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52)
917화 One Team (47)
201X년 X월 X일.
똑똑똑-
“?”
들려온 노크 소리에, 안경을 쓰고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남자가 문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곳엔, 풍성한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지난 7월,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용된 네 명의 스태프 중 하나였다.
안경을 벗은 남자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갈색 머리의 사내에게 들어오란 손짓을 보낸다.
“문은 닫고 오게.”
“네.”
딸깍-
열려 있던 문이 닫히고, 잠시 뒤 두 남자는 흰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테이블 앞에 놓인 하늘색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그 이야기로군.”
“네.”
“소문은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놀랍게도요.”
“……그가 하고픈 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
“…….”
남자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부쩍 말수가 줄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여전히 누구보다 수다스러웠지만, 밖에서는 멍한 얼굴로 상념에 잠길 때가 많아졌다.
갈색 머리의 사내가 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고, 홀로 남은 남자는 내면의 세계에 빠져든다.
여전히,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이 불안함이 단 하나의 명백한 이유에서 오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쿠르릉-
쿠릉-
“…….”
이틀 내내 까만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
비는 내리지 않지만, 천둥이 계속 내리친다.
쿠르르릉-
…
쿵!!
강한 천둥소리가 지나간 자리, 분명 조금 전까진 깨끗했던 바닥에 깨진 머그잔 하나가 뒹굴고 있다.
***
삐?익!!
.
.
.전반 00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현우! 간다!”
팡-!!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프랑스가 강한 압박을 펼치기 시작했다. 전방에 배치된 네 명의 공격수들이 100m 달리기를 하듯 빠르게 뛰어 페널티 박스 주변까지 올라섰다.
후방빌드업을 가져가고자 패스를 뒤로 돌렸었는데, 현우 형의 골킥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난다.
‘이걸 노렸었나.’
경기 전 선축을 정하는 동전 던지기를 할 때, 요리스는 이기고도 선축이 아닌 골대 위치를 지정하는 선택을 보여 줬다.
스크럼이 있는 위치로 돌아온 성용이 형이 조금 이상하다고 말을 했었는데, 애초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먼저 킥오프를 하게 하고, 공격수 넷을 올릴 생각이었던 거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기선제압이라는 네 글자로 간단히 답할 수 있다.
압박감에 굳었던 몸을 일깨우는 것도 있고, 우리의 실수를 유도하는 것 역시도 가능하다.
‘잔재주를 부리고 있어.’
분하지만, 그 잔재주가 먹혔다.
결국 볼을 가져갔으니 말이다.
프랑스의 스로인으로 경기가 재개된다.
.
(안정환) – MBC 해설위원
“여기에서부터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월드컵 결승전을 경험하고 있는 선수들 아니겠습니까? 침착하고 냉정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얼마나 떨리고 얼마나 긴장되겠습니까. 그저 잘 싸워 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김형근) – MBC 캐스터
“프랑스가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립니다. 네. 쓰읍- 아, 오늘 양 팀의 전술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월드컵 첫 번째 경기에서 프랑스는 역삼각형 미드필드를 세운 4-3-3 전술을 사용했다.
정통 스트라이커 없이, 우스만 뎀벨레-킬리안 음바페-앙투안 그리즈만으로 구성된 3인방을 전방에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의 경기 내용은 최악이었다. 전반 초반 10분 동안은 세르비아를 상대로 압도하는 듯했으나, 몇 차례의 공격이 막힌 후부터 주도권을 빼앗겼다.
그리즈만은 어느새 존재감이 사라졌고, 우스만 뎀벨레는 축구에서 패스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플레이했다.
오른쪽 미드필드로 출전한 박스-투-박스 미드필드 코랑탱 톨리소는 엉뚱한 위치선정도 모자랐는지, 위험한 태클을 두 번이나 저지르며 거의 퇴장을 당할 뻔했다.
