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29
228화 리마스터(2)
“기분 나빴다면 죄송합니다. 물론 카이저의 은퇴를 원해서 물어본 질문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 반대죠.”
“알고 있습니다. 은퇴는 내년에 할 생각입니다.”
“단체전 금메달을 따고요?”
“잘 아시는군요.”
“말했잖습니까. 전 당신의 광팬이라고요.”
구운 바비큐와 옥수수를 함께 먹으며 두 사람은 계속 대화를 나눴다. 물론 통역사도 함께 식사를 하며 두 사람의 대화를 이어주었다.
“진심으로 난 당신의 광팬이에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글쎄요.”
“당신이 내가 만든 게임을 더 아름답게 해주니까요.”
“감사합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에요. 당신은 이 게임을 만든 저도 모르는 방식을 찾아내서 게임을 더 멋지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요.”
“이 게임을 만들어주셔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하, 제가 이 게임을 안 만들었다면 카이저가 이렇게 부자가 되지 못했겠죠? 우린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군요. 악어와 악어새예요. 음? 죄송해요, 좀 더 아름다운 동물이 생각나지 않네요.”
껄껄 웃는 코렛 사장. 이신도 피식 웃게 되었다.
“너무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요?”
“오히려 남들보다 오래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오,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려야겠군요. 축구나 농구, 야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카이저는 아직 은퇴를 고려하기에는 너무 젊지 않나요?”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문제죠. 스페이스 크래프트는 말이죠.”
“……?”
이신이 의아한 얼굴로 코렛 사장을 쳐다봤다.
코렛 사장이 말했다.
“피지컬의 부담이 너무 커요. 혹독한 멀티태스킹이 요구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부담 때문입니다.”
“그렇긴 합니다.”
“실례하지만 카이저의 개인 시점으로 얼마 전에 치른 32강전 경기들을 보았어요. 사실 그 전의 경기들도 마찬가지고, 파프리카? 그쪽에서 한 개인 방송도 보았고요.”
“제 개인 시점이라고요?”
“예, 가장 알고 싶은 건 프로게이머들이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유닛을 생산하고 건설로봇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더군요. 수많은 건물을 일일이 클릭해서 생산 명령을 하나하나 내려야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사장이 중간 관리자 없이 모든 말단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일일이 내리듯이 말이죠. 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군요. 그래서 유능한 CEO들이 워커홀릭인가 보네요.”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는 일꾼이 없을수록, 노는 건물이 없을수록 자원·시간 대비 효율이 상승한다.
그걸 잘 관리하는 게 전투 시의 컨트롤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특히나 장기전으로 잘 가는 요즘 추세에서는 더더욱.
장기전이 되어서 관리해야 할 게 너무나 많아지면, 전투 컨트롤에 시간 낭비할 틈이 없다.
유닛 컨트롤에 신경 쓰는 동안, 생산된 새로운 전투 유닛과 일꾼은 가만히 논다.
그처럼 일일이 손이 많이 가는 부분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만약 그런 것들이 간소화된다는 어떻겠습니까?”
코렛 사장의 말에 이신은 놀랐다.
SC 리마스터라는 것이 바로 그런 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이신은 강한 흥미를 보였다.
코렛 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식사도 다 했는데 놀러갈까요?”
팍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신.
코렛 사장이 능글맞게 웃었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벌써 만들었단 말입니까?”
“이제 시작 단계에요. 하지만 손을 보기가 간단한 부분은 벌써 조금 해뒀지요.”
그들은 다시 차를 타고 움직였다.
SC코퍼레이션 본사는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해 있었다.
거대한 우주선처럼 생긴 재미있는 건물이었다.
“우리 회사 좋죠?”
“재미있게 생겼군요.”
익살스럽게 생긴 건물 내부에는 호수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수많은 직원들이 모여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일 안 하고 저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의아스러웠지만, 나름의 회사 방침이려니 싶어 딱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직원들은 출근한 사장을 보았음에도 당황하거나 허둥거리지 않았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친구 대하듯 인사하는 것이었다. 코렛 사장도 직원들에게 웃으며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코렛 사장을 봐도 가볍던 직원들이었지만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사람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Kaiser? really?!”
“Oh, god!”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와 이신에게 모여들었다.
덕분에 이신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졌다.
결국 코렛 사장과 이신의 뒤로 직원들이 우르르 따라오는 행렬이 만들어졌다.
“자, 우리 한판 붙어볼까요?”
코렛 사장이 문득 제안했다.
통역을 통해 그 말을 들은 이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와 말입니까?”
“예! 정정당당한 일대일로요.”
“오오!”
“코렛! 코렛!”
직원들이 팬클럽이라도 되는 것처럼 연호했다.
코렛 사장은 이신을 회사 내부에 있는 게임룸으로 안내했다.
이것저것 장난감과 각종 피규어로 장식된 게임룸.
이곳에서도 직원들이 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다.
이 많은 직원이 월급 받고서 하는 게 노는 건가 싶어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게임룸에서 놀던 직원들도 코렛 사장보다는 이신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자, 다들 비켜주시지? 나와 카이저의 역사적인 대결이 곧 시작되니까!”
게임룸에서 놀던 직원들이 환호했다.
결국 이신과 코렛의 자리에 마련되었다.
이신은 가방에서 늘 가지고 다니는 장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맞은편 자리에서 코렛 사장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방심하면 큰 코 다쳐요. 전 이래봬도 이 게임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에 접속해서 코렛 사장의 아이디를 보니 랭킹이 D등급이었다.
아마추어 중에서는 꽤 한다고 볼 수 있는 편.
30대 중반이라는 코렛 사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었다.
