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찬성이 잠깐 눈 돌린 사이, 파티원들은 찬성의 ‘업적 획득’ 알림에 놀라 있는 상태였다.
시스템 정보에 나온 덕분에 그가 무슨 업적과 보상을 어떻게 얻었는지 금방 알아챈 것이다.
“다들 보셨구나.”
[근손실보험:아무튼 이거 칭호 미쳤는데? 이거 어떻게 딴 거지?] [미니멈실버:업적 열어 둔 곳에 있네요. ‘업적:배식의 왕-금메달 보상’. 이거 금메달이… 하기 쉬운 건가?] [찬성:조금 빡세긴 했지만 어렵진 않았어요.]아직 이리저리 파티원들이 떠들던 와중에 찬성은 채팅을 쳐서 대답했다.
[전국건강협회:오! 찬성 님, ㅊㅊㅊ. 그런데 찬성 님 기준에서 조금 빡세면 인간의 한계 끝이라는 건데…….] [근손실보험:인간 초월자가 조금 빡센 거면… 이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군.]“다들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뭐, 이해는 가면서도…….”
오늘도 이어지는 찬성어천가를 들으며 그는 계속해서 계단과 통로를 지나갔다.
[미니멈실버:애초에 ‘소속’을 위장할 수 있는 아이템은 없다고 봐도 사실상 무방해. 그런데 이런 게 있을 줄이야. 이러면 거의 던전 쫄 구간 프리 패스잖아. 저런 사기 템을 어떻게?]전투 행위만 안 하면 사실상 이 성 내부에 즐비한 모든 앱솔 공작가의 NPC들을 무시할 수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니멈실버는 저런 칭호를 ‘불가능에 가까움’ 난이도 던전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경악 중이었다.
하긴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고, 누구도 성공할 수 없었던 요소라 제작진들도 아직 눈치 못 챘을 가능성이 높았다.
“보자. 그럼 오늘은 정찰만 하고 끝나려나? 이 성, 너무 크니까 답이 없을 것 같은데.”
본래라면 미친 듯이 몰려와서 적이 되었을 몹 역할을 하는 NPC들이 ‘소속’ 변경 칭호 덕분에 심드렁한 얼굴로 그냥 인사나 하는 상황.
괜히 긴장감이 사라지며 김이 새는 찬성이었다.
“뭔가 함정이나 그런 것도 없으려나? 아~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이게 뭔지. 쩝…….”
[미니멈실버:전투 걸리면 비상 걸려서 전투 모드가 되는 거라 그럴 거야. 지금 전투 안 하는 게 오히려 다행인 거지. 찬성아, 허튼 생각 하지 마렴.]‘……? 옆에서 보고 있나?’
“…어떻게 내 생각을 아는 거지? 음…….”
내심 블랙 드레이크 전투 같은 전투를 기대했는데, 싱겁게 정찰이나 하게 된 찬성은 누나의 말대로 허튼짓 않고 정찰에 힘을 쏟았다.
“보자. 여기가 거주 구역, 저기는 숙소, 저기는 병영, 마법사 연구실, 보물 창고, 그리고 저기는 투기장? 지하 감옥… 으으음~ 제국이랑 손잡은 쪽인데 굉장히 평범한걸.”
노예 수용소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노예 대우도 그렇고, 아직 게임 경험이 일천한 찬성이 생각해도 의아한 구석이 많은 곳이었다.
살짝 상념에 잠겨 성을 돌아다니던 찬성에게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 내, 맨날 이래라저래라 일 시키면서 꼭 보고는 자기한테 와서 하래. 그 망할 사자 투구 여자.”
“그만 좀 투덜대. 기사님들 다 들으시잖아.”
“들으면 어쩌라고~”
거칠고 투박한 발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목소리.
찬성은 순간 움찔해서 벽 뒤에 붙어서 누가 오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띠링!
[시스템-키워드 ‘검은 표범 용병단(보스 몬스터)’이 등록되었습니다.]‘어?’
그들의 모습을 봄과 동시에 키워드가 열리면서 정보가 등록되었다.
[검은 표범 용병단(보스 몬스터)]5인조 모험가 파티로, 검은 표범 가죽을 사용한 방어구를 입은 게 특징.
앱솔 공작가의 전속 모험가이며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 자들로, 주로 야생계 능력과 클래스를 가진 파티이다.
(리더)와일드 파이터-파르두스
드루이드-운시아
와일드 헌터-판테라
와일드 헌터-길리
야생술사-렛시
“아, 쟤네 보스 몬스터구나. 무슨 일반 파티 같은 구성이네. 이렇게 나오는 거구나. 여긴 또 신기하게 왔다 갔다 하는 보스도 있고…….”
신기하게 생각하며 찬성은 계속해서 성안을 탐방해 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무언가 기묘한 위화감과 스토리적으로 찜찜하다는 생각이 머리에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좀처럼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답을 찾을 순 없었다.
이후 몇 시간 뒤…….
일일 플레이 타임을 모두 소모한 찬성의 파티는 그대로 게임을 종료했다.
게임을 마치고 거실로 나온 찬성은 이제는 자연스럽게 민희와 함께 저녁상을 차렸다.
그리고 밥을 먹는 동안 웬일로 약간의 투정을 담아 말했다.
“오늘은 뭔가 한 게 없는 것 같네요. 게다가 겉으로는 초고난이도 던전이라면서 전투는 한 번도 없었고. 뭔가 사기당한 느낌?”
