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42
141화 마법(1)
저녁에 주디 일행과 합류해서 센 강변을 따라 이동하며 파리의 야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부터는 MBS 일행과 함께 본격적으로 파리SCC와 친선 훈련을 시작했다.
이신은 엔조 주앙과 연습 게임을 했는데, 그가 선택한 종족은 바로 신족이었다.
“Oh my god.”
“He’s crazy.”
파리SCC의 선수들은 이신의 신족 플레이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센터에서 벌어진 전투.
고속전차들이 밀려와 지뢰를 깔며 덤볐다.
이신의 거신병기들은 매설되는 지뢰를 족족이 제거해버리고 고속전차를 파괴시켰다.
엄청나게 빠른 손!
이신은 마우스 드래그와 클릭을 반복하며 초정밀 컨트롤을 펼쳤다.
거신병기 3~4기당 지뢰 1개를 일점사격해서, 주위에 깔리는 지뢰들을 삽시간에 없애버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수송기까지 컨트롤해가며 기동포탑 위에 광신도를 1기씩 드롭했다.
포격모드 상태에서 근거리 공격이 불가능한 기동포탑들은 광신도가 달라붙자 꼼짝하지 못했다.
맵 센터의 대회전은 이신의 압도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이어지는 물량 공세.
이신은 최영준에게서 습득한 물량 회전을 폭발시켜 계속 몰아붙였다.
식량자원과 광물자원의 채집량을 조절해가며 자원 최적화.
그리고 끊임없이 생산되는 병력이 엔조 주앙의 진영을 향해 질주했다.
한 번 승기를 잡으면 끝까지 몰아치니, 엔조 주앙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엔조 주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GG를 선언했다.
“판단이 썩었어.”
이신은 직설적이었다.
“맵 센터가 넓은 평지라 신족에게 유리한 지형인데, 대체 왜 인류가 먼저 달려드는 거야?”
통역을 들은 엔조 주앙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공격력 업그레이드 타이밍에 맞춰서 뛰어든 건데…….”
“맵과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다음 판은 엔조 주앙도 자신의 범상치 않은 센스를 보여주었다.
항공수송선에 태운 고속전차 4기가 이신의 본진에 드롭.
이신은 거신병기들로 자원 채집을 하는 신도들을 보호했다.
하지만 고속전차 4기가 노린 건 그게 아니었다.
막 생산되어 참회실에서 나온 대사제를 저격한 것이다.
‘호오?’
이신은 내심 감탄했다.
대사제가 나올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고 드롭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 정도 센스가 되니까 금메달을 땄겠지.’
마치 언제 슬럼프였냐는 듯, 엔조 주앙의 경기력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연습 경기 내내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으며 맞붙었다.
“주앙의 경기력이 올라오기 시작했군.”
“허, 진즉에 저 정도로 해줬으면 슬럼프다 뭐다 하는 얘기도 안 나왔을 텐데요.”
파리SCC의 론 아벨 감독은 이신의 플레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30대 중반의 흑인 남성인 아벨 감독은 이신의 두 손을 주시했다.
정교하게 마우스를 조작하는 오른손.
정확하게 키보드 단축키를 타이핑하는 왼손.
서브 종족을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의 손놀림이 저 정도였다.
전혀 막힘이 없고 어색함도 없었다.
“저건 메인 종족 수준인데?”
“예, 아무리 봐도 깜짝 카드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지 참…….”
코치들도 황당해하는 눈치였다.
분명히 손목을 크게 다쳤다고 했다. 회생불능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완쾌되어 돌아오더니 뜬금없이 신족까지 들고 나타났다.
마치 처음부터 신족 플레이어였던 것처럼 말이다.
소름 끼친다.
이미 인류라는 종족으로 e스포츠의 정점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전설로 기록될 업적을 쌓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종족까지 가지고 나왔다.
그것도 금메달리스트 엔조 주앙과 겨뤄서 이길 정도로 강력한!
‘아무리 주앙이 신족 전 슬럼프라지만, 저 실력이라니…….’
이신이 공격에 나섰다.
엔조 주앙은 굳건한 방어선으로 맞섰다. 언덕 위의 기동포탑들과 바리케이드를 형성해놓은 심시티.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은 인류의 우주 방어.
그런데 이신은 그것을 뚫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런 젠장!”
론 아벨 감독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뭐야 저게?”
“씨발 저게 가능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야?”
“와, 사람 손이 아니야!”
코치들도 선수들도 눈을 부릅뜨고 경악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아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이 제안만 했을 뿐 누구도 성공시키지 못한 플레이.
이신은 그것을 실현시켰다.
엔조 주앙의 방어선은 뚫려버렸다.
“그건 준비했던 거야?”
게임이 끝나고, 방진호 감독이 와서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 연습을 해봤던 겁니다.”
“손 빠르기야 너니까 가능하다 쳐도, 그게 실효성이 있긴 했던 거야?”
“그리 효율성이 있는 전략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걸 시도했다가 차이에게 몇 번이고 역공을 당했고요.”
방진호 감독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근데 그런 걸 왜 연습했어?”
“이게 통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그 상황을 정확하게 노리고 들어가면 됩니다.”
‘이 자식 이거 진심으로 쓸 생각이네.’
방진호 감독은 전율했다.
만약에 이게 공식전 무대에서 펼쳐져서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경기장이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것이다. 길이길이 기억될 명경기가 되리라.
어째서 이신이 슈퍼스타인지를 보여주는 플레이였다.
패배한 당사자인 엔조 주앙도 흥분하게 이신에게 다가와 뭐라고 떠들었다.
