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92
392화 퍼펙트 더블(1)
-맙소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카이저가 수세에 몰렸습니다. 지금까지 카이저가 다전제 대결에서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습니까?
해설진이 흥분된 목소리를 마구 터뜨렸다.
관중들도 술렁거렸다.
지우펑이 계속 병력을 휘몰아치며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치열하게 고속전차로 지뢰를 깔고 배후로 침투해 교란 작전을 벌이는 이신.
어떻게든 막아내면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지만, 지우펑은 역전의 실마리를 조금도 내주지 않았다.
2세트.
지우펑은 똑같이 생 더블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신의 선택은 페이크 더블.
앞마당 확장을 할 것처럼 지우펑을 속이며, 3시 지역에 기갑정거장을 한 채 더 몰래 지었다.
2기갑.
본진의 기갑정거장은 기동포탑을 생산.
병영에서도 보병을 생산했다.
그리고 3시에 숨겨 지은 기갑정거장은 허를 찌르기 위한 고속전차를 생산했다.
준비가 끝나자 이신이 공격을 시도했다.
표면적으로 나선 건 기동포탑 2기와 보병 8명 정도.
하지만 3시에서 비밀리에 생산된 고속전차들도 은밀히 움직이며 지우펑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태세였다.
문제는…….
“다 알고 있었다.”
경기장.
경기를 지켜보며 왕춘 감독이 중얼거렸다.
“지우펑이 또 생 더블을 할 것을 알고 있는 카이저다. 그걸 순순히 내버려 둘 정도로 양보심이 많은 카이저가 아니지.”
하지만 1세트에서 응징의 치즈 러시가 막혔다.
신도들로 시간을 번 뒤, 광신도와 배터리 충전실을 끼고 농성.
치즈 러시를 막기 위한 훈련을 수없이 했음이 느껴지는 지우펑의 디펜스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치즈 러시가 아니라, 2기갑 빌드로 타이밍을 노릴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순순히 생 더블을 성공시켜 자원상의 이득을 챙겨가게 양보하기에는 카이저의 자존심이 허락지 못하지.”
그게 독이 됐다.
지우펑도 SC스타즈의 전략연구팀도 예측하고 있었다.
지우펑은 또 배터리 충전실을 끼고 광신도와 거신병기로 농성을 펼쳤다.
이신의 타이밍 러시를 다 예측한 디펜스 태세였다.
이신의 공격력 또한 매서웠다.
기동포탑의 긴 사거리를 이용해 포격을 하고, 고속전차가 치고 빠지고 압박했다.
보병들이 진을 치고 지우펑을 숨 막히게 했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실을 끼고서 사력을 다해 막아내는 지우펑이었다.
앞마당이 없는 이신은 이번에도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
더욱 자원을 쥐어짜서 병력을 뽑아내 공격을 퍼부었다.
한때, 기동포탑이 앞마당 확장 기지를 포격할 정도로 가까이까지 접근했을 정도.
하지만 끝내 압박을 풀어낸 것은 바로 암흑사제였다.
암흑사제가 생산되자 농성을 벌이던 지우펑이 일제히 뛰쳐나와 반격했다.
이신은 역습을 받고 서서히 밀려났다.
끝내 지우펑의 숨통을 끊는 데 실패하니, 자원이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우펑은 유리한 자원 상황을 아주 잘 이용할 줄 알지.”
암흑사제로 이신을 휘둘러서 회복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상군 물량을 뽑아서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자원 부족에 암흑사제에 대한 방어까지 해야 했던 이신은 그 공세를 막을 여력이 없었다.
믿을 건 오직 고속전차밖에 없었지만, 지우펑은 아주 병적일 정도로 게릴라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었다.
“Kaiser2017과 대전한 효과가 있군.”
왕춘 감독은 흐뭇하게 웃으며 대형화면에 나오는 지우펑을 바라보았다.
정말 많이 훈련했다.
저렇게까지 상대에 대한 대비가 잘 될 수가 있을까?
결국 스코어는 2-0.
-지우펑이 저 카이저에게서 2승을 빼앗았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지금 2세트가 끝났고, 스코어는 2-0입니다. 지고 있는 쪽은 카이저입니다!
-완전히 수세에 몰렸습니다. 지우펑 선수가 준비한 전략에 모든 공격이 막혔어요.
“모두 막혔다. 이제 지우펑의 생 더블에 대하여 손해 보지 않고 동등하게 시작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3세트가 시작되었다.
