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5
485화 연전(2)
알렉산드로스가 기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갔지만, 2차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테무친과 바야투르는 아직 준비했던 것을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상황.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이기는 게 최고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서열 3위.
72인의 계약자 가운데 세 번째라는 뜻이었다.
이제 두 번째에 도전하는 테무친이었고, 그 또한 종착지는 나폴레옹이 있는 첫 번째의 위치가 분명했다.
‘실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이신은 나폴레옹을 떠올렸다.
72악마군주의 축제 때, 나폴레옹이 보여준 솜씨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중하위 서열까지는 프로게이머가 아마추어를 상대하는 것 같았다면, 나폴레옹은 얕볼 수 없는 위압감을 풍겼다.
다양한 병과를 두루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능했던 나폴레옹.
그에 반해 알렉산드로스는 기회를 포착하고 귀신같이 뛰어드는 야성적인 공격성이 돋보였다.
그렇다면 세계 3대 정복자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테무친도 자신만의 강점을 보여줄 터였다.
‘보여줘. 날 실망시키지 마.’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이신의 진심 어린 욕망이었다.
이신은 게이머였다.
게임을 시작하면 반드시 가장 높은 난이도를 선택하는 하드코어 게이머 말이다.
이신은 콜럼버스를 계속 활용해서 정찰을 수시로 했다.
1시 오크와 11시 오크 둘 다 앞마당이나 뒷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추가하지 않고 본진에 틀어박혀 있는 상황.
본진에 박혀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건 아닐 터.
그에 비해 알렉산드로스는 앞마당과 뒷마당에 모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고 있었고, 이신 또한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차렸다.
이대로 시간이 계속 흐른다면 알렉산드로스와 이신의 마력 채집량이 테무친 측을 훌쩍 능가할 터였다.
-얼마 안 있어서 치고 나올 겁니다.
이신이 알렉산드로스에게 말했다.
테무친이 이대로 두고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안다. 본진 마력을 쥐어짜 기마 병력을 모아서 치고 나올 거야.
-전력을 모두 쏟아서 단기결전을 노리는 걸까요?
-그건 아직 모르겠군. 역시 놈들의 본진 내부 상황을 확인해야 돼.
저들의 본진 안을 봐야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경계가 삼엄하여 침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역시 콜럼버스의 블링크를 써먹는 수밖에 없었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맡기마.
이신은 콜럼버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가 알려주었던 포인트를 기억하고 있나?’
“물론이죠.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요.”
‘그 포인트에서 블링크를 써서 본진에 들어갔다가 바로 빠져나온다. 확인해야 하는 건 오크 노예의 숫자다.’
“옛!”
이신은 평소에 철저한 연습과 분석으로 마계의 모든 전장을 다 꿰고 있었다.
그것은 이곳 제4전장 이블 홀도 마찬가지.
콜럼버스의 블링크의 이동거리인 10미터를 활용하여서 상대 본진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갈 수 있는 루트도 알아둔 상태였다.
콜럼버스는 2시 지역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1.5시.
1시의 본진과 절벽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지점이었다.
그곳에서 절벽에 바짝 붙은 채, 콜럼버스는 블링크를 시전했다.
파앗!
[계약자 이신의 사도 상급 악마 콜럼버스가 능력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10미터 범위 내에서 순간이동을 합니다. 3초 이내에 다시 사용하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갑니다.]1시 오크의 본진 안으로 침투!
그런데 침투하자마자 화살 한 대가 날아들었다.
콰악!
“크윽!”
어깨에 깊숙이 화살이 박히자 콜럼버스가 비명을 질렀다.
본진 안에 있던 오크궁기병이 재빨리 침입자에게 화살을 쏜 것이었다.
실로 신속한 대응!
콜럼버스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침입에 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나마도 콜럼버스가 평소에 로흐샨과 화살을 피하는 훈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즉사했을지도 몰랐다.
남은 시간은 3초.
‘뽑아!’
이신이 소리쳤다.
시간이 없으므로 바짝 집중해야 했다.
콜럼버스는 이를 악물고 어깨에서 화살을 뽑았다.
남은 시간 2초.
