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독기(2)
‘오늘이다.’
지우펑은 준비를 마치고 결전의 무대로 향했다.
세계 e스포츠 최대의 축제.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는 누구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제 도출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은 박영호.
2년 연속 결승 진출로, 세계 최강을 꿈꾸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고 있음이 명백히 입증되었다.
그리고 결승전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이제 두 사람이 붙는다.
이신.
절대무적의 카이저.
자타공인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프로게이머로, 한때 끝난 줄 알았던 그의 전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에 맞서는 도전자는 바로 지우펑.
불가능에 도전하는 입장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중국 최고의 실력자인 지우펑은 충분히 이변을 일으킬 역량이 있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매니저가 분주히 움직이며 그의 장비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키보드와 마우스 설정을 모두 체크하고, 마지막으로 지우펑도 플레이를 한 번 해보며 점검했다.
“완벽합니다.”
지우펑이 오케이 사인을 내렸다.
그제야 매니저는 안심하고 물러났다.
반대편 부스에서도 이신이 세팅을 완료한 상태였다.
‘이길 수 있다.’
지우펑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준비는 완벽했다.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못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된다.
* * *
-1세트 시작되었습니다!
게임이 시작됐다.
맵은 개선문.
십자가 형태의 완만한 언덕 지형이 맵을 가로지르고 있는 맵으로, 십자 언덕의 정중앙에 다량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그 정중앙을 인류가 장악한다면, 자원으로나 지형적으로나 승기가 급격히 기울어지게 된다.
또한 십자가 형태로 맵을 4등분하는 언덕 지형 역시 인류에게 유리했다.
언덕 위에 기동포탑이 배치되면, 시야 확보도 유리할뿐더러 언덕 판정을 받아 공격력, 방어력도 강해진다.
때문에 이 맵에서 인류와 신족의 승률은 약 6대 4.
지우펑에게 불리한 맵이라 할 수 있었다.
‘빠른 조이기를 시도해올 가능성이 높지.’
인류가 재빨리 진출해서 지우펑의 앞마당 앞 언덕에 자리 잡으면, 그걸 뚫기가 쉽지 않다.
그럼 그 언덕 고지를 발판 삼아서 이신의 줄기찬 공격이 이어지리라.
‘몇 번이나 겪은 상황이지.’
그리고 지우펑은 Kaiser2017을 상대로 수없이 그런 상황을 극복해 보았다.
초반 상황.
지우펑은 생명석만 짓고는 곧바로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가져가는 판단을 내렸다.
-더블입니다. 지우펑이 과감하게 자원을 확보하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카이저는 광산을 개발한 걸로 보아서 기갑정거장을 빨리 지을 것 같은데요.
-카이저가 노리는 타이밍에 지우펑이 완벽하게 당할 수 있어요!
이신의 정찰용 건설로봇이 지우펑의 앞마당을 발견했다.
지우펑이 생 더블을 시도할 걸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
-터엉!
정찰용으로 쓰기 위해 공중에 띄워 이동시키던 병영 건물이 곧바로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보병 생산 개시.
그 결심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예, 발견 즉시 보병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자원 욕심을 낸 지우펑을 바로 응징해 버리겠다는 판단! 참 결단이 빠르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망설임이 없죠.
-카이저의 치즈 러시는 상당히 성공률이 높은데요. 과연 지우펑이 감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보병이 둘이 되었을 때, 이신이 공격을 시도했다.
건설로봇도 다수 동원한 치즈 러시였다.
건설로봇들과 보병 2기가 우르르 지우펑의 앞마당으로 난입했다.
‘이건 막아야 한다.’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지우펑은 신도들을 다수 동원했다.
건설로봇 하나가 참호를 짓기 시작했다.
일제히 뛰쳐나온 신도들이 그 건설로봇을 집중 공격했다.
그러자 다른 건설로봇들이 붙고, 뒤에서 보병들이 총을 쐈다.
-투타타타!
지우펑은 총격을 피해 신도들을 뒤로 뺐다.
일부 신도는 우회시켜 뒤에 있는 보병들을 노렸다.
치열한 난투!
신도 다수를 한꺼번에 동원한 지우펑의 결단이 디펜스에 도움이 되었다.
