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76)
〈 276화 〉 276 정신 나갈 것 같네
* * *
1.
처음 목적은 용을 제자로 삼아 검투사 대회에 내보내기였지만 최소 전성기의 자신과 동급인 용이 제자가 될 리가 없다.
그렇다고 엄길동이 기대하는 대로 순순히 국왕이 될 생각도 없었다.
‘군주놀이는 피곤하단 말이죠.’
반요곡의 그녀는 일거수일투족을 부하들과 함께 하고 다녀야 했다.
수많은 이들의 생사를 책임진다는 부담도 적지 않으니, 검투사키우기에서까지 왕이 되어버리면 정말 책임감에 짓눌려 숨도 못 쉬게 생겼다.
사람은 가끔 이런 충동을 느끼곤 한다.
전부 내던져버리고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부모나 무리, 선생님의 보호를 받는 안정된 삶을 누리고 싶다는 충동을.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저 여기서 살아도 되나요?]“호오?”
엄길동이 저 밑에서 입만 뻐끔거리면서 경악을 하고 있지만 구름용이나 해응응은 그의 존재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천상의 빛도, 가장 높은 영광도, 새로운 옥좌도 탐하지 아니하고 그저 짐의 궁전에 기거하고 싶다. 정녕 그것이 네 소원이더냐?”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름용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기특한 아이를 보듯 대견하게 여기는 기색이 전해졌다.
“훌륭하다…… 위대한 구도의 길에 보구와 옥좌 따위는 자연스레 따르는 기물에 지나지 않으니. 네 이를 탐하였다면 몹시 아쉬워하였을 것이다.”
“?!”
엄길동은 기절초풍하듯이 놀랐다.
세상에.
히든검객에 대해서는 그도 많은 말을 들어왔지만 설마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이야.
용과 관련된 건국신화를 만들 기회를 내다버리고 저 변덕스럽고 무시무시한 용의 궁전에 머무르기만을 청하다니.
심지어 그것에 용이 또 흡족해하다니!
무언가 그가 모르는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구름용의 성정을 꿰뚫어보는 것처럼 맞춤형 공략, 최적화 공략을 진행하는 모습이 아닌가.
“오늘부로 너는 구름궁전의 내빈이다.”
[받아주셔서 감사해요.]“그러면… 이 기특한 인간의 동료에게도 작은 포상은 내려줘야겠군. 네가 바라는 바를 말해라.”
엄길동은 운이 넝쿨 채 굴러들어왔음을 깨달았다. 묵언검객 옆에 있다가 엉겁결에 구름용의 높은 호감도 효과를 같이 보게 됐다.
검투사키우기 역사 상 두 번 다시 오지는 않을 행운이 찾아왔음은 그 자신도 이해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화끈하게 지르고 싶은데.’
눈 뜬 장님이 아니고서야 방금 전의 대화를 흘려들을 수는 없다.
보물을 탐하고 옥좌를 탐한들 그에게는 자격도 없을 것이고, 설령 자격이 있다 하더라도 소원을 빌거든 용이 실망한다고 하였다.
“저, 저도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이 궁전에 머무르게만 해주십시오!”
“네 하찮은 재주로는 구름궁전의 손님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
ㅋㅋㅋㅋㅋㅋㅋ
아 비빌 걸 비비시라구요ㅋㅋ
히든루트 타보려다 개같이 실패ㅋㅋㅋ
“손님대접은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발 여기서 묵언검객님을 도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 많은 재산을 꼴아박았는데 이대로 적당한 보물 하나 들고 돌아가기엔 배알이 꼴린다.
적어도 묵언검객 옆에 붙어서 영상이라도 따면서 브이튜브 백만조회수 각이라도 재고 싶다.
그런 절박한 의지가 전해진 걸까.
“분수를 알고 고개를 조아릴 줄 아는 마음가짐이 갸륵하구나…… 네게는 구름궁전의 말단시종의 지위를 부여하겠다…….”
말ㅋㅋㅋ단ㅋㅋㅋㅋㅋ
형 이거 맞아?
입으로는 사극에서 본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이게 맞나’ 싶어지는 엄길동이었다.
2.
이해찬이 키워낸 수많은 제자들은 그가 접속하지 않은 동안에도 이해찬이 키워낸 최강의 제자 밑에서 절차탁마하고 있었다.
