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98)
〈 198화 〉 198 나락의 왕
* * *
1.
포로로 붙잡힌 반요들의 처우는 어떻게 될까.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상식적으로 몰살이지
총알받이
반요곡에 총이 어딨음 칼받이지
화살받이까진 가능
활 쏘는 애들은 밑에 있잖아
위에선 머 쏘지? 가시?
가시받이
가시받이네
왜 죄다 방패처럼 써먹냐고ㅋㅋㅋ 방패 대용으로 쓰지 않는 경우는 없는 거임?
?
그 몰살검객인데?
몰살검객이 고기방패를 쓰지 않는다고?
생긴 게 귀엽지도 않은데?
어째서?
묵언검객의 포용력보다는 몰살의 이펙트가 뇌리에 더욱 깊게 새겨진 시청자들!
그들의 예상과 달리 해응응은 사로잡힌 낙귀들을 처형하지도, 고기방패 삼아 등에 창을 겨누며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았다.
‘마교의 교인 중에도 막 생겨먹었다 싶은 사람들이 오죽 많았던가요.’
귀엽고 예쁘면 쉽게 호의를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귀엽지 않고 막 생겨먹었다고 무조건 막 대하는 건 아니다.
쓰다듬기보다 채찍질이 먼저 나가고 날로 먹게 두기보다 힘들게 굴리기는 해도 아무튼 휘하에 받아주는 것만은 사실!
‘기간트 바퀴벌레도 결국 어떻게든 써먹었는데 이 정도쯤이야 양반이죠.’
[낙귀 52개체를 병단에 받아들였습니다.] [낙귀 포로 103개체가 전향자들을 향한 뜻밖의 후한 취급에 감동받아 추가전향을 희망합니다.] [낙귀 103개체를 병단에 받아들였습니다.] [낙귀 포로 252개체가 전향자들을 향한…] [낙귀 252개체를 병단에…]좋은 취급이 추가적인 전향을 이끌어내고 점점 더 아군의 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장비를 보강하다 못해 해골마에게 걸칠 마갑까지 완비한 이상, 병귀들의 전력에는 한 개체의 소모도 없이 낙귀병사들만 늘었다.
“자비로운 묵언검객님 만세!”
“만세!”
“속도는 느려도 군주님을 향한 충심이 부족하다는 소리만큼은 절대로 듣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낙귀들의 입장에서는 감동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지.
저 아득한 구름다리에서 추락하고도 살아남았지만 정말로 목숨만 어떻게든 건졌을 뿐.
낙사의 데미지를 면한 대신, 하반신이 뭉개지는 저주에 당했다.
걸음조차 성치 않은 몸으로 기어 다니는 그들은 다른 요괴들에 비해 현저히 약했기에 먹잇감으로서의 가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을 묵언검객은 받아주었다.
약하다고 불평하지도.
하찮게 여기며 멸시하지도.
일회용 고기방패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그 자비로움에 감동받지 않으면 무엇에 감동받을 수 있으며, 충성심을 품지 않으면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가!
그 결과가 어느덧 눈앞의 광경이 되었다.
[낙귀병단] [지휘관 괴력의 우완] [병력 낙귀 4184개체]네임드 요괴를 지휘관으로 삼는 물경 4천에 달하는 낙귀들의 병단이 탄생했다.
부하가 왜 계속 늘어나냐고!
싸울수록 점점 숫자가 불어나는 군세
이게 일단 유명해지면 숨만 쉬어도 계속 유명해진다는 그거냐?
연예인 김모씨, 자택에서 숨 쉰 채 발견?
ㅇㅇ그거ㅋㅋㅋ
묵언검객 정도면 그럴만하지… 묵언검객이 먹여 살리고 데리고 다녀준다고 하면 나 같아도 당장 집에 있는 프라이팬이랑 부엌칼 들고 합류함
프라이팬이랑 부엌칼은 왜 들고 가는데ㅋㅋㅋ
취사병임
취사병이면 ㅇㅈ
숫자가 늘어나면 그것만으로도 깡패가 된다.
낙귀들은 먼저 덤벼들기는커녕 묵언검객 세력의 규모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 다녔다.
붙잡는 족족 적들이 아군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부하들도 저들을 보이는 족족 죽이기보다는 한 곳으로 몰아세웠다.
“병귀들이다! 병귀들이 나타났다!”
