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2
542화 스웜(2)
3차전을 패배로 끝마친 테무친의 고심은 깊어졌다.
‘투석기를 전진시키는 솜씨가 나폴레옹과 비교해도 손색없구나.’
투석기 일부를 조립해 적의 공격을 막고, 그 사이에 또 다른 투석기 일부를 약간 앞에 배치해 조립한다.
그렇게 계속 투석기를 일부씩 전진 배치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수법은 휴먼의 정석이었다.
느린 전진이긴 하지만, 이 전진이 적의 진영까지 도달하면 승부나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막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투석기가 일부만 조립되어 있을 때 일거에 덮쳐서 격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3차전에서 테무친은 이신에게 이미 타격을 받아 군세가 약해졌던 터라 그럴 여력이 없었다.
‘역시 나의 패인은 똑같다.’
과감하게 들이받아서 이신의 병력을 소모시키지 못한 것.
2, 3차전 모두 이신이 전력을 보존한 채 테무친의 진영까지 전진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승패가 갈렸다.
2연패의 수렁에 빠졌지만 테무친은 침착하게 심기일전했다.
‘절대로 병력을 온전히 보존한 채 내 진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겠다.’
병력 소모.
테무친은 그렇게 콘셉트를 새로이 잡았다.
4차전에서 테무친은 지금까지와 달리 오크 전사를 소환했다.
오크 전사로 한 번 이신을 압박해 방어에 마력을 쓰게 만들었다.
초반부터 이신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고 강하게 압박하기로 한 것이다.
그 뒤에도 오크 전사는 계속 1명씩 꾸준히 소환했다.
그렇게 모인 오크 전사 부대가 계속 이신을 압박했으므로, 이신도 석궁병을 모아야 했다.
오크 전사 다음으로 소환한 병과는 오크궁기병.
테무친의 선택은 오크 전사와 오크궁기병이라는 다소 의외의 조합이었다.
근접과 원거리의 조화라면 오크 전사보다 오크창기병이 기동성에서 훨씬 나을 텐데, 테무친은 오크의 정석과도 같은 조합을 거부했다.
이에 맞서서 이신은 2차전 때와 같이 석궁병과 기사의 조합을 꺼내들었다.
석궁병으로 오크궁기병의 스웜 전술을 막아내며, 기사가 근접전을 감당한다는 구성이었다.
거기에 투석기도 4기까지 갖춰지자 이신은 또다시 진격을 개시했다.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서 당당히 전진하는 이신의 군대.
투석기를 2기씩 전진 배치하며 군대는 천천히 나아갔다.
2기가 조립되면 다른 2기가 전진한다.
전진한 2기가 조립되면 뒤에 있던 2기가 분해되어서 또 전진한다.
상대방의 진영에 도달하기 전에 테무친이 덮칠 것을 알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하며 움직이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테무친은 곧장 이신을 덮쳤다.
이신이 자기 진영에 도달하기 전에 쳐서 병력을 소모시킬 작정이었으므로, 망설임이 전혀 없었다.
“취이익! 죽여라!”
“다 죽인다, 취익!”
오크 전사를 앞세워서 공격!
이번에는 활을 쏘고 바로 뒤로 빼는 전술적 행동은 없었다.
오크궁기병들은 바짝 붙어서 석궁병들과 치열하게 싸웠다.
오크 전사들은 투석기의 바위와 석궁병의 볼트, 기사의 돌격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처절한 역할을 맡았다.
이신은 침착하게 컨트롤했다.
오크궁기병들의 기세가 무섭지만 우선 처리해야 할 것은 근접한 오크 전사라는 것을 잘 캐치했다.
석궁병들을 순간적으로 셋으로 분류하여서 3점사로 오크 전사들을 빠르게 정리!
쉬쉬쉭―
“취이익!”
“취익!”
오크 전사들이 전멸하자 테무친은 그제야 오크궁기병들을 후퇴시켰다.
양측 모두 피해가 있었다.
이신은 석궁병들이 많이 죽었지만 기사와 투석기가 무사했고, 테무친은 오크 전사가 전멸했지만 오크궁기병이 무사했다.
하지만 이신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역시 잘 싸우는군.’
