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45)
〈 545화 〉 545 어미가 너한테는 잘해주더냐
* * *
1.
노인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걱정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200살은 족히 넘긴 것 같은 어르신은 걱정이 얼마나 많은 걸까.
“그놈의 연초는 아직도 못 끊었느냐? 라뗴는 말이야, 아녀자가 연초를 물거든 여기 이 가시내 보소 하고 동네사람 다 몰려와서 조리돌림을 했어 이것아!”
“금제가 걸렸는데 어떡하라고요.”
“갈!!! 입도 뚫려서 금제 끝난 티가 다 나거늘, 어디서 거짓부렁을 치고 있어?”
딸이라도 보여줘서 어르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라는 스피드마스터의 계략은 실행하기도 전에 난관을 맞이하였다.
무틀딱 어르신에게 담배를 피는 여자는 몸뚱이를 함부로 굴리는 글러먹은 여자였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마크2를 부를 수가 없었다.
이건 고문이야.
괴로움에 끙끙 앓는 소리를 내어도 장삼단봉 어르신의 괴롭힘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이 좋아 어르신이지.
이제는 노인네라고 부르고 싶다.
아니, 부를 거다.
“이뇬이 어딜 눈을 부라리고 자빠졌어?”
빠악 하는 경쾌한 소리에 골통이 울렸다.
손바닥에 머리통을 찰지게 맞았다.
분명 회피모션을 취했는데 시공을 뛰어넘은 것처럼 날아드는 손바닥을 피할 겨를이 없었다.
ㅋㅋㅋㅋㅋㅋ
방금 손바닥 궤적 나만 이상했음?
분명 왼쪽으로 피했다가 뒤로 고개 뺐는데 추적미사일마냥 손바닥이 휘어들어옴ㅋㅋ
관절 실화야?
“담배로 보여드릴 게 있어서 그래요.”
“얼씨구. 이제 연초로 도나츠인가 먼가 하는 것도 만들고 쑈를 하려고 그러냐?”
“도넛 좋아하세요?”
빠악.
한 대 더 맞았다.
2.
꼬박 이틀을 더 구박받은 다음에야 결국 장담산봉 어르신의 허락을 받았다.
“에라이 꼴통 같은 것. 쯧쯧.”
“…….”
이렇게까지 구차하게 담배를 펴야 할까.
서러운 마음을 꾹 참으며 이 세상 모든 시름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힘겹게 품을 뒤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여기 게임 속이었지.
담배가 없구나.
하지만 진정한 애연가는 담배가 없어도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권능의 힘을 빌려 담배를 만들고 불을 붙인다.
가지가지 한다며 구박 받을 생각에 혹여나 또 머리를 맞을라 고개를 숙이며 움찔하는데, 어르신은 착잡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ㅋㅋㅋ 방금 쫀 거 실화임?
일진검객한테도 담당일진이 있었네ㅋㅋㅋ
저런 노인네를 쥐 잡듯이 팼다던 여동빈은 대체…
조심조심 눈치를 보며 담배연기를 한 모금 머금으니, 어르신이 한결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선계에 있을 적에도 지상에서 있던 일들은 모두 보고 듣고 있었다. 네 인생살이가 참 딱하고 가여운 것을 어찌 모르겠느냐.”
“…….”
“그래도 기껏 얻은 새 삶이 아니냐. 오랜 시름에 잠겨 그리 스스로를 좀먹는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거든, 남은 생은 고통 속에 끝날 게야.”
구박만 했던 것이 미안했던 탓일까.
갑자기 어르신이 진지한 얘기를 꺼내며 위로했다.
“무당의 아해들이 저지른 몹쓸 짓은 모두 알고 있으니 염려할 것 없다.”
“…….”
“네게 가장 원한이 클 이 노인네도 널 이해하고 용서했거늘, 어찌 너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느냐. 이제는 무림을 떠나 너 자신의 행복을 찾거라.”
어르신ㅠㅠㅠ
이 덕담 하나를 위해서 열흘이 넘게 갈굼받은거야…?
덕담 쿨타임 존나 기네 시이잇팔
ㅋㅋㅋㅋㅋㅋ
덕담 두 번 들으면 사람 죽겠다ㄹㅇㅋㅋ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기고.
난리가 난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심사가 복잡해진 입꼬리가 위로 가야할지, 아래로 가야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진다.
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말을 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꾸중부터 들어서 늦고 말았다.
“걱정 말아요, 어르신.”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더는 고민하지 않았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무뚝뚝한 표정.
퉁명함에 가까운 얼굴이지만 그 안에 흐릿하게 떠오르는 감정이야말로 자신의 것이었다.
“저는 잘 살고 있어요.”
“그러냐?”
“무림에서의 일들을 잊지는 못하겠지만, 이제는 그 기억에 짓눌려 지내지만은 않아요.”
기특한 녀석.
장성한 아이를 떠나보내듯 아쉽고도 후련한 미소를 짓던 장삼단봉 어르신.
그의 눈동자가 뭉게뭉게 모여드는 담배연기로 향하더니 휘둥그레졌다.
파아앗!
하늘 높이 솟구친 구름이 좌우로 갈라지며 오색찬란한 빛을 사방으로 뿜어대었다.
SSR등급 정령을 넘어서 정령왕이라도 강림하는 것처럼 휘황찬란한 이펙트가 빗발치는 가운데, “구구구궁” 하는 마크2의 입소리와 함께 구름이 좌우로 쩍 갈라졌다.
“이 몸 강 림.”
귀엽고도 맥없는 목소리가 벽력처럼 쩌렁쩌렁 온 세상에 울려 퍼진다.
투콰앙!
한 줄기 번개와 함께 지상에 착지한 마크2.
