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09)
〈 109화 〉 109 게이트 위탁경쟁
* * *
2.
“글렀죠?”
“글렀네요.”
“완전 글렀어.”
한채린과 민우성, 카메라감독이 나란히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했지만 해응응에게는 카메라울렁증까지 있었다.
“¡Estoy tan feliz(나 너무 행복해)! 묵언검객을 실제로 만나다니, 영광이야!”
“はじめまして(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소노 나나세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로얄클럽의 3세대 여성그룹 스타각성자.
엘로지오 셰리 니나.
이소노 나나세.
두 사람과 마주했을 때에는
연예인과 만났다는 긴장이나 설렘 따위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던 묵언검객.
태연하게 악수를 받아주고
사인지를 내미는 두 연예인에게
사인까지 해주는 모습은
어느 쪽이 연예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와! 둔기박살!”
“저는 응조참살이에요.”
흉악무도한 사인死?을 사인Sign으로 받은 것의 어디가 그리 기쁜건지는 몰라도.
방방 뛰며 좋아하는 두 연예인 덕분에 촬영분위기는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묵언검객의 긴장.
그 원인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카메라맨의 카메라만 발견하면 귀신같이 그녀의 몸이 굳어졌다.
시선처리도
표정연기도
걸음걸이도
모든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로얄클럽 촬영진들의 시름만 늘었다.
“이건 또 어떻게 눈치 채는 거야?”
“몰래 숨어도 들켜요?”
“50m 밖에서 줌 당겨서 찍어도 눈치 채더라.”
심지어 눈치는 또 얼마나 좋은지
카메라감독의 지시를 따라서
소형카메라를 가방사이로 감춰서 촬영하거나.
녹화중이라는 불이 들어오는 자리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촬영 안한 척 연기를 하거나.
볼펜에 딸린 초소형카메라까지 동원해서
몰래카메라에 가까운 수준으로 촬영을 하는데도.
해응응은 매번 정확히 카메라를 의식했다.
무림인의 눈썰미가 일반인과는 급이 다르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기에 발생한 일련의 해프닝이었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급한 대로 들어가서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좀 부탁드려요, 선생님.”
“걱정 마세요. 귀한 자리 하나를 대체하신만큼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다른 길드에서는 20인의 공략조 정원을 한 명이라도 더 유능한 각성자로 채우려고 안달이 나있지만.
이미 방송으로 주민투표에서 표를 얻겠다고 인기몰이에 올인한 해남파는
과감하게 각성자 스태프 한 명을 제외하고
그 자리에 심리치료사를 넣었다.
헌데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는 씩씩하게 맡겨달라고 인사했던 심리치료사도 막상 안에 들어오자 표정이 와장창 무너졌다.
‘으아아아아, 분위기 타서 무슨 소리를 해버린 거야. 한 길드의 명운이 달린 위탁경쟁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한 사람의 카메라울렁증을 내 힘으로 어떻게 고쳐내야 한다니, 너무 부담되잖아!’
마인드리딩 능력으로 생각을 읽은 민우성이 진심 X 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절망하는 심리치료사.
그녀의 기분이 어떻건 간에 해남파 공략조는 게이트에 진입했다.
3.
명호동 게이트 내부
제 1 공동.
개미굴처럼 복잡한 내부구조를 지닌 게이트.
던전은 그 요소요소마다 자리해있다.
몬스터는 던전에 집중분포하고 있으니
게이트 실적경쟁점수의 심사기준이 되는
공허석의 마력수집량을 효과적으로 늘리려면
던전을 찾아서 공략해야했다.
“너무 걱정은 말게. 어디에 공략가치가 높은 던전이 분포해있는지, 어느 던전이 공략하기 쉬운지는 내 사전에 직접 알아두었으니.”
다행히도 해남파에는 신성곽이 있었다.
명호길드의 대표이사이자 CEO가 되어 막중한 책임을 짊어질 무렵, 그는 게이트 내부의 던전분포현황도 눈여겨봤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몸으로도 몸을 아끼지 않는 성실함이 이 기회에 빛을 본 것이다.
“방송촬영도 위탁경쟁도 최선을 다해 돕겠네.”
“아참, 어르신은 카메라에 나오시면 안 됩니다.”
“뭣이 어째?”
“마력병 환자까지 학대하는 길드라는 평판이 생기면 대중들한테 악플폭탄을 받을 거거든요.”
“끄응. 처지가 아주 곤란하게 되었군.”
그런 관계로 신성곽은 비상시에 대비한 백업대원이 되었다.
반대로 정작 카메라에 노출이 되어야 할 해응응은 손발이 같은 방향으로 나갈 정도로 어색함의 극을 달렸다.
“이거 이러다 방송사고라도 나는 거 아니야?”
“몸이 굳을 때 몬스터한테 습격이라도 당하면 큰일 나는데.”
“어어어, 저기 아래! 묵언검객님 발밑에!”
멀쩡한 지형 아래공간을 푹 꺼트리고
먹이가 위에서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단숨에 발목을 잡아 땅 밑으로 끌고 가는
교활한 몬스터 트랩맨.
