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44)
〈 544화 〉 544 그가 무서운 이유
* * *
1.
공포 25단계, 장삼단봉 어르신.
그의 등장에 해응응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장삼단봉의 무력이 대단하다고 한들, 해응응은 무력만으로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이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어르신만큼은 두려워할 이유가 있었다.
무력이 강해서도.
욕이 찰져서도.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녀가 어르신이 손수 키워내었던 무당파에 저질렀던 짓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낌없이 베풀던 장삼단봉 어르신과 달리 제가 활동하던 시대의 무당파 장문인과 도사들은 부귀영화와 패력만강을 추구하던 악종들이었죠.’
자신이 가르침을 베풀어주었으니 못난 제자들도 기회가 닿거든 교육 한 번 시켜달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무당파를 시원하게 갈아버렸다.
당대 무당파 최고수의 수급을 베었고, 행동대장 격인 장문인은 단전의 내공을 폐했으며, 문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장로들은 모조리 백치로 만들고, 후대를 책임질 일대제자들은 팔을 거두었다.
그녀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그들이 황제와 사주를 받아 자신을 궁지에 내몬 무림맹의 일원이었고, 그녀를 죽이고자 제 발로 찾아온 무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딴에는 장삼단봉 어르신과의 인연이 떠올라서 살살 한다고 했고, 그 당시에는 이만하면 많이 봐준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지구로 돌아와서 평화의 시대를 살다보니 좀 심하지 않았나? 하는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더 살살 팰 걸.
몇 놈은 무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줄걸.
그런 찜찜함이 커지고 또 커지며 그녀의 안에서 무의식적인 공포로 자라났다.
‘격노한 장삼단봉 어르신이 은혜도 모르는 것이라고 절 죽이러 오면 어쩌죠?’
그것이 25단계 공포의 시초.
장산담봉 어르신이 그렇게 많이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을 때는 안심했다.
그러나 지옥에 자신을 불렀다는 말로 극대노를 했으니, 결과적으로는 그녀가 두려워하던 일이 벌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이노옴━!! 어디서 감히 신선 앞에서 구름을 타고 발악을 하느냐. 당장 썩 무릎을 꿇지 못할까!!”
장삼단봉 어르신의 일갈에 언제나 편리하게 조종하던 구름이 흩어졌다.
자연지기에 실린 의지마저 저 먼 거리에서 자유자재로 흩어버릴 수 있는 신선.
그 고강한 모습에 요괴왕의 목소리가 해응응의 머릿속으로 들렸다.
묵언검객. 그대의 스승 되는 자인가? 과연 그대만한 영웅을 만든 자답게 보통 신선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비범함을 지녔구나.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얄밉게 재잘거리기만 하다니. 정말 때려주고 싶네요.’
사실 요괴왕이 가세한다고 달라질 상황은 아니다.
그녀가 무림을 떠난 뒤로 도대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모를 정도로 분노한 어르신은 대단했다.
“갈━!!!”
사자후 한 번 터뜨리면 공기가 벽처럼 단단해지며 퇴로를 가로막고, 공력을 일으켜 억지로 뚫고 나가려고 들면 지척으로 달려와 삼단봉을 휘두른다.
닿으면 끝장인 것을 알아서 강환을 난사하며 거리를 벌리거든 처음에는 쳐내는 시늉이라도 했던 것을 이제는 머리카락을 잔뜩 쥐어뜯어 던지는 것으로 강환더미를 허공에서 모조리 터뜨린다.
“아이고 이놈이 노인학대를 하네! 내 머리카락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도망 다닐 셈이냐!”
“잡히면 죽인다면서요.”
“그래, 내가 졌다 욘석아. 죽이진 않으마.”
“대신 무릎을 꿇리고 설교를 하실 거죠?”
“당연하지 않느냐!”
“성이 풀리실 때까지요?”
“물론이다!”
“그럼 싫어요.”
실은 그게 제일 무서웠다.
힘에서 밀리는 것이야 응당 당연하다.
강자에게 지는 것도 제 업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설교만큼은.
수백 년을 선계에서 쌓인 울분과 스트레스로 누구에게든 하소연하고 싶어서 미친 노인에게 붙잡히는 것만큼은 절대로 사절이었다.
꿈에서 얻은 기연도 말이 좋아 기연이지, 처음에는 악몽인가 싶을 정도로 끝날 줄 모르는 하소연에 시달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500시진으로 봐주마!”
“1시진으로 봐주세요.”
“500시진이 싫거든 죽어라!”
“그것도 싫어요.”
“그냥 너 죽고 나 신선 때려치자!!”
“…10시진까지는 참을 수 있어요.”
“죽어라!!”
500시진.
1000시간.
41일 16시간.
밤낮없이 쉬지도 않고 계속될 설교를 빙자한 하소연을 듣는 것은 진심으로 피하고 싶다.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안간힘을 쓰지만 장삼단봉 어르신은 정당한 분노를 품고 있고, 무림의 웃어른임과 동시에 그녀보다 고강한 무위를 지닌 투선.
명분으로도, 예의상으로도, 무력면에서도.
500시진 설교를 피할 길이 보이질 않았다.
“알았어요… 들을게요.”
“정말이냐?”
“거짓은 아니겠지?”
“저 거짓말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금언의 금제는 벗어난 것이 거짓말이라고 못할까. 내 500시진을 어울려주기 전에 달아나거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너를 족칠 것이다!”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장삼단봉 어르신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공격을 멈추었다.
팡팡.
맨 바닥을 발로 짚으며 어서 와서 무릎 꿇고 앉을 것을 종용하는 어르신.
