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4
484화 연전(1)
알렉산드로스는 출입구를 막고 있는 오크 전사와 오크 노예 중, 약한 오크 노예를 먼저 죽였다.
오크 전사 홀로 막기에는 출입구의 폭이 넓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헬하운드 3마리가 통과!
그런데 마침 출입구 근처에 지어진 전사양성소에서 오크 전사 1명이 추가로 소환되었다.
오크 전사가 부랴부랴 출입구를 막기 위해 달려왔다.
‘늦춰!’
알렉산드로스가 소리쳤다.
그 말뜻을 알아들은 이신은 콜럼버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윽고 콜럼버스가 새로 나타난 오크 전사에게 마비침을 발사했다.
퓻!
“g!”
1초간 마비.
그 틈을 타서 헬하운드 3마리가 마침내 출입구를 통과해 본진 안에 난입했다.
‘끝내 버린다!’
알렉산드로스는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상대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히는 선에서 끝내고 차분하게 유리한 싸움을 이어가는 편이 안전한 선택.
하지만 기회가 오자 알렉산드로스는 가차 없이 승부에 나섰다.
-오늘은 갈 길이 멀거든. 끝낼 기회를 보면 확 끝내 버려야지.
그 말에는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 아무래도 최상위권의 대결이니까.’
언제든 도전해 오면 받아줘야 한다는 규칙은 피도전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전자는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여서 더 강하게 부담감을 지우려 든다.
그런 사투를 벌이며 서열 2위의 지위를 지키려면 기회가 보였을 때 속전속결로 결판을 짓는 마인드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아무튼 결판 짓기로 결심하자, 두 사람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알렉산드로스는 추가로 헬하운드를 잔뜩 소환하여서 일제히 11시로 출발시켰다.
이신도 궁병 3명을 모아서 출발했다.
11시에서는 소수의 병력들이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계약자 보르지긴 테무친님의 사도 상급 악마 취르크가 능력 사투를 사용합니다.] [사도 취르크의 체력이 30% 회복되었습니다.]11시 본진 출입구를 필사적으로 지키던 오크 전사가 능력을 펼쳤다. 사도였던 모양이었다.
-이 녀석이 테무친이었군. 좋아, 더 밀어붙인다!
알렉산드로스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계약자 알렉산드로스님의 사도 상급 마수 리릭이 능력 굶주림을 사용합니다.] [주변 마물의 공격력이 20% 상승하며 방어력이 10% 하락합니다.]알렉산드로스도 사도의 능력을 사용했다.
이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콜럼버스에게 빙의한 뒤, 치유 능력을 펼쳐서 헬하운드들을 보조했다.
“크르르릉!”
“컹컹!”
“취익! 죽어라!”
테무친의 저항은 완강했다.
오크 전사를 계속 소환해서 저항했고, 오크 노예들도 대거 싸움에 투입되어서 본진을 사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알렉산드로스와 이신 측이 유리해졌다.
테무친의 아군인 바야투르도 지원 병력을 출발시켰지만, 대각선 방면이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가로세로 거리에 있는 이신과 알렉산드로스의 지원 병력이 먼저 합류하여서 공세의 끈을 바짝 조였다.
“취이익!”
“취익!”
“크르릉!”
“깨앵!”
오크 노예들이 하나둘 헬하운드들에게 물어 뜯겨 죽어나갔다.
헬하운드들도 오크 전사의 강맹한 칼질에 중상을 입었으나, 그때마다 귀신같이 치유 능력을 집중시켜서 회복해 주는 이신의 활약이 빛을 발했다.
[계약자 이신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1초에 5마력씩 소모됩니다.] [주변의 모든 아군의 체력이 회복됩니다.] [치유 능력이 적용되는 범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가 좁을수록 치유 효과가 상승합니다.]이신은 적용 범위를 최소로 좁혀서 치유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딱딱 상처 입은 헬하운드들만 골라 회복시켰다.
치유 능력으로 마력이 계속 소진되었지만, 어차피 결판을 봐야 했으므로 마력을 아까지 않고 바닥까지 긁어 썼다.
뒤늦게 바야투르의 지원군이 도착했지만, 테무친은 이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을 상태였다.