자칫 중상을 입을 수도 있는 아찔한 기습에
묵언검객이 어색하게 손을 뻗었다.
짜아악!
꾸에엑!
어색한 채찍질에 맞은 트랩맨의 등짝이
뼈가 보일 정도로 움푹 파이더니
연이어 휘감긴 채찍에 발목이 붙잡혀
공중으로 휙 내동댕이쳐지고는
천장에 머리통을 쿵 박고 지면에 추락했다.
“오.”
“와.”
“대박.”
니나와 나나세가 몬스터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엎어져서 부르르 떠는 트랩맨.
니나가 얼음창으로 등을 푹 찌르자
트랩맨은 저항 한 번 못하고 즉사했다.
가히 일반적인 사냥이었다.
“누가 봐도 어색한 공격 아니었어?”
“근데 몬스터가 초죽음이 된다고?”
“장난 아니네. 역시 길드장은 길드장인가봐.”
트랩맨의 위험도는 적지 않다.
[치명적인 함정] 특성으로 덫을 파고 [은밀함]으로 기회를 노리며 [기습]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는함정설계와 기습콤보가 모두 통하면
각 특성당 F급에서 위험도가 하나씩 올라서
C급 위험도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몬스터.
“아니, 저놈 저거 손톱 색깔 봐봐!”
“검은색? 이런, 마비독이다!”
심지어 이번 개체는
희소한 확률로 지니는 특성인 [마비독]으로
기습이 성공하면 저항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악질 중의 악질 콤보를 지닌 B급 트랩맨.
제대로 걸린다면
B급 각성자라도 상당한 피해를 입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할지도 모르는 몬스터다.
하지만 묵언검객에게는 3초 컷이었다.
“앗, 폭탄벌레가!”
“독포자버섯이다!”
“가짜바위다!”
게이트 내부를 떠돌아다니던 몬스터들이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거나 기습을 걸었지만
어떤 카메라도 놓치지 않는 무림인의 관찰력은
몬스터들의 공격의 전조현상마저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포착해내었다.
“괜한 걱정 아니야?”
“어색해도 저 정도면 사고는 절대 안 나겠는데?”
촬영진의 걱정은 괜한 기우였다.
검을 들기는커녕 채찍만 들었는데도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족족 초죽음이 된다.
묵언검객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벼르던
니나와 나나세 두 사람이
마무리 전담으로 전락할 정도의 일방적인 폭력.
“이래가지곤 우리 애들이 더 묻히겠는데?”
“다음번엔 우리끼리 대처해보겠다고 말해봐.”
“알았어.”
촬영진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해응응.
그녀가 삐걱삐걱 어색한 걸음으로
선두를 니나와 나나세 두 사람에게 양보했다.
“이번엔 우리가 보여주자!”
“응.”
활기찬 니나와 차분한 나나세.
두 사람은 성격과 달리
정반대되는 능력과 전투기술을 지니고 있다.
손에 닿는 물질이나 공기를 얼릴 수 있는 니나.
그녀가 얼음화살을 날려서
지형과 몬스터를 통째로 얼려 공격기회를 만들면
벡터조작 능력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힌 나나세.
그녀의 손이 저항하는 몬스터의 두 팔을
가볍게 툭툭 쳐서 확 열어젖히고는
무방비 상태의 목덜미를 툭 쳐서
목을 떨어져나가게 만들었다.
크기와 방향을 가진 물리량을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조작할 수 있는
나나세의 벡터조작 능력은
그녀의 차분한 성향과는 별개로
근거리에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피해를 입히는데 특화되어 있으니.
“음음, 역시 우리 애들도 대단해.”
“이 정도면 묵언검객에게 뒤처지지 않겠어.”
“성격과 전투방식의 갭이 임팩트 있어.”
갭 모에라 불리는
평상시와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반전매력이
니나와 나나세에게는 갖추어져 있었다.
“잘 보면 묵언검객도 자질이 있지 않아?”
“허술해 보이지만 철두철미, 라던가?”
“강하기도 했지.”
“이 정도면 이 바닥 체질 아니야?”
“그렇지?”
“긴장만 안 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투쾅.
갑자기 휘둘러진 묵언검객의 채찍에
동굴 벽이 터져나갔다.
골든클럽의 전투요원이 급히 달려왔다.
촬영진과 스타각성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 역할도 겸하는 그들은
돌발사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희가 놓친 몬스터가 있었습니까?”
[바퀴벌레가 있었어요.]“아… 네… 그렇군요…….”
물론 태반은 별 것 아닌 해프닝으로 끝난다.
투쾅!
[한 마리가 더 있었어요.]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과하지만.
촬영진의 시름 섞인 한숨은 그칠 줄을 몰랐다.
4.
해남파가 나름 순탄하게 시작한 사이.
태백길드 공략대는 기합을 내질렀다.
“들이받아!”
“악!”
“때려!”
“악!”
“달려!”
“아아악!”
