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19)
〈 419화 〉 419 숨은 실력자
* * *
1.
짐꾼은 부기걸에게 빼앗긴 요석자루 대신 등에 맨 배낭에서 부적 몇 장을 꺼냈다.
스스스
허공에 떠올라 짐꾼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그를 지키는 부적들.
막대한 요력의 압력 속에서도 그가 자유로울 수 있던 비결은 바로 저 부적에 있었다.
근데 시야 한쪽에 희끗하게 빙빙 돌아가는 저거 머임???
맞아 짐꾼 주변에 자꾸 머 보이지 않음?
묵언검객 이분은 혼자 뭘 보고 있는 걸까
부적 아님?
그게 보여?
왜 못 봄? 다 보이지 않음?
이제는 수귀자폭병 말고 짐꾼도 채팅 치냐?
채팅창이 반요곡 다 되가네ㅋㅋㅋ
왜 점점 요괴가 늘어나냐고ㅋㅋㅋ
시야를 빌리면서도 실체까지 엿보지는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반면, 몇몇은 부적을 보았다.
해응응은 그 차이가 마력보유량에 있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일까요. 아니면 현실에서 현역각성자로 활동 중인 사람일까요.’
물론 평범한 각성자는 육안으로 이변을 포착하는 안법을 연마하지 않았고, 그런 섬세한 일이 가능할 정도로 탁기가 말을 잘 듣는 기운은 아니다.
십중팔구는 게임을 많이 하고 또 높은 성과를 거둔 실력파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높다.
[궁궐에 진입합니다.] [극도로 높은 수준 이하의 요괴들이 버티지 못합니다.]그런 어설픈 유능함은 때때로 독이 된다.
시청자 갑자기 왜 줄어듬?
감각링크 탈락자인 듯
묵언검객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묵언검객한테 쉽다고 일반인도 쉬울 리가 없잖아
짐꾼 주변에 뭔가 난리 났는데?
어설픈 재능의 편린을 꺼내 보인 이들이 심후한 압력에 못 이겨 강제로그아웃을 당했다.
직접적으로 그 기운과 맞서고 있는 짐꾼이 느끼는 부담은 당연히 그 이상이었다.
슬슬 힘에 벅차기 시작하는지 짐꾼의 주변에 펼쳐진 부적의 수호영역이 점점 좁아지다 못해 손 한 뼘도 뻗기 힘들 정도로 협소해졌다.
핏
피핏
부적의 회전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며 이에 스친 피부에서 푸른 핏물이 튀었다.
묵언검객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여유를 보여주던 부기걸마저도 특유의 불길한 검붉은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 마당이다.
누가 보더라도 짐꾼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아, 이거 곤란하네요.”
“숨겨둔 재주도 여기까지인가. ‘하찮은 떠돌이’치고는 나름 애썼군.”
“그리 도발하지 않아도 됩니다. 안 그래도 이미 꽤 열 받았거든요.”
파바바바밧!
짐꾼의 배낭 밖으로 잔뜩 몰려나오는 부적더미.
평소라면 한 걸음쯤 거리를 두고 물러설 그가 이번만큼은 대요괴 세력권의 에 침입할 때처럼 저력을 감추지 않았다.
그만큼 이 앞, 도깨비왕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이런 좋은 자리까지 와버렸다면… 욕심을 부리지 않을 수가 없잖습니까!”
푸른색으로 빛나던 부적의 회전궤도가 청색과 노란색, 주황색으로 변화한다.
위이이이이잉!!!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나 요란한 소리를 내면 시청자들도 깨닫는다.
단단히 마음먹고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토옹. . . 토옹. . .
그런 악착같음이 우습게 여겨질 정도로 긴장감 없는 평온한 얼굴의 묵언검객.
그녀의 가벼운 걸음걸이는 무자비한 요력의 압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궁궐의 옥좌가 보입니다.] [절망적인 강함을 지니지 못한 요괴들이 버티지 못합니다.]화르륵!
과열된 회전을 견디다 못한 부적 몇 장이 불타 사라지기까지 했다.
더는 말할 여유마저도 잃어버린 짐꾼은 진지한 얼굴로 이를 악물며 힘을 보강할 주문을 거듭 암송하며 입술을 숨 가쁘게 묵음을 외웠다.
“성가실 정도로 강하게 나오는군.”
요력이 한 공간에 압축되고 또 압축되다보면 스스로 실체화되는 경우가 있다.
옥좌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운 내성심부가 딱 그러하였다.
꽈과광!
아무런 의지 없이 그저 부유하는 요력의 결집체.
그것을 밀쳐내고 나아갈 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요구된다.
치이익!
부기걸은 자신의 손에 전해지는 반탄력과 손아귀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그것을 실감했다.
필드보스.
레이드보스.
그런 어설픈 규정으로 힘을 얻은 보스급 요괴들조차도 이 안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왕을 자처하는 요괴들은 숱하게 있었지만 도깨비왕은 그들과는 격이 다른, 왕이라는 호칭이 진정으로 아깝지 않은 어나더레벨의 강자.
추가비용을 지불해서 등장하는 적의 스펙을 엿볼 수 있는 를 이용 중인 시청자들은 그 살인적인 수치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다.
능가했다.
인간루트 최종보스의 스펙을.
