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23)
〈 223화 〉 223 맞춤형 전략
* * *
1.
조잡한 계략은 대등한 적을 이기지 못한다.
범용한 계략은 우세한 적을 이기지 못한다.
뛰어난 계략은 압도적인 적을 이기지 못한다.
계략은 언제나 무력보다 한수 뒤처진다.
인간이 아닌 요괴의 무력이라면 더욱 그렇다.
인외지신.
괴력난신.
전승의 힘으로 역사와 신화의 굴레를 뒤집어쓰는 존재들을 어찌 상식적인 군략과 지혜만으로 압도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할 때다.
고관대면은 ‘맞춤형 전략’에 눈을 떴다.
“묵언검객. 그녀의 과거를 알아내야 한다. 난전 중에 사로잡은 적병들을 끌고 오라.”
우락부락한 덩치의 낙귀들이 가볍게 힘만 주어도 끊어질 것처럼 얇고 낡은 동아줄에 묶여서 포졸을 따라왔다.
한 낙귀는 언제 줄이 끊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얌전히 포졸의 인도를 따랐지만, 대부분은 거칠게 반항하거나 몸부림치며 동아줄이 끊어진 상태였다.
“고개를 들어라.”
낙귀들은 고관대면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는, 마치 달걀귀신처럼 매끈한 얼굴.
있어야 할 것이 존재하지 않는.
인간과 한없이 닮았지만 노골적으로 다른 존재가 제 키만큼 커다란 관모를 쓴 채, 기묘한 위압감을 발휘하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 위압감.
피부에 스며드는 긴장감.
심장이 자아내는 공포.
낙귀들은 경험으로 이해했다.
고난의 산맥의 주인.
모든 패배자들의 왕.
마치 나락의 왕을 마주할 때와 같다고.
눈앞의 존재가 그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먼 옛날, 관아의 포졸이 나라가 도탄에 빠져 죄수가 많아 모두를 가둘 옥이 부족하니, 이를 어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위험한 존재가 돌연 기묘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이에 현령이 신묘한 지혜를 발휘하니, 썩은 동아줄로 묶어 줄을 끊고 달아나는 자는 모두 죄를 뉘우치지 못한 자들이요, 교화의 가치가 없는 악이니 가차 없이 참하라 하였다.”
동아줄을 끊은 낙귀들이 겁에 질렸다.
“아, 아니야. 우린 도망치려던 의도가 아니었어!”
“줄이, 줄이 썩어서 그런 거잖아!”
“우리 덩치에 맞게 큰 줄로 묶었어야지!”
줄 끊어진 낙귀들이 버럭 소리치며 억울함을 항변하였다.
이에 고관대면이 커다란 제관만큼이나 크고 기다란 죽간을 펼쳤다.
“도망을 꾀하였으나 이를 속인 자, 백성을 속이고 임금을 기만할 역적의 상일지어니. 발을 자르고 가시구덩이에 던져 넣어라.”
포졸들이 낙귀 하나를 잡고 커다란 구덩이에 집어던졌다.
“으아아아악!!”
처참한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
고관대면의 가혹한 판결이 이어졌다.
“과한 탐욕으로 덩치를 불린 자, 법으로 다스리기에는 그 자존감이 과대하니, 불에 달군 인체모형에 맞지 않는 부위를 찍어 도려내어라.”
“끄아아아악!!”
“다음이다. 행실이 그릇되어 주변의 꼬드김에 넘어가 줄을 끊은 자, 눈을 가리고 가시밭길 위에 세워 포졸들이 벗어날 길을 외치도록 하라.”
“잘못했습니다, 나으리!! 아이고, 제발 한 번만 봐주십쇼! 한 번, 한 번마아아안!!”
무참한 판결의 이후, 썩은 동아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 낙귀만이 남았다.
“들어라. 네 비록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죄에 가담했다고는 하나, 자신의 죄를 깨닫고 썩은 동아줄에 맞추는 불편함을 감수하였으니. 법의 허술함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스스로 뉘우치는 참된 죄인의 모습을 보였도다.”
“어어…?”
“내 너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되, 묻는 말에 성심성의껏 바른대로 고하거든 어떠한 죄도 묻지 않고 풀어줄 것이다. 그리 하겠느냐?”
“하, 하겠습니다!”
“좋다. 너희 침략군을 이끄는 장수들과 군주의 역사와 업적, 전승에 대해 말하라.”
관아가 피로 물들고 죄수들의 비명이 하나 둘 잦아들 무렵.
가혹한 형벌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죄수들의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싸늘한 바닥 위에서 낙귀는 아는 바를 모두 고하였다.
“풀어주도록 하라.”
“아니 됩니다! 우리 병사들을 해한 반역도당의 무리를 풀어주려 하시다니, 마을을 지키고자 일어선 요괴들의 원한을 헤아려주소서!”
고관대면의 눈이 번뜩이더니 목소리를 높였던 포졸의 고개가 바닥에 처박혔다.
“갈! 죄를 뉘우친 자를 용서하지 못하거든 그 법은 악법의 오명을 피할 수 없도다. 네놈의 사사로운 원한이 국가의 정명함과 어버이 임금의 자비보다 앞설 수 있다고 믿느냐!!”
