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0
239화 리마스터(3)
두 사람이 치른 게임은 옵서버가 중계한 리플레이를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코렛 사장의 SNS에 올렸다.
원래 SNS를 자주 하는 코렛 사장이라 금세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코렛 사장은 댓글을 훑어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는데, 이신도 알아볼 수 있는 한국인의 댓글도 보였다.
-e스포츠의 두 절대자의 승부였다.
-코렛 사장 꽤 하잖아?;;;
-사장님 랭킹 D등급이라고 들었음. 꽤 하는 편임.
-자기가 만든 게임에 저렇게 빠지기도 쉽지 않을 텐데.
-쟤들 대체 왜 만난 거야? 정말 같이 게임하고 놀려고 뉴욕 간 거임?
“SC2는 언제 하냐고 사람들이 묻네요, 하하하!”
코렛 사장이 크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신도 그게 궁금했다.
“SC2는 생각이 없는 겁니까?”
“한동안 우리는 SC코퍼레이션의 미래를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놓고 대립했어요. 한쪽은 SC2, 또 하나는 SC 리마스터죠.”
그렇게 코렛 사장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그 때문에 통역사가 바빠졌다.
SC2.
그리고 SC 리마스터.
SC2를 개발하자는 쪽은 새로운 타이틀을 판매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중점을 둔 제안이었다.
게다가 SC1과 달리 화려한 3D 그래픽을 도입할 수 있다.
2D인 SC1의 그래픽을 개선하는 일은 3D보다 훨씬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코렛 사장이 택한 쪽은 SC 리마스터였다.
그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저는 SC코퍼레이션을 단순한 게임개발사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e스포츠가 바로 그 수단이고요.”
코렛 사장이 계속 말했다.
“카이저, 당신은 SC2를 원하십니까?”
그 같은 질문을 이신은 팬들로부터 여러 차례 들은 바 있었다.
그때마다 이신의 답은 하나였다.
“어느 날 피파가 축구에 손을 써도 된다는 룰을 새로 만들면 축구 선수들이나 팬들이 좋아할까요?”
“하하하! 바로 그겁니다! e스포츠는 스포츠예요. 룰이 바뀌어서는 안 되죠!”
코렛 사장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존의 SC에 그래픽만 3D로 바꾸자는 의견도 다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 결정은 2D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爛歐?”
“3D로 바꾸면 재미있을 것 같나요?”
“잘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볼거리가 화려할 것 같긴 합니다.”
“그럼 이 게임을 한 번 해보시죠.”
“……?”
코렛 사장은 노트북을 꺼내 들고 게임 하나를 실행해 이신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은 바로 3D 테트리스였다.
그걸 조금 해보다가 이신은 코렛 사장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다.
‘더럽게 재미없군.’
바로 직관성의 차이였다.
2D였을 때는 누구나 간단명료하게 알아볼 수 있는 공간감이, 3D에서는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다.
스페이스 크래프트에서는 심시티나 유닛의 사거리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게다가 전투에 있어서도 병력의 진형과 선수들의 컨트롤이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한눈에 파악된다. 그게 2D의 장점이었다.
“이제 이해가 되셨나요?”
“예, 2D가 나을 것 같습니다.”
현기증이 나서 더는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이신은 질색하며 테트리스를 종료해 버렸다.
“하하, 못 하겠어요?”
“다른 게임을 해본 것은 이게 처음입니다.”
“허어, 그래요?”
정확히는 스페이스 크래프트와 지뢰 찾기 빼고는 어떤 게임도 해본 적이 없는 이신이었다.
“3D를 보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푸하하하!”
코렛 사장은 박장대소를 했다.
뭘 그렇게까지 재미있어하냐고 쳐다보니, 코렛 사장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전통 있는 집안에서 자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하나에서 열까지 취향이 노인네 같군요.”
‘노인네?’
이신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같이 어울리면서 꽤 친해진 탓일까. 코렛 사장이 계속 놀렸다.
“구형 폴더폰에, 인터넷도 SNS도 안 하고, 자가용은 롤스로이스에, 3D 보고 현기증을 내고, 푸하하하! 그야말로 60대 노인네잖아요! 아니지, 70대는 되어야겠군요. 그렇지 않고서는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 안 쓰기도 쉽지가 않거든요.”
통역 해주는 통역사 여성까지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태블릿PC는 씁니다만…….”
이신의 입에서 나온 궁색한 변명은 코렛 사장의 깐죽대는 질문에 무너졌다.
“경기 VOD와 뉴스 말고 또 사용하는 어플이 있나요?”
“…….”
“크하하하! 역시 카이저답습니다. 무려 e스포츠의 신인데 IT와 거리가 먼 아날로그파라니.”
“…….”
“사실 부사장과 내기를 했거든요. 카이저가 3년 안에 폰을 스마트폰을 바꿀지 안 바꿀지 말이죠. 물론 저는 안 바꾼다는 쪽에 걸었어요. 카이저잖아요!”
이신은 스마트폰을 사기로 결심했다.
SC 리마스터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이신은 프로게이머로서 오랜 경험이 있는 만큼 수많은 의견을 냈다.
길을 못 찾고 헤매는 유닛들의 인공지능의 개선과 각종 오류 수정,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플레이 파일이 저장될 때, 상대방의 시점을 볼 수 없게 해야 합니다.”
“오, 그렇지요. 맞아요, 그 의견도 많이 들었어요.”
코렛 사장도 이신이 의견을 많이 낼수록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럼 일단 생각나는 개선점은 다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뭐, 제가 소유한 팀의 선수들도 있으니까 계속 개선점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드리고 싶은 제안이 하나 있어요.”
“뭡니까?”
의아해하는 이신에게 코렛 사장이 말했다.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일인데,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서 말이죠.”
