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61)
926화 re – Start (6)
2018년 9월 3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이틀째 대화를 안 한다고?”
“네. 정확히는 아내가 절 외면 중이죠.”
“…….”
볼파르트 박사님이 집으로 찾아온 날, 나는 최근의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스탬퍼드 공원에서의 일 이후, 아내는 철저히 나를 외면하고 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것은 아닌데, 내가 이야기를 하려고만 하면 슬쩍 자리를 피해 버리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지?”
“그게, 그러니까.”
공원에서 돌아온 날 밤, 난 홀로 침대에 누워 어째서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축구 따위 지겹다는 말.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그런가?”
“네. 그야 당연하죠.”
“그런데 왜.”
“?”
“어째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 거지?”
“그야…….”
어째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보고 싶지 않았어요.”
“?”
“저것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었던 것처럼 느껴져요. 그 꿈은 너무나 달콤한데, 저는 보다시피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죠. 그래서 잠깐 저것들을 멀리 치워 놓고 싶었어요.”
몰랐다.
지금 내가 입 밖으로 문장들을 내뱉기 전까진, 짐을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고,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만 믿었다.
난 지금, 과거를 마주 볼 용기가 없다.
그 이유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응? 왜 웃고 계시죠?”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던 내가 다시 볼파르트 박사님을 마주 보았을 때, 앞에 계신 분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과거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때는 종종 보았던 모습이지만, 이번 상담을 시작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어째서 웃고 계시냐는 질문에, 볼파르트 박사님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상담이 진행되려고 해 기쁘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해 왔던 건요?”
“그야, 시작을 위한 준비라고 볼 수 있지.”
“Sich warm laufen.”
“그래. 축구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
Sich warm laufen은 준비운동이란 뜻의 독일어다.
“자네의 상처를 내가 치료할 수는 없어.”
“그게 무슨…….”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결국 자네야. 그리고 나는 그저, 곁에서 그것을 들어 줄 뿐이지. 진부한 표현이지만, 자네가 진정으로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모든 해답은 자네의 안에 있네. 그 시작이 더뎌지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을 했었네만, 역시 아내보다 위대한 존재는 없는 것 같군.”
다소 짓궂은 미소에 머쓱해진 내가 헛기침을 하자, 몸을 앞으로 숙인 볼파르트 박사님이 내게 질문을 던져 왔다.
그것은 바로.
“자네는 누구인가?”
“??”
꽤 많은 생각과 꽤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의외의 것이었다.
***
2018년 9월 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어제 볼파르트 박사님과의 상담이 끝난 이후, 난 아영이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내는 거기에 곧바로 반응하진 않았지만, 이후 깎은 과일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게 계기가 되어, 우리 부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정말 괜찮겠어?”
“그럼. 여기가 내 집인걸.”
“그럼 우리 집은?”
“거긴 천국이지. 자기가 있잖아.”
“음- 합격. 다녀와.”
“응.”
집을 떠나 에티하드 캠퍼스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 입구에서 나를 확인한 폴 비들(Paul Biddle)이 깜짝 놀라다가 머리를 모서리에 부딪히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폴 비들이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클럽하우스의 바리케이드를 열어 주었다.
탁-
목발을 짚고 차에서 내려, 새로운 시즌을 맞아 새롭게 단장된 퍼스트 팀 센터 건물을 바라본다.
고작 몇 개월 떠나 있었을 뿐인데, 꼭 몇 년 만에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응?”
목발을 옮겨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을 무렵, 앞쪽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익숙한 얼굴들이 황급히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하.”
킷(Kit)어시스턴트인 브랜든 애쉬튼과 킷맨 마이클 클리더로. 그리고 소프트 티슈 테라피인 마크 세르토리와 스포츠 테라피스트 에두아르도 알바레스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보나 마나, 폴 비들이 연락한 것이리라.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는데 말이다.
“다온. 너…….”
“Yup. 꼴이 참 멋지지 않아요?”
“너…….”
“!!”
말을 잇지 못하던 브랜든이 나를 와락 끌어안았고, 그 상태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다른 이들과는 눈과 입으로 인사를 나눴다.
“Come on, 브랜든. 다온이 불편하겠어.”
“오, 이런 세상에나. 나는 너를 영원히 잃는 줄 알았어.”
“바보 같은! 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안다고! 그런데 그냥…… 크흑.”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브랜든 애쉬튼이 맨체스터 시티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인 것이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으로 불리지만, 그 내면에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을 장착하고 있다. 물론 이 남자가 장난을 치는 걸 보면, 그 아이는 대단한 말썽꾸러기임이 틀림없긴 하다.
눈가를 소매로 쓱쓱 닦아 낸 브랜든 애쉬튼이, 어쩐 일로 이곳에 왔는지를 물었다.
“아, 펩을 좀 보려고요.”
“펩이라면 지금 아카데미 쪽에 있어.”
“아카데미요?”
“응. 요즘 자주 아카데미에 가는 편이야.”
“…….”
펩이 아카데미에 가 있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긴 하다. 그는 1군 팀을 포함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단 전체에 권한이 있고, 쉴 때면 종종 유소년들을 관찰했다.
