치까지 떨어졌을 때였다.
뭔가 좋지 않은 짜릿한 통증이 전해졌고, 이를 악물며 축구공을 끝까지 확인한 나바스는 직후 피치에 드러누워 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나바스가 엄살을 피운다고 여기겠지만, 현재 그가 느끼는 통증은 진짜였다.
급하게 달려온 레알 마드리드의 주치의인 헤수스 올모(Jesus Olmo) 역시, 나바스의 설명을 듣고 난 후 그가 정말로 아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먹을 쥐어 보게.”
“……읏- 아파요. 이게 맞는 거예요?”
“힘은 줄 수 있고?”
“시도해 보죠.”
피치에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나바스의 반응을 본 헤수스 올모는 최악의 경우 인대 혹은 뼈에 손상이 갔을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챔피언스 리그였고, 단순한 의심만으로 선수를 검사대에 올리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의사로서의 본분과 선수 본인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교체해 주는 것이 맞았지만, 클럽에 의해 고용된 스포츠팀 주치의는 약간 복잡한 위치에 서 있었다.
만약 여기에서 나바스의 교체를 권유했다가 선수에게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팀이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올모는 당장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계속해서 상태를 살피며, 스프레이를 뿌리고 근육 회복을 돕는 연고를 펴 발랐다.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였기에, 다행히도 헤수스 올모는 충분한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번 더 주먹을 쥐어 보게.”
“훨씬 나아졌어요.”
“그래? 뛸 수 있겠나?”
“네. 한 번 더 저런 슈팅을 막는다면 또 모르지만요. 지금 건 진짜 아팠다고요. 제가 여태까지 몇 개의 슈팅을 막아 왔는지 상상이나 되세요?”
케일러 나바스가 곁에 있는 스태프에게 몸을 일으켜 달라 요구하고, 이에 헤수스 올모는 벤치를 향해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잔뜩 긴장해 있던 지단은 안도한 듯 크게 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고, 급하게 몸을 풀던 키코 카시야(Kiko Casilla)가 다시 벤치로 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개운치는 않았지만, 전반전은 1/3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하프타임 때 제대로 확인해 보기로 하며 벤치로 돌아온 올모는 보조 스태프에게 지시하여 미리 의료실의 준비를 해 놓으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은 그의 눈은, 계속해서 전완근을 매만지는 나바스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축구공에 맞고 연골이나 근육이 손상되는 사고는 의외로 축구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는 슈팅 연습 도중, 관중석으로 볼을 날려 9살 소년의 손목이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나이지리아의 미드필드 미하엘 바바툰데(Michael Babatunde)가 동료 오게니 오나지(Ogenyi Onazi)의 슈팅을 피하려다 손목을 강타당하며 골절상을 입어 월드컵 경기를 더 뛰지 못했다.
또 최근엔, 얼굴로 날아오는 메시의 슈팅을 막으려던 한 여성 팬의 손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축구공은 440g 안팎의 가벼운 물체였지만, 그것이 수십 혹은 백 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들게 되면 석궁으로 쏜 화살만큼이나 강한 힘을 얻게 된다.
정확히 확인은 어렵지만, 헤수스 올모는 조금 전 김다온의 슈팅이 시속 100km를 가볍게 넘겼을 거라고 믿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겸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을 방영키도 하는 ‘ESPN’은, 김다온을 2010년대 이후 가장 위력적인 슈팅을 가진 축구 선수로 꼽았다.
2010년 이후에만 무려 67차례 100km/h가 넘는 슈팅을 날렸고, 빗맞은 슈팅을 제외한 모든 슈팅이 최소 87km/h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주석을 달며 ‘100% 정확하지 않은 수치일 수도 있다’고 공지했지만, 최소 수치라고 가정을 해도 조금 전의 슈팅은 약 128.5줄(J)의 가진 것이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있는 힘껏 둔기를 휘둘렀을 때의 충격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는 장갑을 꼈잖아.’
일반적으로 골키퍼 장갑은 슈팅의 힘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70~80% 정도 줄여 준다고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 과학적인 사실을 믿는 골키퍼는 거의 없었지만, 펀칭이나 캐칭 과정에서 부상과 실수가 연발하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지 않게 되는 축구 문화가 정착되면서 1980년대부터 장갑은 필수가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아무리 강한 슈팅이라고 해도 골키퍼를 다치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자신이 아는 과학적 사실과 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한 헤수스 올모는, 조금 전의 상황을 단순한 해프닝에 붙이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제아무리 삶이 빠르게 변화하는 최근이라지만, 과학적인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강인한 신체를 만들어 낸 남자가, 커 봤자 40줄(J) 정도 되는 힘에 골절상이나 근육 파열을 겪을 리 없었다.
