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0
129화 유혈(1)
-예, 드디어 1세트 시작됐습니다. 이신 대 최영준, 정말 엄청난 대결이 펼쳐지리라 예상됩니다.
-물량과 확장의 최영준, 그리고 견제와 테크닉의 이신. 과거와 미래의 트렌드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대결이니만큼, 한국 e스포츠에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인류를 상대로는 깜짝 전략 외에는 져본 적이 없는 최영준 선수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다전제에서는 한 번도 안 졌다고요. 그런 최영준 선수를 이신 선수가 어떻게 공략할지도 수많은 인류 선수들이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겠죠. 미국의 마이클 조셉 선수도 최영준 선수에게 패해 메달을 놓쳤으니까요.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에서도 인류한테는 한 번도 안 졌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자, 이신 선수는 5시, 그리고 최영준 선수는 1시입니다.
-대각이네요..
-예, 서로 러시 거리가 길어서 이신 선수의 주특기인 치즈 러시는 통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를 봐도 최영준 선수는 이신 선수의 치즈 러시를 경계하는 눈치였는데요, 이건 최영준 선수에게 조금 웃어주는 그림일까요?
-이신 선수가 정찰을 갑니다.
-최영준 선수도 가죠.
두 사람은 시계 방향으로 생산유닛을 정찰 보냈다.
병영 건설 후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간 이신은 1시에서 최영준의 진영을 발견했다.
최영준도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고 있었다.
‘앞마당을 빨리 먹는군.’
건설로봇은 출입구를 통과해 최영준의 본진 안으로 진입했다.
참회실이 2개째 건설되고 있는 모습까지 포착했다.
이신은 앞마당에 참호를 건설하고 그 옆에 병영 건물을 붙여서 방어용 심시티를 구축했다.
보병 4명을 생산해 참호에 넣어 기본적인 디펜스를 완성하고, 기갑정거장 2개를 지었다.
그때, 최영준의 거신병기들이 이신의 앞마당에 당도해 견제를 시작했다.
견제란, 멀리 떨어져서 참호를 두들기는 것이었다.
참호가 부서지면 위험해진다.
따라서 이신은 건설로봇 몇 기를 빼내 참호를 수리했다.
그렇게 참호 수리에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최영준의 견제였다.
사거리 업그레이드가 된 거신병기는 참호 안에 있는 보병보다 멀리서 쏠 수 있기에 가능한 기본적인 견제였다.
-이신 선수는 앞마당 가져간 후에 2기갑을 올립니다. 평범하죠?
-예, 최영준 선수는 12시에 2번째 확장 기지를 가져갑니다. 그러면서 참회실을 4개로 늘려 짓는 모습, 지상군에 힘을 실을 준비를 합니다. 역시 전형적인 신족의 체제입니다. 미친 지상군 물량을 폭발시킬 준비를 하고 있죠.
그때, 이신의 기갑 정거장에서 기동포탑이 생산됐다.
아직 포격모드 개발은 되지 않았지만, 거신병기보다는 사거리가 긴 기동포탑이었다.
기동포탑이 앞마당까지 나와서 참호를 두들기는 거신병기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바로 그때였다.
-어, 최영준 선수 달려듭니다!
-처음 나온 기동포탑 1기를 잡겠다는 거죠! 잡으면 큰 이득입니다!
6기의 거신병기가 일제히 달려들어 기동포탑을 집중 공격한 것!
퍼퍼펑, 퍼펑!
가까이 접근하자 참호 안에서 보병 4명이 일제히 총을 쐈지만, 개의치 않고 기동포탑만 노렸다.
이신은 즉시 기동포탑을 뒤로 뺐다.
거신병기들이 쫓아오며 공격했다.
-잡나요, 잡나요?!
-잡으면 큰 이득입니다!
그 순간, 건설로봇 다수가 일제히 기동포탑에 붙었다. 무려 6기가 붙어서 수리를 펼쳤다.
기동포탑은 아슬아슬하게 격파되지 않고 계속 살아서 반격했다.
파직!
결국 거신병기 1기가 죽자 최영준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즉시 포기하고 후퇴했다.
-아, 가까스로 기동포탑을 지킨 이신 선수!
-역시 대응이 빠르죠! 거신병기 1기만 손해를 입은 최영준 선수였습니다만…… 어?!
그 순간,
투타타타타!
참호 안에 있던 보병 4기가 뛰쳐나와, 거신병기들을 쫓아가 사격했다.
파직!