테무친은 1, 2, 3차전과 달라진 테무친의 새로운 병과 조합이 썩 달갑지 않았다.
기동성을 중시했던 오크궁기병·오크창기병의 조합이었다면 차라리 싸우기 편했을 것이다.
상대가 얼마나 빠르건, 순간적으로 타이밍만 잘 맞춰서 대응하면 전투는 문제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오크 전사를 먼저 앞세워서 방패막이로 던져주고는 오크궁기병으로 이신의 병력을 깎았다.
오크 전사만 소모하고는 후퇴.
값비싼 오크궁기병은 그대로 손실 없이 보존했고, 상대적으로 값싸고 맷집 좋은 오크 전사만 재물로 바쳤다.
오크 전사만 다시 충원하면 다시 조합이 갖춰지므로, 병력 소모전을 펼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조합이었다.
‘세련된 소모전을 펼치기 시작했군.’
마치 게임에서 신족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았다.
광신도와 거신병기로 공격하고, 방패막이였던 광신도만 소모한 뒤에 빠지는 세련된 물량전. 광신도는 얼마든지 충원시킬 수 있으므로 무한정 반복해서 싸울 수 있다.
테무친이 그 같은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였다.
아니나 다를까.
테무친은 오크 전사를 다시 충원하여서 공격을 펼쳤다.
‘후퇴.’
이신의 결단 역시 빨랐다.
또 한 번 싸워서 병력을 소모하면 병과 조합이 깨져서 투석기를 지키기 힘들어진다. 그 전에 후퇴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후퇴하면서도 싸워야 했다. 말 타고 달리는 오크궁기병을 따돌릴 수 없었으니까.
또다시 오크 전사를 방패막이로 던져주며 소모전!
그 뒤에도 오크궁기병이 후퇴하는 이신의 병력의 꽁무니를 쫓으며 스웜 전술을 연달아 펼쳤다.
테무친의 집요한 추격에 이신은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도망치는 적을 쫓을 때만큼 오크궁기병이 위력을 발휘할 때가 없었다.
추격을 뿌리치기 위하여 석궁병을 모두 재물로 희생시켜야 했고, 그 덕에 투석기 3기와 기사들을 무사히 본진까지 복귀시켰다.
하지만 싸움에서 이기고 기가 오른 테무친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는 테무친.
무리한 확장일 수 있었으나, 설령 공격받더라도 철수시키면 그만이었다.
천막으로 된 건물을 분해하여 옮길 수 있는 오크의 강점이었다.
건물을 걷어서 철수시켰다가 다른 곳에 또 펼쳐도 되고, 적을 물리친 뒤에 그 자리에 다시 복구시켜도 된다.
이신은 노예 1명을 우회 정찰시켜서 테무친의 확장 시도를 모두 체크했다.
‘안 되겠다. 마력석 채집장을 적어도 1곳 이상은 밀어야 한다.’
저 마력석 채집장들이 모두 가동되면 마력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진다.
‘다시 타이밍을 잡자.’
그 전에 타이밍을 노리고 다시 일찍 치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하여 이신은 다소 강수를 두었다.
병영을 늘려 지은 것.
여러 채로 늘어난 병영에서 석궁병은 물론 방패병과 장창병도 소환되었다.
석궁병 7할에 방패병과 장창병을 1.5할씩 섞은 조합이었다.
공격 타이밍을 앞당기기 위하여 빨리 많이 모을 수 있는 병영 병력을 택한 것.
거기에 기사와 투석기도 차근히 1기씩 늘려줘야 했으므로, 이신은 그야말로 없는 마력을 쥐어짜야 했다.
이신의 자원 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타이밍이 되자 이신이 다시금 전 병력을 끌고 치고 나왔다.
석궁병, 방패병, 장창병, 기사, 투석기!
보다 다채로워진 구성에 테무친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테무친 또한 그동안 확장만 하며 놀고 있지는 않았다.
오크궁기병과 오크 전사의 조합에 오크창기병도 더해졌다.
테무친은 진격해오는 이신의 병력을 향해 다시 거침없이 부딪쳤다.
그야말로 종합예술이었다.
투석기가 조립되는 사이에 석궁병이 오크 전사를 공격했다.