그녀의 위로 세 방향에서 내리쬐는 빛이 마치 천사의 등장을 알리듯이 그녀를 조명했다.
“이게 뭐시다냐?”
놀란 어르신에게 마크2가 말했다.
“소개. 신규 등장이펙트를 개발했습니다. 관람객 평가점수는 십 점 만점에 몇 점입니까?”
10점이요;;
내 점수 다 가져가!!!
아니ㅋㅋㅋ 한동안 뜸하다 싶더라니 이런 거 연습하고 있었냐고
어쩌다보니 재롱잔치가 되어버렸다.
허허, 하고 너털웃음을 짓는 어르신.
분위기도 좋아 보이고 슬슬 소개를 해도 되겠지.
“그래, 소일거리 삼아 분신술도 연마했느냐?”
“제 딸이에요.”
“그래. 이만큼 공들여 만들었으면 딸처럼 애지중지 여길 분신이겠지. 고놈 참 멋있게도 만들었구나. 그 빛이 나는 기술, 참 탐나는구나.”
어르신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최신문물이었던 걸까.
온 관심이 번쩍 이펙트로 향해있다.
그래도 소개를 미룰 수는 없다.
“진짜 제 딸 맞아요.”
“…체구도 덩치도 복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판박이인데?”
“긍정. 마크2는 마마의 딸이 맞습니다.”
어르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휙휙 색깔이 변했다.
“정답. LED조명입… 읍읍.”
“조용히 하세요.”
뭔가 단단히 화가 나 보이는 탓에 눈치를 보고 마크2의 입을 막으니, 어르신이 범인을 앞둔 형사가 심문에 나서는 것처럼 사납게 취조를 했다.
“애는 어쩌다 낳게 된 것이냐. 설마 무림에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몹쓸 일이라도 당한 것이냐?”
“그런 거 아니에요. 지구에 돌아와서 생겼어요.”
“애 아빠는 누구냐.”
“닥터 요한2세에요.”
“닥터? 그래, 애비가 의사라고?”
사선으로 사납게 솟구쳤던 눈썹이 조금 누그러졌다.
‘사’자로 끝나는 직업 좋아하는 옛날 사람답다.
애 아빠가 주술사라고 해도 좋아하실지 궁금했지만 그러면 머리를 맞을 것 같아서 참았다.
“애비는 어디에 있느냐.”
“도망갔어요.”
“…뭐라고? 그게 참말이더냐?”
“긍정. 파파는 도망갔습니다.”
“이런 고얀!! 황제조차 탐하던 천하의 절세미인을 부인으로 맞이하고도 도망을 치다니, 이 무슨 몹쓸 것이 다 있느냐!!”
이게 맞나…?
마크2의 파파가 맞기는 한데…
ㅋㅋㅋㅋㅋ
그래, 이 부분은 시청자들의 말이 맞다.
오해가 생기지 않게 똑바로 말해둬야겠지.
“닥터 요한2세가 애 아빠는 맞지만 제 남편은 아니에요.”
어르신의 눈이 화산폭발이 임박한 분화구처럼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 망할 놈의 잡것이 어디로 갔는지 당장 말해라!!!”
“저도 몰라요. 도망갔어요.”
한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삭이려던 어르신이 끝내 울화통을 참지 못해 버럭 소리쳤다.
“너도 문제다 요것아!!!”
“…귀 아파요.”
“아프라고 지른 것이다 요년아! 아녀자가 얼마나 남편을 갈구고 괴롭혔으면 그 외모를 달고도 남자가 도망을 치겠느냐!!!”
할배 급발진ㅋㅋㅋ
아니 그 새끼는 나쁜 새끼였다고요ㅠㅠ
억울검객 이건 진짜 억울하다!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보기나 하자. 애 생긴 뒤로 집안일은 누가 했느냐?”
“아무도 안했는데요.”
“그럼 잠자리는 일주야에 몇 번이나 가졌느냐?”
“한 번도 안했죠.”
“같이 산 것이 맞기는 하느냐?”
“당연히 따로 살았는데요.”
부들부들 떨리던 장삼단봉 어르신이 무려 내공까지 끌어올리며 일갈을 내질렀다.
“매우 꾸짖을 갈!!!!!”
으악!!!!
내 귀청!!!!!
아 깜짝이야!!!
매우 꾸짖을 갈ㅇㅈㄹㅋㅋㅋ
마크2 화들짝 놀란 얼굴 나만 귀엽냐?
마망검객도 같이 놀람ㅇㅇ
이렇게 보니 독사처럼 안보이고 귀엽네
텐련도 쫄 때는 귀엽다 메모
“집안일도 안하고 잠자리도 가지지 않고 같이 살지도 않으면 남자가 도망가고도 남지! 부부생활을 그 따위로 하고도 멀쩡하길 바랬느냐!”
“저도 할 말이 있어요.”
“닥치거라! 이 고얀 녀석. 뚫린 입이라고 변명이나 일삼을 셈이냐? 널 보니 애를 제대로 돌보기나 했는지 모르겠구나!”
그런 거 아닌데.
진짜 억울한데.
할 말은 많지만 어르신은 마크2를 불렀다.
“애야. 네 이름이 마크투라고 했느냐?”
“긍정.”
“허허. 그래, 애비가 마씨 집안인가 보구나. 성은 사내다운 놈이 어찌 애를 버리고 달아났을꼬.”
그래도 애한테는 상냥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는지 장삼단봉 어르신이 넌지시 물었다.
“그래, 어미가 너한테는 잘해주더냐? 이 할애비한테만 슬쩍 말해보거라.”
마크2가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불만. 마마는 원래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서 같이 놀았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만 같이 놉니다.”
마크2의 폭로 아닌 폭로에 눈에서 빛이 뿜어지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