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작별(2)
이신의 뒤를 이어 정식으로 최환열이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이신의 등장 이전까지 최고의 레전드였던 최환열.
그런 그가 이신의 뒤를 이어 올도어SCC를 이끌게 되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사실 이적 건 탓에 이신의 주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른 시기이기도 했다.
최환열은 수많은 팀에서 오는 이적 제의부터 처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2군 선수인 김재호를 CT로 보냈다.
올도어SCC의 2군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자질과 성장세를 보인 유망주였지만, 워낙에 1군의 벽이 높은 탓에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태화는 쌍성전자로 이적했다.
괴물 플레이어의 보강을 노리는 쌍성전자와 주전 자리를 원하는 한태화의 마음이 일치한 결과였기에 보내주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상의 선수 유출은 차단시킨 최환열이었다.
주전 5인에 백업 2인.
이 체제를 유지해야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프로리그 우승도 노려야 하고, 나아가 내년에는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도 출장하여서 메달을 따내겠다는 목표를 띤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신 선수를 떠나보내고서 올도어SCC에 전력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신이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도 우리는 진 적이 없습니다. 전력 공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감독 취임 기념 인터뷰에서 최환열이 답했다.
-감독으로서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일단은 단연 프로리그 우승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후반기 개인리그에서 이신의 뒤를 잇는 새 우승자를 배출하고 싶습니다.”
최환열은 이미 무패행진 중인 강팀의 새 사령탑이 되었다. 감독으로서 기회와 부담이 공존할 터.
하지만 정말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무패행진 중인 이 강팀의 핵심 전력은 대부분 이신의 유산이라는 것.
주디, 존, 차이, 장양은 모두 이신이 키운 제자들이다.
다른 선수들도 대부분 이신이 정확한 안목으로 실력을 가늠하고 뽑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신의 능력이 아닌, 팀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
유망주를 미래의 팀 전력으로 키울 수 있어야 하고, 영입 대상 선수의 실력과 피지컬 상태를 제대로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알아서 잘하겠지.’
모든 짐을 차 트렁크에 실은 이신은 출발 전에 잠시 태블릿PC로 최환열의 인터뷰를 보았다.
최환열이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셨죠?”
주디가 예쁜 하얀색 원피스 차림으로 후다닥 나왔다.
눈부신 금발과 큼직한 푸른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소녀.
그런데 작년에 처음 봤을 때보다는 더 어른스러운 분위기였다.
다른 제자들은 연습실로 떠났다.
이신이 귀찮으니까 공항은 한 명만 따라오라고 했고, 주디가 배웅을 나가기로 했다.
“타시죠.”
운전사 정상범이 문을 열어주며 정중하게 말했다. 이제 정상범과도 오늘로 작별이었다.
이신은 늘 그랬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디와 함께 뒷자리에 탔다.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시는 건 처음이신데 괜찮으시겠어요?”
“상관없어. 어디든 게임은 똑같아.”
“주거지가 불편하시거나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다던가 하면 안 되는데.”
“그 문제는 리쟈가 알아서 챙겨주겠다는군. 음식은 어쩔 수 없지만.”
“어휴, 저도 따라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렇게 말하면서 주디는 이신을 흘깃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왜?”
“저도 선생님 쫓아 SC스타즈로 가려고 하면 화내실 거예요?”
그 말에 이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애당초 이신 때문에 그 좋은 캐나다 놔두고 한국까지 와서 e스포츠에 입문한 주디였다.
MBS에서 올도어SCC로 이적한 것 역시 이신을 쫓아서였다.
중국이든 어디든 이신과 함께 가고 싶어 하는 주디의 마음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너도 프로니까 네 판단에 내가 뭐라고 할 리가 없지.”
“그래요?”
“하지만 중국은 외국인 선수 제한이 있어서 한 팀당 3명까지야. 나, 영호가 있으니 이제 한 명인데, 그 하나의 기회를 네게 쓸 정도로 SC스타즈가 널 탐낼 것 같지는 않군. 그리고…….”
이신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넌 내가 필요 없어. 내가 없어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전 선생님이 필요해요.”
“필요 없어. 이제 네 성장은 스스로에게 달렸어.”
이신의 단호한 말에 주디는 어쩐지 심술이 난 기색이었다.
그녀는 불만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럼 선생님은요?”
“뭐가?”
“선생님은 제가 필요 없어요?”
묘한 의미를 담은 질문이었다. 이신은 잠시 그 질문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윽고,
“필요 없어.”
이신의 칼 같은 대답이 떨어졌다.
주디는 떨리는 눈으로 이신을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로는 더 이상 말이 없는 그녀였다.
다만 꼭 다문 입술에 슬픈 기색이 감돌았을 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운전사 정상범이 먼저 내려서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주었다.
이신과 주디도 함께 내렸다.
“어? 이신이다!”
“오늘 중국 가는 건가?”
“와 진짜 잘생겼다.”
출국 날짜는 비밀로 했기 때문에 기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신을 알아본 주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신은 정상범에게서 짐을 건네받았다.
“잘 다녀오십시오.”
정상범이 정중하게 인사한다.