그러자 민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기는 네가 친 거지. 거기가 얼마나 지옥인지 아니? 원래는 50레벨 유저들도 엄두를 내기 힘든 지옥이야. 잠입부터가 빡센 곳이라고.”
“네?”
“거기 초반 잠입도 힘들어서 공략조들이 제대로 공략도 못 세우는 곳이야.”
설명하던 그녀는 나뉘어 있는 모니터에 게시물 창을 여럿 띄우면서 저 ‘던전-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에 대한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더구나 네가 코 파면서 했던 그 업적, 건강협회 그분이 오늘 플레이 타임 다 끝날 때까지 시도했는데… 은메달이 한계였다잖아.”
[전국건강협회:아니, 씨X! 좀 주는 대로 처먹지! 대체 ‘스튜에 빵을 담갔다가 빼서 주세요.’는 뭐냐고오오오오오! 게다가 ‘삶은 계란을 까서 거북이 모양으로 만들어 주세요.’라니? 이게 노예야? 내가 노예지? 그아아악!] [근손실보험:…그렇게 X 같냐?] [전국건강협회:그 단순하게 ‘반찬 뭐뭐, 몇 개만 주세요.’ 하는 패턴은 괜찮은데, 꼭 잘 가다가 사이코 같은 요구를 하는 놈이 있다니까! 찬성 님은 대체 이걸 어떻게 금메달 딴 거야?]“하하하…….”
“고로 네가 실력도 뛰어난데 운까지 좋아서 ‘칭호’를 찾아내서 쉽게 던전을 누비고 다닌 거지, 일반적으론 얄짤없단 말이야. 아무튼 덕분에 지도랑 네임드 위치 다 구성이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정보를 얻기 힘들어서 공략 세우기가 쉽지 않았던 민희로서는 찬성 덕분에 ‘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의 정보를 깔끔하게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어, 근데 소속으로 편하게 돌 거라면… 앱솔 공작 소속 유저들이 있지 않나요?”
생각해 보니 앱솔 공작도 엄연히 ‘소속’의 일부.
그러면 그 소속으로 플레이를 하는 유저가 들어가서 한다면 되지 않을까 싶은 찬성이었다.
“좋은 질문이야. 하지만 D.E사는 우리 머리 위에 있지. 앱솔 공작가 소속 유저는 ‘던전-노예 수용소 관리소 본관’에 못 들어가.”
“네? 근데 퀘스트 같은 걸 받던데…….”
“그건 일반 필드 영역에 있는 노예 수용소 관리 본부에서도 할 수 있는 거고. 게다가 ‘앱솔 공작가 소속’ 애들은 자르엔 백작가 영지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던전이 있으니까.”
“아, 그렇구나.”
손뼉을 치며 빠르게 이해하는 찬성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민희가 편집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모니터를 휙휙 돌려 가며 작업하는 건 정말 기인의 영역이라 불릴 모습이었다.
“그… 지금 몇 가지를… 한 번에 하시는 거예요?”
“응? 보자. 네 너튜브 영상 편집이랑 네 영상에서 나오는 소스로 지도 편집, 이건 기존에 올라온 영상에서 선 넘는 너튜브 댓글 삭제, 네 너튜브 메일 정리. 덤으로 내 SNS 관리 및 신제품 가상현실 기기 및 컴퓨터 부품 예구 상황 체크에 중고 시장 체크랑 또…….”
“뭔가 엄청 많이 하시네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동안 여기 네 너튜브 댓글들이랑 메일이나 보렴. 지금 인간들이 얼마나 널 노리는지 너도 자각은 하게. 저쪽 8번 모니터 좀 볼래?”
찬성은 고개를 돌려 8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민희의 말대로 댓글들이 나와 있었는데, 반응들은 여전히 뜨거웠다.
늘 여전한 찬성의 피지컬 칭찬부터 시작해서,
찬성의 아이템과 ‘비전 스킬’ 유무로 그의 실력을 폄하하려는 자라든가?
이제 너튜브 채널을 비롯해서 정보와 아이디가 밝혀지니 찾으려는 자들이 더 늘어난 것이었다.
“이 정도면 조만간 우리 찾으려고 사람까지 보내겠는걸?”
“사람을요?”
“그래. 누가 봐도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이 땅에 떨어져 있는데, 누구라도 안 갖고 싶겠니? 나도 그런데 말이야.”
“하하하, 그래도 누님은 절 생각해 주시잖아요.”
“뭐래. 가족끼리.”
“하하. 그래도 항상 감사합니다, 누님.”
윤찬성과 최민희의 집안은 혈연만큼 가까운 관계지만 사실은 혈연이나 결혼으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너희 아버지 쪽은 별말씀 없으셨니?”
“저희 아버지, 늘 바쁘시잖아요. 근래엔 아마 저 쓰러져서 누워 있을 때 보러 오신 거 말고는 한국에 안 계셨어요.”
“그래?”
혹시 할 말이 있나 싶어 찬성은 민희에게 되물었다.
“음, 저희 아버지께 뭐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됐어. 나중에. 아무튼 너 이제 슬슬 운동할 시간 아니니?”
“아, 맞다! 벌써 시간이? 그럼 전 가 볼게요!”
시계를 본 찬성은 깜짝 놀라더니 그대로 휠체어를 끌고 슝~ 하고 방을 나가 버렸다.
남은 민희는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지만 찬성의 상태를 보곤 나중으로 미루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자신의 앞으로 와 있는 메일들을 바라보는데…….
불길한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