콜럼버스는 안쪽으로 달렸다.
오크궁기병이 말을 타고 쫓아왔지만 필사적으로 달려서 오크 노예들이 마력석을 캐고 있는 현장에 도착했다.
남은 시간 1초.
‘이제 됐어!’
이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콜럼버스는 블링크를 재사용했다.
3초 이내에 재사용하면 처음 블링크를 쓰기 전의 위치로 되돌아가는 능력의 특성을 활용한 것.
파앗!
아슬아슬하게 3초가 지나기 전에 재사용을 할 수 있었다.
본진 내부를 훑어보고서 무사히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적의 의도도 파악하고 콜럼버스도 살린 성공적인 정찰이었다.
“으윽, 죄송합니다. 화살에 맞은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서 오크 노예의 숫자를 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봤으니 괜찮아.’
불과 3초였지만, 컴퓨터처럼 정확한 이신의 눈은 오크 노예의 숫자와 본진 안에 있었던 건물들, 그리고 병력의 현황까지 전부 본 뒤였다.
-확인했나?
알렉산드로스가 물었다.
이신이 대답했다.
-예, 예상대로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건 이미 예상했던 거잖아. 규모는? 단기결전을 노리고 있나?
-아뇨, 오크 노예를 더 소환하지 않고 병력 모으는 데만 집중했겠지요.
-그럼?
-오크 노예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호오, 싸움을 길게 보는군.
-예, 일단 모은 기병으로 치고 나와 우리를 압박하면서, 앞마당과 뒷마당에 동시에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갈 속셈입니다.
그랬다.
이신이 오크 노예의 숫자를 확인하려 했던 건 이 때문이었다.
오크 노예만 충분히 있다면 마력석 채집장은 금방 구축할 수 있다.
건물만 지으면 일시에 오크 노예 다수가 붙어서 마력석을 채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우리도 안심하고 싸움을 길게 보면 되겠군.’
‘예.’
‘필요한 병력 조합이 모두 구성될 때까지 일단 주도권은 놈들에게 내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신은 뒷마당에도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여서 마력량 확보에 나섰다.
나중에 크게 일전을 치르려면 병력을 꾸준히 소환할 수 있는 마력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병력도 모았는데, 주력으로 석궁병·방패병·장창병을 모았고, 거기다가 그리핀을 한 마리씩 추가해서 편대를 꾸리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전력은 그리핀 편대라고 생각했다.
우선 이신은 휴먼이므로 방어에 강했다.
2오크가 쳐들어와도 좁은 삼거리 협곡에서 맞아 싸우면 능히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마물인 알렉산드로스는 방어에 취약했다.
대부분의 건물이 마법진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심시티가 불가능한 것.
마물들도 값싸고 빠르고 공격력이 높지만 체력이 약하므로 방어에 용이하지 않았다.
그러니 알렉산드로스가 공격을 받으면, 이신이 이를 돕기 위해 그리핀 편대를 파견해야 했다.
지상군을 보냈다가는 중앙 지역에 나왔을 때 오크 기마군단에게 덮쳐져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 그리핀 편대를 써야 했다.
게다가…….
‘역시 이대로 오크들이 순탄하게 기마군단을 완성하게 놔둬서는 안 돼.’
그리핀이 7마리까지 모이자 이신은 즉시 1시로 파견했다.
-일단 피해를 입혀보겠습니다.
-죽어서는 안 돼.
-알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도 이신의 그리핀 편대 운용 능력을 함께 훈련하면서 봤기 때문에 더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핀 7마리에 로흐샨을 비롯한 석궁병 14인이 탑승한 그리핀 편대가 출발하였다.
일단 1시 오크의 앞마당에 이르러, 마력석을 캐는 오크 노예에게 가볍게 한 방을 날렸다.
[계약자 이신의 사도 상급 악마 로흐샨이 능력 유도 사격을 사용합니다.] [로흐샨과 가까운 아군 석궁병 12인이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지점을 적중시킵니다.]콰지직!
“취이익!”
오크 노예는 삽시간에 고슴도치가 되어서 절명해 버렸다.