오크 노예가 너무 많이 죽어서 마력 채집도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
결국,
[악마군주 발라파르님의 계약자 보르지긴 테무친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바알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바알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 마력 5만이 분배됩니다.]테무친은 패배를 선언해 버렸다.
승기가 기울자 더 저항하지 않고 손쉽게 첫 판을 내준 것.
앞으로 계속 싸워야 하기 때문에 가망 없는 싸움에 심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태도였다.
그렇게 첫 대결은 일찌감치 끝나버렸다.
“너무 방심했나.”
테무친은 쓴웃음을 지었다.
분한 기색은 없었고, 그저 자신의 실수를 자각한 담백한 반성이었다.
“허점투성이던데. 그래가지고 나를 이길 수 있겠나?”
첫 승리로 기분이 좋아진 알렉산드로스는 상대를 도발했다.
테무친은 미소를 지었다.
“콜럼버스라는 노예 사도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 나름대로 경각심을 가지고 있긴 했는데, 출입구가 아니라 블링크로 측면 침투를 할 줄은 미처 몰랐군.”
이론적으로는 대비책이 있었다 해도, 한 번도 당해보지 않았던 침투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 짧은 심리상의 허를 찔린 것이 나비효과처럼 커져서 승패를 가른 셈이었다.
“그럼 계속하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까.”
“그럴까.”
양측의 동의하에 2차전이 금방 시작되었다. 배팅은 이번에도 10만 마력이었다.
‘풀 배팅이 걸린 서열전인데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군.’
이신은 이 자리에 모인 최상위 서열의 계약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테무친은 그냥 실수 좀 했다는 태도였고, 알렉산드로스도 운 좋게 첫 판을 이겼다는 정도의 작은 기쁨밖에 없었다.
심지어 바알과 발라파르 두 악마군주 또한 별달리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라 이거군.’
이신은 욕심이 났다.
최대 배팅의 서열전도 한 판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거물들의 대결.
이번 서열전을 통해서 그레모리의 서열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계약자 알렉산드로스, 계약자 이신, 계약자 보르지긴 테무친, 계약자 바야투르님께서 참전합니다.]금방 2차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알렉산드로스와 이신의 위치가 각각 5시, 7시로 전장의 남쪽에 붙어 있었다.
-깜짝 기습으로 한 방 먹었으니 이제 방심하지 않고 잘 방비를 해놓았겠군.
알렉산드로스의 말에 이신도 의견을 냈다.
-그래도 한 번 더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한 번 데였으니 똑같이 위협을 가하면 방어에 마력을 더 쓰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알렉산드로스도 동의했다.
-좋아, 헬하운드를 6마리 소환하지. 타깃은 1시 오크로 한다.
-예, 타이밍 맞춰서 콜럼버스를 그리로 보내겠습니다.
이신은 일단 알렉산드로스의 본진 상황을 흘깃 살펴보았다.
본진의 마법진에서 무언가 마물을 소환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헬하운드 6마리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11시부터 정찰 갔다가 1시로 가면 타이밍이 맞겠군.’
재빨리 타이밍을 계산한 이신은 콜럼버스를 일단 11시로 정찰 보냈다.
그리고는 계속 필요한 건물을 건설하며 운영을 했다.
제5전장 이블 홀.
본진에 두 갈래의 출입구가 있는데, 각각 앞마당과 뒷마당으로 이어진다.
앞마당과 뒷마당은 마력석이 분포되어 있어서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용이하다. 본진에서 가까우니 적의 위협 걱정 없이 마력 채집을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초반에 취약한 휴먼은 본진 방어에 집중해야 하므로, 앞마당이나 뒷마당에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
즉, 휴먼에게 이곳 이블 홀은 그다지 좋은 전장이 아닌 것이다.
이신은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한 빌드 오더를 구사했다.
그것은 앞마당, 뒷마당과 연결되고 전장의 중앙 지역으로 나가는 통로와 이어진 삼거리 협곡을 일찌감치 심시티로 틀어막는 방식이었다.
