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27
527화 인정(2)
장장 7차례에 걸친 대결이었다.
기어코 이신은 한니발을 꺾고 서열 5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서열이 역전되자 악마군주 가미진은 한니발의 뜻을 반영하여 도전을 포기했다.
한니발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었다.
한니발은 떠나기 전에 이신에게 물었다.
“내가 왜 진 것 같은가?”
“전장 선택을 잘못했습니다.”
“전장이?”
“제7전장 오린은 투석기를 쓰기 좋은 전장입니다.”
“…….”
한니발은 한 방 먹은 표정이 되었다.
너무나 기본적인 사실이었는데 여태껏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피차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것 같군.”
한니발은 이신의 기동성을 꺾기 위하여 지형이 들쑥날쑥한 오린을 택했는데, 사실 이 오린은 크기가 작고 지형이 복잡해 사거리가 긴 투석기를 쓰기가 아주 좋았다.
이신도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기본으로 돌아와 5차전부터 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우리가 도전한다면 어떤 전장을 선택할 생각인가?”
이미 끝난 승부였지만, 한니발은 시험 삼아 이신에게 물었다.
이신은 웃으며 답했다.
“오린.”
“역시 그렇군.”
껄껄 웃은 한니발은 이신의 어깨를 툭 치고는 작별을 고했다.
그렇게 악마군주 가미진과 한니발은 서열 6위로 하락한 채 물러났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끝없는 서열전이므로, 언젠가는 다시 맞닥뜨릴 날이 있을 터였다.
아무튼 그렇게 이신이 한니발을 꺾은 소식이 마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것은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서열전 단체전이 생겨나면서 그 수혜를 받아 급부상한 정도로만 알려졌던 이신이었다.
그 이전에도 연승행진을 거듭했던 이력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음은 인정하지만, 최상위 서열권에 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그동안의 편견이었다.
10위 안에 있는 최상위권 계약자들이 단체전의 요령을 터득하면 곧 격파당할 거라고 내다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신이 한니발을 일대일로, 그것도 7차전에 걸쳐서 꺾었다는 소식은 반전이었다.
운만이 아니라, 상승세를 뒷받침해주는 이신 자신의 실력이 생각보다 훨씬 탄탄했던 것이다.
한니발을 이길 정도의 실력에 단체전까지 잘하니, 이만하면 최상위권에 오랫동안 군림할 강자였다.
하지만 이신의 승리보다 더 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마계의 정상을 놓고 다툰 전쟁에 대한 이야기였다.
* * *
‘12시를 칠 테니 넌 적의 지원을 막도록.’
‘그렇다면 저 1시 다리를 장악하는 게 최선이지. 저 지점만 장악하면 우리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소.’
‘그럼 어서 장악해!’
‘성질도 급하시군.’
드워프의 군대가 1시로 진격했다.
1시에 본거지를 둔 휴먼도 이에 맞서 병력을 전진 배치해 방어선을 이루었지만, 드워프는 드워프 도끼병이 앞장서서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슈슉!
달려드는 드워프 도끼병들을 향해 투석기들이 바위를 쏘았다.
퍼억! 쿠우웅!
“크윽!”
“으아악!”
강인한 드워프 도끼병들도 날아오는 집채만 한 바위를 견뎌낼 제간은 없었다.
하지만 드워프 도끼병들이 투석기에게 얻어맞는 동안, 뒤따르는 대포들이 무사히 자리를 잡고 발포 준비를 마쳤다.
‘발포!’
퍼퍼퍼퍼펑―!!
대포들이 불기둥을 줄줄이 내뿜었다.
이에 질세라 휴먼도 투석기가 다시 바위를 쏘았다.
엄청난 화력전이었다.
투석기와 대포가 연이어 파괴되었다.
드워프는 계속 밀어붙였다.
대포가 속속히 도착해서 포격전에 합류했다.
휴먼도 투석기를 계속 합류시켰지만 특유의 분해·재조립 과정 때문에 드워프의 대포보다 참전이 느렸다.
물량 회전!
결국 순간적인 화력의 집중이 뛰어난 드워프가 화력전에서 우세를 나타냈다.
휴먼은 어쩔 수 없이 후퇴.
대포의 사거리 바깥에 새로 증원한 투석기를 배치하며 방어선을 다시 꾸리는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이었지만, 그만큼 전황이 불리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방어선 1선이 드워프로 인하여 장악 당했다.
