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35
234화 연전(連戰)(2)
‘역시 만만치가 않군.’
드레이크는 아까워했다.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정신이 아찔했다.
당연히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는 줄 알았다.
통로에 건설한 화살탑을 보고 당연히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병력이 대거 쏟아져 나와 진군해 오는 걸 봤을 때 경각심이 머릿속에서 경종(警鐘)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이런 식으로 속이는 방법도 있었군!’
감탄도 나왔다. 참 세련된 방식의 전략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프랜시스 드레이크. 나름대로 비범한 센스를 가진 인물이었다.
병력 구성에 창병이 없는 것을 한눈에 포착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드워프 광부로 다른 방면을 정찰 보냈다. 아니나 다를까, 우회해오는 장창병 무리를 발견했다.
‘저 창병들만 먼저 끌어들여 괴멸시키면 할 만하다!’
드레이크는 그 순간에 유인 작전을 떠올렸다.
저 장창병만 사라지면 휴먼은 백병전(白兵戰)이 불가능해진다. 무기도 체력도 드워프 쪽이 우월하니까.
그러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쪽은 마력석 채집장을 먼저 구축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지나면 더 압도적인 병력을 모을 수 있게 된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지형이었다.
전장의 중심부로 갈수록 높고, 가장자리에 위치한 본진은 보다 낮다.
상대보다 낮은 위치에서 싸우면 불리한 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버티기만 하면 된다. 어디 한 번 와봐!’
드레이크는 본진 출입구에 드워프 총수들을 밀집시킨 채 대비했다.
그런데 상대는 뜬금없이 자신의 앞마당 앞에 화살탑을 짓기 시작했다.
‘저건?!’
아예 꽁꽁 틀어막겠다는 의도였다.
아무리 시간이 흐를수록 드워프의 화력이 더 강력해진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두어지면 그건 곤란해진다.
한 점에 고립된 채 전장 전체에 대한 판도를 잃으면 미래가 없는 건 이쪽이었다.
‘서둘러서는 안 되지. 일단은 지상군 화력을 모아서 단숨에 돌파해 버리자.’
드레이크는 드워프 총수의 비율을 줄이고 테크 트리를 올려 포병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도 나름대로의 판단이 섰다.
이신이 저렇게 화살탑을 지어서 틀어막았다면, 다음은 총공세가 아니라 마력 확보였다.
추가로 더 마력석 채집장을 마련해 마력 우위를 점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포병이 소환되어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드워프 총수들도 서서히 전진배치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적이 출현했습니다.]그 안내음에 드레이크는 깜짝 놀랐다.
“키에엑!”
그리핀의 울음소리가 창공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제야 드레이크는 자신의 본진의 한쪽 귀퉁이에 적병 무리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핀 3마리가 언덕을 넘어 병력을 본진 안에 몰래 실어 나른 것!
방패병 3명과 석궁병 3명!
또다시 나타난 그리핀 3마리는 이번에는 장창병 6명을 태우고 있었다.
“막아!”
집중적으로 모은 드워프 포병은 이미 전진 배치되어 있어서 쉽사리 돌아오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드워프 총수들을 동원했다.
그리핀은 마력석을 채집하고 있는 드워프 광부들 사이에 장창병 6명을 일제히 드롭했다.
“죽여라!!”
[계약자 이신의 사도 하급 악마 이존효가 능력 광기를 사용합니다.] [주변 아군이 광기에 휩싸여 공격력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장창병들이 빠르게 드워프 광부들 다수를 죽였다.
드워프 광부들과 뒤섞여 있어서, 드워프 총수들이 쉽사리 사격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방패병을 앞세워 접근한 석궁병이 볼트를 쏴서 견제하는 것이었다.
본진 안에서 벌어진 한바탕의 총격전.
그 틈바구니에는 어느새 콜럼버스도 끼어 있었다.
그런데 콜럼버스의 손에서 이상한 하얀 빛이 나와 총에 맞은 방패병과 석궁병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게 아닌가.