전투력 충만한 육체파 길드원들만 공략대 정원 가득 모아놓은 태백길드.
그들은 굳이 던전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눈에 띄는 모든 곳을 전부 초토화시키면 던전은 자연스레 얻어걸리지 않겠는가.
‘무식한 녀석들.’
기회만 찾아오면 묵언검객 해응응과 결판을 낼 예정인 각성자 신도철.
묵언검객과의 결전을 위해
힘을 아끼는 그 대신
부하들을 통솔하라고 데려온 공략대장은 파이팅이 넘쳐도 너무 넘쳐는 열혈마초였다.
‘백날 악을 써가면서 달려봐라. 그리로 간다고 게이트가 나오나.’
스펙 하나만 믿고
지척에 있는 게이트도 발견 못하고
지휘권 싸움을 벌이겠다며 고집부리는 공략대장.
신도철은 그의 실수를 지적하는 대신
묵묵히 침묵하며 뒤를 따랐다.
‘내 임무는 해응응을 꺾는 것. 게이트 위탁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
자신의 강함을 증명한다.
오직 그것만이 절대명제인 태백길드 길드원들.
그들의 시작에 작은 불협화음이 일었다.
5.
아산길드의 촬영준비는 순조로웠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던전특공대의 BJ 한혜지입니다. 오늘은 최근 뜨거운 이슈인 명호동 게이트, 들어보셨나요?
공략길드가 사라진 게이트를 얻기 위해 세 길드가 치열한 경쟁 중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명호동 게이트 위탁경쟁에 참여한 길드 중 하나인 아산길드 공략대!“
아산길드 부길드장 정지수.
그녀는 해남파와 골든클럽의 인기몰이작전에
맞불작전으로 응수했다.
“여기서 길드 소개도 하고 미리 준 영상자료도 첨부해줘. 길이는 한 10초면 되겠네.”
“저, 부길드장님. 죄송한 말이지만 편집은 저희 PD님께서…”
“조용. 위에서 얘기 못 들었어? 이번 건은 우리한테 전부 맡기라고. 각성도 못해서 게이트에 들어오지도 못한 PD 얘긴 그만하고 시키는 대로만 해.”
방송국에 넣은 광고를 무기 삼아서
촬영일정과 영상구도, 편집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참견을 멈추지 않는
정지수의 숨 막히는 간섭이 따르기는 해도
아산길드의 던전공략과 방송촬영은
동시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자체제작 한다고 까부는 것들은 가볍게 찍어누를 수 있으니까 시키는 대로만 해.”
정지수는 자신이 있었다.
평균 시청률 8%대의 평일방송을 이용하고
전문 리포터와 기존 제작진의 안정적인 편집에
아산길드의 던전공략능력.
여기에 홍보비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인기몰이에서 신생 프로그램 따위에 질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오늘 하루치 공략이 끝나면 첫 방영분 편집본이 나오겠지.’
정지수는 카메라 앞에서 선
멋있고 우아하게 손가락만 툭 툭 튕기면서
몬스터의 팔다리를 뚝 뚝 뜯어내는
염동능력 스타각성자 유은호를 바라보았다.
저 마스크에 저 실력.
아무리 봐도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와르르!
“꺅! 어떡해!”
“컷 컷! 트랩맨이에요!”
“토사에 끌려들어가면 죽어! 빨리 뭐라도 잡고 버텨!”
사소한 실수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쯧. 덜떨어지기는. 그쪽 스탭들은 뭐가 이렇게 약해? 우리 책임 아니니까 그렇게 알아둬.”
“알았으니까 빨리 와서 도와주기나 해요!”
약간의 사고로 촬영진이 다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정지수의 상정범위 이내에 있다.
“저런 덜떨어진 짓도 할까봐 포션도 잔뜩 챙겨왔지. 빨리 먹이고 베이스캠프로 이송해.”
정지수를 노려보는 촬영스탭들의 표정에 분노가 어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강력한 요구로
본래 예정보다 촬영일정을 앞당기고
강행군을 하기는 했다.
이로 인해 촬영진 한 명이 다치고
부상도 남기는 하겠지.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이 현장에서 힘이 더 센 건
광고주인 아산길드이지
촬영비에 쪼들리는
던전특공대 제작진이 아니었다.
“시간 없어. 사고장면은 다리 부러진 장면 모자이크 붙여서 넣고 재빨리 수습했다고 자막 띄워. 은호씨가 심각한 얼굴로 걱정하는 표정부터 촬영 다시 시작하자고.”
무리한 촬영일정을 강행하면서
사고의 책임은 절대 지지 않으려하고
사사건건 간섭은 끊이지 않는 광고사의 압박.
던전특공대 촬영진은
최악의 현장분위기에 속으로 생각했다.
‘이 쓰레기 새끼들 제발 망했으면 좋겠다.’
‘해남파쪽 촬영현장도 이럴까?’
‘묵언검객은 채찍으로 사람을 때린다고 하던데, 거기보단 여기가 낫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면 억울하잖아.
촬영진의 사기는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