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연전(連戰)(1)
10-1. 연전(連戰)(1)
결전의 날이 되었다.
이신은 그레모리의 손에 이끌려 악마군주 오로바스의 영지로 텔레포트하였다.
“오랜만이군, 그레모리.”
“그렇구나, 악마군주 오로바스.”
악마군주 오로바스.
그는 반인반마의 형상에 머리까지도 말의 모습이라 괴기스러움을 더하였다.
아름답게 휘날리는 은색의 갈기도 그 기괴함을 덮지 못하였다.
악마군주 오로바스의 영지에는 궁전이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벌판.
카펫 대신 온갖 종류의 꽃들이 벌판에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가득 차자 아름답다기보다는 지나치게 화려해 섬뜩하기까지 했다.
흉물스럽게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성벽처럼 벌판을 온통 둘러싸고 있었으며, 그 안에 호수와 동식물이 보였다.
자연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자연스러움보다 인공적인 느낌이 더 물씬 드는 이상한 장소였다.
그런데 그 벌판에 유독 커다란 천막이 하나 있었다.
백금 기둥이 지지대를 이루며, 비단으로 이루어진 천막에서 한 사내가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가진 서양인.
책에서도 언뜻 본 초상화와 닮아 있었다.
바로 영국의 영웅, 프랜시스 드레이크였다.
황금과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요란스러운 복장으로 나온 그의 패션은 사치와 탐욕이라는 성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네가 이신?”
“그렇다.”
프랜시스 드레이크의 눈빛이 흥미로 빛났다.
“아직 살아 있다면서?”
“그렇다.”
“딱딱한 말투하고는, 군인인가?”
“그렇다.”
이신은 귀찮아서 대충 대답했다.
“아참, 우연히 들었는데 콜럼버스 그 양반이 그쪽의 사도라고?”
“그래.”
“푸하하하, 그 엉터리 사기꾼을 대체 어디에 쓰겠다고 데리고 있는 거야? 아무튼 이쪽 동네는 참 재미있단 말이야.”
“나름 쓸모가 많더군.”
“그래? 궁금한데.”
“곧 보게 될 거다.”
“기대하지, 군인 양반.”
드레이크는 건들거리며 이신을 향해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이신은 드레이크보다 두 악마군주의 대화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서열전의 방식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마력은 1만, 전장은 제 7 전장 오린으로 하겠다.”
그레모리는 흘깃 이신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왔군.’
제 7 전장 오린은 스타팅 포인트가 3군데였다.
지형은 산처럼 전장이 중심부로 향할수록 고도가 높았다.
서로 간의 거리가 짧다는 점에서, 기동력에서 약한 드워프에게 유리한 전장이기도 했다.
이신은 그레모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제 7 전장 오린에서도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 몇 가지 있었다.
“좋다.”
그리고…….
[악마군주 오로바스님과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2만이 배팅됩니다.]“휴먼.”
“드워프.”
드레이크는 이신을 똑바로 응시하며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이신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고, 드레이크는 곧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오로바스님의 계약자 프랜시스 드레이크님께서 참전합니다.]그렇게 서열전이 시작되었다.
악마군주 오로바스의 마력량은 360,100.
악마군주 그레모리는 329,000.
배팅된 마력은 최소치인 1만이었기 때문에 이신이 이긴다 해도 서열의 변동은 없다.
즉, 이길 경우 즉석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해서 2차전을 치를 수 있다.
아마도 오로바스와 드레이크가 염두에 두는 것도 2차전일 터.
‘내 명성은 들어봤을 것이다. 1차전에서 패하더라도 최소한의 마력만 넘겨주고 내 전략을 파악해 2차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신은 이러한 다전제 같은 방식의 대결에 매우 익숙했다.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
상대가 1차전을 져도 좋다는 마인드로 서열전에 임했다면, 이신은 그만큼 더 손쉽게 1승을 빼앗을 생각이었다.
서열전 시작 후 초반.
병영에서 첫 궁병으로 로빈 후드가 소환되었다.
‘나가서 상대의 정찰을 차단해라. 절대로 우리 앞마당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옙!”
로빈 후드가 달려 나가 앞마당으로 향하는 통로에서 경계를 섰다.
그때쯤 정찰에 나선 콜럼버스가 상대의 진영을 발견했다.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고 있었다.
거의 시작과 동시에 마력석 채집장부터 추가로 가져가는 형태.
e스포츠 프로리그로 치면 생 더블이라 불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프랜시스 드레이크였다.
‘앞마당을 빨리 가져갈 거라고 예상은 했다.’
드워프는 마력이 많이 필요로 한다.
풍부한 마력을 공급받으면 어떤 종족보다도 강력한 화력을 발휘한다.
‘그냥 빠져.’
이신이 지시를 내렸다.
콜럼버스는 적진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물러났다.
본진 안까지 들어가 샅샅이 정찰해서 괜히 드레이크의 경계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드워프 총수가 소환되면 콜럼버스가 총에 맞아 죽을 염려가 있었다. 빙의를 해야 하는 콜럼버스를 잃어서는 손해였다.
아무튼 드레이크가 생 더블을 시도했으니 이걸 가만 놔둘 리가 없는 이신이었다.
‘잘됐군.’
이신은 일찌감치 끝내버리기로 결심했다.
병영에서 궁병을 계속 뽑아 전진 배치해 상대의 정찰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드레이크가 정찰을 보낸 드워프 광부가 궁병들이 쏜 화살에 맞아 절명했다.
‘답답할 거다.’
드레이크는 이신의 앞마당도 보지 못했다.
이신이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짓고 있는지, 아니면 병력을 모으거나 테크 트리를 올리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궁금하겠지.’