비록 신도를 4기나 잃었지만, 보병 2기를 사살했고 참호 건설도 취소시킨 것.
하지만 뒤이어 추가 생산된 보병이 더 나타났다.
지우펑은 계속 신도들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이신이 앞마당 가까운 곳에 참호를 짓는 것만 저지했다.
이윽고 지우펑의 본진에서 광신도 2기가 나타나자 상황이 반전되었다.
지우펑은 생 더블 후에 바로 참회실 2채를 지어서 빠른 타이밍에 광신도 둘이 나오도록 빌드 오더를 짠 것이다.
강력한 광신도의 등장에 이신도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고, 앞마당 앞 언덕 지형에 자리 잡고서 엎치락뒤치락 싸웠다.
지우펑 또한 유리한 언덕 판정을 받고 있는 적과 싸우지는 않고 병력을 물렸다.
언덕을 기점으로 양측이 신경전을 벌였다.
지우펑은 신도들을 어느 정도 방어에서 빼서 일을 시켰다.
본진과 앞마당 두 군데서 자원 채집을 시작한 것이다.
-양측 상황 참 애매합니다.
-지우펑 선수가 더블을 성공시키긴 했는데, 2참회실을 돌려서 광신도 둘을 생산하느라 일꾼 숫자는 많지 않아요.
-그래도 유리한 건 앞마당에 확장 기지가 있는 지우펑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아직 모르죠. 카이저는 2기갑입니다!
이신은 앞마당 확장기지 없이 기갑정거장을 2채나 지었다.
2기갑.
2기갑정거장에서 병력이 생산될 때, 다시 한 번 타이밍 러시를 펼쳐 끝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자원을 확보하는 대신 테크 트리가 늦다는 생 더블의 약점을 파고들 생각이었다.
타이밍을 최대한 빨리 끌어 올리기 위하여, 비싸고 느린 기동포탑 대신 고속전차 생산을 택했다.
고속전차 2기가 생산되자마자 재빨리 지우펑을 향해 달렸다.
거기다가 보병 숫자도 꾸준히 모아주고 있었던 이신.
보병과 고속전차 2기와 건설로봇 3기가 다시 한 번 지우펑에게 달려들었다.
때맞춰 고속전차의 지뢰 개발도 완료.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춘 이신의 공격이었다.
그런데 타이밍을 정밀하게 계산한 건 지우펑도 마찬가지였다.
지우펑의 앞마당에 어떤 건물이 건설 완료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배리어 충전실입니다!
-배리어 충전실을 끼고 싸워서 막아내겠다는 계산입니다.
모든 신족 유닛은 배리어(Barrier)로 보호되어 있다.
유난히 신족 유닛이 다른 종족보다 강력한 것도 이 때문.
이 배리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는데, 배리어 충전실에서 단숨에 회복시켜주기도 한다.
즉, 배리어 충전실을 끼고 싸우면, 의무병을 끼고 싸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광신도 4기가 우르르 나와 맞서 싸웠다.
-퍼억! 퍽!
-으악!
보병 하나가 광신도들에게 공격 받아 사망했다.
-퍼어엉!
건설로봇 또한 광신도들에게 린치를 받아 박살 났다.
그러는 동안 이신의 보병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광신도 하나를 집중적으로 사격했지만,
-위이잉!
배리어 충전소가 가동되며 다 죽어가던 광신도의 배리어를 다시 회복시켜주었다.
-지우펑 정말 잘 싸웁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생 더블이었습니다! 배리어 충전소를 끼고 싸우니까 광신도들이 점처럼 죽지 않아요.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카이저가 아니죠.
그 말대로였다.
기회를 틈타 고속전차 2기가 삽시간에 앞마당 안쪽으로 파고든 것이다!
일단 지뢰부터 매설.
우르르 뒤쫓아 오던 광신도들이 다급히 지뢰부터 집중 공격했다.
광신도들이 지뢰를 제거하는 동안, 고속전차 2기는 신도를 사살해나갔다.
-펑! 퍼엉!
-아악!
고속전차의 공격 2회에 신도가 죽는다.
즉, 고속전차 2기의 공격 한 방에 신도 1명이 사살된다.
이신이 폭풍처럼 신도 4명을 사살했다.