“배신자들이다! 배신자들이 길을 막았어!”
“두더지인간들이다! 죽여!”
“으아앙! 살려주는 것이닷!”
뚜따와 두더지인간들이 보급에서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전투에서까지 제 몫을 다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각박한 환경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덕분인지 식용식물이나 열매 따위를 채집하며 세력을 위한 기여는 충분히 했다.
“이놈들, 우리를 어쩔 작정이냐!”
“쉬, 쉽게는 당하지 않아!”
와들와들 떨며 애처롭게 허세를 부리는 낙귀들.
그들의 한심한 몰골에 적기사가 말했다.
“우리들의 주군, 묵언검객님께서는 야생에서 살아가는 일반 요괴나 반요들이라고 전부 죽이고 잡아먹는 포악한 분이 아니시다.”
네임드 낙귀 이 선두로 나섰다.
“적기사의 말이 옳다.”
“저 거대한 팔… 들어본 적이 있어. 괴력의 우완 아니야?”
“낙귀들 사이에서도 상위포식자마냥 날뛰던 녀석이 앞잡이 노릇을 하다니.”
“묵언검객이 그 정도로 대단한 요괴인가?”
“저 부하들의 숫자를 봐. 분명 팔다리를 합쳐서 스무 개가 넘어가는 엄청난 괴물일 거야.”
“상상만 해도 두려워져. 저런 강한 요괴들이 충성을 바칠 정도면 얼마나 끔찍하게 생겨먹었을까? 분명 저세상 비주얼이겠지.”
“우엑. 육식 못할 것 같애”
병귀 일천, 두더지인간 이천, 낙귀 사천 개체가 모인 물경 칠천에 달하는 대군.
그만한 수의 군세를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묵언검객은 얼마나 끔찍한 요괴일까.
“네 이놈들! 건방지게 입을 놀리지 마라!”
“묵언검객은 바로 이분이시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꽃피우던 낙귀들이었지만,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무려 10m에 달하는 거대한 거인병귀!
“크군.”
“크네.”
“큰데?”
“그 덩치만 큰 멀대자식이 아니다! 어깨를 보란 말이다!”
“거인의 어깨 위에 누군가가 앉아있어?”
묵언검객은 팔다리를 합쳐도 네 개이고, 지옥 끝에서 기어 나온 불길한 피조물처럼 막 생겨먹지도 않았다.
“……인간?”
“그것도 여자다!”
“인간여자 따위에게 굴하라는 말이냐!”
군세의 힘은 인정해도 인간여자 따위에게는 굴할 수 없다는 낙귀들.
해응응은 그들을 힘들게 설득하지 않았다.
그저 한 차례, 나무를 베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검을 크게 휘둘렀을 뿐.
단지 그녀의 이번 검격은 지금까지보다 절단범위가 조금 더 넓었다.
검붉은 궤적이 그들의 머리 위를 일제히 지나치며, 반경 100m에 달하는 나무들이 연달아 무너질 정도로 말이다.
‘길이 제대로 들었네요. 스스로의 의지로 주인의 뜻을 돕는 검이라니.’
해응응이 그런 속편한 생각을 하는 사이.
“나, 나무들이 쓰러진다!”
“피해애앳!”
“데챠아아앗!”
머리를 움켜쥐며 비명을 지르는 낙귀들.
그들의 위로 수많은 나무기둥들이 일제히 우르르 쏟아졌다.
쿵 쿵 쿵
묵직한 땅울림과 함께 피어오른 모래먼지.
그 먼지가 모두 가시며 기침소리가 가라앉을 무렵, 해응응은 검을 까딱거렸다.
‘한 번 더 보여줘야 하나요?’
조금이라도 그녀를 의심했다간 다시 한 번 검을 휘두를 기세!
“추, 충성을 맹세하겠다!”
“저런 건 인간이 아니야!”
“엄청난 요괴로군. 저 정도로 완벽한 둔갑술을 익히고 있다니.”
“당장 부하가 되겠습니다!”
“항복, 항복이다! 그러니 그 끔찍한 검은 우리한테 휘두르지 마!!”
[낙귀 10283개체가 항복합니다.]낙귀 콜렉터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엄청난 수의 투항병들!
아니 먼 이딴 이벤트가 다 있어?
이 정도면 묵언검객 고유이벤트 아님?
