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67)
1.
본래라면 시즌보스 토벌순회는 묵언검객과 그녀를 따르는 해남파 일동, 그리고 애플단 및 한국인 플레이어 일동이 매달려야 하는 과업이었다.
이전 시즌보스를 토벌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보스를 토벌할 수 없다는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묵언검객이 시즌 16 보스가 되어버리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러면 이제 메탈드래곤 안 잡으면 묵언검객 공략 시도도 못하는 거야?
-메탈드래곤 잡을 수가 없어서 성좌의 사도가 되는 사도계약까지 맺었는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잡아;
적의 시스템을 역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되어버린 묵언검객!
-우리야 공략부대 랭커들이라서 이미 다른 시즌보스 대부분 토벌해놓긴 했다고 쳐도 중간중간 건너 뛴 일반랭커들은 어떡함?
-뭘 어떡해 걔들은 건너뛴 시즌보스 찾아가서 토벌하고 토벌컬렉션 다 수집해야지
그런데 중간에 거쳐 가야 할 시즌 8 보스 포세이돈이 묵언검객에 의해 등장지역을 이탈하며 전 세계 바다를 제멋대로 떠돌기 시작했다.
심지어 시즌 10 보스 타락한 천사장 가브리엘은 백령신군의 백귀야행의 일원이 되었다.
위치는 알지만 소멸하려면 백령신군과 공장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 및 요괴들을 격퇴해야 하는 희대의 난이도 증가가 일어난 상황.
[시즌 8 보스 포세이돈 공략불가] [시즌 10 보스 가브리엘 공략불가]급기야 공략포럼에서는 공략불가 판정이 떴다.
물량전에 의한 종말포인트 습득 이외의 모든 길이 막혀버린 상황!
“나 의 성좌는 이계의 문을 닫고 차원계로부터 떠나겠다.”
“나 의 성좌는 이계의 문을 닫고 차원계의 저편으로 떠나겠다.”
“나 의 성좌는 이계와의 연결을 닫고 심연으로 돌아가겠다.”
묵언검객이 역으로 자신들의 차원계를 침공해서 각개격파로 멸망할 미래를 피하겠다고 힘을 합쳤던 성좌들도 하나 둘 발을 빼기 시작했다.
어차피 침공을 당하더라도 먼저 차원 간 연결을 끊고 흔적을 지운다면 자신들의 차원은 안전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
덕분에 먼저 도망 친 성좌들만 조용히 잠적했고 남은 성좌들은 영락없이 눈 뜨고 코 베인 심정으로 더 많은 자원을 에픽판타지에 투입해야만 했다.
“이계의 사도들도 투입하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종말포인트를 수집해야 한다…”
“기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빌려와라…”
성좌들의 사정이 그리 열악해진 와중에도 이 모든 파란을 일으킨 당사자는 오늘도 에픽판타지에 접속하고 있었다.
2.
[현재 침공포인트 총합현황] [경합종료까지 남은 시간 3주 1일]메탈드래곤 : 1500억 21만 3093p(↑708억2885만5862p)
묵언검객 : 2111억 1105만 8097p(↑227억7755만5822p)
낯선 게임의 사도나 몬스터들이 잔뜩 몰려들더니 성좌들의 발악이 아주 헛되지만은 않았다.
한주 사이에 무섭도록 올라온 메탈드래곤 측 종말포인트가 이를 증명한다.
“메탈드래곤을 토벌해야겠네요.”
이 추세대로라면 종료까지 2주가 남은 다음 주는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그 다음 주인 종료까지 1주가 남은 시점에서는 점수가 역전된다.
도원향의 강림으로 큰 점수를 얻었지만 필드에서 몬스터를 양학하는 속도에서 크게 뒤처지는 탓이다.
[시즌보스가 시즌보스를 격퇴할 시, 결정적인 점수를 득점할 수 있습니다.]불리함을 딛고 확정적인 승리를 거두려면 자신의 손으로 메탈드래곤을 처치하는 수밖에 없다.
“3대 요괴왕. 시즌보스들은 잘 죽이고 왔나요?”
“두 놈을 빼고는.”
“몇 번 시즌보스죠?”
“8번 포세이돈. 10번 가브리엘. 어째서인지 리스폰을 강제로 앞당겨도 소환이 되지 않더군.”
옆에서 듣던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리스폰이 지 맘대로 앞당길 수도 있는 거였는지 황당해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3대 요괴왕.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가 진도를 뽑지 못하고 막힌 시즌보스들은 모두 묵언검객이 찾을 방도가 있었다.
“가브리엘은 백령신군의 공장에 가서 죽이세요. 포세이돈은 저와 함께 찾으러 가죠.”
“수색할 방법이 있는가?”
“포세이돈의 검으로 바다 위의 생명체를 추적할 수 있어요. 목격담을 듣고 뒤를 쫓는 것보다 현재위치를 보며 쫓는 것이 훨씬 편하겠죠.”
공장에 갇힌 가브리엘을 버튼 한 번 눌러서 해치운 3대 요괴왕은 강한 불쾌함을 느꼈다.
“예나 지금이나 백령신군 녀석이 하는 짓은 마음에 들지 않는군.”
“영리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약자의 지혜 따위, 강자에게는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에 불과하다.”