로흐샨과 석궁병 12인이 쏜 볼트가 유도 사격에 의해 동시에 날아와 틀어박힌 일격!
이 정도면 오크창기병이나 오크궁기병이라 해도 일격에 즉사시킬 수 있는 위력이었다.
1시 오크에게 인사를 건네는 첫 U턴 샷이었다.
‘로흐샨을 상급 악마로 만들길 잘했군.’
이신은 알렉산드로스와 함께 훈련을 하면서 사도들 중 유일하게 중급 악마였던 로흐샨을 상급 악마로 만들었다.
상급 악마가 되니 로흐샨의 유도 사격 능력도 10명에서 12명까지 적용 인원이 늘어났다.
즉, 로흐샨 본인까지 포함해 최대 13발의 볼트를 한꺼번에 타깃에 맞출 수 있게 된 것.
이 13발은 11발이었던 중급 악마 시절과 차원이 달랐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오크창기병을 일격에 죽일 수 있느냐였다.
11발로는 간당간당했는데 13발로는 확실하게 즉사시킬 수 있었다.
이신이 그리핀 7마리가 보이자 비로소 편대를 출격시킨 것도 바로 그런 의미였다.
보다 진화한 U턴 샷.
더 강력해진 그리핀 편대.
그리핀 편대는 계속 앞마당 상공을 선회하며 오크 노예를 사살했다.
쉬쉬쉭-!
“취익!”
쉬쉬쉬쉭!
“취이익!”
오크 노예의 피해가 속출하자 오크궁기병들이 발 빠르게 달려와 화살을 쏴 대응했다.
맞서 싸우지 않고 순순히 물러난 그리핀 편대는 기회를 엿보다가 다시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오크궁기병에게 U턴 샷을 펼쳤다.
콰콰콰콰콱-!
“취익!”
“히히힝!”
오크궁기병이 볼트로 고슴도치가 되어서 말과 함께 쓰러졌다.
오크궁기병도 죽기 전에 화살을 쏴서 대응했지만, 사실상 1 대 13의 대결이었던지라 그리핀 편대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오크궁기병들이 진열을 갖춰서 대응사격을 하려 하자, 그리핀 편대는 다시 물러나 버렸다.
조심스럽게 다니면서 철저하게 오크궁기병과 13 대 1, 혹은 13 대 2의 상황이 될 때만 달려들어 U턴 샷을 시도했다.
앞마당, 본진, 뒷마당, 다시 앞마당.
계속 들쑤시고 다니니, 이에 시달린 1시의 오크도 오크궁기병을 대폭 늘렸다.
그때 알렉산드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크궁기병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포위망을 만들어서 그리핀 편대를 일소시킬 생각인가 본데 조심하도록.
그리핀 편대가 하도 날뛰니, 테무친 측은 전장 곳곳에 오크궁기병들을 배치해서 모든 동선을 차단하는 거대한 그물망을 만들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신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신도 스페이스 크래프트를 할 때, 쐐기충들의 예상 경로에 보병을 보내 잡아버리곤 했다.
테무친이 같은 방식으로 그리핀 편대에 대한 방어를 하니 흥미진진했다.
‘그물망의 구멍을 찾아 빠져 나가주지.’
이신은 그리핀 편대를 11시 오크의 진영으로 보냈다.
이에 맞춰서 전장 곳곳에 배치된 오크궁기병들도 11시를 향해 그물망을 좁혀나갔다.
그런데 그리핀 편대는 급격히 방향을 12시로 전환.
12시 지역을 경유하여서 1시의 삼거리 협곡을 절벽을 따라 통과하여 2시에 도달.
2시에 배치된 오크궁기병들의 사격을 피해 전장 끝에 바짝 붙어서 비행.
3시, 4시를 거쳐서 알렉산드로스의 진영이 있는 5시로 무사히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는 이신의 본진인 7시로 귀환한 그리핀 편대.
‘다시 간다.’
쉴 틈도 없이 그리핀 편대는 다시 11시로 출발했다.
크게 휘저어서 흔들어놓은 그물망 속으로 다시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11시 인근까지 도달한 이신의 그리핀 편대는 문득 이상한 광경을 발견하였다.
‘저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