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68)
〈 568화 〉 568 초대 점핑괴인
* * *
1.
김만득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플레이어들과 합동모드로 플레이를 했다.
“나는 머리를 잘 쓰는 편이다.”
철두공은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철두공으로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반을 머리로 격파하고 동선을 아끼는 격파플레이를 선보였다.
“전 일단 위험한 건 다 피하고 봅니다.”
신입은 조금만 억까각이 보여도 기겁하며 공중점프 삼단점프를 뛰며 해당구간을 통으로 스킵할 기세로 돌파플레이를 선보였다.
히히 죽어라!
이 새끼 타격감이 찰진데?
돈 내놔!
함께 했던 1분 1초가 고통과 절규의 연속이었던 우주쓰레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감!
점핑괴인 김만득의 눈에서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아, 좋아. 난 지금 살아있음을 어느 때보다도 실감하고 있어. 이게 게임이지. 이게 정상이지. 이게 야스지.”
“철두공 선배님… 점핑괴인님이 저희하고 야스를 하자고 덤벼드는 건 아니겠죠…?”
“괜찮아. 저 녀석 여자 성희롱 하다가 잡혀왔어.”
“휴. 다행이다.”
“근데 성욕이 강한 놈이면 욕구불만에 참다 못해서 남자도 건들지도 모르지.”
“…”
신입이 정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시작부터 삐꺽이는 불안한 팀워크!
김만득이 급히 부정했다.
“야, 야. 안 건드려. 여기서 나가는 것부터 생각하자고 제발. 벽곡단 다이어트 하느라 시바 몸무게가 20kg이 빠졌어. 맨날 동화율 높여서 점핑레빗 하느라 몸에 근육까지 붙어서 사람다운 몰골이 됐는데 남자를 왜 건들겠어?”
동화율이 높으면 반응속도나 정밀한 컨트롤이 좋아지기에 점핑괴인은 동화율을 가급적 높게 유지했다.
죽기도 하도 죽다보니 낙사 직전에 동화율을 드랍해서 고통을 경감하는 재주마저 생긴 상황.
높이는 것도 내리는 것도 자유자재인 동화율플레이의 고수 김만득.
몸에 해로운 것은 차단하고 좋은 것은 받아들인다.
그의 신체가 건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우리 이제 공략을 어떻게 찾아요?”
“일단 우리가 찾아낸 공략부터 모아보자.”
김만득은 세 사람이 각자 게임을 클리어하는 노하우, 기록단축을 했던 구간을 모아보았다.
누구는 절벽지대에서 기록이 빨랐고, 누구는 벼랑길에서 기록이 빨랐다.
각자 강점이 있는 구간에서 지닌 노하우를 모아보니 다들 유의미한 기록단축이 나왔다.
“제가 먼저 가서 낙반으로 지하몬스터 제거하고 길 만들어드릴게요!”
“잘했다, 신입!”
심지어 멀티모드의 꽃인 협동플레이까지 이루어지니 이거 못 깨는 게 바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게임이 훨씬 수월해졌다.
PVP가 아닌 협동플레이만 해도 게임이 이렇게까지 쉬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은 김만득!
“그래서 우리파티 클리어타임 기록이 어떻게 되냐?”
“세계랭킹 10만 3897위인데요?”
“아니 이 정도로 해도?!”
“같은 사람이 기록단축 하려고 여러번 플레이해서 남긴 기록들도 있으니까요.”
면벽동이나 징벌동에 갇히지 않고도 먹고 자고 점핑레빗만 했을 야생의 만렙토끼들.
그들이 오랜 세월 쌓아왔던 기록도 그만큼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일단 기록속도를 높여서 딜타임을 많이 가지자는 취지는 좋지만 성과가 처참하군…”
“차라리 내 머리에 바위를 계속 던져라. 철두공을 극한까지 연마하면 이 머리로 부수지 못할 것이 없다. 앞으로 10년만 더 수련하면 될 거다.”
