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58)
〈 558화 〉 558 재앙의 서막(이었던 것)
* * *
1.
[Story mode]게이트가 열리고 아귀들이 쏟아진다.
가혹한 현실의 반대급부라도 되었던 걸까.
첫 게이트가 열린 날부터 전세계 곳곳에서 이능력을 지닌 이능력자들이 속출했다.
입으로 불을 뱉고.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물이 차오르고.
걸음마다 뇌전이 올라오고.
각양각색의 능력을 지닌 능력자들의 탄생.
헤비쿠커의 세계 속 시민들은 히어로들이 나타났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각국정부의 반응은 달랐다.
“이능을 지닌 이들은 위험하다.”
“스타히어로가 정권에 도전하면 기존의 권력층은 자리를 보존키 어렵겠군.”
“안 되겠어. 이 친구들이 더 이상 지지를 받는 꼴을 둘 수는 없어.”
헤비쿠커 속 세계 각국의 정부는 각성자 대란을 겪은 현실의 정부보다는 보다 똑똑했다.
정부가 대놓고 능력자들과 척을 지는 대신, 언론을 이용해 그들을 부추기며 게이트가 열린 전장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
정부의 지령을 받는 정보조직.
이름도 처음 듣는 공기관이 우후죽순 나타나며 그들을 지지하고 자금과 운송수단을 지원하며 얼떨결에 능력자들은 최전선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니, 이거 맞아? 아이컨택하면 상대의 균형감각이 무너지는 능력으로 전선 가는 거 맞냐고.”
“그래도 전선에서 공을 세우면 막대한 보상과 명예훈장도 준다는데. 다 필요 없으니까 연금 받고 인생 날먹하고 싶다.”
“마, 정부에서 뭐 주는 거 없어도 시민들이 다 챙겨줄 기다. 지금 히어로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데 젊은 놈이 나이 든 놈보다 세상사를 모르나.”
시작은 좋았다.
이능력을 이용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귀들을 전선 너머로 몰아내고 게이트를 닫는 쾌거를 이룬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귀와의 전쟁에서 활약하는 유일한 민간인들이 아니었다.
에이튜브 상단을 장식하는 것은 아귀들의 배를 불려서 진군을 정체시키는 해괴한 요리사들이었다.
“기네스북 요리사인지 뭔지 하는 놈들 그만 좀 나대면 안 되나?”
“아 이번에도 심사 짤렸어요. 쟤들 때문에 기여도 점수컷이 올라가서 연금 못 준대요.”
“하따 거 정말 미쳐불것네. 장씨. 의원새끼들 이거 우리 계속 써먹을라코 이러는 거 아임니꼬?”“낸들 아나. 우린 이제와서 그만 두지도 못한다. ‘쫄아서 본국 돌아온 능력자’ 기사 뜬 녀석 밤새 시민단체한테 시달리다가 어디 깡촌으로 이사 갔다더라.”
“그 입으로 불쏘던 녀석이요? 와 너무하다. 걔 진짜 열심히 싸우느라 입에 화상 입어서 화상치료 받으려고 돌아간 거였는데.”
능력자들의 사기는 점점 가라앉았다.
자의 없는 자발적 지원자.
포기 불가능한 최전선 전투직.
능력자들의 처지는 고장날 때까지 굴리는 생체병기에 가까워졌다.
아무리 공을 세워도 돌아오는 반응은 더욱 싸늘하고 참혹했다.
이걸 버텨?
그럼 여기 가서 죽어.
이것도 버텨?
그럼 저기 가서 죽어.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점점 선을 넘으며 위험해지는 임무.
분명 돌아가고 싶다고 집에 돌려보내달라고 취재를 했는데 인터뷰 기사영상에는 기자가 시켜서 말한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만 딸랑 나왔다.
“도현이형. 우리 그냥 탈영하면 안 돼?”
“장씨. 이러다 시체 돼서 돌아가는 거 아니여?”