“켁, 케켁, 자, 잘못…”
“저 포졸의 마패를 회수하고 신분을 박탈하라. 최전선의 노예병이 되어 공을 세우거든 복직하되, 그리하지 못하거든 그곳이 무덤이 되리라!”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엄격한 잣대.
고관대면의 지시를 거절하거나 무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관아의 한편에 파 내린 거대한 가시구덩이에는 이미 앞서 그의 권위를 무시하거나 그릇된 욕망을 보인 이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고난의 산맥의 괴력의 우완. 무너진 요새의 적기사. 몰살의 묵언검객.”
???己 ?戰不?
지피지기 백전불태
不????己 一?一?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不??不?己 ?戰必?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으나.
적을 모르고 자신을 알면 승패를 주고받을 것이며.
적을 모르고 자신을 모르면 모든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로울 것이니.
“손자의 말이 옳다. 지난 전투에서는 묵언검객을 알지 못하여 승패를 주고받았지.”
더는 아니다.
낙귀의 진술로 적을 알게 된 고관대면.
“이제는 그녀를 알았다.”
묵언검객의 반요곡.
최초의 지략형 영웅급 보스요괴.
고관대면의 눈에서 청색 광채가 번뜩였다.
“필승의 계책이 있다. 병사 일천을 풀어 지금부터 지시하는 바를 속히 이행하도록 하라.”
무력과 지력.
두 강자의 거대한 힘이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2.
묵언검객이 고개를 갸웃했다.
소도시, 기껏해야 민간요괴들이 사는 상업중심지라고 들었을진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달랐다.
“히에엑!! 신기에 달한 토목작업이닷!! 흙을 쌓아 토성을 쌓고 거대한 미로를 만든 것이닷!!”
높이 20m에 달하는 거대한 미로의 입구가 쇠로 만든 철문으로 가로막혀있다.
상업중심지는 무슨, 미노타우루스가 사는 대미궁이나 거대던전이라고 해도 좋을 광경이다.
“죄송합니다, 주군! 저희가 부족하여 적의 수성계를 막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토성이 완성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을.”
“크윽. 전장에서 진 것도 분하건만 느린 발이 이렇게 발목을 잡다니. 면목 없습니다!”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이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부진함을 뉘우쳤다.
해응응은 그런 두 장수의 뒤통수를 내려 보다가 채찍을 휘두르는 대신, 검집으로 한 번씩 머리를 가볍게 내리쳤다.
쿵!!
“?!”
머리를 내리친 해응응이 더욱 놀랐다.
어째서인지 검집에 굉장한 무게가 실렸다.
‘이렇게 무거운 검집이 아니었는데. 힘도 주지 않은 검집이 왜 이렇게 묵직한 타격감이 들죠?’
영문도 모르고 당황하는 그녀와 달리.
뒤통수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이마를 박은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
두 장수가 감격에 차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오오!! 실책을 저지르고도 목숨을 거두거나 팔을 자르지 않는 과분한 자비라니. 주군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복했습니다!”
“이 자비, 전장에서 공을 세워 과를 덮으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아닌데? 쥰내 당황하고 있는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부하들
충성심이 얼마나 높은 거냐고ㅋㅋㅋ
적기사와 괴력의 우완의 반응은 당혹스러웠지만,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해??.
큰 강과 바다와 같은 은혜.
해남파 문주인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그보다 좋은 표현도 없었다.
적절한 아부가 군신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면 적기사는 최고의 신하였다.
하지만 저 토성의 삼엄한 지세와 복잡한 미로는 아부만으로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주군, 제게 선봉을 맡겨주시거든 병귀 3천을 이끌고 저 토성의 미로로 돌진하여 함정이 발동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돌파하겠습니다.”
“고지를 점령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주군, 제게 설욕의 기회를 주십시오. 이 괴력의 우완이 토성의 성벽을 부수고 고지로 올라가겠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선봉을 맡겨달라며 공을 욕심내는 부하들.
해응응이 다가오자 그들은 긴장된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누가 주군의 간택을 받아 선봉에 나서는 영광을 누릴 것인가.
“이럴 수가!”
“주군께서…!”
해응응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둘 중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부하들에게 맡기는 것도 좋지만, 구경만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요.’
묵언검객.
군주인 그녀가 직접 전장의 선봉에 나설 것을 표명하였다.
어떤 방법으로 토성을 정복할까.
군주께서 이번에는 무엇을 보여줄까.
그들의 기대는 곧 현실로 이루어졌다.
‘미로 같은 건 일자로 뚫으면 그만 아닌가요?’
무림인이 관아에 맞서, 성주에 맞서, 나아가 황실에 맞설 것을 결의했다면.
검 한 자루로 성문을 꿰뚫고 성벽을 부수는 것조차도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태양을 겨냥한다면 반드시 꿰뚫는 필중의 일격.
황제를 참하기 위해 연마된 극강의 일격.
대명제국의 수도,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을 무너뜨렸던 일격.
정파무림과 사파무림의 위에 군림하였던 황실을 무너뜨린 일격.
모든 무림인의 숙적이자 그녀에게 수많은 세뇌를 새겼던 황제를 쓰러뜨린 일격.
불과 하루 사이에 급조한 토성의 미로 따위로는.
견뎌낼 수 없는 무게의 일격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