만약 주심이 일방적인 프랑스 편들기를 하지 않았다면, 세르비아가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문제가 된 세 명의 선수를 교체하고 나서야 2:0의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황금 세대가 아닌 도금 세대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내용 자체는 좋지 못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프랑스는 전망이 어두워 보였다.
그런데.
“왼쪽! 막아! 민재!!”
“?!”
“씨…….”
두 번째 경기부터, 프랑스는 조금씩 바뀌어 갔다.
디디에 데샹은 첫 번째 경기 이후 과감한 결단을 통해, 우스만 뎀벨레와 코랑탱 톨리소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올리비에 지루를 최전방에 내세우는 변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매우 주효해서, 프랑스에 중요한 선수들의 경기력을 궤도로 끌어올렸다.
조별 예선 마지막 코스타리카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투입해 한 차례 숨을 고른 이후엔, 월드컵 전 기대했던 프랑스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중의 시선은 킬리안 음바페에게 집중된 게 사실이지만, 올리비에 지루와 앙투안 그리즈만도 본인이 해 줘야 할 몫을 120% 소화해 주었다.
특히 속도/기술을 바탕으로 오프-더-볼을 가져가는 그리즈만에게 있어, 공간을 만드는 데 능숙한 올리비에 지루는 완벽한 파트너였다.
지금도 지루가 민재의 시선을 현혹한 사이, 그리즈만이 영리하게 그 공간을 파고들었다.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던 코랑탱 톨리소에게 쓰던 신경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나는, 재빨리 자리를 이탈하여 그리즈만을 저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오른쪽으로 움직여 있던 포그바가 그리즈만이 뛰어드는 곳으로 정확해 공을 보내어 온다.
‘재수 없는 새끼.’
폴 포그바는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는 선수 중 하나다.
‘World Cup Best ?’의 한자리 정도는 너끈히 차지하겠지만, 케빈 더브라위너나 조던 헨더슨이 받는 주목에 비하면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하지만 분명 포그바는 현존하는 미드필드 중 가장 좋은 기술을 지녔다.
특유의 기복 때문에 유망주 시절 받았던 평가만큼 뛰어난 선수로는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좋았을 때의 폼만 놓고 보면 월드클래스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오늘 포그바의 폼이 나쁘길 바랐지만, 지금의 패스만 보면 꽤 괜찮아 보인다.
‘내가.’
그렇게 경기 전 농담을 던졌건만.
‘조금.’
매정하게도 저 폴 포그바 녀석은, 본선 토너먼트에서 보여 주었던 경기력을 결승전에도 그대로 가져나온 것 같다.
뭐, 당연한 부분이다.
나 역시.
‘못해도 된다고 했지?’
촤—악!!
“?!?!”
쭉 뻗은 오른발이 축구공에 먼저 닿았고, 볼이 놓인 위치로 발을 가져가려던 그리즈만이 몸을 위로 떠 올리더니 그대로 피치 위로 다이빙을 한다.
쿵!
동시에 들려오는 고함 소리.
“C’est une faute!!”
“Penalty!!”
몸을 던진 현우 형이 흘러오던 공을 품에 안았고, 재빨리 일어선 나는 주심을 향해 손가락을 좌우로 저은 뒤 그리즈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Levantarse(일어나).”
“¿Que?”
“¡Levantate, Bastardo(일어나라고! 이 새끼야!)!”
“…….”
단어와 억양은 상당히 거칠었지만, 나는 환하게 웃고 있다.
“¿O quieres que te haga una cama? sigue durmiendo asi Entonces esta bien con nosotros(아니면, 침대라도 깔아 줘? 이대로 계속 자든가. 그럼 우리야 좋지).”
그리즈만은 그 갭에 당황한 것 같다.
이래서야,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VAMOS! 이건 결승전이야!! 망치지 말라고!!]“…….”
몇 마디를 건네고서야, 비로소 그리즈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끝까지 이 녀석은 내 손을 붙잡지는 않았다.