이틀 전부터 A매치 주간이 시작된 만큼, 무료함을 달래고자 아카데미를 찾았을 게 틀림없다.
“안에서 기다릴래? 내가 펩에게 네가 왔다고 말할게.”
“아뇨. 그냥 제가 아카데미로 갈게요.”
“괜찮겠어?”
아카데미까지 가겠다는 말에 브랜든 애쉬튼이 시선을 아래로 슬쩍 내렸고, 그와 동시에 마이클 클리더로와 마크 세리토리가 동시에 브랜든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만 같다.
찰싹-
찰싹-
“아우!! 왜??”
“이 멍청한 녀석아!”
“?? ???”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브랜든의 어깨를 두드린 후,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겨 두곤 아카데미 건물이 있는 곳을 향해 목발을 짚어 나아갔다.
제법 거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아카데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다온!!”
“하하. 잘 지냈어요?”
“그럼, 물론이지! 이런, 세상에나!!”
나를 발견하곤 반가워하는 이를 만날 수 있었다.
밥 크로티(Robert Crotty)는 아카데미 어드바이저다.
“펩을 만나러 온 거야?”
“네. 그는 안에 있나요?”
“응. 지금 안에서 U-12 애들이 훈련하고 있거든. 그리고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온 애들이 있죠.”
“그래.”
“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작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는 한국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뒤, 치키가 내게 협력을 제안해 왔다.
한국에 있는 내 아카데미와 시티가 협력하여, 우수한 유망주를 잉글랜드로 불러들이자는 것이었다.
제법 커다란 사업이었으니만큼 양쪽 모두 충분한 검토 기간이 필요했고, 월드컵이 끝난 바로 다음 날 제휴가 체결되었다는 뉴스가 조용히 흘러나갔다.
본래라면 한국에서 떠들썩하게 다뤄졌어야 하는 뉴스지만, 알다시피 내가 모든 이슈를 가져가 버렸다.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소식을 나의 부상으로 가려 버렸다니. 바보 같아도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없다.
‘하여간, 나도 참 못났다니까.’
밥 크로티와 헤어진 뒤, 아카데미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실내 연습장을 찾아 움직였다.
“안녕.”
“?!”
복도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마다, 아이들은 큰 눈을 껌뻑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다 내가 조금 멀어지면, 뒤쪽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천진난만하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U-12세 이하의 팀이 모인 건물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큰 소리들이 들려왔다.
‘꼭 세이샬 같아.’
계속해서 목발을 짚은 끝에, 나는 펩이 있다는 실내 연습장 안에 들어섰다.
안에서는 훈련이 진행 중이었는데, 1군 훈련 때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환한 미소를 띤 채로 열정 가득한 목소리를 아이들에게 내뱉고 있었다.
“기억해! Be Happy! 즐겁게 축구를 하는 거다!”
“…….”
“Let`s go! Let`s have some fun!”
훈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펩을 부르는 대신 조용히 한쪽에 자리를 잡는 방법을 택했다.
이곳은 U-14세 팀 이하가 경기를 치르기도 했고, 그래서 그라운드 주변으로 관중석이 설치되어 있다. 의자에 앉은 뒤, 목발을 옆에다 두고 펩과 아이들을 바라본다.
“좋아! 아주 잘했어!”
“숀! 더 적극적으로!”
“살림! 더 차분하게!”
이름을 부르는 모습으로 보아, 꽤 오래전부터 저 아이들과 훈련을 해 온 것 같았다. 펩은 때때로 직접 볼을 만져 가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기도 했다.
내가 관중석 한쪽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펩과 아이들은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기분이라.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펩은 종종 내게, 자신이 프로팀의 축구 감독으로서 활동하는 건 60살이 될 때까지라고 했다. 이후에는 라 마시아로 돌아가, 평생 아이들을 가르칠 거라면서 말이다.
아이들에겐 어른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이 있었고, 그것이 자신에게 끊임없는 전술적 영감을 준다고도 했다.
‘당신이야말로, 죽을 때까지 축구를 해야 하는 사람이죠.’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던 중, 이쪽을 돌아본 한 아이가 펩에게 다가가더니 내가 앉아 있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방해하긴 싫었는데.’
목발을 다시 가져와 몸을 일으키는 나.
저 앞의 펩은 이런 나를 바라보고 있다.
***
【20분 뒤】
@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분명 이전에는 펩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매일매일 클럽에서 얼굴을 마주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매일 봐도 우리는 늘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지금은 침묵이 절반이다.
아니, 대략 7할쯤 된다.
“…….”
“…….”
괜히 엉덩이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쯤, 펩이 불쑥 목소리를 꺼내 들었다.
“상담은 잘 받았나?”
“네.”
“그렇군.”
“…….”
“…….”
다시 또 침묵이 찾아오고, 이대론 불편해서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내가 이곳에 찾아온 목적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저… 펩?”
“왜 그러지?”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얼마든지.”
별안간 클럽하우스를 찾은 이유.
그것은 바로.
“Who am I?”
“???”