먹은 만큼 괴력을 발휘하는 폭식능력자 장도현.
그도 돌아가는 판도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작전 도중 베터리가 전부 소진된 통신기기들은 충전을 해주겠다며 가져갔다가 다음 작전지에 투입되며 돌려받지도 못하고 있다.
대용으로 지급받은 스크린폰은 인터넷과 연결되지도 않았다.
전화도 막혔고, 문자도 가지 않는다.
외부와의 통신수단이 전부 막혔다.
그들이 연락 가능한 상대는 그들을 험지로 몰아낸 시민단체와 각종지원단체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그들이 정부가 만들어낸 조직들이라는 것을.
“돌려보내주세요. 우린 약속 지켰잖아요.”
“그럴 수 없습니다. 아직 세계 곳곳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여기 미성년자도 있어요. 애들도 집에 가서 침대에서 자고 싶어 한다고요. 애초에 우린 직업군인도 정규군도 아니잖아.”
“지원은 지원대로 받았으면서 이제 와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우리 안 돌려보내면 당신들도 여기 못 떠나.”
손을 가리키는 곳에 물이 차오르게 만드는 능력자가 눈에서 능력발현을 알리는 빛을 뿜으며 협상상대의 폐에 물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커헉!”
“아줌마 폐에 지금 물 채워 넣었어요. 이 정도면 이뇨제만 먹어도 무사할 수 있지만 우리 안 돌려보내면 1시간마다 더 채워 넣을 거예요.”
협박을 해서라도 이 미친 지옥에서 벗어나겠다고 닦달을 해봤지만 협상상대가 죽을 때까지 구급대원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놀란 능력자들이 오히려 응급치료를 시도하다가 때를 놓쳐 사망자가 나온 상황.
여러분은 이제 살인자입니다. 협상테이블에서 있었던 소식이 본국에 알려지면 영영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돌아가더라도 감옥이 집이 되겠죠.
“…원하는 걸 말해.”
마지막으로 한 건만 더 힘내주십시오. 이번 작전만 참여하면 더 이상의 작전은 없습니다.
장도현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실제로도 그는 이해했다.
졸지에 살인자가 된 물능력 잼민이가 간밤에 자살했던 것도 알았다.
저놈들은 자신들이 전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도 알았다.
그들이 살 방법은 작전지역에서의 탈주밖에 없었다.
“다들 잘 들어. 우린 다음 작전지역에서 무조건 탈출하는 거야. 내 말 알아들었지?”
능력자들은 뜻을 모았다.
다음 작전에서 탈출하자고.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강하 개시!”
“시발 여긴 어디야?”
“눈 밖에 안 보여!”
“미친… 저거 펭귄 아니야?”
“이 개새끼들!! 탈주를 못하게 우릴 남극에 보내버렸잖아!!!”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자발적 지원 단체.
민간조직 .
이것이 그들이 남극 게이트 폐쇄전에 참여하게 된 진상이었다.
2.
[Player mode]민우성은 각성자연합의 생각지도 못한 과거사에 깜짝 놀랐다.
언제나 가상보다는 현실이 더 지독하다고 생각했지만 헤비쿠커 세계관의 전 세계 각국의 정부만큼은 현실보다 더한 놈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보셨겠지만 저쪽 상황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연합군은 능력자들이 전부 죽도록 방치할 작정입니다. 지원은 없다고 생각하고 서두릅시다.”
시야상단에 타이머가 떠올랐다.
5:00:00
4:59:59
4:59:58
실시간으로 1초씩 줄어드는 타이머.
5시간 남짓한 시간제한 내에 합류에 성공하지 못하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알림이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맵이라도 작네.”
“집결좌표 찍고 미니맵에 떨어진 보급물자 모으는 대로 출발하죠.”
“중간에 아귀들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무림숙수들이랑 무림인들 섞어서 갑시다. 급할 때 요리 할 사람 없고 싸울 사람 없으면 큰일 납니다.”