현생인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미답지.
전인미답의 경지였다.
승천의 기둥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스토커조차도 이렇게까지 강해지지는 못했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도깨비들의 필드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대요괴.
최고난이도 대요괴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그런 대적에게 ‘맞선다’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묵언검객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를.
[올라올 수 있겠느냐.]도깨비왕의 어전.
그 50보를 남기고 피투성이가 된 짐꾼이 탄식했다.
“분하군요. 짐작은 했지만 도깨비왕의 안배에 비하면 제가 지닌 수는 이 정도로 격차가 났다니.”
잔재주로 견딜 수 있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짐꾼은 그 한계 앞에서 멈춰 섰지만 해응응은 오히려 그 멈춰 설 각오를 높이 평가했다.
숨겨둔 패를 꺼낸 이들은 항상 뒤를 보지 않는다.
죽더라도 나아가야만 한다고 여긴다.
짐꾼은 냉정을 되찾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이 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이런 사람은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죠.’
다음이 있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훗날을 기약하는 겁쟁이에게는 내일이 있다.
더욱 강해지고자 노력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도깨비왕의 어전삼십보에 진입했습니다.] [극강의 전승을 지니지 못한 혼령들이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집니다.]그런 걸출한 인재에게도 허락되지 않는 어전삼십보.
이곳에 내일은 없다.
오직 오늘.
오직 지금.
완성된 경지와 힘이 아니라면 미래의 재능 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
왕에게로 향하는 삼십 걸음 이내의 간격.
한 걸음.
한 걸음.
매 걸음마다 공기가 벽처럼 느껴지고, 세계가 자신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것처럼 무거워졌다.
도깨비필드를 둘러싼 저주.
그를 방패삼아 기적을 넘보고자 모아온 기운.
재액을 담보로 모아온 힘이 이 옥좌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다.
파지직!
“감히 거절한다고? 이 몸을?”
대요괴를 향한 복수를 꿈꿔온 그녀다.
그런 그녀가 대요괴도 아닌 존재에게 밀리다니.
요석자루의 너머로 격렬한 귀화가 떠올랐다.
자루 너머로 무섭도록 쏟아져 나오는 인간형의 팔들.
강제로 허공을 비집고 여는 손의 너머로 파열음과 함께 무언가가 깨져나갔다.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경천무겁의 전승.
요괴조차 두려워하는 가증포마의 전승.
두 전승이 맞물린 도깨비왕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온 세상 요괴들이 두려워하며 다가설 수 없는 요력과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것을 힘으로 찢고 부수며 어전삼십보의 안을 헤쳐 나가는 부기걸.
그녀의 저력은 실로 대단했다.
지금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경지에 올라선 고수였다.
[제법. 흥미로운 영혼이 나타났구나.]그것이 도깨비왕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왕은 처음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부기걸을 바라보았다.
쿠궁!
“!!!”
부기걸의 요석자루가 거칠게 요동쳤다.
수십 개의 팔이 짓눌리고 꺾이며 부러졌다.
스스슥!
재빨리 자루 속으로 회수되는 팔들.
순식간에 어전삼십보의 바깥, 짐꾼의 옆까지 물러선 부기걸이 심상치 않는 눈으로 도깨비왕을 노려봤다.
그 시선마저 귀엽다는 듯이 도깨비왕의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어렸다.
[천살성의 흉성에서 벗어난 대살귀가 이런 귀여운 꼴을 하고 있을 줄이야. 그 시절의 요괴들에게 들려주거든 누구도 믿지 못하겠지.]“그러는 네놈이야말로 용케도 그만한 힘을 키웠군. 한때는 내 발치에도 닿지 못했던 주제에.”
[그래서 인내심이란 가져볼만한 미덕이지. 대요괴의 눈을 피한 덕분에 이렇게 기회를 얻지 않았나. 그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내 뜻을 꾀할 기회를.]부기걸은 깨달았다.
이 요괴는 대요괴에게 협력할 의사가 조금도 없음을.
“단순히 도깨비들의 성지를 지키기 위해 모아온 힘이 아니었군?”
도깨비왕은 부정하지 않았다.
[대요괴는 스스로 군림이 아닌 독식을 선택했다.] [주인을 잃은 요괴들은 방황하고 있지.] [우러러볼 하늘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하늘이 되어줄 수 있다면 내게도 기회는 있지 않겠는가.]대요괴가 힘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자리.
그것을 도깨비왕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넘보았다.
[요괴왕의 이름에 도전할 기회가.]요괴왕의 자리를.
그 대담한 선언에 궁전 전체가 요동쳤다.
평정이 깨지며 새어나온 감정에 호응하듯이 무섭도록 심후한 요력이 움직였다.
짓눌릴 것만 같은 압력.
그 속에서도 부기걸은 도리어 웃었다.
“먼 곳을 바라보거든 가까운 곳을 보지 못하곤 하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주제에 감히 요괴왕을 논하느냐?”
[…지금의 것을 겪고도 올라왔단 말인가. 일말의 거스름도 없이 자연체를 유지하면서.]도깨비왕.
그가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지척을.
[도깨비왕의 어전삼보에 진입했습니다.]강고한 기운이 요동쳤음에도 일말의 거스름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자신의 세 걸음까지 들어온 불가해한 인간, 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