[제자 이 아머드무관 10인의 실전배치에 성공했습니다.] [제자 이 사이버집현전의 구축에 성공했습니다.] [드래곤코어의 자가수급양보다 소비량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자가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도록 제어하십시오.]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듯 아머드태종의 무관이 된 다른 제자들.
거대한 강철거인의 기체에 탑승한 아머드 검투사들의 위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했지만 그 유지비용과 가동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스승님.”
“그래, 아머드태종아. 너도… 음… 못 보던 사이에 키가 더 자랐구나?”
“대한철국의 위엄을 바로 세우고자 초대형기체로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다시 봐도 근본 없는 제자놈ㅋㅋㅋ
이해찬이 판타지계에 메카물을 풀었다!
메카닉메타의 시조 아머드태종 그립습니다…
왜 벌써 죽은 사람처럼 그리워하냐고ㅋㅋㅋ
요즘은 도전자가 없어서 싸우질 않잖아
안 싸우면 퇴물이지ㄹㅇㅋㅋ
우리는 그걸 세계챔피언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검투사키우기는 기본적으로 판타지세계관으로 인외의 존재들이 득실거리는 이곳에서 인간형 검투사들의 랭킹은 본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불과 3년 전, 이해찬이 그 이름을 세간에 널리 알리기 전까지만 해도 검투사키우기의 주 메타는 아인종 메타였으니.
검투사키우기의 지나간 옛 시대는 포간충과 몬박이 등등, 동물이라면 일단 좋아서 눈부터 뒤집고 보는 변태들이 가득한 심연이 있었다.
수간충이라는 비하발언 쓰지마세요. 동물애호가가 맞는 표현입니다.
저는 수직이착륙공격헬리콥터애호가에요. 반가워요.
?
심연에는 같은 심연의 피조물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니, 수많은 동물애호가들의 사이로 음습한 메카닉애호가들이 음지에서 성장해왔다.
돌진부터 박고 보는 말박이 메타, 비겁하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붕붕이 메타, 동물계의 주몽으로 손꼽히는 돌아온 말박이 켄타우로스 메타, 비겁하게 하늘을 나는 말박이 페가수스 메타 등등.
대체로 말박이, 포니, 동물애호가들이 종만 바꿔가며 돌려먹던 대회메타로 인해 검투사키우기는 말박이키우기라는 이명으로 불리었다.
판타지세계관과 제자육성컨텐츠가 마음에 들어서 들어온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점이 미치도록 억울하고 화가 났다.
너 그런 겜 하니?
우욱 씹 더러운 말박이새끼;
오빠는 저보다 말이 더 좋죠? 저는 클럽이나 갈 테니까 오빠는 마굿간 콜걸이나 만나세요. 그게 사람인지 암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나 말박이 아니라고ㅠㅠㅠㅠ
시발 제발 죽창 누가 저 밀어벅을 말박이 새끼들 죽창 좀 제발ㅠㅠ
대신 죽창을 든 켄타우로스 창기병을 드리겠습니다
뭐야 돌려줘요 내 죽창
(대충 투창으로 조지는 짤)
(대충 개같이 멸망한 짤)
말박이 잡으라고 나온 무기는 전부 말박이들도 쓰고, 기동력에서 발린 다른 검투사들은 개같이 멸망하기만 하는 말박이 무한 떡상의 악순환!
그 악몽의 고리를 끊은 것은 변태처럼 기술발전만 거듭하던 메카닉충들이었다.
들어라, 이 더러운 사족보행충들아! 예로부터 메카닉의 꽃은 두 발로 일어서서 싸우는 인간형 기체였으니, 우리 메카닉단이 대회장을 독식한 역겨운 말박이들을 구축하겠다!
오직 인간형 검투사들만이 탑승할 수 있게 제작된 메카닉 기체들!
각지에서 열린 메카닉단이 주최하는 대회 우승상품으로 걸린 메카닉은 수많은 인간형 제자들을 육성하는 플레이어들의 가슴을 웅장하게 했다.
메카박이 vs 말박이 닥전? 닥후?
무적권 닥전이죠 쉿파
ㅋㅋㅋㅋ 켄타우로스 말놈들 몸통 때문에 메카닉에 탑승 못하죠? 쓸모없이 기다란 몸으로 금속덩어리랑 싸워야 하죠?