“하긴. 효율이란 억압과 강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죠.”
약하기에 여유가 없고, 비효율적인 낭비를 만들 수 없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불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배제하며 낭만과 희망, 인도적인 태도 등을 철저하게 하나씩 배제해나간다.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반요곡에서는 였다면 이곳 에픽판타지에서는 이었다.
사냥. 전투. 모험.
그런 속편한 소리 따윌 입에 담을 수 없다고.
성좌나 몬스터들에 비해 한없이 약한 인간들은 한시라도 더 빨리 강해져야만 한다고.
공장이 가동하는데 필요한 이유는 차고도 넘쳤지만 여기에 이용당하는 몬스터들의 기분, 감정, 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도살당하는 닭이나 돼지, 소의 심정을 인간이 헤아리지 않는 것처럼.
“근데 뭐 어쩌겠어요. 인간은 원래 다른 종을 가축으로 전락시키거나 멸종시키기를 좋아하는 생물인데.”
“요즘 들어서는 요괴의 포악함이 요괴의 기질이 아니라 인간의 민낯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바다로 나온 3대 요괴왕이 물었다.
“그래서 포세이돈은 지금 어디에 있지?”
“루투스만 리스항구에 있네요.”
“추적수단은?”
“우리 정도 수준에 배가 따로 필요한가요?”
“그럴 필요는 없겠지.”
3대 요괴왕은 발치에서 요력을 엔진처럼 분사하며 고속으로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해응응은 그런 3대 요괴왕의 어깨가 자신의 지정석이라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걸터앉았다.
“…”
“왜요?”
“네 힘에 부족함이 없을진대 어찌 남의 힘을 빌려 게으름을 부리는가.”
“저만한 미녀의 깔개가 된다면 삼대의 영광 아닌가요?”
“건방진 암컷. 패배를 모르니 아주 기고만장하는군.”
“오랜만에 한 번 떠보실래요?”
【맹세】
[불구대천] – 묵언검객과 대요괴는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존재. 마주쳤다면,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싸움을 회피하거나 끝마칠 수 없다.금제의 강제성이 결여되며 최근에는 본인의 의지로 억눌렀던 맹세를 슬쩍 개방한다.
고조되는 살의와 그에 호응하듯이 일어나는 거대한 공력.
거대한 공력에 해수면이 가라앉으며 요괴왕의 요력수상엔진이 가르던 바다가 엔진범위에 닿지를 앉자 그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바다 한복판에서 힘으로 밀어낼 해수면이 범위 내에 닿지를 앉자 점점 가라앉기 시작하는 요괴왕의 신형.
그러나 요괴왕의 어깨에 해응응이 걸터앉아서 공력을 발산하는 한, 아무리 깊게 가라앉아도 요력수상엔진이 바닷물에 닿을 일은 없다.
거대한 구형의 공백지대를 만들며 하염없이 가라앉는 두 사람.
“미친년. 이대로 심해까지 가라앉을 셈이냐?”
“기강다지기에 필요하다면요.”
“내가 졌다.”
요괴왕은 질색을 하며 항복했다.
어깨에 묵언검객을 앉히느냐 마냐 같은 자존심 싸움을 벌여봤자 남는 건 상처뿐인 패배다.
이미 한번 패해서 소환계약마저 체결한 마당에 이런 백해무익한 싸움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스스스
맹세의 억제를 재차 활성화하며 살기를 가라앉히고 공력의 방출을 중지하자 모여드는 바닷물.
요력수상엔진이 다시금 바닷물을 힘차게 밀어내며 수상을 향해 나아갔다.
꼬르륵
“…”
그 공백지대를 삽시간에 몰아치는 바닷물에 흠뻑 적셔지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지만.
요괴왕은 생각했다.
차라리 저대로 익사라도 해버리면 좋을 텐데.
은근한 욕심과는 별개로 저 여자는 호흡의 제약조차도 없는지 손가락을 퉁겨 물거품을 수십 개씩 터뜨리는 수공의 기예를 선보이고 있을 뿐이다.
할 수만 있다면 심해 저 밑바닥에 버리고 올라오고 싶지만 그런다고 영영 가라앉을 것 같지도 않아서 차마 시도는 할 자신이 없었다.
“다 왔다.”
루투스만 리스항구.
물에 흠뻑 젖은 묵언검객과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요괴왕.
시즌보스 포세이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항구도시의 모습이 펼쳐졌다.
“정말로 여기가 맞는가?”
“아. 그새 움직였네요. 예거해 아컴항구요.”
기싸움 한다고 그 난리를 벌였는데 잠깐 잊었을 수도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항로를 바꾸어 아컴항구를 향해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던 요괴왕.
몇 개인가의 선박을 추월하며 아컴항구에 거의 도착할 즈음, 옆에서 곤란해 하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또 뭐냐.”
“위치가 바뀌었어요.”
“또?”
“루투스만 리스항구요.”
요괴왕이 정색하며 돌아보자 해응응도 머쓱해져서는 미니맵을 보여주었다.
“포세이돈이 순간이동을 하는 걸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예상치 못한 복병.
거쳐가는 잔챙이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포세이돈.
그가 지닌 순간이동 능력이 묵언검객과 요괴왕의 허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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