이 협곡만 잘 틀어막으면 적의 공격이 와도 막아낼 수 있으므로, 안전하게 앞마당과 뒷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이신은 식량창고 2채와 병영을 삼거리 협곡에 붙여지어서 협곡 진입로를 틀어막았다. 궁병은 로흐샨 1명만 소환해서 세워놓아 방어를 했다.
그리고는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할 준비를 했다.
상대가 마물이었다면 쓸 수 없는 빌드 오더였다.
왜냐면 협곡을 다 틀어막기 전에 헬하운드가 들이닥칠 위험이 있기 때문.
하지만 그 외의 종족이 상대라면 통용되는 빌드 오더였다.
그러는 동안 콜럼버스가 11시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정찰을 개시했다.
앞마당에 이어 뒷마당도 살펴보았지만, 11시 오크가 마력석 채집장을 지으려는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본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오크 전사가 지키고 있었다.
‘마비침으로 따돌리고 들어가 볼까요?’
콜럼버스가 물었다.
‘아니, 됐다. 이제 1시로 가라.’
마침 알렉산드로스가 소환한 헬하운드 6마리가 1시를 향해 막 출발한 상태였다.
이신도 이를 지원하러 콜럼버스를 보내야 했다.
5시에서 1시로 출발한 알렉산드로스의 헬하운드들과 11시에서 1시로 출발한 콜럼버스는 정확히 같은 시각에 1시에 도착했다.
이신이 알렉산드로스에게 맞춰줘서 그렇게 타이밍 조절을 했기 때문.
-간다. 이번에도 빈틈이 보이면 물어뜯어버린다.
알렉산드로스는 매우 투철한 공격성을 보였다. 마물이라는 종족에 아주 잘 어울리는 성향이었다.
헬하운드 6마리와 콜럼버스가 합세하여서 1시 오크의 앞마당까지 들어왔다.
앞마당-본진 출입구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오크전사 1명과 오크 노예 1명이 함께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헬하운드 6마리와 콜럼버스가 함께 온 것을 보자, 1시 오크는 기민하게 반응했다.
곧장 오크 노예 3마리가 우르르 달려와서 방어에 합류한 것!
-호오, 이번에는 대응이 빠르군. 한번 건드려볼까?
알렉산드로스는 상대의 철저한 방어 태세를 보고도 공격성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신도 알렉산드로스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오크 전사에게 마비침을 쏘겠습니다.
-좋아.
이윽고 이신은 콜럼버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콜럼버스는 오크 전사에게 마비침을 쐈다.
퓻!
“g!”
오크 전사가 마비됨과 동시에, 헬하운드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타깃은 함께 출입구를 막고 있는 오크 노예였다.
오크 전사가 마비되어 있는 1초간, 헬하운드들은 오크 노예를 집중 공격했다.
“크르릉!”
“크릉!”
“취이익!”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넣고 뜯는다.
마비에서 풀린 오크 전사가 재빨리 칼을 휘두르며 오크 노예를 구하려 했다.
“깨앵!”
칼질에 당한 헬하운드가 즉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2마리가 오크 전사와 오크 노예의 공격에 부상을 입었지만 죽기 전에 뒤로 물러나 목숨을 건졌고, 알렉산드로스는 기어코 오크 노예 1명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시 오크의 진영에서 오크 전사가 1명 더 추가 소환되었다.
출입구를 지키는 오크 전사가 2명이 되자, 오크 노예들도 다시 마력을 캐러 돌아갔다.
‘이만하면 됐군.’
‘예.’
이신과 알렉산드로스도 더 미련 갖지 않고 후퇴했다.
오크 노예들이 방어에 투입되느라 마력 채집을 못하게 만들었고, 그중 1명은 죽이기까지 했으니 성과는 이만하면 충분했다.
말 그대로 한번 건드려 본 것뿐이었다.
‘초반은 그냥 조용히 보낼 생각인가보군.’
테무친이나 바야투르나 본진에 안전히 틀어박혀 있을 뿐, 달리 과감한 움직임은 없었다.
오직 기마군단을 빨리 모으는 데 주력하는 듯했다.
‘역시 기마군단으로 승부를 볼 참이군.’
그들이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할 수 있으리라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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