“똑같이 생 더블을 시도하는 것.”
이신은 생 더블을 시도했다.
“이로서 카이저는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지우펑은 생 더블을 하지 않았다.
대신 맵 중앙까지 나온 지우펑의 신도가 그곳에 참회실을 지었다.
센터 참회실.
극초반부터 광신도로 찔러서 피해를 입히는 전략이었다.
맵 중앙에 참회실을 지어서 생산된 광신도가 최단거리로 상대의 진영에 빨리 도달하게 한다.
인류의 생 더블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였다.
이렇게까지 카이저가 심리전에서 궁지에 몰린 적이 있었을까?
기적이 일어난다면 바로 오늘이라고 왕춘 감독은 확신했다.
왕춘 감독의 기억 속에, 울분과 독기를 마음 속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어린 소년이 있었다.
그 어린 나이 소년에게 이미 게임은 놀이가 아니었다.
숙소의 또래 연습생들 중 오직 그 소년만 지독하고 치열하고 필사적이었다.
왕춘 감독은 그 소년에게 애착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웃을 줄을 모르는 소년이 안쓰러워서, 어떻게든 성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신이시여.’
왕춘 감독은 이 세계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신은 이제 막 상대에게 광산 러시를 당한 참이었다.
인류로 하여금 광산에 제철소를 짓지 못하게 함으로서 테크 트리가 늦어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대개 초반의 광신도 찌르기와 병행되는 전술이었다.
‘이 정도면 되었잖습니까.’
오늘만큼은 팀의 감독이 아닌, 자식의 성공을 바라는 아버지처럼 왕춘 감독은 빌었다.
‘이 정도면 지우펑이 이겨도 되는 거잖습니까.’
설사 3-0으로 진다해도 당신의 위대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마침내 지우펑의 광신도가 출발했다.
신도 1명과 함께 이신의 진영으로 달려간다.
왕춘 감독은 주먹에 땀을 쥐며 지켜보았다.
이신은 물론 알아차렸다.
앞마당 통제사령부 건물 바로 옆에 병영을 지었다.
저렇게 건물을 붙여 지으면, 보병은 통과할 수 있지만 몸집이 큰 광신도가 통과하지 못한다.
광신도의 급습을 막기 위한 심시티인 것이다.
또한 광산 러시를 당한 직후, 곧바로 앞마당의 광산에 제철소를 건설했다.
광물 자원 채집이 늦어지면 테크 트리도 늦어지고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 더블이다 보니 보병의 생산이 너무 늦었다.
이미 광신도 1기와 신도 1기가 지척까지 도달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우르르.
이신의 본진에서 건설로봇들 5기가 일제히 뛰쳐나왔다.
-카이저가 뛰쳐나옵니다.
-아직 시야에 보이지도 않는데 이미 상대가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센터 참회실을 했을 때, 지금쯤 거의 도달했을 거라고 계산이 되고 있는 겁니다. 실로 무서운 타이밍 감각입니다.
우르르 뛰쳐나온 건설로봇들.
광신도와 신도가 덤벼들었다.
광신도가 앞장서서 칼날을 휘두르고, 뒤따르는 신도가 2칸 거리에서 공격하며 보조한다.
그런데 그때였다.
건설로봇들은 놀랍게도 광신도를 그냥 통과해버렸다.
말 그대로 통과.
광신도를 없는 취급하며 그냥 통과해버리고, 뒤따르는 신도를 에워싸서 공격했다.
-퍼엉!
신도가 허망하게 잡혀버렸다.
“오오!”
탄성이 경기장에 터져 나왔다.
광신도가 쫓아와서 칼날을 휘둘렀다.
그러나 건설로봇들은 이번에도 또다시 그냥 광신도를 통과해버리고 본진으로 돌아갔다.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다시 본진에서 자원을 채집한다.
왕춘 감독은 소름이 끼쳤다.
저건 일꾼 비비기 컨트롤이었다.
생산유닛은 자원을 클릭했을 때, 다른 유닛이 가로막고 있어도 방해 받지 않고 그냥 통과한다.
건물이나 지형이 가로막으면 통과하지 못하지만, 다른 유닛이 길을 막는 것은 통과 가능했다.
이는 일종의 버그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그렇게 해놓지 않으면 생산유닛들이 자원을 채집하다가 서로 부딪치고 방해되어서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발동 조건은 해당 자원이 시야에 밝혀져 있을 것.