신도들이 우르르 본진 안으로 대피했다.
고속전차도 뒤따라서 본진으로 침투하려 할 때였다.
본진 안에서 막 생산된 거신병기가 출입구를 가로막았다.
-타이밍 완벽합니다!
-지우펑이 신도를 바로 대피시키지 않은 이유는 저 거신병기가 생산될 때까지 고속전차가 본진에 침투하지 못하게 시간을 번 거였어요.
-일부러 신도 몇 명을 내줘서 시간을 벌었습니다. 카이저의 고속전차가 본진에 들어갔으면 더 피해가 클 뻔했죠?
거신병기가 본진 출입구를 막고, 광신도들은 보병·건설로봇 부대와 치열하게 싸운다.
수적으로는 불리하나 배리어 충전소가 계속 기능을 발휘하며 버텨낼 수 있었다.
결국…….
-아! 카이저가 후퇴합니다!
계속 싸워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이신.
쓸데없이 피해를 더 키우기 전에 모든 병력을 철수시켰다.
광신도들이 빠져나가려는 고속전차 2기를 막아섰지만, 그 와중에도 빈 틈새로 약삭빠르게 탈출해버리는 이신의 컨트롤이 기막혔다.
“와우!”
“오오오!”
한바탕의 곡예에 관중석에서 롤러코스터에 탄 듯한 탄성이 울려 퍼졌다.
무사히 빠져나온 고속전차 2기는 지뢰를 퇴로에 매설해 지우펑의 역습을 차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신이 너무 불리했다.
잇단 공격에 피해를 보긴 했어도 지우펑은 어쨌든 본진과 앞마당 2군데서 자원을 캔다.
반면, 본진 자원만 쥐어짜서 공격했던 이신은 극도로 가난한 상태.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자원 격파가 병력 격차로 나타난다.
-카이저의 판단은 트리플입니다. 이제 싸움을 길게 보고 따라잡겠다는 생각이죠.
-지뢰를 매설해서 지우펑의 공격 타이밍을 늦추고 트리플 돌려 자원 상에서도 따라잡겠다는 판단입니다.
이신은 생산된 고속전차로 계속 지뢰를 매설하며 방어를 갖춰놓았다.
그러면서 앞마당과 6시 지역에 동시에 확장기지 2곳을 구축했다.
트리플(Triple).
즉, 3군데서 자원을 캐 격차를 만회하겠다는 판단.
하지만 지우펑도 유리한 자원 상황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
패스트 아바타(Fast avatar).
아바타를 최대한 빨리 생산하여서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이신의 진영에 나타난 아바타.
대공방어까지 할 겨를이 없었으므로, 아바타는 쉽게 본진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환 마법.
-파앗!
지우펑의 병력 다수가 본진에 나타났다.
이신은 즉각 병력을 본진에 회군시켜 맞서 싸웠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6시 확장기지도 적의 공격을 받았다.
지뢰를 뚫고 달려온 광신도들이 덮친 것.
본진과 6시 2군데를 동시에 공격당하자 이신은 당해낼 겨를이 없었다.
애당초 타이밍 러시가 2번이나 막혔을 때 승부는 끝난 셈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트리플을 시도했으나, 지우펑은 다 이긴 게임을 놓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Kaiser: GG.
중시 여기는 1세트를 내준 이신은 당연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0-1로 스코어를 리드당하면 그만큼 계속 상대에게 끌려가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빌드 오더에서 지고 시작하게 될 겁니다.”
문득 떠오르는 왕춘 감독의 경고.
그 말의 정체를 이신은 깨달았다.
‘내가 뭘 하든 막을 수 있는 생 더블 빌드라는 건가?’
SC스타즈의 전략연구팀과 지우펑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1세트에서 싸워보고 느낄 수 있었다.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간 후 2참회실을 지어서 디펜스 병력 확보.
그 뒤 상대를 살펴가며 타이밍 러시를 해올 시, 시간 맞춰 배터리 충전소 건설.
이신은 웃었다.
정말 지우펑이 독기를 품고 도전해왔다는 게 느껴졌다.
‘정말 완벽한 빌드 오더인지 확인해주지.’
이신은 강한 흥미를 느꼈다.
어려워질수록 게임이 재미있어서 미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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