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능력(1)
회심의 일격을 성공시키는 듯했으나, 거꾸로 이신의 본진에 갇혀 버린 장각의 주력 병력.
밖으로 나가는 출입구는 거꾸로 방어가 철저하게 되어 있었다.
건물로 밀봉시켜 놓고, 감시탑과 참호도 세워져 있었다.
뒤에는 투석기 4기가 배치되어서 가까이 다가오는 장각의 병력을 공격했다.
‘이럴 수가!’
엘프 어쌔신 에렌에게 빙의되어 있었던 장각은 망연자실했다.
이신의 총공세에 무너져가는 자신의 본진을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
물론 이신의 본진도 장각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신은 9시 지역에도 마력석 채집장이 있었고, 이미 주요 건물을 다시 짓고 있었다.
반면에 장각은 불리한 국면을 역전시키기 위해 모든 여력을 이 공격에 올인한 상황.
본진과 앞마당이 망하면 다른 곳에 다시 재건시킬 여력이 없었다.
이신의 급습으로 마력석을 채집하던 어린 엘프들이 우선적으로 죽어나가자, 마력 공급이 끊어졌다.
‘이런 전략을 쓸 수도 있다니!’
자기 본진을 송두리째 미끼로 던져 적을 끌어들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 대단한 자다.’
장각은 감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대로 무릎 꿇을 생각은 없었다.
장각은 남은 마력을 전부 쥐어짜 다시 한 번 환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환영들을 방패막이 삼아 앞세우며 앞마당을 향해 돌진했다.
이신이 철저히 밀봉시켜 놓은 출입구는 쉽게 뚫리지 않았다.
간신히 뚫었을 때는 너무 큰 피해를 입어 장각의 남은 병력이 얼마 없었다.
그리고 장각의 진영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였다.
장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야말로 책략이 선인지경에 이른 자로다.’
[악마군주 단탈리안 님의 계약자 장각 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마력 2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20만 8천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서열 65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18만 5,100으로 악마군주 단탈리안 님께서 서열 66위가 되셨습니다.]“졌군.”
단탈리안은 덤덤히 말했다. 불쾌하지만 크게 화를 내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다만, 단탈리안은 서열전에서 이기고 돌아온 이신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신이 그 시선을 느껴 그쪽을 보려는 찰나,
“수고하셨어요.”
그레모리가 재빨리 다시 안대와 귀마개를 이신에게 착용시켰다.
“이미 서열전도 끝난 마당에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소?”
“서열전이 한 번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니까.”
그레모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단탈리안은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좋소, 그대의 귀중한 계약자에게 소원이나 빌라 하시오.”
그레모리는 텔레파시로 이신에게 물었다.
이신의 입이 열렸다.
“마력.”
“정말 그거면 된다고 하오? 내가 어떤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지를 알면서도?”
세상 모든 지식과 예술에 통달한 악마군주 단탈리안.
그는 엄청난 지식을 이신에게 전수해줄 수도 있는 악마군주였다.
그레모리가 답했다.
“감당할 수 없는 지식을 주어 파멸시킬 수도 있지. 그대가 전달하는 그 무엇도 내 계약자에게 닿지 않게 할 것이다.”
“철저하시군. 좋소.”
단탈리안은 마력을 응축시켜 이신에게 전달했다.
그의 마력 총량의 1%, 즉 1,851마력이 이신에게 전달되었다.
본래 지니고 있던 1,007마력까지 합쳐 총 2,858마력이 되었다.
“그럼 이만. 또 뵐 날이 올 거요.”
단탈리안의 현재 마력 총량은 183,249.
그레모리의 마력 총량의 9할에 아슬아슬하게 모자란 수치였다.
즉, 언제든 도전할 자격을 갖춰서 복수하겠다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이었다.
“언제든지.”
그레모리는 겁내지 않았다. 이신이 있는 한 이길 수 있다고 그녀는 이번 서열전을 지켜보고 확신했다.
단탈리안과 장각이 떠나 버리자, 비로소 그레모리는 이신의 안대와 귀마개를 풀어주었다.
“이번에도 수고가 많으셨어요.”
“제게 베푸신 선물에 대한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하고말고요.”
그레모리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그러다가 이신이 문득 질문을 했다.
“장각의 능력은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이더군요.”
“맞아요.”
장각의 고유 능력은 환영.
하급 악마였을 때는 건드리기만 해도 곧장 사라져 버리는 환영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급 악마가 되자 그 능력도 강화되어서, 공격을 받아도 어느 정도 버티는 내구력 있는 환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오자서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악마군주 단탈리안의 능력 또한 모든 지식과 예술, 그리고 환영을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단탈리안과 장각의 능력이 비슷한 것은 우연입니까?”
“우연이 아니에요.”
“그럼?”
“물론 하급 악마로 각성한 계약자의 능력이 악마군주를 따라간다는 규칙은 없어요.”
그레모리가 계속 말했다.
“악마의 능력은 삶 전반이나 간절한 바람을 투영하여 형성되지요. 사도들에게 무기를 부여할 때도, 그 사도가 잘 쓸 수 있는 무기가 부여되지요?”
“예.”
질 드 레에게는 롱 소드, 이존효에게는 혼천절이 부여됐다.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도 그와 비슷하다는 뜻이었다.
“보통 악마군주가 해당 인물에게 계약을 제안할 때는 그 인물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것을 대가로 제안하죠.”
그래서 계약자의 악마로서의 고유 능력은 악마군주와 비슷한 일이 많았다.
악마군주가 자기 능력껏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 바로 계약자가 간절히 바랐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저도 그레모리 님과 비슷한 능력을 손에 넣겠군요.”
