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정상(1)
6차전도 패배하여서 2승 4패로 서열이 역전되기 직전에 몰렸을 때, 테무친은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있었다.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였다니.’
테무친은 탄식했다.
방금 전의 6차전은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테무친이 불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신이 언제 공격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에 맞설 수 있는 군대를 갖춰놓은 상태였다.
전력이 서로 비슷하니 승패는 전투에서 누가 더 잘 싸우느냐로 결정 난다.
그런데 이신이 더 잘 싸운 것이다.
‘맞서 싸워서는 정녕 답이 없는 건가?’
유목민족의 위대한 칸.
테무친은 온 생을 통틀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같은 전력으로 싸워서 이길 수가 없는 상대라니?
얼마 안 되는 병력으로 세계를 정복했던 몽골 제국의 칸이 겪을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다양한 병과를 시기 적절히 활용하며 병력을 전후좌우로 마음대로 조종하는 이신의 용병술!
테무친이 알고 있는 갖은 수단을 다 써도 당해내기 어려웠다.
‘이건 하루 이틀 준비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구나.’
왜 한니발도 프리드리히 2세도 이신에게 패한 뒤에 훈련에 들어갔는지 깨달았다.
이신이 구사하는 고난이도의 용병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이신처럼 병력을 조종할 수 없으면 백 번을 더 싸워도 이기기 어렵다는 걸 그들은 느낀 것이다.
‘지휘관으로서의 용병술이 아닌, 계약자다운 용병술인가.’
테무친은 이신이 가히 마계 서열전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음을 느꼈다.
군사학적인 용병술이 아닌, 병력 하나하나를 다 수족처럼 조종할 수 있는 계약자이기에 펼칠 수 있는 용병술!
자기 군대를 긴 세월 공들여 훈련시킨 군사학적 용병술의 대가 프리드리히 2세도 결국 계약자가 된 지 2년밖에 안 된 이신의 새로운 개념에 무릎을 꿇었다.
‘이번 서열전이 끝나면 나도 돌아가 훈련에 매진해야겠군.’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뒤쳐질 수 있었다.
테무친은 이미 심정적으로 이번 대결의 패배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7차전이 남아 있었다.
서열이 역전되지 않은 한 계속 상대의 도전을 받아야 한다. 설령 싸우기 싫더라도 말이다. 그것이 보다 높은 서열에 있는 피도전자의 숙명이었다.
‘그렇다고 나 테무친은 자포자기를 하듯이 마구잡이로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
테무친은 7차전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이신은 5, 6차전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타이밍을 잡고서 치고 나오는 전략.
그 타이밍을 무슨 수로 막느냐가 테무친에게 내려진 지상과제였다.
‘정면에서 맞서지 말고 우회 전략을 써보자.’
테무친의 판단은 빈집털이였다.
이신이 군세를 끌고 진격하자, 테무친은 우회하여서 텅 빈 그의 진영을 노렸다.
이신이 이를 막기 위해 회군하면 그만큼 시간을 더 벌게 되는 것이다.
테무친이 생각하기로, 피차 병력의 규모가 커지면 이신의 용병술도 위력이 감소했다.
병력이 더 소환되어서 덩치가 커지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신도 그래서 더 커지기 전에 승부를 낼 작정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신은 이미 테무친의 그런 우회 전략을 상정하고서 방어를 해놓은 상태였다.
앞마당은 이미 심시티로 철저히 방비해놓았고, 추가로 기사들이 소환되었다.
테무친이 앞마당으로 공격해 들어오면, 좁은 공간에서 기사들의 돌격을 맞이해야 할 터였다.
그렇게 테무친이 이신의 진영을 공략하려고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이신의 군대는 아까보다 더 빠르게 테무친의 앞마당 앞에 이르렀다.
상황이 그리되자 테무친도 판단을 돌이키기가 어려워졌다.
‘공격!’
테무친은 이신의 앞마당을 총공격했다.
이신도 테무친의 앞마당을 공격했다.
서로의 진영을 맞바꾸는 전쟁을 택한 것이다.
누가 먼저 무너지느냐의 싸움!
유리한 쪽은 단연 이신이었다.
휴먼은 오크보다 훨씬 수비에 최적화되어 있었으니까.
이신은 질기게 버텼고, 반면 테무친의 진영은 투석기와 함께 총공세를 펼치는 이신에게 급속도로 무너졌다.
건물을 해체하여 옮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오크였으나, 건물의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었던 것.
겉보기에는 아슬아슬했지만, 철저히 이신의 계산대로의 승부였다.
[악마군주 발라파르님의 계약자 보르지긴 테무친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력 총량 3,403,966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3위가 되셨습니다.] [마력 총량 3,285,300으로 악마군주 발라파르님께서 서열 4위가 되셨습니다.]오랜 세월 동안 서열 10위 이내에 새로운 악마군주가 진입한 사례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최하위에서 시작하여서 서열 3위에 이른 극단적인 성공사례는 전무후무한 사태였다.
한때 악마군주의 지위조차 유지하기 버거울 지경이었던 그레모리는 새로운 계약자 이신을 만나 마계의 역사를 바꿨다.
“도전을 원하나?”
마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둔 그레모리는 아직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침착하게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악마군주 발라파르는 몹시 심기가 불편해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레모리는 개의치 않고 제의했다.
“마력은 동일하게 5만을 걸고, 전장은 제10전장 헤셀로 하겠다.”
이에 발라파르 대신 테무친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상가상으로 헤셀이라니, 도저히 못 이기겠소.”
제10전장 헤셀은 휴먼이 강세를 발휘하는 전장이었다.
얼마나 강세냐 하면, 대표적으로 나폴레옹이 알렉산드로스를 상대로 재미를 보는 곳일 정도였다.