방패병과 장창병도 접근하는 오크 전사들을 가로막았다.
그러는 동안 기사들이 우회하여 오크궁기병을 노렸다.
그야말로 일사불란한 이신의 행위 예술이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테무친 역시 사상 최고의 정복자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방패막이로 던져준 오크 전사들은 방패병과 장창병에게 붙지 않고 적절히 뒷걸음질을 치며 싸움을 피했다. 오크 전사들의 역할은 싸움이 아닌 방패막이였기 때문이다.
오크궁기병들도 기사단의 우회 돌격을 피해 역시나 우회하며 사과를 돌려 깎듯이 석궁병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오크창기병들도 같은 방향으로 휘돌며 후방에서 조립 중이던 투석기를 향해 돌진했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는 테무친이 택한 전술이 이신의 전술보다 우세했다.
특히나 기사단의 돌격을 피해 다니며 무의미하게 만든 판단이 절묘했다.
오크창기병이 투석기에게 돌격하자 이신에게 위기가 닥쳤다.
투석기를 잃으면 휴먼의 군세는 힘을 잃기 때문.
하지만 그 순간 이신은 역발상을 했다.
서로 선택한 전술에서 자신이 졌다고 곧장 직감한 이신.
‘졌군.’
이길 각이 나오지 않자 이신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전술을 바꿨다.
이신은 투석기를 놔두고 나머지 병력을 좌우로 펼쳤다.
투석기가 적 앞에 노출된 상황.
이신은 놀랍게도 소중한 투석기를 미끼로 내던지고 나머지 병력으로 그물을 치는 길을 택했다.
곧바로 변경된 이신의 전술은 테무친도 목격했다.
‘훌륭하다!’
다 이긴 전투가 갑자기 위험천만한 장면으로 바뀌었다.
투석기라는 미끼를 물면 병력 전체가 포위당해 큰 피해를 입게 생겼다.
순간적으로 저런 판단을 해내다니!
그리고 그걸 곧바로 구현시키는 엄청난 용병술!
등골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적의 역량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살면서 몇 번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좋다, 이신. 미끼를 물어주겠다!’
테무친은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남자였다.
투석기를 없애는 것이 자신의 마력석 채집장들을 지키는 최선의 판단이라는 걸 알았다.
테무친의 병력이 맹렬하게 미끼를 물었다.
거침없는 전 병력 돌진이 파도처럼 투석기들을 집어삼켰다.
물론 그 대가가 컸다.
투석기들도 파괴되기 직전가지 계속 바위를 쏘았고, 오크궁기병들은 기사단의 돌격을 옆구리에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거기에 이존효가 이끄는 장창병들도 날뛰었다.
하지만 망설임 없는 테무친의 결단이 그의 병력을 살렸다.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달려든 덕에 생각보다 빨리 투석기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즉시 포위를 뚫고 달아나서 괴멸을 면할 수 있었다.
전술적으로 이신의 승리였지만, 전략적으로는 테무친의 승리였다.
핵심은 투석기였던 것이다.
다른 병력이야 소모전이 계속되면 쓸려나간다.
하지만 투석기가 자리 잡고 바위를 쏘기 시작하면, 그걸 걷어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테무친은 다행히 피해를 감수하고 투석기를 제거함으로서 위기를 넘긴 것이다.
그렇다고 투석기를 미끼로 던져버린 이신의 판단도 잘못된 게 아니었다.
어차피 질 것 같았던 싸움을 그나마 승리로 장식한 게 다행이었다.
남은 병력이 쾌속으로 진격하여서 끝내 테무친의 마력석 채집장 1곳을 파괴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국면은 테무친의 우세였다.
타이밍을 잡고 공격을 펼치는 데 역량을 소모한 이신과 확장을 펼친 테무친은 상황이 전혀 달랐으니까.
테무친은 승기를 잡자 이신에게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경계심이었다.
1번째는 잘 막았지만, 2번째는 심시티 방어가 무너지는 바람에 노예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어지는 3번째 공세에 이신은 휘청거렸다.
테무친도 병력을 쥐어짜다시피 해서 4번째 공격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
거기서 이신은 패배를 선언했다.
승부가 2승 2패로 원점에 돌아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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