스페이스 크래프트에 ‘페이크 더블’이라는 전략이 있었다.
인류가 신족을 상대로 구사하는 정석 플레이인데,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척하며 병력을 모아 상대를 치는 전략이다.
혹은 병력을 모으는 척하며 상대에게 방어에 집중하게 한 뒤에, 본진 안에 지은 통제사령부 건물을 앞마당으로 옮겨 확장 기지를 가져가기도 한다.
인류가 둘 중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모르므로, 신족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신이 지금 구사하는 것은 서열전 휴먼에 맞게 재구성된 페이크 더블이었다.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통로에 화살탑을 지었다.
전진 배치시켜둔 궁병 4명을 화살탑 안에 넣었다.
병영을 추가로 늘려서 병력을 모으고, 대장간에서 무기 강화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병력은 본진 안에 숨겨 놓았다.
이윽고 드레이크의 정찰이 한 번 더 왔다.
드워프 광부는 이동속도가 느린 탓에 화살탑에서 화살을 쏘는 궁병들의 공격에 숨졌다.
화살탑의 위치는 이신의 정밀한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드워프 광부가 정찰을 왔을 때, 앞마당은 확인 못한 채 화살탑만 보고 죽게 된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화살탑으로 방어가 된 것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이신이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건설했다고 말이다.
사실은 공격하기 위해 병력을 모으고 있는데 말이다.
궁병 다수와 방패병, 창병 등이 모였다. 무기 강화도 개발 완료 직전에 이르렀다.
거기에 돌격대장이라 할 수 있는 이존효까지 소환되자 최적의 공격 타이밍이 나왔다.
‘이존효.’
“예, 주군!”
‘창병을 끌고 시계방향으로 우회해 적진에 접근해라. 내가 신호할 때 돌입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정면으로 진격한다.’
마침내 이신이 움직였다.
지금쯤 생 더블로 출발한 드레이크는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느라 마력을 써서 병력이 많지 않을 터였다.
정면으로 드레이크의 진영으로 전진하는 병력.
그리고 반시계방향으로 우회하여 따로 움직이는 이존효의 창병들.
때마침,
파아앗!
무기 강화가 완료되었다.
궁병들은 석궁병이 되었고, 방패병의 방패가 커다란 사각방패로 탈바꿈하였다. 이존효의 창병들도 장창병으로 변했다.
드레이크도 녹록한 인물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정찰을 보낸 드워프 광부가 정면에서 진격해오는 이신의 본대를 발견한 것.
“공격이다!”
우락부락한 덩치에 비해 키가 땅딸한 드워프 광부는 소리치며 달아났다.
‘진격 속도를 늦춰라.’
이신이 병력 본대에 지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의 병력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드워프 총수는 석궁병보다 사거리가 길다.
그러니 일단 병력이 부족해도 요격(邀擊)을 나와 긴 사거리를 이용해 최대한 시간을 끌려 할 터였다.
예상대로였다.
7명밖에 안 되는 드워프 총수들이 전방에서 나타났다.
‘방패병 앞으로.’
‘석궁병들 사격 준비.’
‘대형을 유지한 채 속도를 더 늦춰서 적을 더 끌어낸다.’
‘이존효는 돌입 준비. 금방 신호하겠다.’
이신의 명령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그의 병력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드레이크의 드워프 총수들 또한 일렬 대형으로 사격 태세를 취한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상당히 신중한 태도였지만, 어쨌거나 이신의 의도대로 되고 있었다.
그런데,
[적이 발견되었습니다!]의외의 방면에서 안내음이 들려왔다.
아까 이신의 본대를 보고 도망쳤던 드워프 광부가 하필이면 우회하여 돌입하려 했던 이존효의 장창병 부대를 발견한 것이었다.
“후퇴!”
드워프 총수들이 급히 퇴각했다.
‘이존효 돌입!’
동시에 이신도 명령했다.
이존효와 3명의 장창병들은 텅 빈 드레이크의 진영에 침투하려 했고, 드워프 총수들은 빈 집 털이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허겁지겁 돌아갔다.
누가 더 빠르냐의 싸움!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이신의 뇌리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현재 시점에서 드워프 총수의 숫자가 7명? 상대가 생 더블로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숫자가 부족하다.’
‘일부 드워프 총수를 본진 안에 남겨 놓았다는 뜻이다.’
‘드워프 총수들이 요격을 나온 타이밍도 생각보다 늦다.’
‘도망친 드워프 광부가 하필이면 이존효가 있던 곳에 나타났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신은 급히 이존효에게 명령했다.
‘돌입 중지.’
이존효와 장창병들이 정지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주군?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함정이다.’
이신은 그렇게 판단했다.
드레이크는 이신이 진격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다른 방향으로 척후대가 올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경계했다.
그것을 대비해 본진에 드워프 총수 일부를 남겨놓았고, 드워프 광부로 보내 확인한 것이다.
척후대가 침투하면 역으로 잡아먹어서 이신의 병력을 줄일 의도였으리라.
현재 이신의 병력이 우위에 있었지만, 이존효와 장창병을 그런 식으로 잃으면 전투에 차질이 생긴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주면, 더 많은 마력을 공급 받고 있는 드레이크에게 역전을 당하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드레이크의 드워프 총수들은 모두 본진으로 돌아갔다.
본진 출입구 쪽에서 웅크리고 누워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도 이신은 이미 생각이 있었다.
‘콜럼버스.’
“예, 주군?”
공격에 따라 온 콜럼버스가 대답했다.
‘화살탑을 건설해라.’
콜럼버스는 드레이크의 앞마당 앞에 화살탑을 건설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