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396)
〈 396화 〉 396 네임드시청자들의 저력
* * *
1.
네임드시청자.
모두가 성공한 사생팬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
일일시청자 사이에서 주목받기 위해 경쟁하며 꾸준한 폼으로 포텐셜을 각인시켜야 한다.
시청자와 스트리머.
양쪽에서 동시에 인정받아야 성립 가능한 네임드시청자의 지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래 해먹었잖아. 마크2 만들었으면 됐지 얼마나 더 눈에 띌 셈이냐고!”
“크큭. 무어라 말한들 이미 늦었습니다. 월드보스의 힘을 얻기까지는 앞으로 한 걸음. 방해꾼은 모두 구축해드리죠!”
망토를 펄럭이며 팬클럽 군단을 향해 코끼리 군단을 돌격시키는 닥터 요한 2세.
점보 자이언트 아메리카 메카 코끼리들은 양떼 사이의 늑대보다 더욱 절망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을 짓밟고 코를 이용해 쓸어 날렸다.
“거, 검이 박히지 않아!”
“마법을 튕겨냈다고?!”
검과 마법이 얼마나 초라한지 깨닫게 하는 무적 수준의 방어력을 지닌 외장갑.
“레벨이나 능력치가 부족한 저스펙들은 전부 빠져. 개죽음만 당한다!”
“금속베기 못하는 놈들은 전부 빠져! 방해다!”
대규모 시참이라고 신이 나서 쫓아왔던 저레벨 저스펙 플레이어들이 시무룩해져서 물러났다.
군단을 거느리면 위력이라도 약해야하거늘, 메카코끼리군단의 공방력은 실제 코끼리보다도 훨씬 더 높았다.
“저 덩치에 아머드 급 방어력인가. 형태만 다를 뿐이지, 육전형 아머드라고 해도 믿겠어.”
“엄길동의오른팔씨. 어떻게 할까요?”
“좋은 수련상대가 아닌가.”
“네에에?!”
“요즘 것들은 아머드가 나온 이래로 신체단련을 게을리 했지. 인간의 육신이 지닌 가능성도 믿지 못하는 주제에 강함을 논하다니 어불성설이다.”
“아니, 저희는 딱히 그렇게까지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지금 뭐라고 했지? 이 엄길동의오른팔을 따르는 노예투사단에 입단해놓고 강함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나?”
엄길동의오른팔이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자 신입 단원들은 시선에 닿은 피부가 오싹해지고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이, 이것이 네임드시청자의 기세!’
‘무서울 정도의 투기다…… 우리 같은 건 상대도 안 되겠어.’
바짝 얼어붙은 신입들의 옆을 지나치는 엄길동의오른팔.
선두에 서서 몰려오는 코끼리들을 향해 검을 치켜드는 그의 모습이 신입들의 눈에는 마치 거인처럼 크게 보였다.
‘키가 커서가 아니야. 존재감이 큰 거야!’
‘저 덩치를 보고도 쫄지 않았다고?’
사람 따위, 밟히면 쥐포가 되고 치이면 골프공처럼 날아가게 만드는 체급의 격차.
두려운가?
그럴 리가.
이 정도로 겁먹을 거였다면 아머드와의 싸움조차도 하지 못했다.
북두칠성의 성군처럼 자리한 일곱 개의 혈맥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합과 순서로 운용하며 힘을 얻는 칠맥일로七?一?의 호흡법.
묵언검객을 알게 되고 무공의 깊이를 깨우치기 전에는 입문조차 못했던 에픽판타지의 마나호흡법이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아직 강해질 수 있다.’
한계를 모르는 방장의 뒤를 쫓아가려면, 대규모 시참에서 모습조차 조명되지 않는 조연 미만의 엑스트라로 전락하고 싶지 않다면.
정체될 여유는 없다.
거듭 강해져야만 했다.
지고한 경지와 실력을 손에 넣고도 수련을, 강해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묵언검객의 팬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는가.
타앗─!
발끝이 지면을 밀어냈다 싶은 직후.
코끼리들의 너머에 착지한 엄길동의 오른팔 뒤로 거대한 메카 코끼리 두 기가 수십 줄기의 검은 오일을 쏟아내며 폭발했다.
펑 퍼버벙
“쩔어…!”
“네임드시청자는 이 정도로 강한 거야?”