[고맙다.] [뭐?!] [그렇게 여전히 병신으로 있어 줘서.] [개소리 마!] [진심인데?]그리즈만 같은 녀석도 있어야, 프랑스를 박살 내는 일에 좀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AT의 동료들에게서 성격이 좀 바뀌었단 말을 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날 제외하고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이럴 줄 알고야 있었는데, 너무 예상대로라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월드컵 결승전의 휘슬을 잡은 네스토르 피타나가 그리즈만에게 주의를 건네는 사이, 포그바를 찾아 고개를 돌린 나는 녀석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포그바 역시 비슷한 미소를 지었다.
녀석은 이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재수 없는 새끼, 웃지 마.’
경기 전 나를 무겁게 짓누르던 압박감은 어느새, 완전히 어깨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할 때다.
결승전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마크 채프먼) – BBC Radio 5 코멘테이터
“Here is Da-On.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믿을 수 없는 경기를 보여 줬습니다. 명실상부 현시점 세계 최고의 선수일 겁니다. 한국은 그에게 많은 부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
(스티브 바워) – BBC 코멘테이터
“키. 한국의 캡틴이 반대편으로 패스를 보내고, 그곳엔 쏜이 있습니다. 쏜. 파바르가 앞에서 달라붙고, 볼이 라인 밖으로 벗어납니다.”
(마크 로렌슨) – BBC 공동-코멘테이터
“한국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초반 압박이 강한데도, 허둥지둥하지 않습니다.”
(스티브 바워)
“호르헤 삼파올리입니다. 한국에서의 감독 생활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위치로 올라섰습니다.”
.
.
.전반 03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월드컵 개막 이전, 프랑스의 감독 디디에 데샹의 가장 큰 고민은 우스만 뎀벨레의 활용법이었다.
FC 바르셀로나 이적 후 월드클래스로의 가능성을 보인 젊은 공격수가, 과연 현재의 프랑스 대표팀에 보탬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면만을 고려하면 음바페와 그리즈만이란 세계적인 공격수 곁에 또 하나의 강력한 창을 놓아 두는 것이었지만, 그 단점 역시 너무나도 명확했다.
18살의 나이에 빅클럽의 주목을 받는 유망주가 된 ‘가장 나쁜 예’라고도 볼 수 있었는데, 뎀벨레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란 사고를 지닌 남자로 성장했다.
그리고 조별 예선 첫 번째 경기에서 바로, 디디에 데샹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본인이 월드컵의 영웅이 되길 원했던 우스만 뎀벨레는 지독할 정도의 탐욕을 보였고, 그의 긴 드리블은 그리즈만의 오프-더-볼과 음바페의 속도를 전부 잡아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첫 승리 후 뎀벨레와 따로 면담을 진행해 보았지만, 데샹이 들은 대답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뎀벨레는 팀을 위해 희생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전술 안배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21살 젊은 공격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데샹의 머리를 스쳐 지난 것은 자신의 부임 이전 엉망진창이었던 프랑스 대표팀이었다.
‘오, 안 돼.’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악의 대표팀 감독으로 남게 된 레몽 도메네크는 레블뢰를 이끄는 감독에게 주어지는 명성과 별자리, 그리고 그것에 매력을 느낀 여자에만 몰두했다.
카림 벤제마가 자신과 피치 밖에서 어울리던 세력을 대표팀으로 끌어들여 기강을 망가뜨리고 또 파벌을 만들어 일부 선수를 따돌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순간에도, 그는 그것을 다잡는 데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어쩌면 황금기일 수도 있었던 프랑스의 한 세대가 허무히 끝났고, 또 재능 있던 일부 유망주는 따돌림에 회의를 느껴 성장을 멈추게 되었다.