1시의 휴먼 진영으로 진입하는 거대한 다리가 드워프들에 의해 장악당한 것.
‘장악을 완료했소.’
‘좋아, 그럼 12시는 무방비다!’
마물 대군이 12시로 줄지어 돌격했다.
12시는 1시 휴먼의 마력석 채집장이 있었다. 휴먼의 전력을 지탱해주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마력 공급처였다.
휴먼은 12시를 지키고 싶어도 병력을 보낼 수가 없었다.
진입로인 다리를 드워프에게 방금 장악 당했기 때문이었다.
척척 맞는 마물과 드워프의 호흡!
그러나 휴먼에게도 우군은 있었다.
남쪽에서부터 또 다른 마물 군세가 거침없이 북상해온 것.
거기다가 1시의 휴먼도 열기구를 동원했다.
열기구 2척이 12시 인근에 투석기 4기를 내렸다.
투석기 4기가 공병들에 의해 재조립되었고, 곧 12시를 침략한 마물들을 향해 바위를 쏘았다.
결국 12시를 침략한 마물은 측면의 휴먼과 남쪽에서 올라오는 마물 군세에게 협공당하기 전에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흥, 질긴 목숨이군.’
‘역시 나폴레옹이오. 그세 상황에 맞게 방어선을 재구성하다니.’
그랬다.
1시의 휴먼은 바로 나폴레옹.
그리고 12시를 공격했다가 물러난 마물은 알렉산드로스였다,
‘그래도 그 다리를 장악하고 있는 한 우리가 유리하다.’
‘저쪽도 그걸 알고 있나보오. 마물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소. 저쪽 마물도 상당히 잘하는데?’
12시를 구하러 달려왔던 마물 군세가 방향을 돌려 1시 앞 다리를 장악한 드워프 병력에게 달려들었다.
타이밍 맞춰 나폴레옹도 기사단을 동원하여서 공격했다. 양방향 협공으로 드워프들을 몰아내고자 함이었다.
‘어림없다!’
잠시 물러났던 알렉산드로스도 1시로 달려왔다,
4종족이 뒤엉킨 대혈전이 펼쳐졌다.
뒤엉켜 싸우는 틈에, 나폴레옹은 대포의 사거리 밖으로 물렸던 투석기들을 다시 전진시켰다.
하지만 드워프는 기사단과 마물 군세에 뒤엉켜 싸우는 와중에도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전 대포, 투석기를 향해 일제히 발포한다!’
드워프의 대포 화력이 일제히 투석기에게 집중되었다.
퍼퍼퍼퍼펑!!
콰지직! 우지끈!
투석기들이 재조립되기도 전에 포격에 얻어맞아 분쇄되었다.
기시단과 헬하운드·독포자꽃 부대가 눈앞에서 설치는데도, 모두 무시하고 오직 투석기를 일점사한 것이었다.
그 빛나는 순간적인 결단이 싸움의 승기를 결정했다.
추가로 소환된 드워프의 증원 병력이 합류하면서 싸움은 삽시간에 알렉산드로스 측으로 기울었다.
결국 나폴레옹 측은 다리 봉쇄를 돌파하는 데 실패했다.
육로가 막히자 나폴레옹은 열기구를 동원하여서 병력을 계속 밖으로 실어 나르며 분전을 펼쳤다.
하지만 육로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알렉산드로스 측보다 빨리 움직이기란 불가능했다.
소극적으로 방어에 전념할 수밖에 없게 된 나폴레옹 측.
알렉산드로스와 드워프는 중앙 지역을 장악하고서 승기를 굳히기 시작했다.
중앙 지역을 장악했다는 것은 전력 집중이 유리해졌다는 뜻이었다.
중앙을 장악하자 전 지역이 공격 범위였다.
반면 나폴레옹 측은 모든 지역을 방어해야 하는 처지.
결국 곳곳을 공격 받은 나폴레옹 측은 점점 불리해졌고, 이윽고…….
“좋았어!”
알렉산드로스가 승리의 기쁨에 흥분하여 소리쳤다.
승리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드워프의 계약자도 빙긋이 웃어 보였다.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패배의 후유증을 추슬러야 했다.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치열한 승부였다. 하지만 결국 졌으니 노력했던 만큼 패배의 허무함도 컸다. 하지만 이 기분을 추스르지 않으면 다음 대결에 지장이 간다.
“정말 곤란한 콤비로군.”
나폴레옹이 중얼거렸다.
그는 알렉산드로스의 장단점을 잘 알았다.