“그 전에 우리가 지쳐 죽겠다!”
면벽수련 형기도 겨우 3년인 마당에 면벽동에 나가서까지 10년이나 그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피드런 사이트를 이용하는 건 어때요?”
“그런 것도 있냐?”
“컴퓨터게임 시절의 스피드런 기록사이트인 스피드런 닷컴에서 업로드 된 랭커들의 게임영상을 볼 수 있어요. 캡슐판은 스피드런 랭킹보드를 다운받으면 볼 수 있고요.”
“그거 좋네. 1등의 기록을 보고 따라하면 된다니. 정답지가 있는 거잖아?”
“왜 진즉 말하지 않았냐. 헛고생만 했군.”
마땅찮은 철두공의 투덜거림에 신입이 알려줘도 야랄이라고 흘겨보았다.
철두공의 눈에 어? 꼴받네? 하는 기색이 어리자 김만득의 머릿속에 우주에서 맛본 고통의 순간들이 다시금 재생되었다.
“아아악! 아아아아악!!! 싸우지 마, 제발 싸우지 마아아아!!!”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야랄발광을 하는 김만득.
자기보다 먼저 미친놈이 된 김만득의 모습에 철두공의 눈에 어리던 광기가 슥 내려갔다.
“미친놈.”
“진짜 저분 너무 무서워요. 사회에 나가서도 감옥에 갇힐 것 같아. 솔직히 저분 풀어드리는 게 맞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니들 때문에 그런거거든!
야속한 동료들은 김만득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았다.
“다들 캡슐에 설치요청 보내셨죠?”
“그래. 보냈다.”
사회에서 격리된 면벽수련자들이 함부로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게임을 설치하거나 기존서버에 접속하는 것을 막아둔 캡슐.
관리자에게 승인요청을 보내자 해남파 관계자가 찾아와서 게임을 설치해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앗, 당신은!”
“응? 내가 누군지 알아?”
“호목신공의 최초습득자 양귀호!”
호랑이가 나무를 타는 것처럼 힘으로 빠르게 절벽을 뛰어오르는 양귀호의 신법은 점핑레빗 플레이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다.
“별난 놈이네. 내 이름을 다 알고.”
“전대 점핑괴인이 한 번씩 들려준 적이 있었지. 점핑레빗을 졸업하려는 자, 양귀호의 플레이를 기억하라고. 무공을 활용하는 공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호오. 2대 점핑괴인을 아는 녀석인가. 그럼 네가 3대째구나?”
“…3대? 그 사람 이전에도 점핑괴인이 또 있었다고?”
“그래. 점핑괴인은 지금까지 두 명이 있었다. 널 포함한다면 이제 셋이 되겠군.”
“초대랑 2대는 어떻게 됐지? 2대는 왜 초대에 대해 들려준 적이 없었고?”
양귀호가 피식 웃었다.
“들으면 후회할 텐데.”
“그래도 듣고 싶다!”
“네가 원한 거다. 원망하기 없기다?”
“바라는 바다!”
“느낌이 싸한데요. 그냥 안 들으면 안 돼요?”
신입이 말렸지만 점핑괴인 김만득은 자신과 같은 별호를 지닌 선배들의 종적이 신경 쓰였다.
자신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이들의 행적을 알아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였다.
“초대는 반신불수가 됐다.”
“진짜로…?”
“바위에 잘못 착지해서 등부터 땅에 부딪쳤는데 동화율 드랍이 늦어서 그만 척추가 부러진 충격을 현실의 신체가 실제로 일어난 고통이라 착각하고 척추가 맛이 가버렸지.”
“맙소사!!”
“네 장기도 동화율 드랍이지? 면벽동 감시자는 너희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어서 알고 있다. 상당히 고등한 테크닉이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어떤 고수든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이나 죽음으로 직결될 수 있으니까.”
김만득은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걷던 점핑괴인의 길에 그런 위험이 따른다니.