체력이 아슬아슬했던 또 1기의 거신병기가 삽시간에 터져버렸다.
다른 거신병기들이 반격하기 전에 보병들은 잽싸게 다시 참호로 도망쳤다.
-하하하! 이신 선수 센스! 그 틈에 체력이 아슬아슬한 거신병기를 발견하고 마무리했네요.
-역시 대단합니다. 이렇게 되면 거신병기를 2기나 잃었으니 손실이 크죠?
“와아아아!”
“신! 신! 신!”
관객들이 환호했다.
저런 순간적인 센스야말로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신의 빌드 오더는 놀라운 것이었다.
-오! 이신 선수, 병영을 늘려 짓기 시작합니다!
-병영을요? 기병 체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병이란, 기갑과 병영의 합성어였다.
기동포탑과 병영에서 생산되는 보병·의무병이 혼합된 병력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빌드 오더였다.
주로 괴물을 상대할 때 쓰이는 전략으로, 신족으로는 거의 안 쓰인다.
광신도, 거신병기처럼 높은 체력을 가진 신족의 강력한 유닛을 상대로 보병의 화력은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신은 기병 체제를 감행했다.
-타이밍입니다!
-공격 타이밍을 앞당기기 위해서 빨리 대량생산할 수 있는 보병을 택한 거예요!
-군사교습소에서 보병의 사거리 업그레이드와 각성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보병과 의무병을 쭉쭉 뽑아내면서 병력을 모으기 시작하는 이신!
-기동포탑도 충분히 쌓여갑니다. 이제 곧 공격 타이밍 나오죠?
-최영준 선수가 빨리 이걸 봐야 하는데요?
-와, 최영준 선수가 거신병기 2기를 잃으니까 기회다 싶어서 바로 기병 체제를 감행하는 이신 선수입니다! 결단이 빠릅니다.
-물량이 장난이 아닌 최영준 선수를 상대로 장기전을 가고 싶지는 않겠죠. 이 기병 체제는 이신 선수가 미리 준비해온 전략이리라 생각됩니다.
6개의 병영에서 보병과 의무병을 쏟아냈다.
보병 10명.
의무병 4명.
기동포탑 8기.
그리고 건설로봇 3기.
그 정도 규모의 병력이 모이자 이신은 즉각 공격에 나섰다.
-이신 선수 갑니다!
-목표는 12시의 2번째 확장 기지 같습니다. 레이더를 찍어서 이미 확인했죠.
-최영준 선수는 지금 거신병기밖에 없는데요? 이걸 봐야 합니다!
-봤습니다!
추가 정찰 보낸 최영준의 신도가 이신의 진군을 포착했다.
최영준도 거신병기들을 출격시켰다.
맞서 싸우기는 무리.
일단은 충분한 병력이 모일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였다.
-붙습니다!
거신병기들이 레이저포를 쏘고 뒤로 물러나며 무빙을 펼쳤다.
-으악!
-아악!
보병 2명이 사살.
이신은 보병들을 거신병기들의 사거리 밖으로 빼고, 기동포탑 1기를 포격모드로 전환했다.
퍼엉!
포격에 얻어맞은 거신병기들이 물러선다.
계속 무빙을 당기면서 보병 숫자를 줄이려 드는 최영준의 시간 벌기.
이에 대항해 이신은 기동포탑을 1기씩 포격모드 시키며 계속 진군하는 컨트롤을 펼쳤다.
1기씩 포격모드가 되어 거신병기들을 쫓아낸다.
뒤쳐진 1기는 다시 포격모드를 풀고 쫓아오게 한다.
그러면서 보병·의무병은 계속 거신병기의 사거리를 넘나들며 유인하는 컨트롤!
손이 많이 가는 플레이였지만, 손이 빠른 이신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이신 선수 쾌진격! 진군이 멈추지 않습니다!
-최영준 선수가 계속 거신병기 무빙으로 시간을 벌려고 하는데, 이신 선수 컨트롤이 대단합니다! 전혀 시간을 못 벌고 있어요!
최영준은 거신병기들을 12시 확장 기지 쪽에 밀집시켰다.
보병 1명을 던져서 12시를 확인해본 이신.
‘넌 실수했다.’
이신은 직감적으로 승리의 냄새를 느꼈다.
최영준의 병력이 12시에 집중된 것을 본 이신은 즉각 1시로 방향을 돌렸다.
1시, 즉 최영준의 본진이었다.
-곧장 본진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이신!