친선 훈련 첫날, 이신이 펼친 새로운 전략이 양 팀 선수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
늦은 밤, MBS 선수들은 훈련이 끝나고서야 뒤늦은 파리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파리SCC의 선수들이 따라와 가이드 역할을 해주면서 관광을 도와주었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비슷한 연령대에 게임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보니 양 팀 선수들은 금세 친해졌다.
그러자 바빠진 건 주디였다.
“코치님과 같은 팀이어서 부럽대요.”
“한국 팀들은 평소에 어떻게 훈련을 하냐고 묻네요.”
인종이 다양한 파리SCC의 선수들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바로 이신이었다.
한때 명실상부한 e스포츠의 절대자였던 이신은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파리SCC 선수들은 주디를 통해 질문을 전달했고, 그때마다 MBS 선수들이 대답을 해주었다.
이곳저곳 쏘다니며 파리 야경을 즐기다가, 양팀의 미성년자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만 19세 이상의 성인 선수들은 바에 가서 술을 마셨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이신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엔조 주앙이 은근히 말했다.
“당신이 우리 파리SCC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팀이 되면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주디의 통역으로 그 말을 들은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는 않겠군.”
“그럼 우리 팀에 와주는 겁니까?”
“아니.”
“어째서?”
“난 갈 곳이 이미 정해져 있어.”
엔조 주앙은 다소 시무룩해졌다.
“갈 곳이 어느 나라죠?”
“한국.”
“어째서?!”
이신의 대답에 엔조 주앙이 벌떡 일어나 격앙되어서 소리쳤다.
“당신은 카이저입니다! 당신의 나라를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썩기에는 당신이 너무 아깝다고요!”
“지금이야 그렇겠지.”
이신은 계속 말했다.
“하지만 내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
“그게 뭡니까?”
“단체전 금메달.”
“뭐라고? 그럼 당연히 우리 팀 같은 강팀에 와야 하잖아요?”
“그건 반칙 같아서 재미없어.”
이신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직접 만들고 키운 팀으로 얻을 거야.”
이신은 이미 신생팀 올도어SCC의 감독 겸 선수 제안에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그 말을 들은 엔조 주앙은 더없이 놀란 얼굴이 되었다.
“카이저가 선수 겸 감독으로 있는 팀이라고?”
카이저가 막대한 투자를 받아 직접 만든 팀!
과연 어떤 팀이 탄생될지 궁금해졌다.
“그럼 키우는 제자들도 그 팀에 같이 들어가겠군?”
“물론이지.”
그 뒤로 엔조 주앙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말수가 없어졌다.
다음날.
계속되는 친선 훈련에서 이신은 신족뿐만이 아니라 인류도 플레이하며 파리SCC 선수들을 상대해주었다.
이신과 겨뤄본 선수들은 그와 한 게임의 리플레이 파일을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히 간직했다.
***
지수민은 중년 사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 그 유명하신 올도어의 부사장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젊은 나이에 참 수완이 대단하시다고요.”
“호호,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박진용 부사장님에 대해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에이, 저야 평범한 월급쟁이죠.”
겸양을 하는 중년 사내.
그의 이름은 박진용.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레스의 한국지사 부사장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레스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말이에요.”
“그야 지수민 부사장님이 e스포츠 중계 사업으로 대성공을 거둔 탓 아닙니까? 하하하.”
“호호호, 운이 좋아서 시기랑 잘 맞아떨어진 거죠, 뭘.”
“사실은 e스포츠 쪽으로 마케팅을 확대하는 방안은 전부터 나온 얘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신 선수에게 관심이 많았고요.”
박진용 부사장은 웃는 얼굴로 계속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브랜드명이 전쟁의 신 아레스에서 따왔습니다. 전쟁, 그리고 승리. 그 두 가지 테마로 언제나 브랜드 마케팅이 이루어지죠. 이신 선수는 그야말로 그 콘셉트에 딱 들어맞는 주인공이었어요.”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전 세계 강자들을 상대로 수없이 전쟁을 치러 승리한 이신.
무적의 칭호와 함께 최종승자로 등극한 그 위엄은 한국인을 열광케 했다.
그야말로 전쟁의 신!
아레스 한국지사는 진즉부터 이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e스포츠는 몸으로 뛰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첫 번째 난관이 있었다.
아레스가 판매하는 스포츠 용품 중 e스포츠와 관련이 있는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신 선수가 다치고 은퇴하는 바람에 저희도 마음을 접어야 했죠.”
“하지만 다시 부활했죠. 멋지게 복귀했고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저희 쪽에서도 다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이신 선수를 우연히 만난 적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호감이 가더군요.”
“어머, 신님, 아니 이신 선수를요?”
“예, LA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났었죠. 그때 이신 선수는 라스베이거스에 이벤트 매치를 하러 가던 때였죠, 아마?”
“아하!”
“그때 이선 선수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신 얘기가 나오자 지수민의 빠심이 튀어나오면서 그녀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게임을 할 땐 결국 전 혼자입니다. 아무도 제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아요.”
‘아아, 신님!’
지수민의 눈빛이 약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게 풀려버렸다.
“사실 그때 저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신 선수는 우리 아레스의 브랜드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요. 그때 그 말이 CF의 콘셉트가 되면 좋겠더군요. 홀로 고독히 승리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만, 혼자가 아닌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레스가 승리를 돕는다는, 그런 테마로 말입니다.”
“어머, 정말 좋아 보이네요.”
상상만 해도 정말 멋질 것 같았다. 지수민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때마침 올도어에서도 신생팀을 출범하기로 했다니 저희도 확신이 섰습니다.”
박진용 부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올도어의 신생팀에서 이신 선수를 선수 겸 감독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저희 아레스도 그 팀의 스폰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