“굉장하잖아!”
“단장이 네임드 중에서도 제일 강한 거 아닐까?”
순수한 동경으로 가득한 신입들의 표정.
엄길동의 오른팔은 훗 하고 웃었다.
“나 정도로 최강을 자처하기엔 아직 멀었다.”
“예? 정말입니까?!”
“그 정도로 강한데도 최강이 아니라고요?”
말하기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또한 한때는 묵언검객 팬 중에서는 제일 강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오만함은 사과받기좋아하는여자와 겨뤄본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최강의 네임드시청자는 저 여자다.”
“사과녀?”
“메스가키, 쿠소가키, 쿠로가키 세 분야를 석권한 올해의 트리플 가키 크라운을 달성한 사람이요?”
“…뭐냐 그건?”
“암컷꼬맹이, 쓰레기꼬맹이, 속이 검은 꼬맹이 말입니다. 어떻게 저런 여자가 최강일 수가 있습니까? 외모랑 실력이랑 귀여움이랑 인기랑 은근히 초보자를 잘 챙겨주는 성격을 빼면 잘난 것 하나 없는 주제에!”
그 정도면 그냥 인정을 해.
“어차피 파일럿이잖습니까. 여기서의 저 여자는 아머드도, 우주전용 기체도 없습니다. 저딴 여자가 엄길동의오른팔님보다 강할 리 없다고요!”
“…그런가. 우주전쟁만 봤다면 너희는 잘 모르겠군. 애플녀의 진가를.”
엄길동의오른팔은 떠올렸다.
전국시대마냥 난립하는 묵언검객 팬클럽.
꼬리 치는 여우년마냥 점점 하는 게임 수를 늘려나가는 묵언검객 때문에 자꾸만 늘어나는 팬클럽 사이에서 늘어나던 갈등을.
기나긴 혼란에 종지부를 맺겠다며 모든 팬클럽의 네임드 시청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비밀리에 치렀던 네임드 회담을.
“저 여자의 아머드조종술과 기체조종술은 확실히 대단하지. 하지만…….”
빛의정령을 갑옷처럼 몸에 두르고 코끼리군단을 넘나드는 애플녀.
빗발치는 사격을 흘려내며 순식간에 저편으로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저 여자는 아머드와 기체만 잘 다루는 게 아니다. ‘조종’이라면 뭐든지 다 잘해.”
2.
창의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령을 다루는 진정한 방법을 깨닫지 못했다.
[빛의 정령은 휴대용 손전등임]근데 지 맘대로 켜졌다가 꺼지는
럭키 빅스비ㅋㅋ
우리 집 시리가 불 키기 더 잘하는데?
ㅁㅊ 몇 년을 쓰는 거야
딥러닝 시켜서 우리집 시리는 가전기기 혼자 전부 관리할 수 있음
사정관리도 되나요?
사정관리ㅇㅈㄹㅋㅋㅋ
아ㅋㅋㅋ 개웃겨
응 그래봤자 게임 속에서는 손전등 못 키죠?
그래서 빛의정령은 사정관리 가능함? 휴대용 오나홀임?
아니 미치셨냐고요
심지어 엄길동의성욕도 아니네
이해찬의성욕?
해찬이형…
우리형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냐ㅠㅠ
현실의 스마트폰비서와 비교해서 진지하게 스펙경쟁에서 밀리는 수준!
“바보♡ 허접♡ 주인이 약한 주제에 정령이 강해질 리가 없잖아♡”
빛의 소녀의 형상을 등 뒤로 뻗어내며 정령에너지로 이루어진 날개를 펼친다.
총탄과 포화, 각성능력 사이를 제트(Z)자 기동으로 한 호흡에 돌파해낸 애플녀.
그녀가 오른손을 펼치며 인간들을 겨냥하기 무섭게 날개를 이루던 정령에너지의 일부가 가시처럼 날카롭게 돋아나며 분리됐다.
퍼버버벅
깃털가시에 관통되며 코끼리군단 위에서 우르르 쓰러지는 복제인간들.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자체 슬로우 디버프라도 걸렸나? 풉풉~ 나무늘보가 따로 없어♡”
한심한 하등생물들
그걸 내려다보는 멋진 나
킥킥,너무 멋져
그 주인에 그 정령 아니랄까봐 쏙 닮은 소리를 하며 군단을 돌파한 애플녀.