-본진에서 곧 광신도들이 생산될 텐데요,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12시에 있던 거신병기들이 쫓아갑니다! 본진에서 생산되는 광신도들과 뒤따르는 거신병기들로 앞뒤로 싸먹겠다는 생각이죠?
-과연?!
이신은 기동포탑들로 하여금 넓게 학익진을 펼쳤다.
앞마당을 지키기 위해 쫓아온 거신병기들이 학익진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모양새가 되었다.
퍼퍼퍼퍼펑―
맹렬한 포격!
거신병기들이 순식간에 녹았다.
-아아아! 진형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이신 선수의 판단이 대단했습니다. 곧장 본진을 노리면 거신병기들이 쫓아올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걸 알고 진형을 펼쳐놓고 기다렸어요!
한편, 보병과 의무병은 정면에서 쏟아지는 광신도들을 막았다.
쫓아온 건설로봇들이 건물을 지어 심시티를 펼쳐 광신도들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기동포탑들을 전후좌우로 포격을 쏴댔다.
보병과 의무병이 앞마당으로 침투했다.
타타타타, 타타타탕!
광신도들은 물론 신도들까지 동원되어 가로막았지만, 보병들은 각성제를 흡입 후 돌파를 감행했다.
신도들이 일점사격을 받아 사살됐다.
블로킹에 구멍이 생기자 여지없이 보병들이 파고들었다.
황병철이 최영준을 상대로 보여준 적 있었던 독침충 올인 돌파!
그와 같은 극한의 돌파를 이신의 보병들이 펼쳐내고 있었다.
기동포탑들의 지원 포격에 힘입어 돌파에 성공한 보병들은 곧장 본진으로 들어가 신도들의 자원 채집을 테러했다.
-rush_Joon: GG
-Kaiser: GG
-최영준 GG!!
“와아아아아아―!!”
최영준의 장기가 발휘되기 전에 끝내버린 전략의 승리였다.
-기병 체제로 타이밍 러시! 의표를 찌른 한 수였습니다!
-무리하게 기동포탑을 잡으려다가 거신병기 2기를 잃었던 것도 크게 작용했죠. 그 2기가 살아있었더라면 보다 더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거거든요.
-그것도 실책이라기보다는 이신 선수의 대응이 굉장히 빨랐죠?
-예, 그렇습니다. 평범한 선수였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기동포탑을 잃고서 당황했을 거거든요. 곧장 일꾼 나와서 수리, 참호에서 보병들이 뛰쳐나와 또 1기 마무리! 정말 미친 순발력이었습니다.
-신족 상대로 기병 체제는 상성상 승률이 그리 높은 전략이 아니었는데, 이신 선수의 컨트롤이 더해지니까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죠.
-아, 중요한 장면이 나오네요. 이게 결정적이었습니다. 학익진을 펼쳐놓고 거신병기를 끌어들여 포격. 여기서 최영준 선수가 졌죠!
-그냥 본진 앞마당을 지켰다가 광신도가 나왔을 때 함께 반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튼 이신 선수가 전략, 전술, 컨트롤 모든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며 1세트를 가져갑니다! 스코어는 1대 0입니다.
가뿐한 마음으로 대기실로 돌아온 이신은 의자에 앉아 물을 마셨다.
그때, 방진호 감독이 옆에서 물었다.
“준비한 전략이냐?”
“예.”
“그거 다른 애들이 해도 최영준을 이길 수 있겠냐?”
방진호 감독은 앞으로 프로리그에서 최영준을 만났을 때 써먹을 생각을 하는 듯했다.
“자주 쓸 수 없는 전략입니다. 통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해도 승률은 반반이라 잘 싸우는 게 중요합니다. 전술 능력을 훈련시키지 않으면 안 쓰는 게 낫습니다.”
“전술 훈련 말이지?”
“예. 상대 진영까지 이동하는 도중에 병력을 많이 잃으면 안 됩니다. 진형 잘 갖추고 잘 싸워야 합니다.”
“광신도들이 계속 추가됐으면 어떻게 싸우려 했어?”
“화염방사병을 생산해서 합류시키면 됩니다. 상대 앞마당에 심시티 구축하면 이긴 거죠.”
“좋네.”
방진호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신족 상대로의 기병 체제는 어쩌다 한 번 등장한 깜짝 전략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신이 최영준을 상대로 보여준 기병 체제는 즉흥적인 도박수가 아닌, 군더더기 없이 정립된 느낌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깜짝 전략인 건 매한가지였지만, 저 최영준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면 써먹어 봄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