우지우의 부하들은 능숙하게 위기상황에 대처하며 작전을 수립했다.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매번 우지우가 친 사고를 수습하는 비서들 입장에서는 이런 위기대처능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었다.
“하핫. 어떠십니까? 제쪽도 쓸만하죠?”
“우지우씨도 부하분들 반만큼이라도 해주시면 좋겠군요.”
“참내. 자꾸 나한테만 뭐라고 그러시네. 쟤들도 다 내가 있으니까 안심하고 돌아다니는 거거든요?”
사람이 엉뚱한 측면은 있어도 비서실장으로서의 책임감은 갖춘 우지우.
서로를 불신하며 파국으로 치달은 정부나 능력자들과 달리, 우지우는 역경을 함께 하며 위기상황의 책임을 지고 함께 고비를 겪었다.
민우성의 마인드리딩에 읽히는 부하들의 생각도 우지우를 향한 큰 악감정은 없어보였다.
‘순수함과 우직함. 저 무식해 보이는 인간도 길드장에게서 배운 것이 있었군.’
물자를 모으고 몇몇 지형을 통과하며 제한시간 내에 퀘스트 마크가 뜬 목표지점에 도달한 모두들.
플레이어들을 기다리는 것은 앞선 스토리모드 영상의 그 이후의 상황을 알리는 후속영상이었다.
3.
[Story mode]장도현은 먹은 만큼 힘을 쓸 수 있는 폭식능력자.
반대로 보면 소모된 힘은 먹어야 회복된다.
그러나 이 전장은 그에게 극도로 불리했다.
보급물자는 한도가 있다.
남극기지에 저장된 식량도 그놈의 기네스북 어쩌고 요리사들 때문에 과학자들이 아귀들에게서 살아남겠다고 식재료를 죄다 던져버려서 남는 것이 없다.
“니들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여기까지 앞장서서 싸워가며 길 뚫은 게 누군데! 어떻게 너희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고!”
식량사정이 어려워지자 능력자들은 비정한 결단을 내렸다.
장도현의 몫으로 돌아갈 식량을 탈취하고 무기를 겨누며 거리를 벌린 것.
그가 먹어치울 식량을 자신들이 먹어서 자신들만이라도 살아남겠다는 뜻이었다.
‘배신자 새끼들.’
국가에 배신당하고 동료들에게 배신당했다.
아군이 아니다.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
모두를 위해 내가 희생되길 요구 당하는데 순순히 나를 희생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도 없다.
함께 있어 행복했던 동료들은 이제 남이 되었다.
돌아갈 조국조차도 자신을 기만한 사기꾼들뿐이다.
없다.
이 땅 위의 그 어디에도 그가 정 붙일 곳 하나, 돌아갈 곳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지닌 것이라고는 죽을 자리, 아귀들의 아우성, 주린 배 뿐.
“도현오빠, 미안해요.”
“미안하다. 우릴 위해서라도 식량을 먹는 건 그만 뒀으면 좋겠어.”
“형 한 명이 사는 것보단 여러 명이 사는 게 낫잖아요. 정말 미안하지만 양보해주세요.”
모두가 그의 죽음을 바란다.
그의 희생을 요구한다.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혹은 살해당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량은 남아있다.
저들의 등 뒤에 놓인 박스 속 물자들?
아니.
그것 말고도 더 있지 않은가.
여기, 검은머리 짐승들이.
그것은 전조였다.
더 큰 재앙의 서막이 될 전조.
장차 한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악몽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의 탄생, 그 시작점.
비극이 시작되려던 찰나.
어디선가 모터소리와 함께 눈보라를 가르며 눈썰매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ㅋㅋㅋㅋ
이딴 게 구원자?
존나 못미덥네ㅅㅂㅋㅋ
해남파 플레이어 일동.
그들이 파국 직전의 각성자연합과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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