‘치유 능력?’
드레이크는 저 안에 이신이 빙의되어 고유 능력을 펼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적의 습격을 받았습니다!]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신의 공격은 연속으로 펼쳐졌다.
어느새 5마리로 늘어난 그리핀이 석궁병을 태운 채, 이번에는 전진 배치된 드워프 포병을 노린 것!
대포는 지대공 공격이 안 되기 때문에 드워프 총수의 호위가 없으면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 총수들은 지금 본진에 당한 습격을 막느라 대부분 돌아와 있었다.
“으악!”
“크아악!”
“이따위 화살에……!”
드워프 포병들은 대포 한 방 쏴보지 못하고 사살 당했다.
드레이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입구를 봉쇄한 것조차 속임수였나?’
벌써 그리핀이 5마리나 나타났다면, 이신은 자신을 봉쇄해놓고는 마력석 채집장을 늘리기보다는 도리어 빨리 결판 짓기 위해 전력을 더 확충시켰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드레이크가 포병 위주로 화력에 집중할 거라고 예상하고, 그 카운터인 그리핀을 말이다.
[적의 습격을 받았습니다!]드워프 포병 전력이 무너지자, 앞마당 앞에 밀집되어 있던 이신의 군세가 돌입했다.
지상군과 그리핀 편대가 합작으로 드레이크의 앞마당을 유린했다.
드레이크는 불쾌해졌다.
‘화살탑을 보란 듯이 지어서 속임수를 쓴다니, 내가 한 수 배웠다.’
소득은 있었다.
상대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공격을 펼칠 수가 없지.’
단시간에 몇 차례나 연속으로 공격을 퍼붓는 이 솜씨는 보통 공격적이지 않으면 발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기동력을 중시한다.
드워프의 화력에 대항하여서 기동성의 우위를 대항 카드로 삼은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대결은 어림없다.’
이신의 능력이 치유라는 것까지도 이번에 알았다.
정보를 모두 얻었으니 다음 대결은 지금과 전혀 다를 터였다.
결국,
“소원을 말해라. 나는 너에게 거짓을 간파하는 능력을 줄 수도, 지위와 공적을 선사할 수도 있다.”
악마군주 오로바스가 이신에게 말했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마력을 원한다.”
“…하는 수 없지.”
오로바스는 보유한 마력의 1%인 3,501마력을 이신에게 부여했다.
이신이 보유하고 있던 마력은 총 7,560.
그런데 거기에 3,501마력이 더해지자 1만을 넘기게 되었다. 그것은 즉,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계약자 이신님께서 총 11,061마력을 획득하여 중급 악마가 되셨습니다.]중급 악마의 기준치인 1만 마력을 초과한 것이다.
파앗!
이신은 잠시 하얀 빛에 휩싸였다가 다시 나타났다.
악마군주 오로바스는 물론 드레이크까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한 번 더 서열전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상대가 중급 악마로 진화한 것이다.
그것은 그의 고유 능력인 치유가 더 강화되었다는 의미였다.
“축하해요.”
반면 그레모리는 몹시 흐뭇해했다.
“어서 한 번 더 가죠.”
“시간은 많아요. 능력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알아본 다음에 도전해도 돼요.”
“지금은 별로 상대에게 대비할 틈은 주지 않고 싶습니다.”
이신도 인지하고 있었다.
방금은 전초전이었다.
1만 마력을 대가로 드레이크 측은 자신이 준비한 전략과 고유 능력을 파악했다.
시간을 주면 드레이크는 이를 중점적으로 보완한 전략을 준비할 터.
그 전에 빨리 승부를 보는 편이 옳았다.
그리고 이신은 준비한 전략이 또 있었다.
방금 전의 전략을 똑같이 반복할 생각이 없었다.
드레이크의 머릿속이 페이크 더블 찌르기와 그리핀에 쏠려 있을 때, 다른 전략을 쓰면 더 쉽게 깰 수가 있다.
“들었지? 나의 계약자는 아직 더 싸우고 싶어 하는데.”