거침없이 날개를 접고 펼치며 변속과 가속을 자유자재로 전환하며 전장을 돌파하는 그녀의 주행은 어떤 인간도 막을 수 없었다.
“가, 같이 가요 대장님!”
“풉풉~ 나는 법부터 배우고 쫓아와♡”
보조를 맞추는 것도 정도껏이지, 이렇게까지 현격한 실력차이가 나면 단독으로 다니는 편이 훨씬 더 편하다.
무엇보다도 상대는 그녀가 아무리 대단한 피지컬을 발휘해도 사기가 꺾이질 않았다.
‘마치 꼭두각시 같단 말이지♡’
리액션이 없는 상대는 즐겁지 않다.
조롱에도 반응하지 않고, 겁을 먹는 귀여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제 손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굴리다가 후, 하고 불어서 날리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상쾌한 기분도 누리지 못한다.
‘알고 있어, 이런 타입.’
자신의 군단이 돌파를 허용하고 적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뒤에 숨어있던 진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리액션을 보여준다.
어떻게 여기까지!
내 군단을 돌파했단 말인가!
크윽, 네년. 괴물이냐?!
하나같이 진부하지만 그래도 매번 질리지 않고 찾게 되는 중독성이 있는 맛.
그녀는 그 맛을 찾아서 전장을 가로질렀다.
“잠깐 정지♡ 그 소는 못 건드려♡”
“유감이지만 제게 명령은 통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제게는 더더욱 말입니다.”
우마왕.
닥터 요한 2세.
애플녀.
삼자가 한 자리에 마침내 대면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우마왕이었다.
“쫄랑쫄랑 날아다니지 마라.”
“!!!”
애플녀는 놀랐다.
미노타우루스가 우마왕이 된들 뭐가 그리 달라지겠냐며 가벼이 여겼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건 괴롭힐 수 없다.
오히려 그녀가 괴롭힘 당할 괴물이다.
먹기는커녕 역으로 잡아먹힌다.
쿠우웅.
행동을 강제하는 충격파에 비행고도가 낮아졌다.
멍청한 계약자.날 어디로 데려온 거야?
괴물이잖아.저런 건 못 이기잖아!
“알고 있어♡ 나도 후회하고 있는걸♡”
빛의 소녀를 얻고 힘의 부족함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전까지는.
애플녀는 처음으로 한계를 체감했다.
미궁도시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이 강제로 날개의 구조를 파괴하며 그녀들의 비행을 금지시키고, 지상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법칙’에 개입하는 힘.
저건 강하다.
타닷
비행능력을 상실하고도 어떻게든 활공을 이어나가 간신히 착지에 성공한 애플녀.
그녀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아득한 상공까지 펼쳐진 미궁의 중앙궁전.
그곳을 지배하는 의 본체.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소의 머리에 이르러서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두려움을 모르던 그녀가 진심으로 긴장했다.
그니까 이걸 막으라는 거죠?
어떻게???
잘
ㅋㅋㅋㅋㅋ
ㅈ됐다!
메스가키 참교육 각 섰죠?
황소형님의 거대한 무기로 보여주는 메스가키 참교육 오우야
식은땀이 저절로 흐른다.
습관처럼 짓는 웃음마저 잔뜩 경직됐다.
쫄?
설마 튀는 거 아니제?
묵언검객의 ‘팬’이 직접 내린 지령을 거절한다? 이거 팬 실격이거든요?
푸풉~ 우마왕도 못 잡는 허접♡ 잡졸♡ 믿고 맡겨준 묵언검객한테 사과해♡
스트리머의 팬이 하는 브이튜브 편집소스 제공용 방송에 멋대로 들어와서 팬의 팬이 된 시청자들이 이때가 기회라며 죽어라 놀려댄다.
뭐만 했다 하면 “허접♡ 남자 실격이야♡ 암컷이나 되어버리지 그래?” 같은 매도나 듣던 입장에서는 놓칠 수가 없는 역습의 기회.
일단 꼴아박고 장렬히 산화하자는 의견부터 19금 필터는 키지 말자는 도네까지.
정신이 어질어질한 채팅과 도네 속에서 애플녀는 평상시보다 두 배는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나 허접♡ 아직 성장기니까 저런 거 못 막아♡”
사람은 가끔 생존을 위해 귀여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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