마치 밤잠 줄여가며 새벽까지 날마다 수십 탕을 뛰며 월 이삼천 만원을 번다고 소문 난 배달라이더가 교통사고로 돌아갔다는 소문을 들은 기분이었다.
무리하면 빠르게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까딱 잘못했다간 지난 성과가 모두 말짱 도루묵이 되고 목숨마저 위태로워진다.
점핑레빗 면벽수련자도 다르지 않다.
안전하지 않은 길을 걷는 김만득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파리목숨처럼 위태로운 처지였다.
“그렇게 사릴 거 다 사리면서 살아남는 녀석들은 이 면벽동에도 널리고 널렸어. 우린 그렇지 않았기에 만렙토끼가 될 수 있었고.”
김만득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점핑레빗 플레이어라도 목숨을 걸고 강해지고자 하는 우리의 점핑력을 얕볼 수는 없다고. 나도 철두공도 신입도 모두 죽을 각오로 여기까지 왔어. 목숨을 걸지도 않은 녀석이 멋대로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마!”
“에엣! 저 그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신입의 맥빠지는 외침에 와장창 깨진 진지한 분위기.
양귀호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 하고 웃었다.
“크흠흠.”
머쓱한 마음에 헛기침을 하던 양귀호는 김만득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래. 사내라면 모름지기 일에 목숨을 걸 줄 알아야하지. 인정하마. 분야는 달라도 너희는 어엿한 무림인 정신을 지녔다고.”
“그럼 됐습니다. 그래서 2대는 어떻게 됐습니까? 신입의 방을 쓰던 전 면벽수련자 말입니다.”
“2대는 수련법거래를 신청했다.”
“수련법거래…?”
“남은 점핑형기를 1.5배 늘리며 특별수련동으로 이송되는 대신, 점핑레빗이 아닌 다른 망겜을 자신이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는 거래지.”
“아니, 어째서 그런 미친 짓을?!”
“대신 망겜의 최고난이도 클리어에 성공하면 형기를 모두 보내기 전에 대성을 이루었다고 판단, 그 성과와 기여를 인정하여 즉시 면벽동을 졸업한다.”
“!!”
“오늘은 너희에게도 그 사실을 전해주려고 해남파 간부인 내가 직접 찾아온 거다.”
양귀호는 면벽수련자 3인방에게 말했다.
“점핑레빗은 쓰레기게임이다. 이 게임 덕분에 해남파에 들어온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묵언검객조차 발이 묶인 게임에 집착해서 파고들기 컨텐츠에 매달렸다간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한 참사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크윽…”
“무림인이라도 히든루트와 진정한 최고난이도 도전은 그만큼 미친 짓이다. 죽음보다 더한 지옥을 겪고 싶지 않다면 너희도 수련법거래를 신청해라. 너흰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점핑레빗 계의 초고수이자 끝판왕의 이름마저 거론되자 점핑괴인 김만득도 처음으로 눈이 흔들렸다.
최강자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의 정신적 동요를 유발한다.
그러나 동요는 곧 자부심으로 변했다.
그는 강해졌다.
감히 최강자의 발치를 올려다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도 보이지 않고 아득히 저 멀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의 이름이 까마득하게나마 어렴풋이 보였다.
고되고 힘든 길이었지만.
지금껏 왔던 길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길은 걷는 보람이 있는 길이다.
김만득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우린 계속 도전할 거다. 스피드런 공략을 보고 그들의 플레이를 흡수해서 반드시 새로운 공략 탄생에 일조하고 당당하게 면벽동을 조기졸업 할 거라고.”
“미쳤냐? 점핑레빗 때려치고 딴겜 할 수 있으면 당연히 해야지. 박치기로 깨기 좋은 망겜도 있냐?”
“혹시 1.2배만 늘리는 방향으로는 안 되나요?”
“…….”
김만득은 칼같이 배신한 철두공과 신입을 배신감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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