가슴 한쪽엔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헤수스 올모는 빠르게 털어 낸다.
전반전 33분.
아틀레티코가 다시 빌드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
.전반 36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파앙-!
“!!”
…….
{“……우-!”}
한 박자 빨랐던 앙투안 그리즈만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포스트를 벗어나자, 관중석에서 깜짝 놀란 이들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아쉬워하는 녀석이 고개를 위로 치켜들며 소리를 질렀는데, 들리진 않았지만 문장의 절반이 욕이었을 거다.
“사울!!”
“?”
“좋은 패스였어!”
덩달아 아쉬워하던 사울이 내 칭찬에 고개를 끄덕이고, 난 뒤를 돌아 움직이며 팀 전체를 위해 손뼉을 힘차게 두들겼다. 지금은 좀 더 힘을 내서 상대를 몰아붙여야 한다.
한 번 더 팔을 매만진 나바스가 골킥을 준비하고, 수비 진영으로 돌아온 나는 킥의 진행 상황을 살폈다.
파앙-
레알 마드리드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떠오른 나바스의 골킥이 왼쪽 측면을 겨냥하지만, 다소 부정확했던 탓에 축구공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난다.
손쉽게 볼은 우리에게 넘어왔고, 후안프란이 패스를 뒤로 보내는 동안 나는 다시 중앙으로 좁혀 들어갔다.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스코 시프트를 가동한 데에 이어, 전반 중반부터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김다온 시프트로 반격을 하는 느낌입니다. 다소 답답했던 전반 중반까지의 흐름이, 김다온 선수가 중앙으로 움직여 주면서 트인 느낌입니다.”
(김정명) – SPORTV 아나운서
“오늘도 어김없이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 가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한희준)
“사이드백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고 봐야죠. 기본적으로 측면 수비수입니다만, 경기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력은 어떠한 선수보다도 굉장합니다.”
.
.
(야니크 코른베레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뮌헨에서 뛸 때보다도 한 단계 더 올라선 느낌입니다. 그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까요? 팀이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엔 다온이 있는 느낌입니다.”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지금도 훌륭한 전개입니다. 마드리드의 압박이 없는 곳으로 볼을 전진시켰어요. 아틀레티코 다시 공격합니다.”
***
지금까지 볼을 레알 마드리드가 점유하고 있어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상대는 기본적으로 포백 상황에서 예전의 우리와 같은 플랫 4-4-2를 가져간다.
아무래도 4-3-1-2 전술 자체가 측면이 빈약한 형태다 보니, 좌우 미드필드를 측면에 서게 하고 이스코가 중앙 미드필드가 되는 방식으로 전형을 바꾸고 있다.
전방에 벤제마-호날두라는 자원을 둔 만큼, 볼을 지키고 연계하여 뒷공간을 뚫는 방식의 역습까지 고려해 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서 의아함을 느꼈다.
우리의 피치 분할 방식을 공략하고자 4-3-1-2를 택했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수비 때 피치를 삼분(三分)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우리가 피치를 나눈 방식이 공격이 아닌 수비에 선수를 하나 더 둔 것이라, 레알 마드리드의 플랫과 플랫 사이를 공략하고 있진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굳이 메디아푼타(Mediapunta/AM)에 선수를 둘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리즈만이나 사울이 번갈아 가며 포켓(Pocket)으로 이동하는 게, 4-4-2를 쓸 때부터 디에고 시메오네의 기본적인 축구 철학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리즈만이 플랫과 플랫 사이에서 자유롭게 패스를 받아 들었고, 여유 있게 측면을 본 녀석은 사이드로 달려 나가는 내 앞으로 축구공을 굴려 보냈다.
순간적으로 좁혀들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가 다시 넓게 펼쳐지자, 그 공간에서 토레스는 자유를 얻었고 퍼스트 터치를 반대편으로 가져갔던 나는 바로 크로스를 띄워 보냈다.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띄워 올리는 크로스는, 골대를 향해 휘어 움직이기에 조금 더 위협적이다.
퉁-
크로스를 향해 제대로 달려든 토레스가 헤더를 시도해 보지만, 라파엘 바란이 한발 앞서 클리어에 성공했다.