차라리 쌈박질을 하고 죽어서 로그아웃을 당하는 것이 낫지는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를 하며 조신하게 무릎 꿇고 고개를 푹 숙이며 자리에 앉은 해응응.
그로부터 계속되는 설교에 시청자들도 깨달았다.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제발 그만해!!!!
정신나갔어정신나갔어벌써정신나갔어
아까 그 얘기 했는데 왜 또 하냐고 미친 치매노인아 제발!!!
무림에서 노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붙잡히면 살해당할지 말벗이 될지를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LA에서 온 사람도 귀에서 피 흘리며 쓰러지겠다!
지금 24시간 하루가 통으로 지났다고요!!!
월드레코드 개같이 멸망ㅋㅋㅋ
누가 이 노인네 좀 데려가!!!
근데 묵언검객 혼나는 모습 보니까 기분 좋음
ㄹㅇ
고통받는 건 괴롭지만 우리가 괴로운 만큼 묵언검객도 같이 괴롭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
휴방검객 너의 업보다!
여기가 휴방한 시간만큼 심심한 노인에게 붙잡혀서 설교를 듣는 휴방지옥인가요?
네
아하;
네 ㅇㅈㄹ ㅋㅋㅋ
2.
[묵언검객 방송 중(헬즈 쇼핑호스트)] [현재 시청자 33만 2752명] [방송시간 10일 03:13:22]스피드마스터는 브이튜브 최상단에 걸린 말도 안 되는 기록에 기가 질렸다.
“저 노인네도 진짜 독하네.”
귀환자의 딱한 사정과 하소연에 대해서는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모두가 들었다.
와 저런 불쌍한 사람이;;
기네스북 등재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빙의자
어떻게 사람 이름이 장삼단봉
처음에는 나름 집중해서 들어주며 사정 딱하게 여기던 시청자들이었지만…
여동빈 제발 힘을 내!!
차원 좀 가르고 와서 장삼단봉 좀 데려가!!!
담당일진 여동빈 제발 데려오라고!!!
열흘이 지난 지금은 달랐다.
막말로 묵언검객이 방송을 하는 것은 좋다.
흔치 않게 그녀가 혼이 나는 것도 좋다.
다리가 저려서 꼼지락거리고 꼬리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까지도 좋다.
그러나 이 설교는 언제까지 계속된단 말인가.
여자친구의 하소연도 10분만 들으면 “그래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저런 나쁜 새끼가!”라는 대답을 하는 로봇처럼 변하는데 이건 10일이 지났다.
심지어 여자친구도 아니고 수염은 기다랗고 머리는 허옇게 센 도복을 입은 신선 노인네다.
님들 연못에서 나온 산신령이 금도끼를 주는 대신 10일 동안 설교를 들으라면 들을 거임?
형 미쳤어?
우리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우리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우리 미치는 꼴 보고 싶어?
팩트> 이미 미쳐있다.
그 시간에 나무를 캐면 금도끼를 사겠다ㅅㅂ
인생 진짜 열심히 살게요 제발 보내주세요
설교 그만.
앞으로는 정당하게 노동으로 돈을 벌겠습니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어르신ㅜㅜㅜ
바보들ㅋㅋ 나처럼 음소거를 하지
본인 혼란을 틈타서 감각링크 켰는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청을 때려 박아대고 다리는 미친 듯이 저려서 충격을 못 견디고 강제로그아웃당함
정상입니다
이제 수다쟁이 장삼단봉 어르신은 브이튜브의 밈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트리머가 잘못을 저지르면 장삼단봉 어르신이 요놈! 하고 잡아가서 10일 넘게 설교를 한단다.
어르신이 풀어준 스트리머가 들판에서 발견되었는데 다리로 걷지를 못해 네 발로 기어다니고 귀에서는 피가 흘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더라
경찰삼단봉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절대로 멈추지 말고 즉시 로그아웃을 해야 해.
왜?
사정거리에 들어가면 설교를 듣기 시작하는데, 목청이 너무 커서 데미지가 들어오느라 전투상황 판정이 이어져서 로그아웃을 할 수가 없어
ㅋㅋㅋㅋㅋ
무슨 캡슐괴담이냐고ㅋㅋ
그럼 엄길동은 한 100년 동안 못 돌아오겠다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모두가 심심하면 한 번씩 놀러와서 이 사람은 언제까지 혼나고 있을까 구경하는 방송.
어르신만 돌아가면 클리어는 바로 될 것 같은데 절대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방송.
수다지옥 속에서 해응응이 어르신 몰래 정신을 집중해서 머릿속으로 채팅을 쳤다.
[해응응 : 뉴가] [해응응 : 누가 저 좀 여기서 꺼내주세요.] [해응응 : 제발요.]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진심이다
ㄹㅇㅋㅋ
진심이 묻어나는 SOS 구조요청!
스피드마스터도 어떻게 도와주고는 싶지만 묵언검객을 피지컬로 이기는 노인에게서 무사히 달아날 자신이 없었다.
애초에 저기까지 진행이 된 게임의 도중에 난입이 가능할 리도 없고 말이다.
누가 묵언검객을 구할 수 있을까?
어르신들이 설교 멈추는 방법 뭐 있음?
ㄱㄷ 구글링 하는 중
휴방검객은 혼쭐이 나야한다고, 인면지주의 원수는 당해도 싸다고 고소해하던 시청자들마저도 딱하게 여기며 구글링을 하는 사이.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하던 스피드마스터의 머릿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애를 보여주는 건 어떠십니까? 어르신들이 애들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아지사하브도 보여주니까 그렇게 좋아했잖아요.
이 세상 모든 희망을 잃은 채 죽은 생선의 눈을 하고 있던 해응응의 눈에 생기가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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