프로게이머는 이를 플레이에 이용한다.
만약에 상대 진영이 시야에 밝혀져 있고, 상대 본진 안에 있는 자원을 클릭한다면?
그러면 생산유닛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상대의 진영에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디펜스에도 활용 가능했다.
저렇게 이신처럼.
지우펑의 앞마당에 이신이 정찰 보냈던 건설로봇 1기가 있었다.
정확히는 앞마당의 자원 지역에 멀뚱히 서 있었다.
‘자원을 시야로 밝히기 위해서다.’
일꾼 비비기를 앞뒤로 자유자재로 펼치기 위해 저곳에 건설로봇 하나를 갖다놓고 시야를 밝힌 것이다.
지우펑의 광신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제사령부와 병영 사이를 오가며 총을 쏘는 보병.
광신도는 보병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여보지만, 보병은 약삭빠르게 두 건물 사이를 통과하며 총을 쏴댔다.
하는 수 없이 지우펑은 보병을 무시하고, 광신도를 본진으로 침투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광신도가 본진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와아아아아!!”
“와우!”
경기장에 또다시 터진 함성.
건설로봇들이 또다시 일꾼 비비기를 펼쳐서 출입구를 통과하려던 광신도를 아예 꼼짝달싹 못하게 에워싼 것이다.
그리고 보병이 멀리서 총을 쐈다.
추가 생산된 보병이 함께 쐈다.
이신은 광신도에게 얻어맞은 건설로봇을 하나씩 빼주면서 세심한 컨트롤을 선보였다.
-크아악!
광신도가 죽었다.
단 1기의 보병도 건설로봇도 잃지 않고 막아낸 것이다.
뒤 이어서 광신도 또 하나가 다가왔다.
하지만 이신은 계속해서 건설로봇들로 신들린 블로킹을 펼치며 막았다.
-오 마이 갓! 지금 보이십니까? 광신도가 2기째입니다. 광신도 2기, 신도 1기가 아무 소득도 없이 처치 당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카이저의 컨트롤! 오히려 아무 타격도 받지 않고 테크 트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습니다.
지우펑은 계속 광신도를 투입했지만, 계속해서 막혔다.
광신도 3기째!
소득은 전무!
이신은 건설로봇 단 한 기도 내주지 않고 막아버린 것이다.
이어진 것은 도리어 역습.
기동포탑이 생산되자 보병들과 함께 전진했다.
맵 중앙에 지어져 있던 참회실과 생명석을 부수고 계속 전진했다.
이신은 병력을 계속 쏟아냈다.
앞마당까지 지우펑을 조이고 압박해 끝내 승리를 거뒀다.
이제 스코어는 2-1.
지우펑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3세트 시작 때만 해도 거의 이긴 승부였다.
2-0의 상황에서 빌드 오더에서 이기고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컨트롤로 전세를 뒤집어버렸다.
서서히 카이저가 반격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준비했던 완벽한 승리의 시나리오가 살짝 틀어지자 지우펑은 화가 치밀었던 모양이었다.
4세트를 시작하자마자 지우펑은 또다시 예의 생 더블을 꺼내 들었다.
모든 타이밍을 막아낼 수 있는 무적의 생 더블을.
“안 된다!”
왕춘 감독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카이저는 그 약점을 알아차렸어!”
상대 진영의 자원 지역에 생산유닛을 갖다놓고 시야를 밝히는 것.
그걸 이용해 일꾼 비비기로 상대의 치즈 러시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것.
지우펑이 1세트 때 이신의 치즈 러시를 막아낼 수 있었던 비결이 들통 났다.
이신이 3세트에서 똑같이 사용했으니까.
그 증거로,
-건설로봇이 맵 센터로 향합니다! 하나 더 향하는데, 이건 설마!
-센터 2병영입니다! 아예 작정하고 승부를 보기로 합니다.
맵 중앙에 병영 2채를 짓기 시작하는 이신.
이건 뒤가 없는 승부수였다.
상대에게 손실을 입혀 유리한 운영을 하기 위한 치즈 러시가 아니라, 상대의 숨통을 끊지 못하면 무조건 자신이 패배하는 벼랑 끝 승부수였다.
지우펑의 앞마당을 발견했을 때, 이신은 웃고 있었다.
이제 심리상으로도 이신이 지우펑을 앞지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