평생 프랑스와 프랑스 축구를 사랑해 온 디디에 데샹에게 있어,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동안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바로 우스만 뎀벨레를 월드컵 플랜에서 제외했고, 다른 남자에게 기회를 주었다.
본래는 플로리앙 토뱅을 PLAN B로 두었지만, 뎀벨레의 사례에서 창이 꼭 많아도 좋지 않다는 교훈을 얻은 데샹은 공격 대신 균형을 선택했다.
촤—악!!
‘그렇지!’
데샹의 선택을 받은 블레즈 마튀디가 훌륭한 태클로 김다온의 전진을 저지해 낸다.
.
(로베르 피레스) – 프랑스 BeIN Sports 해설
“이번 월드컵 프랑스의 숨은 영웅입니다. 궂은일을 도맡으며, 나머지 공격수가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도 좋은 태클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본랜, 클로드와 비슷한 유형이었습니다. 뛰어난 속도, 좋은 태클 실력. 수비적으로 팀을 도울 수 있고, 많이 뛰어 주기도 합니다.”
(쟝 위브-베헝) – 프랑스 BeIN Sports 코멘테이터
“다온은 조금 전의 태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심에게 항의를 전합니다.”
***
마튀디가 나와 신경전을 펼치려고 한다는 건, 전반 2분이 채 되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힘을 주어 몸을 쓴다거나 굳이 불필요한 동작을 보태거나 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나를 짜증 나게 만들려는 게 눈에 보였다.
조금 전 태클도 그랬다.
마지막 동작은.
[발을 높이 올렸다고요.] [진정하게. 나도 다 봤어.] [봤는데 그런다고요?] [쉬잇.] [Dios Mio! 최소한 주의라도 주라고요!]태클 그 자체로만 본다면, 마튀디는 분명 높은 수준의 수비를 보여 줬다. 볼을 걷어 낼 수 있는 유일한 각도로 비집고 들어와 어려운 상황에서 축구공만을 정확히 건드렸다.
그래서 난 그를 뛰어넘었고, 그냥 가볍게 착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데 마튀디는 후속 동작인 척 발을 살짝 위로 들어 올렸고, 거기에 발끝이 걸린 나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마튀디에게 뭐라 한마디 하고 싶지만, 이럴 땐 프랑스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퉤!!”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면서, 이런 방식의 신경전은 신물 날 정도로 많이 겪어 봤다. 솔직히 마튀디의 이런 행동 정도는 애교처럼 느껴질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두 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선 첫째 월드컵 내내 괜찮은 관계를 쌓아 온 네스토르 피타나에게, 내가 짜증을 낼 만큼 마튀디가 지저분하게 굴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물론 월드컵 결승전이니만큼 과민 반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피타나에겐 분명한 어필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되었던 다른 한국 선수가 되었건, 마튀디가 거친 행동을 하게 되면 그 즉시 경고가 나올 수도 있다.
둘째. 이게 진짜 본래 목적인데, 마튀디에게 내가 신경전에 넘어갔다고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여기게 함으로써, 방심을 유도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마튀디가 잠시 나를 막는 것을 소홀히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날 놓아두어도 된다고 판단을 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다만, 그건 단 한 번뿐인 기회가 될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마튀디 역시 이용당했다는 것을 느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시 신경전을 펼칠 텐데 이후엔 내가 무엇을 하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으- 간질거려.’
이런 종류의 신경전을 펼칠 때면, 어김없이 가슴이 간지러워진다.
동네 골목을 누비던 어린 시절, 마음에 둔 여자애를 일부러 괴롭힐 때와 같은 느낌이다. 혹은 숨바꼭질할 때, 술래가 가까이에서 나를 찾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스릴.
본격적으로 축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뒤부터, 나는 이런 심리전을 즐기게 된 것 같다.
축구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기대하겠어.’
마튀디를 포함한 프랑스 전체의 뒤통수를 멋지게 후려칠 순간을, 난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전반전 05분.
아직, 경기는 팽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