그리고 난 볼이 이동하는 지점을 확인하는 대신, 바란과 다니 카르바할의 사이에 얼마나 많은 공간이 펼쳐져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저길 써먹을 수 있을까?’
내가 오른발 앞으로 축구공을 가져가는 퍼스트 터치를 했을 때, 만약 저곳으로 누군가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면 좀 더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었을 거다.
이상적인 전술상으로는 사울이 거기로 뛰어 들어가 줬어야 했지만, 그는 그렇게 자주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유형이 아니다.
사울은 일차적으로 팀 압박의 중심이 되어 주고, 양쪽 윙백과 공격수에게 수비가 집중되었을 때 그것을 분산시켜 주는 역할을 해 주는 친구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여 득점을 노리는 건, 사울의 기본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그리즈만이 침투를 시도하자니, 그에게 이미 붙어 있는 수비가 눈치를 채고 커버에 들어가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즈만은 침투 대신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대기하며 세컨 볼을 기다렸던 거다.
하지만, 지금 세컨 볼은 레알이 가져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역습.
‘돌아가야 해.’
“돌아와-!!!”
경합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애매하게 흐른 축구공이 벤제마의 앞쪽에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호날두와 마르셀루가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볼이 영 좋지 못한 곳으로 흘렀다고 판단한 코게가 빠르게 압박을 시도하지만, 카림 벤제마는 그것을 우아한 발기술로 손쉽게 벗겨 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더불어, 최근 몇 년 가장 퍼스트 터치를 잘한다고 알려진 공격수가 바로 벤제마다.
{“우와-!”}
기술 그 자체로 부를 수 있는 동작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전방 호날두에게 이어진 축구공은 곧바로 어느새 전방까지 침투한 마르셀루에게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 수비가 자리 잡는 것을 원치 않았던 마르셀루는, 축구공을 바로 리턴처럼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호날두에서 마르셀루로 다시 호날두로 이어진 2:1 패스가 팀의 수비를 무너뜨린다.
완벽히 속도를 붙인 호날두는 수비를 따돌리며 박스 안에 침투하는 것에 성공했고, 그가 시도한 왼발 땅볼 슈팅은 오블락의 오른편을 지나쳐 가까운 쪽 포스트로 향했다.
이어 출렁이는 그물.
“!!”
“…….”
그러나.
“FUCK!!”
멀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호날두의 커다란 목소리가, 축구공이 가른 그물이 옆쪽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굴절(屈折)이란 변수로부터 시작된 레알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역습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후, 우리와 상대 모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플레이로 전환을 모색했다.
선제 실점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졌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향하는 패스의 정확도는 급격히 곤두박질쳤다.
그러면서 양 팀 모두, 미드필드에서의 힘 싸움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 같다.
부지런히 움직여 +1이 되어 주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이스코와 같은 목적을 지닌 나 또한, 각자의 방식대로 뛰며 팀이 전진하고 공격을 할 수 있는데 힘을 보탰다.
그렇게 어느덧, 전반전은 그 끝을 향해 갔다.
삑-! 삐?익!!
약간의 아쉬운 판정도 있었긴 하나, 대체로 무난하게 경기를 끌어온 마틴 앳킨슨이 전반전을 끝낸다.
스코어는 0:0.
아직 골은 나오지 않았다.
.
(한희준)
“비록 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오늘 양 팀의 경기 수준은 굉장히 높습니다.”
.
.
(패트릭 화이트) – ESPN2 해설위원
“꼭 득점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반전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다온과 이스코가 경기에 색채를 더했죠. 이제 궁금한 건, 양 팀 감독이 후반전을 어떻게 준비할까입니다. 상대의 전술상에서 중요한 이 두 명의 선수를 견제함과 동시에 자신의 전술적 열쇠는 계속해서 활약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마이크 도날드슨) – ESPN 캐스터
“후반전을 더욱 기대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에스타디오 산디아고 베르나베우에서…….”
***
.하프 타임
레알 마드리드 0 : 0 아틀레티코
전반전 0:0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결과였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점수보다 그 내용 때문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8강 2차전을 통해 확신을 품었던 이스코 시프트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케의 후방 배치로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공백을 사라졌고, 전반 중반부터는 김다온이 중앙으로 이동해 움직이더니 이스코가 해야 했던 일들을 역으로 해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던 건, 김다온 시프트가 경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어떻게 할 텐가? 녀석이 너무 날뛰고 있어.”
“…….”
감독실로 들어선 다비드 베토니의 말에, 침묵을 유지한 지단이 전술 보드의 앞에 서서 멍하니 정면을 쳐다봤다.