볼파르트 박사님이 던진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제 내 나름 박사님의 질문에 최대한 답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어딘가 충분하지 않았다. 무언가 중요한 한마디를 빼먹은 것 같은데, 그게 무언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나는 펩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함의 원인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 이름이나 그런 걸 물어보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제가 누구인지가 궁금해서요.”
“…….”
“참 바보 같은 질문이죠. 안 그런가요?”
“아니.”
“?”
“전혀 그렇지 않네.”
고개를 가로저은 펩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바로 전술판 앞으로 걸었다.
앞에 놓인 마커를 집어 든 그가 손을 보드로 가져갔고, 한 공간에 나의 이름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삑-
삑-
탁!
“자넨, 나의 풀백이야.”
“…….”
“그리고 자네는 나의 뮤즈이기도 하지. 자네가 있어, 나는 늘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네. 왜냐하면 자네가 피치 위에서 모든 것을 해 주었으니까.”
이름 하나가 왼쪽 풀백 자리에 적힌 후에도 계속, 나의 이름은 보드에 새겨졌다. 센터백, 오른쪽 풀백, 볼란치(Volante), 중앙 미드필드, 윙, 스트라이커.
골키퍼를 뺀 자리에 나의 이름이 몽땅 들어서고 나서야, 펩은 마커를 비로소 내려다 놓았다.
“자넨, 내가 원하는 축구의 모든 것일세.”
“…….”
이야기를 모두 끝마친 펩의 어깨는 아래로 축 처진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위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반면에 나는 약간 덤덤했다.
무표정으로, 펩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럼 이제는 내 차례다.
“만약 제가 돌아가지 못한다면요?”
“그럴 리 없네.”
“만약 제가 전처럼 달리지 못하면요? 더는 강한 슈팅을 때릴 수 없고, 더는 당신이 원하는 선수가 될 수 없다면 어쩔 거죠?”
“그럴 리 없어!”
“펩!! 제 다리를 좀 보세요!!”
“!!”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목발이 넘어졌다.
그리고 난, 힘겹게 서 있다.
오른발 하나에 몸 전체를 의존한 채, 서글픈 얼굴로 펩을 바라보고 있었다.
“I`m Broken!!”
이럴 때면, 영어가 참 고맙다.
뜻이 중의적이니까 말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던 펩이 서글픈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나?
다친 것은 난데.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것도 난데.
그래서.
“전 몹시 두려워요.”
“…….”
“재활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단계이긴 해요. 하지만 재활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저는 늘 최고가 되길 원했는데. 영원히 최고가 될 수 없는 몸 상태면 어쩌냐고요. 그건 제게 사형 선고와도 같아요, 펩. 저는…….”
어제, 볼파르트 박사님은 말했다. 세상의 그 누구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상처 입는 것에 익숙해질 수 없다.
내 발목을 부러뜨린 것은 블레즈 마튀디지만, 정작 지금 내게 상처를 주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주변의 사람들이다. 무작정 괜찮을 거라는 그들의 말이, 내 심장에 비수처럼 박힌다.
어쩌면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전의 내가 되길 바란다.
“최선을 다하겠어요.”
“?!”
“최선을 다하겠다고요. 저는 분명히 다시 피치로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이전의 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정말 괜찮겠어요?”
“…….”
“답은 지금 하지 마세요. 제가 할 말은 이게 끝이에요. 원래는 차를 태워 달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택시를 불러서 돌아가죠. 브랜든에게 부탁할게요. 그럼.”
바닥에 있던 목발을 힘겹게 주워 들어 감독실을 빠져나온다. 망부석이라도 된 것처럼 우뚝 서 있는 펩을 남겨 둔 채, 난 힘껏 목발을 움직였다.
나도 안다.
펩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전부 나를 걱정해서 하는 행동이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 못지않게 커다란 상처를 받았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씨팔.’
진심으로 저런 펩은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의 축구의 모든 것이라고?
나는.
쿵!!
걸음을 멈춰 세우고 벽을 손으로 두들긴 내 머릿속엔, 볼파르트 박사님이 던진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이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난 누구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정처 없이 떠돈다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다시 목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국, 코스타리카에 3:0 완승 ? OSEM(한국/2018.09.07.)]? 대한민국이 이재성, 황의조, 남태희의 골을 앞세워 북중미의 복병 코스타리카에 3: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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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칠레와 0:0 간신히 무승부 ?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2018.09.11.)]? 강한 상대를 맞은 벤투호는 전반 초반부터 그 민낯을 드러냈다. 칠레의 강력한 압박에 중원은 장악력을 잃었고,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며 전반 초반부터 실점에 가까운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중략)
칠레는 대한민국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빌드업 때 기성용을 집중적으로 마크했고, 칠레의 미드필드와 수비진은 손흥민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 두 사람이 막히게 되자, 한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월드컵 준우승국이라는 명성이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한국은 칠레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중략)
결과적으로 김다온의 부재가 느껴지는 시합이었다. 세계 최정상 선수인 그가 있었다면, 개인 기술로 칠레의 단단한 압박과 수비 조직력을 붕괴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파울루 벤투와 대한민국은 더 집중하지 않으면, 김다온이 없는 기간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