이 인간 아니면 아무도 못 봄ㅋㅋㅋ
이벤트 해금조건 살벌한거보소
“부족한 저희 낙귀들을 거두어주신 하해와 같은 은혜가 심히 망극하옵니다. 주군의 자비에 기대어 긴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괴력의 우완은 무장계통의 전승을 지닌 요괴입니다.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군.”
적기사까지 그리 첨언을 하니 해응응도 흥미가 생겼다.
“혹시 주군께서는 다리에서 떨어진 낙귀들이 하나같이 다리만 뭉개지고 상체는 멀쩡한 것을 알아차리셨습니까?”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고난의 산맥에 숨어든 강대한 요괴가 펼친 저주 때문입니다.”
괴력의 우완은 분기에 가득 찬 얼굴로 울분을 토로하였다.
“한때 제 1차 요괴전쟁에서 맹위를 떨쳤던 요괴 중에는 나락의 왕이라 불리던 존재도 있었습니다. 고난의 산맥에 숨어든 요괴가 그입니다.”
“정체를 알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단 말인가? 자네 정도의 요괴가?”
적기사는 의아해하였다.
괴력의 우완은 다리가 없어도 강력한 요괴.
그의 실력이라면 능히 낙귀들을 규합하여 나락의 왕과 싸워봄직하지 않나 싶었다.
다른 필드에서라면 필드보스를 자처할 수도 있는 실력이라고 인정해준 것이다.
그러나 괴력의 우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락의 왕은 격이 다르네. 인간들의 왕, 폭군에게 치명상을 입고 산맥에 기거한 이후로 오랜 세월동안 숨어서 힘을 길러왔지. 그와 마주치고도 살아남은 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어.”
“운이 좋았다?”
“나락의 왕은 이렇게 말했었지. 그가 산맥에 떨어진 요괴들의 다리를 거두어가는 것은 다리의 힘이 부족했기에 폭군에게 졌기 때문이라고. 팔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묘한 뉘앙스를 담긴 이야기에 적기사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
“마음만 먹으면 몸을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제대로 들었네. 나락의 왕은 다른 요괴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취할 수 있는 존재. 모든 떨어진 것들의 왕이자 최강의 패배자. 이 괴력의 우완으로도 그의 팔 힘을 이길 수 없었지.”
차라리 그래서 다행이었고. 이겼더라면 그 자리에서 오른팔을 빼앗겼을 테니까.
괴력의 우완이 차마 내뱉지 못한 그 말을 인지하며 적기사의 기세가 심각해졌다.
“주군에게 그런 위험한 요괴의 존재를 알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복수를 청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락의 왕을 무시하고 고난의 산맥을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
“상대는 고작해야 한 명이 아닌가.”
“그가 거두어간 육체 중에 쓸모가 없어지거나 무가치해진 부위는 그저 버려지지 않네. 나락의 잔재가 되어 그의 의지만을 따르는 고깃덩어리로 전락하지.”
“…지금껏 나락에 떨어진 존재들이 몇이나 되었지?”
“십만은 확실하게 넘네.”
고난의 산맥.
이곳 어딘가에 십만 개의 하반신이 뭉친 끔찍한 피조물이 존재한다.
묵언검객의 군문에 합류한 낙귀들을 모두 모은 것보다도 족히 다섯 배 이상은 되는 물량.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적이라면 나락의 잔재에 시달리며 산맥을 넘느니, 나락의 본체를 찾아 싸우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주군. 나락의 왕은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괴력의 우완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는 피하셔야 합니다. 고난의 산맥을 벗어나는 것만 생각하십시오.”
새로운 수하가 된 괴력의 우완.
충심으로 강행돌파를 권하는 적기사.
엇갈린 의견 속에 상호작용 선택지가 나타났다.
【상호작용 선택지】
[수하들의 엇갈린 제안에 결정은 당신은….]1. 나락의 왕에게 도전한다.(나락의 왕 토벌)
2. 나락의 잔재들과 맞서 싸우며 고난의 산맥을 강행돌파 한다.(다음 필드로 진격)
3. 고난의 산맥에서 퇴각한다.(이전 필드로 후퇴)
모든 떨어진 것들의 왕이자 최강의 패배자.
그런 거창한 소리를 듣고도 그냥 넘어갈 해응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궁금해지는걸요. 얼마나 강할지.’
염마왕에 이어 두 번째로 상대하는 1세대 레이드보스급 요괴.
나락의 왕과의 결전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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