전반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지단이 지시한 내용을 성실하게 수행해 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서너 차례 결정적인 장면도 만들었다.
하지만 지단은 거기에 만족할 수 없다.
오늘 그가 하려고 했던 건.
‘나를 만드는 일이었지.’
이스코를 과거의 자신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
“…….”
침묵이 이어지고, 앞서 전반 15분 한차례 자신의 고집을 밀어붙이기로 했던 지단은 다시 한번 현재의 게임플랜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결심을 굳힌다.
몸을 돌려세운 그는 코치들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거라 말했고, 고개를 끄덕인 이들을 먼저 라커룸으로 들여보낸 후엔 문을 두드리는 헤수스 올모를 맞이했다.
조금 전, 헤수스 올모는 케일러 나바스의 검사를 끝낸 참이었다.
“골절이 의심된다고?”
“그러네. 심각한 건 아니지만…….”
“그 슈팅 때문에?”
“아마도. 하지만 그건 말이 되지 않아. 틀림없이 예전에 어떤 다른 문제로 뼈가 약해져 있었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논리(論理).
헤수스 올모의 이야기를 듣던 지네딘 지단은 세상엔, 또 피치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이건 불필요한 것이었고, 입술을 한 차례 질끈 깨문 그는 나바스가 후반전에 뛸 수 없는 상황인지를 물었다.
“원한다면 진통제를 놓을 순 있네.”
“나바스는 뭐라고 하지?”
“진통제를 원하고 있지.”
“…….”
예기치 못했던 전개에, 지단은 고민에 빠졌다.
나바스는 대체하기 힘든 자원이다.
시즌 동안 간간이 로테이션으로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친 키코 카시야이긴 했지만, 이런 경기에서 믿고 맡길 만큼 충분한 신뢰를 주고 있지는 못했다.
“주사를 부탁하네.”
“그러지.”
고개를 끄덕인 헤수스 올모가 감독실을 떠나고, 약간의 죄책감을 떠안은 지단이 땀이 솟아난 머리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드레싱 룸 안으로 발걸음을 가져갔다.
대략 5.5 : 4.5 정도로 우위를 점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할 수 있다며 서로를 독려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승리가 가장 절실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연신 손뼉을 치고 할 수 있다고 소리쳐 가며 후반전에 반드시 득점을 올려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호날두는 호날두기에, 그의 이런 행동은 팀 전체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잔뜩 끌어올려진 분위기 속에서, 지단이 나아가 하프타임 팀 토크를 시작한다.
“이만큼.”
“…….”
“우리에게 부족했던 건 고작 이만큼이었다.”
단순히 운이 따르지 않은 것뿐이며, 남은 45분 동안 얼마든지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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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후반전 우리는 좀 더 공격적으로 되어야 한다!”
“…….”
“무모하게 나서자는 게 아니다! 볼을 빼앗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더 싸워야 한다는 거야! 전반전에 보았다시피, 다온이 넓게 움직여 주고 있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 친구의 위치를 계속해서 염두에 둬야 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후반전을 위한 전술적 지시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철학과 철학이 맞붙는 피치 위.
그것을 실천하는 22명의 선수.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이라는 타이틀 속에 경기를 치르는 양 팀의 남자들은, 어느 때보다 간절히 오늘의 승리를 바랐다. 두 번째 경기가 있다지만, 그것은 고려의 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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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힘든 경기야. 아틀레티코는 강한 팀이지. 하지만 상대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 유지하는 쪽이 유리하다. 알겠지? 침착해. 진정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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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드레싱 룸
“싸울 준비를 해라!! 너희 가슴 속에 있는 불꽃과 에너지를 아껴 두지 마!! 하지만 머리는 냉정해야 한다!! 그래도 믿어라!! 결국 승리를 만드는 건!! 누가 더 간절히 승리를 바라고! 누가 더욱 큰 불꽃을 지니고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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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히 대비되는 두 감독의 색(色).
빅이어를 거머쥠으로써 마드리드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양 팀의 대결은, 이제 막 그 1/4 지점을 통과했다.
***
작가의 말 ? 분량 조절 실패네요. 23일 종일 다음 화를 다듬어보고 24일 오전인 지금도 자고 일어나서 한 번 더 글을 잘라 내 보고 있는데, 어떻게 해도 분량이 맞춰지질 않습니다.
너무 애매하게 끊어져서 본의 아니게 절단신공이 될 것 같아, 걍 이번 주는 121212 방식으로 뒤집어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