큰 전투에 강하고 한 번 승기를 잡았을 때 끝없이 몰아칠 줄을 안다. 순간적인 전술적 센스도 뛰어나서 불리했던 전투가 뒤집히는 경우도 번번이 있을 정도. 때때로 창의적인 전법도 펼친다.
전략적 요충지가 될 만한 포인트를 잘 모른다는 것.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가치는 없지만 전쟁 내내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게 되는 지점을 파악하는 데 서툴렀다.
고대 시절 무장에게 주로 드러나는 단점인데, 한두 차례의 회전으로 승부를 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원자로 등장한 저 남자가 그 단점을 메워 버렸다,
12시 마력석 채집장을 치겠다는 생각은 알렉산드로스가 했을 테고, 1시 앞 다리를 장악하겠다는 판단은 저 남자가 했음이 틀림없었다.
12시 공격은 막았지만, 1시 앞 다리를 장악당한 것이 컸다.
저 남자가 지휘하는 드워프는 그 지점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적이 양방향에서 몰려와도 물러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투석기를 집중 포격한 센스.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길 수 있었다.’
나폴레옹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 남자도 이쪽을 바라보았다.
“좋은 승부였소. 기대했던 대로 재미있군.”
“동감입니다만 진 쪽은 기분이 복잡해지죠.”
“하하, 하긴 나라도 그렇겠구려.”
나폴레옹의 장난 섞인 투정에 남자는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는 별로 유쾌하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이봐!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다음 서열전을 계속하자고!”
신경질을 내는 알렉산드로스.
이겼음에도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까부터 나폴레옹 측은 마력을 서열전 단체전의 최저치인 2만씩만 배팅하고 있었던 것이다.
1, 2차전은 10만씩 최대 배팅을 했지만, 그 뒤로는 최저 배팅을 유지하며 끝없는 장기전을 반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단단히 준비하고 나타난 알렉산드로스와 저 남자의 협력을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
나폴레옹은 알렉산드로스 측이 지칠 때까지 계속 싸울 요량으로 최저 배팅으로 싸웠다.
알렉산드로스도 어디 한 번 누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나 해보자며 오기로 계속 도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폴레옹이 기다렸던 것이 왔다.
서열 4위의 악마군주 파이몬이 별안간 전장에 나타난 것이다.
악마군주 파이몬은 알렉산드로스의 지원자로 온 저 남자의 악마군주였다.
“응? 무슨 일이오?”
남자는 자신의 악마군주가 나타나자 의아함을 표했다.
-가미진과 그레모리의 서열전이 방금 끝났다.
그 말에 모든 계약자와 악마군주의 시선이 파이몬에게 쏠렸다.
-서열 5위의 악마군주는 이제 가미진이 아니다.
“한니발이 졌다고?”
알렉산드로스가 놀라움을 표했다. 한니발은 그도 인정하는 강자였던 까닭이다.
“전적이 어떻게 됩니까?”
나폴레옹이 물었다.
-7번을 싸워서 2번을 이기고 5번을 졌다고 하더군.
모두가 놀라는 와중에 파이몬의 말이 이어졌다.
-단체전이 아니었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알렉산드로스를 돕던 남자는 안색이 변했다.
“일대일로 한니발을 압도해? 그럼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서열전 단체전으로 도전을 해온다면 피도전자에게 사흘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단체전이 아닌 그냥 일대일 서열전 방식의 도전이라면, 피도전자에게는 여유 시간 따위는 없다.
이신이 언제 도전할지 모르니, 남자로서는 냉큼 돌아가 준비해야 했다.
“오늘은 즐거웠소. 미안하지만 난 이만 돌아가야겠군!”
남자는 악마군주 파이몬과 함께 전장을 훌쩍 떠나버렸다.
알렉산드로스의 지원자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나폴레옹은 미소를 지었다.
“계속 할 텐가?”
“이걸 기다렸구나. 약아빠진 놈.”
“그 친구가 이길 줄 알았지.”
나폴레옹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치사한 게 누군데? 내가 저 사람의 팬이라는 걸 알면서 지원자로 불렀겠지?”
알렉산드로스는 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신경질을 내며 전장을 떠나버렸고, 결국 악마군주 바알이 도전을 포기하면서 서열전이 종료되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와 계약자 나폴레옹은 서열 1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오늘 승부의 결과는 2승 4패.
3연패를 하던 와중에 중단된 터라 나폴레옹으로서는 한숨 돌린 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