그레모리는 의기양양하게 오로바스에게 말했다.
“좋다. 같은 전장에서 방금과 동일한 1만 마력을 배팅하겠다.”
그렇게 2차전이 벌어졌다.
시작은 동일했다.
이신은 병영을 짓고 궁병을 전방에 세워 상대의 정찰을 원천봉쇄했다.
그러면서 콜럼버스를 정찰 보냈다.
그런데 드레이크는 확실히 아까와는 달랐다.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이 없었다.
이번에는 보다 안전하게 병력을 보유한 뒤에 확장을 할 생각으로 보였다.
본진으로 들어서는 출입구는 드워프 광부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정찰을 못하게 막겠다는 드레이크의 강한 의지로 보였다.
몸싸움을 벌여 이기지 않는 한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할 듯했다.
물론, 콜럼버스에게는 본진에 침투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었지만 말이다.
“주군, 블링크를 써서 들어갈까요?”
바로 이신에 의해 하급 악마가 되면서 새로 생긴 능력 블링크였다.
하지만 이신의 지시를 뜻밖이었다.
‘당장 도망쳐.’
“예?”
의아해하는 콜럼버스.
‘마력석 채집장이 아니라 병력을 모으기로 작정했다면, 지금쯤 적어도 1명 이상의 드워프 총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요?”
일단 시키니까 돌아서서 달리며 콜럼버스가 물었다.
‘저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 드워프 총수였어야 한다.’
이신은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시간 계산이 탁월했다.
계산상 지금쯤 1명쯤은 드워프 총수가 있어야 한다는 걸 이신은 알았다.
그런데 드워프 총수 대신에 일을 해야 할 드워프 광부가 출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게 무슨 뜻이겠는가?
‘널 노리는 거다.’
지금 드워프 총수가 돌아오는 길에 잠복한 채 콜럼버스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힉! 저, 정말입니까?”
콜럼버스는 겁을 먹었다.
‘내가 네게 빙의해서 치유 능력을 쓴 걸 봤을 테니까. 시계 방향으로 크게 우회해서 본진에 돌아와라.’
“옛!”
콜럼버스는 엉뚱한 방향으로 달렸다.
***
아니나 다를까.
이신의 경이적인 순간 판단은 틀리지가 않았다.
드레이크는 빠른 타이밍에 소환한 드워프 총수로 하여금 길에 잠복케 했다.
퇴로를 차단한 것.
빙의하여 치유를 펼칠 수 있는 사도 콜럼버스를 먼저 제거할 의도였다.
초반에 약한 휴먼의 약점.
그 약점을 치유 능력으로 보완하고 있다는 것을 드레이크는 정확히 파악했다.
하지만,
‘왜 안 오지?’
본진으로 돌아가려면 이 길을 지나야 하는데, 드워프 총수가 배치된 길로 콜럼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드레이크는 곧장 깨달았다.
‘귀신같은 놈!’
콜럼버스는 먼 길로 돌아서 도망쳤으리라.
본진 출입구를 드워프 광부가 지키고 있는 모습만 보고 거기까지 알아차리다니!
‘정말 명불허전이군. 하지만 네가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다.’
[사도 스틸린의 능력 빙의를 사용합니다.] [계약자 프랜시스 드레이크 님이 사도 스틸린의 육체에 빙의됩니다.]사도 스틸린은 바로 길에 잠복시켜 놓았던 드워프 총수였다.
소총을 양손에 꼬나 쥐며 드레이크는 씨익 웃었다.
“사냥을 시작해 볼까?”
이신은 아직 자신의 고유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
그 점에서 아직 자신이 유리하다고 드레이크는 판단했다.
[계약자 프랜시스 드레이크 님께서 고유 능력 추적을 사용합니다. 1회에 30마력이 차감됩니다.]망망대해에서 스페인 화물선을 귀신 같이 찾아내 약탈했던 해적 중의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
그의 고유 능력은 바로 추적. 특정 타깃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능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