응 기동력으로 빙빙 돌면서 나만 계속 때리면 그만이야
응 기체 관절가동범위 바깥에 나가면 그만이야
응 전설템으로 찢어버리면 그만이야
미친 말박이새끼들 존나 빨라;
고물덩어리들 싯팔 그냥 금속으로 만든 관짝이잖아!
???
이게 왜 찢어지는데;
이미 다년간 상위권 대회를 독점하다시피 한 말박이 랭커들은 메카닉의 역습조차도 가볍게 비웃으며 메카닉단의 도전을 짓밟았다.
도망친 메타에 낙원은 없었다…
3세대 아머드까지 개발됐는데도 못 이겨?
관절범위 고쳤어요… 제발 저희 아머드 애껴주세요…
개같이 멸망에 멸망만 거듭하던 메카닉메타를 구원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메카박이들의 성지 대한철국의 시조 을 육성해낸 이해찬이었다.
더러운 유사인간 포간충과 몬박이놈들을 구축해라.
국뽕검사 이해찬은 칼 한 자루를 벗삼아 스스로 메카닉을 공수했고, 전국 각지의 메카닉 개발자들을 모아 최강의 4세대 신형기체를 개발했다.
기체는 만들었는데 왜 아무도 타질 못하니
인간전용결전병기(인간탑승불가)
실은 인간을 구축하는 결전병기였고
ㅋㅋㅋㅋㅋ
메카닉의 희망은 세상에서 제일 비싼 장난감이 되었쥬?ㅋㅋㅋ
말박이 메타 천년 더 해먹을 거야^^
너무나도 극악무도한 스펙으로 인해 그대로 버려지나 싶던 비운의 기체.
이해찬은 기체를 조작할 수 있는 제자를 육성하고자 혼신의 힘을 갈아 넣었고, 끝내 의 육성에 성공했다.
수많은 말박이들을 역사의 저편으로 밀어낸 지금, 그들은 새로운 위기를 맞이했다.
“아머드태종아. 대한철국에 거대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국토를 어지럽히는 거대태풍이라면 스승께서는 염려치 마십시오. 바람의 정령을 진정시킬 방법을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다. 요괴들의 군주이자 종말의 거인이라 불리는 새로운 거악이 대륙에 발을 들였으니 이에 대비해야 한단다.”
마치 세계의 멸망을 예언한 예언가처럼 묵언검객이 불러일으킬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이해찬.
무슨 마왕이라도 강림했냐?
마왕검객 맞잖아
ㅋㅋㅋ
존나 예언가 같네
그럼 이해찬이 흑막임?
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이해찬은 한없이 진심이었다.
제자인 아머드태종은 스승의 진심을 깨닫고는 가슴 속 깊이 경각심을 품었다.
“알겠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이라 불리는 마왕을 왕국의 대적으로 선포하여 발견 즉시 아머드무관들을 급파하겠습니다.”
어디서 어떤 제자를 구하려고 한들 검투사키우기 세계를 지배하는 당대의 주류세력은 대한철국의 메카닉 파일럿들.
기체가 출현하지 않는 하위권 대회라면 모를까, 상위권 대회는 메카닉들이 꽉 움켜쥐고 있다.
‘그런 메카닉들이 제자를 구하지도 못하게 방해하거든 방송각이고 나발이고 천하의 묵언검객도 처참하게 망할 수밖에 없겠지!’
게임방해는 게임방해로 되갚는다.
대한철국의 국력을 빌려 묵언검객을 꺾는다는 이해찬의 야심찬 계획!
“아니 시발 도대체 어느 산중에 틀어박혔기에 찾을 수가 없어?”
한참동안 삽질을 하던 그에게 영상도네 하나가 날아왔다.
에베베 지금 화났쥬? 개킹받쥬? 근데 어짜피 묵언검객 사는 곳 어딘지 모르죠? 못 죽이쥬? 어 또 빡치쥬? 개 킹받쥬? 아무 것도 못하쥬?
죄송합니다 선생님 대신 귀여운 부기걸 매드무비 보여드리겠스빈다
(대충 부기걸이 묵언검객 때리는 영상클립)
“와씨. 딜 넣는 놈이나 영업 거는 놈이나 진짜 정신 나갈 것 같네.”
야심찬 계획은 구름궁전에 틀어박힌 묵언검객으로 인해 시작부터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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