“그럴 가능성이 높죠. 어쩌면 제게 계약의 대가로 요구했던 치유일 수도 있고, 또…….”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자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능력을 얻을 수도 있겠죠.”
“전 살아생전 딱히 그런 걸 바란 적 없습니다.”
바랄 필요가 없었다.
“그건 모르는 일이죠.”
그러면서 짓궂게 웃는 그레모리.
두근!
그 모습을 본 이신은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두근거림을 느끼는 스스로에게 다시 놀랐다.
‘설마 그레모리를 볼 때마다 느낄 수밖에 없는 이 감정이 영향을 주는 건 아니겠지?’
단탈리안 앞에서 안대와 귀마개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존재감이 강렬했듯이, 그레모리 역시 악마군주였다.
그녀의 매력은 이신의 냉정으로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신 정도 되는 평정심이었기에 이 정도 선에서 그치는 것.
일반인이었다면 진즉에 사랑에 빠져서 모든 것을 다 바치려 들지도 몰랐다.
이신은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자신에게 어떤 능력이 생길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
“선생님.”
아스라이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일어나세요.”
눈을 떠 보니, 침대 위였다.
이신을 흔들어 깨운 차이는 웃는 낯으로 말했다.
“아침 식사 하세요.”
“어.”
이신은 부스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라? 웬 반지예요?”
차이는 이신의 오른손 검지에 끼워진 큼직한 은색 반지를 보고 물었다.
“선물 받은 거야.”
“아하, 멋지게 생겼네요. 그런데 마우스 클릭하는 데 안 불편하세요?”
“몰라.”
반지에 대해서는 더 말하기 싫다는 뜻이 다분한 성의 없는 대답.
눈치 빠른 차이는 냉큼 화제를 돌렸다.
“비지찌개를 했는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비지찌개?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어머니께 한국 요리를 많이 배웠어요. 한국에서는 태국 남자들처럼 게으르면 굶주린다면서 많이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그래.”
“아, 어머니가 선생님 팬인데 사진과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엌에 가 식탁에 앉은 이신이 의아해져서 되물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지?”
“싫어하시잖아요. 사진 찍는 거요.”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괜찮아. 찍어.”
“헤헤, 감사합니다.”
차이는 이신의 옆에 붙어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었다.
이미 주디가 자주하는 짓이라 이제는 개의치 않는 이신이었다.
“어머니께서 e스포츠를 좋아하셔?”
“아뇨.”
차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잘생긴 남자 좋아하세요. 돈이 많으면 더 좋고요. 그래서 아버지랑 결혼했대요.”
“…….”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비지찌개는 굉장히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마친 이신은 옷장에서 옷을 대충 챙겨 입었다.
설렁설렁 아무거나 꺼내 입은 것 같은데도, 블랙진에 셔츠, 헤링본 재킷을 매칭한 패션이 되었다. 이신교 대사제가 보내준 코디 문자를 사전에 받은 덕분이었다.
“다녀오세요.”
“오늘은 집이야?”
“네. 온라인으로 제미니 팀 선수들과 연습을 하기로 했어요.”
고개를 끄덕인 이신은 밖으로 나섰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운전사 정상범이 롤스로이스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자, 그럼!”
차이는 활기차게 식탁을 정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이신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차이는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활발히 하는 편이었다.
이신도 이미 이를 알고 있었고, 자신에 대한 내용을 게시하는 것을 허락한 상태였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연동되어 함께 올라갔다.
이윽고 폭풍 같은 네티즌들의 댓글 공세가 이어졌다.
-헐, 진짜 이신이다!
-꺄악! 오빠 막 일어나서 부스스한 사진이야!
-정녕 완전체란 말인가;; 막 일어나서 부스스한 것까지 존잘이라니!
-신은 불공평하다. 아, 하긴 저 사람이 신이지;;
-아침부터 안구정화 쩌네요. 감사합니다!
-이분 블로그 글 보면서 정말 창작 팬픽 소설 잘 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였다니;;;
-정말로 이신이랑 동거 중?
-헐, 쩐다.
-이신한테 제자가 또 생겼다고 그랬음. 이신교 광신도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진짜다 가짜다 말 많았는데 논란 종식!
-근데 차이 님도 잘생겼다♡ 귀여워!
-신님이랑 잘 어울려 꺄악!
-이신 끼고 있는 반지 어디 껀지 아시는 분?
-반지 멋있다!
-이신 형님은 파자마에 반지를 끼고 있어도 간지ㅠㅠ
-사진 보기 전에는 BL 팬픽인 줄 알았던 1人
-2人
-이런 더러운 분들이! 3人
차이는 네티즌의 반응을 보며 키득거렸다.
반응은 점점 거세져서 인터넷 언론에까지 그 사진이 소개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집에서 인터넷을 하며 한가롭게 아침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띠리링.
문득 오피스텔 건물 현관과 연결된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세요?”
차이가 인터폰을 받았다.
인터폰 화면에는 두 여성이 보였는데, 한 명은 젊은 여성, 또 한 명은 중년의 여성이었다.
-어머? 거기 신이네 집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부재중인데, 누구시죠?”
-아, 저는 신이 친척 누나고 이분은 어머니 되세요.
“친척 누나와 어머니요?”
차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친척 누나라는 여성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더니 페이스북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을 탄 그녀의 사진을 띄워 보여주었다. 그 옆자리에 탄 사람은 분명 이신이었다.
“아, 정말이시네요.”
차이는 인터폰 버튼을 눌러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방문한 두 여성은 바로 채정아와 이신의 어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