‘정말 자기가 만든 게임을 좋아하는군.’
이신은 코렛 사장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사랑하고 출세하게 만들어준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만든 장본인이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코렛 사장의 종족은 인류.
이신은 신족을 골랐다.
그런데 코렛 사장이 벌떡 일어나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날 우습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인류를 고르는 게 좋을 거예요!”
이에 이신은 통역사를 통해 말했다.
“우습게 보는 게 맞습니다.”
게임룸에 모인 직원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배은망덕한 것들! 다들 그만 웃어!”
코렛 사장이 익살맞게 분통을 터뜨리며 직원들과 농담 따먹기를 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이신은 깜짝 놀라야 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주어진 신도 4명이 저절로 식량자원을 캐러 움직인 것이다.
그것도 농토에 골고루 말이다.
그때, 통역사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대신전의 랠리 포인트를 농토로 지정해 보라는데요?”
‘설마?’
이신은 시키는 대로 해보았다.
그러자,
‘……!’
새로 생산된 신도들이 저절로 농토로 달려가 식량자원을 채집했다.
새로 뽑은 생산유닛에게 일일이 일을 시키는 귀찮은 조작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게 이것뿐인가?’
확실히 이것 하나만으로도 부담이 한결 줄어든 기분이었다.
그런데, 참회실 2개를 짓고 거신병기의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하다가 이신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더블 클릭으로 참회실 2개가 동시에 지정되었다.
단축키로 거신병기 생산을 지정하자 건물을 하나하나 클릭해서 생산을 시켜야 하는 귀찮은 작업이 극도로 간소화되었다.
그것 말고는 달라진 요소가 없었다.
리마스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당장 도입한 부분은 이 정도뿐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코렛 사장이 계획한 SC 리마스터가 어떤 방향성을 지향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 본연의 게임성을 조금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터페이스만 간편하게 하여서 쾌적한 플레이를 만들어주는 것.
물론 이에 불만을 갖는 프로게이머도 있을 것 같았다.
주디처럼 이 사소하고 자잘한 부분을 꼼꼼하게 잘하는 프로게이머도 있었다.
그런 타입의 선수들에게는 자기 강점이 사라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신의 입장에서는 그저 땡큐였다.
‘사소한 조작이 간소화되니 전투에 더 집중할 수 있군.’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 편이 더 즐겁지 않겠는가.
이신의 거신병기들이 코렛 사장의 인류 진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거신병기가 계속 무빙을 하면서, 참회실에서 꾸준히 병력이 추가 생산되었다.
센터를 활보하고 다니며 스노우볼을 굴리기 시작한 이신.
이윽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력이 코렛 사장의 앞마당을 들이받았다.
앞장서서 돌격한 것은 단연 광신도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거신병기가 레이저빔을 쏴댔다.
코렛 사장의 디펜스는 꽤 잘 구축되어 있어서 뚫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신의 의도도 그저 단순한 소모전이었다.
총알받이로 앞세운 광신도들이 다 죽자, 이신은 후퇴를 개시했다.
식량 자원만 소모되며 쉽게 생산되는 광신도만 소모하고 빠져 버린 소모전이었다.
거신병기의 숫자만 유지하고 있으면 광신도야 순식간에 충당되는 것이었다.
이신은 계속해서 광신도가 충당될 때마다 공격해 왔다.
문득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신이 나서 구경하고 있는 SC코퍼레이션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해주기로 했다.
아바타 3기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일단 1시로 향한 아바타가 1시의 확장 기지에 병력을 소환했다.
거신병기로만 이루어진 소환 병력이 건설로봇들을 빠르게 사냥했다.
이어서 12시 확장 기지에도 아바타가 돌입했다.
그러고는,
“오오!”
1시에 소환됐던 병력들이 다시 12시에 소환된 것이었다.
거신병기들은 이번에도 자원을 채집하는 건설로봇들을 학살했다.
일꾼 대비시키랴, 1시로 구원 가던 병력을 다시 12시로 보내랴, 코렛 사장은 정신이 없었다.
다른 한 아바타가 이번에는 3시로 향하고 있었다.
12시를 휘젓던 거신병기들이 3시로 소환되었다.
한 무리의 거신병기가 1시, 12시, 3시로 옮겨 다니며 코렛 사장을 괴롭힌 것이었다.
직원들은 깔깔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렇게 사방을 흔들어놓은 통에 코렛 사장의 병력 배치 상태는 썩 좋지 못했다.
이신이 1시를 향해 총공격을 개시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족의 물량!
병력 생산이 간편해진 까닭에, 이신은 전투 컨트롤에 집중하면서도 추가 병력을 꾸준히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몰아치고 또 몰아쳤다.
광기신족 최영준을 연상케 하는 물량!
아바타의 소환 마법을 쓸데없는 장난으로 낭비한 까닭에, 전 병력이 육로를 통해 정면으로 인류를 들이받았다.
마치 자살 특공대 같은 광신도들의 돌격!
하지만 파도가 계속 쳤다.
화끈한 공격에 직원들이 환호했다.
결국은 1시가 뚫려 버렸다.
귀중한 자원 공급처를 잃어버린 코렛 사장은 맥없이 패배하고 말았다.
“흠흠, 이만하면 카이저와 비등한 싸움을 했다고 봐도 되겠지?”
“우우!”
“주제를 알아라!”
“착각도 자유다!”
직원들이 아유를 보냈다.
이신도 미소를 지었다.
‘느낌이 좋군.’
당장 고친 2가지 정도로도 이렇게나 플레이가 간편해졌다.
이런 식으로 게임은 그대로 똑같이 유지되되, 인터페이스만 보다 편리해진다면 한층 더 좋은 게임이 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