이신은 문득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평소의 이신을 봐온 정상범은 의외의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웃으며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 중국 가서도 이름을 떨치시길 빌겠습니다.”
“예.”
그렇게 그동안 이신의 발이 되어준 운전사 정상범과 작별을 했다.
이신은 침울해 있는 주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주디는 말이 없었다. 작별의 말조차 없었다.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신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주디.”
“……?”
주디는 대답대신 빤히 이신을 올려다보았다. 눈빛이 약간 화가 나 있는 듯도 했다.
“난 말이지. 이제껏 살면서 누군가가 필요했던 적이 별로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
“하지만 혼자일 때보다는 네가 곁에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긴 해. 내가 이런 기분이 드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주디는 멍하니 이신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와락!
이신의 품에 뛰어들었다.
놀란 이신은 이내 웃으며 달래듯이 주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 꼭 선생님 쫓아서 SC스타즈 갈 거예요. SC스타즈가 탐낼 수밖에 없는 선수가 되어서요.”
“그래, 기다릴게.”
“가끔 놀러가도 되죠?”
“물론이지.”
“보고 싶을 거예요. 벌써 보고 싶어요.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주디의 목소리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찰칵거리는 스마트폰 카메라 소리가 요란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한편,
“뭐해 저 인간들은?”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박영호는 황당하다는 듯이 서로를 안고 있는 이신과 주디를 바라보았다.
영화배우 같은 미남자와 금발 백인 미소녀는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예술적이었다.
“아 존나 부럽다…….”
박영호는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을 둘러싼 인파에 합류하여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공항 민폐’란 제목으로 박영호가 올린 SNS 사진은 삽시간에 공유되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한국을 떠나는 이신은 마지막 모습까지 화려하게 빛나는 남자였다.
* * *
“둘이 사귀는 거야? 응응?”
기내.
쾌적한 일등석에 앉았음에도 이신은 이 자리가 불편했다.
옆자리에 아주 시끄러운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 속 시원하게 말해봐 쫌! 어디까지 갔음?”
“애냐?”
“헉, 그럼 두 사람은 어른?”
이신은 그런 박영호를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돌리는 이신을 보며 입술을 삐죽 내민 박영호는 기내에 가져온 가방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것은 무려 17인치짜리 노트북이었다.
“야, 퍼스트클래스가 좋긴 좋네.”
내장되어 있던 책상을 꺼내놓고 노트북은 물론이고 가방 안에서 키보드와 마우스까지 꺼내 세팅했다.
이신은 기내에서 이런 짓을 하는 박영호가 미친놈처럼 보였다.
박영호는 게임을 시작했다.
스페이스 크래프트인데, 일반적인 실시간 전략 대전이 아니라 유저가 만든 컨트롤 게임이었다.
일정 숫자의 유닛을 주고, 이걸로 컨트롤해 최대한 많은 수의 적을 사살하는 게임이었다.
박영호에게 주어진 건 쐐기충 11마리와 하늘군주 1마리.
그리고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폭탄충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박영호는 쐐기충을 한데 뭉쳐서 컨트롤을 시작했다.
날카로운 터닝 샷을 펼치며 자폭하려고 날아드는 폭탄충을 1마리 1마리 제거해나갔다.
사방에서 하루살이처럼 몰려드는데도, 박영호는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계속 컨트롤한다.
처음에는 기내를 PC방처럼 만들어버리는 박영호가 또라이처럼 보였던 이신.
하지만 어느새 이신의 눈길은 박영호의 컨트롤에서 뗄 수가 없게 되었다.
‘부럽다.’
다음에 비행기를 타게 되면 자신도 노트북을 챙기겠노라고 결심한 이신이었다.
“형도 해보고 싶음?”
신기록을 수립한 박영호가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이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은데? 싫은데?”
또 깐죽거리는 박영호.
이신은 그런 그를 패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
“내가 이걸 왜 하는 지 알아?”
박영호는 이신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며 물었다.
“컨트롤 훈련에 괜찮을 것 같군.”
“에이,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
“그럼?”
“이 양반, 중국에 대해 전혀 조사를 안 했구먼? 이래가지고 중국에서 성공하겠어? 태도가 이래서야 역대급 연봉 도둑 소리 듣겠네.”
“뭔데?”
“중국 애들이 분기별로 이벤트로 이런 대회를 열더라.”
“……컨트롤 게임?”
“응, 프로게이머고 일반인이고 모두 참가할 수 있는데 상금이 장난 아니야. 우승한 사람은 ‘신의 손’이라고 부른다더라.”
그 말에 이신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역시나 e스포츠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중국답게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일단은 그랑프리 개인전에서 금메달 따고, 중국 슈퍼리그 우승이랑 프로리그 MVP랑 신의 손이랑 다 휩쓸어버려야지.”
‘일단은’이라는 말을 붙인 것치고는 꽤나 거창한 야망을 품고 있는 박영호였다. 바로 옆에 신이 있는데도 말이다.
“재미있겠군.”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이신은 쐐기충 컨트롤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3차례의 시도 만에 박영호의 신기록을 깨는 기염을 토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른 박영호가 다시 도전하려 했지만 이미 비행기는 북경에 도착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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