“……?”
“카이저, 당신의 플레이를 인공지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예?”
너무나 뜬금없는 이야기라 이신은 그 말뜻을 알아듣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제 플레이를 똑같이 구사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겁니까?”
“바로 그거죠.”
“어째서입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카이저의 아름다운 플레이를 영원히 보존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지요. 이건 당신의 팬으로서 떠올린 일이었어요.”
“말씀은 감사합니다. 그 외의 다른 이유도 듣고 싶군요.”
“카이저, SC의 세 종족 중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이 무엇일까요?”
“세 종족 다 나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그렇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코렛 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최근 수년간 e스포츠에서는 인류 플레이어의 득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요. 왜일까요?”
“인류가 적응의 종족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맵이라도 인류는 결국 그 맵에 특화된 빌드 오더와 전략을 찾아냅니다.”
“그런 점도 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한 가지 변수를 더 꼽고 싶어요.”
“그게 뭡니까?”
“바로 카이저 당신이죠.”
“저 말입니까?”
“카이저, 당신이 월드 SC 그랑프리에 처음 출전했을 때를 상기해보세요. 전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군요.”
이신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그 전부터 당신은 관계자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었어요. 세계적인 인류 플레이어인 최환열의 제자격인 존재이고, 자국 리그를 무패우승 했으니까요.”
그 당시 한국에서 내세울 만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선수라고는 최환열과 오성준 정도가 다였다.
이신은 정말 뜬금없이 그랑프리에 나타난 새파란 신인이었다.
“프로 데뷔 첫해에 월드 SC 그랑프리 개인전 우승이라니, 하하하.”
코렛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당신은 너무 강했어요, 카이저.”
“…….”
“차라리 악전고투 끝에 간신히 정상에 올라와 금메달을 거머쥐시지 그러셨습니까?”
무패우승!
패배도 고전(苦戰)도 없이 뚜벅뚜벅 냉정하게 결승을 향해 걸어 올라가는 이신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초인적인 디펜스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어, 치즈 러시가 일절 통하지 않았다.
오죽 했으면 이신의 건설로봇 블로킹 능력을 두고 잔인하다고까지 할까.
상대에게 견제 플레이를 퍼붓는 템포는 살인적으로 빨랐다.
빌드 오더가 엇갈려서 불리한 출발을 했어도, 결국은 폭풍 같은 견제가 시작되면 역전되기 전에는 그 폭풍이 멎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의 생각을 귀신같이 간파하고 허를 찌르는 심리전.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이 그토록 완벽할 수가 없다.’
그랬다.
그때부터 이신은 신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팬들이 그렇게 불렀다.
“그때 이미 카이저의 실력은 몇 년을 앞서 있었어요. 모두들 카이저의 플레이를 배우고자 노력했고요. 문제는 하필 카이저 당신이 인류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입니다. 인류 플레이어들은 카이저를 본받아 강해지는데, 신족과 괴물은 그 같은 완벽한 견본이 없었어요.”
“…….”
“카이저, 엔조 주앙, 마이클 조셉.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꼽히는 선수들 대부분은 인류 플레이어지요?”
“그렇군요.”
“당신을 꺾어 모두를 경악시킨 차이도 같은 인류 플레이어고요.”
“예.”
“바로 그것 때문에 인류를 너프시켜 밸런스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는 색다른 해법을 떠올렸지요.”
“그게 인공지능입니까?”
“예, 카이저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게임에 탑재하는 겁니다. 그러면 SC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게이머는 원하면 언제든 카이저를 연습 상대로 삼을 수 있지요.”
“…….”
“그러면 자연스럽게 괴물이나 신족 플레이가 인류를 상대하는 솜씨가 좋아지겠죠?”
이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데이비드 코렛.
SC코퍼레이션의 창업자이자 사장인 이 남자는 발상부터가 범상치가 않았다.
이윽고 이신이 말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째서죠? 사람과 달리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을 텐데요?”
“플레이 방식이 정형화되어서 결국 해법이 발견되면 쉬운 상대로 전락하겠지요. 물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의 연습 상대로는 좋겠지만 말입니다.”
“수많은 빌드 오더를 가지고 있어서 정찰로 유저의 체제를 파악하고 맞춰가는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인공지능이라면?”
“사람이 하는 거짓말에 속을 겁니다.”
“한 번은 속겠지요.”
“예?”
“하지만 계속되는 대전 경험으로 학습을 한다면 어떨까요?”
“…….”
“아, 저 사람은 주로 저런 스타일을 구사하지, 하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이신은 할 말을 잃었다.
만약 그런 인공지능을 짠다면 정말 대단할 것이다.
“그런 게 탄생하면, 카이저는 영구보존이 되어 모든 유저가 겨룰 수 있는 상대로 영원히 남을 겁니다.”
코렛 사장은 흥분하여 말을 이었다.
“누구도 꺾지 못한 절대강자 카이저가 인공지능이 되어 지구상의 모든 게이머에게 도전장을 날리는 겁니다. 자, 나를 이겨봐! 내가 은퇴할 때까지 너희는 내 권좌를 빼앗지 못했지. 이제라도 해봐! 푸하하! 생각만 해도 정말 짜릿하지 않을까요?!”
괴짜로 소문난 코렛 사장다운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신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나를 똑같이 구현한 인공지능과 내가 겨룬다면 어떻게 될까?’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프로게이머가 있다.
그것은 전성기 시절의 이신 자신이었다.
그때는 지금과 달랐다.
지금은 3종족을 모두 구사할 줄 알지만, 예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성기 시절의 이신은 초인적인 피지컬로 모두를 찍어 눌렀다.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그때의 자신을 구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겨룬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아직은 발상에 불과한 이야기였음에도, 이신은 벌써 승부욕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