지형이 복잡하고 언덕이 많아 투석기의 긴 사거리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매우 많았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휴먼이 드워프를 상대로도 유리하다.
대포는 언덕 너머로 쏠 수는 없지만, 투석기는 바위를 포물선으로 쏘기 때문에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
오크로서는 기마군단을 몰고 다니다가 예상치 못하게 바위 세례를 얻어맞는다.
“좋은 경험을 했네. 패배는 아프지만 영원한 패배가 아님을 알기에 참고 견딜 생각이네.”
테무친은 이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전장에서 뵐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대가 정상에 등극하는 모습을 어서 보고 싶군.”
“그렇습니까?”
“나도 오랫동안 고착되었던 지금의 판도가 지겨웠거든. 자네가 1위에 올라서면 마계가 변할 거야. 이미 변화의 징조는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지만.”
테무친은 계속 말했다.
“항우를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얼마 전부터 악마군주 아미와 계약자 항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네.”
항우는 자타공인의 최고의 용맹이 강점이었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지옥에서 형벌을 받다가 사도로 발탁된 이사가 참모로 붙어 있었다.
항우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서열을 올릴 수 있는 기량이 갖춰져 있었다.
“그는 자네와 여러 차례 부딪쳐보았지.”
“예.”
서열전에서 이신에게 쓰러진 많은 계약자 중 하나였고, 72악마군주의 축제 때도 알렉산드로스의 휘하에서 이신에게 대적했었다.
“그때 자네를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연구 끝내 새로운 방식을 발견한 모양일세.”
“새로운 방식이요?”
“어떤 방식인지는 항우의 휘하에서 싸워보았던 오크창기병에게서 들었네. 자기의 몸이 멋대로 조종되었다더군.”
“그건 계약자의 지휘를 받는 병사들에게 다 있는 현상 아닙니까?”
“하지만 말 타는 법과 창술까지 조종 받지는 않지.”
“아……!”
이신은 비로소 테무친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항우는 자기 휘하의 오크창기병을 생각으로 조종한 것이다.
마치 빙의를 한 것처럼 말이다.
군대를 뜻대로 조종하는 계약자의 권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수법!
굳이 사도에 스스로 빙의하지 않아도 오크창기병을 잘 싸우게 만들 수 있으니,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는 직접 싸워본 이신이 잘 알았다.
질 드 레, 이존효, 서영 셋이서 달려들었는데도 항우 하나를 못 이겼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겠군요.”
“거기다가 이제는 옛날과 달리 상당히 현명하고 신중해진 모양일세. 아마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오지 않을까 싶네.”
아마 참모인 이사의 말에 보다 귀를 기울이게 된 모양이었다.
지금껏 최상위권에 득세하던 전략가형 계약자가 아닌, 항우 같은 무투파 계약자가 강세를 띠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그건 정말로…….”
이신은 상상해보았다.
오크창기병을 아무나 조종하여 자신의 분신처럼 싸우게 할 수 있으며, 이사의 진언에 보다 귀를 기울이는 신중한 항우를.
정말 살 떨리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건 이신의 컨트롤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형태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신은,
“…정말 재미있겠군요.”
몹시 흥미진진한 눈빛이 되었다.
프로게이머로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타입의 상대.
이신은 어서 자신의 스타일이 완성된 항우와 겨뤄보고 싶었다.
테무친은 그런 이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
“역시 그런 반응을 할 줄 알았네. 무서운 상대를 앞두고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군.”
“재미있으니까요.”
“재미라…….”
테무친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옳네. 나도 이제 더 재미있어지려고 하네.”
그렇게 테무친은 악마군주 발라파르와 함께 떠났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셨나요?”
어느새 악마군주 그레모리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상냥한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승리의 기쁨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뭐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
이신은 잠시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저로 인해 계약자들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머, 그건…….”
우려스러워하는 그레모리와 달리 이신은 밝게 말했다.
“예, 흥미진진한 일이죠.”
악마가 마력을 탐하듯 승부욕에 미친 이신이었다.
* * *
한신은 왜 알렉산드로스가 자신에게 모의전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이신과 나폴레옹 두 숙적을 꺾기 위한 훈련일 텐데, 왜 주 종족이 엘프인 자신이란 말인가?
하지만 모의전을 펼쳐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셋!’
알렉산드로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키에엑!”
“키엑!”
마룡들이 일제히 화염을 뿜었다.
화르르르!!
“으악!”
“윽!”
“악!”
엘프 슈터 셋이 불길에 휩싸여 즉사했다.
마룡들은 무리 지어 비행하며 정확히 알렉산드로스가 타깃으로 지정한 셋을 집중 공격한 것이다.
이는 이신의 그리핀 편대를 보고서 영감을 받아 수련한 알렉산드로스의 마룡 편대 운용술이었다.
한 번에 둘 혹은 셋을 단번에 죽일 수 있도록 화력을 집중하는 수법.
그것을 수련하기 위해 한신을 초청했다.
엘프 슈터는 석궁병보다 더 빠르다.
하지만 상대가 이신의 석궁병 부대라고 생각한다면, 한신의 엘프 슈터 부대쯤은 되어야 연습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알렉산드로스의 마룡 편대 운용에 한신도 최선을 다해 맞섰지만 계속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물론 연습을 위해 상대가 원하는 대로 싸워준 탓도 있으나, 알렉산드로스의 마룡 편대 운용술이 강력한 까닭이 컸다.
‘정말 갈고 닦았구나.’
한신은 알렉산드로스와 모의전을 치러보면서 느꼈다.
이참에 알렉산드로스가 진정으로 최고의 자리를 탈환하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
‘과연 이신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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