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121)
작은 세계수 (4)
언제나와 같았다.
아직 완전히 손질되지 않은 창대.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벽과 솟구쳐 들어오는 화마.
[HP가 9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HP가 93%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끝없이 밀고 들어오는 화마 속에서 현수는 온몸으로 화염을 등지고 창대를 감쌌다.
지금 현수는 자신의 몸보다도 완성될 창을 지키고 있었다.
화마가 그 창대마저 집어삼키려 할 때.
쿠우우웅-
등 뒤에 아이기스를 내리꽂음으로써 그 화마를 버텨 낸다.
작은 세계수의 화마는 뜨겁고 거칠었다.
누구든 이 상황이라면 제작이 아닌 도망칠 궁리. 피할 생각, 살아남을 방법을 떠올릴 거다.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현수는 알았기에.
‘멈추지 않는다.’
신들린 듯 움직이는 그의 손. 깎아진 창대를 연마한다.
비로소 창대와 창극을 연결한다.
철컥-
그래, 이 창이 완성될 수 있었던 이유.
[부러질지언정.]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돌파구를 찾아내셨습니다.] [완성된 아티팩트의 효과가 5% 더 뛰어나집니다.]그의 꺾이지 않는 완성시키고자 하는 의지 덕분이었다.
[네 번째 전설이 쓰여집니다.]광폭한 힘이 창에서 느껴진다.
푸른 빛깔을 띠는 은은한 창을 쥐고 부서진 벽 너머를 지난다.
그 순간 창이 가진 이펙트 효과가 번진다.
솨아아아아아-
대지와 맞부딪쳐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의 선율.
[30초 후 작은 세계수가 첫 번째 폭발 위력의 10배와 맞먹는 폭발을 일으킵니다.]앞으로 나선 현수를 판과 귀족, 모든 기사들이 눈에 담는다.
두려움 가득한 표정의 그들.
그리고 판은 그의 손에 쥐어진 그 창이 특이하다고 여겼다.
대부분의 창은 창극이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한데, 저 창은 세 개의 창극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세 개의 창극 중 중앙에 적힌 현(現)이란 글자를 먼저 읽는다.
그다음 창대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창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삼지창……?’
그는 알 수 없다.
단지, 느낄 뿐이다.
[작은 세계수가 위험을 감지합니다.] [위험을 발현하는 한 사람에게 화염을 폭주시킵니다.]쿠화아아아앙-
소용돌이치는 화염이 폭발하며 현수에게 뻗어진다.
태워질 것이다.
뼛가루만 남아.
그 순간 현수가 그 창을 앞에 힘껏 내리찍었다.
잔잔했던 파도의 선율이 뒤바뀐다.
[격랑]등 뒤에서 거대한 파도가 뻗어 나가며 작은 세계수에게서 솟구치던 화염을 막아선다.
쿠르르르르르-
화(火)와 수(水).
두 개의 속성이 힘겨루기를 펼친다. 그리고 승자는 수(水)였다.
토해지는 화염을 집어삼킨 해일.
그 거대한 해일 타고 현수가 나아간다.
[네 번째 전설은 한 신에 의한 영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공격의 실패에 분노한 작은 세계수가 사방팔방으로 화염을 분출한다.
푸화아아아악-
그 순간.
현수가 창을 휘둘렀다.
[그 신은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며, 그의 세상에 깃든 존재입니다.] [바다를 다스리며 세 명의 절대신 중 한 명으로 알려지는 그 신의 이름.]그 순간.
푸화아아아악-
이번엔 사방팔방에서 거대한 파도가 쏟아졌다.
격랑하는 그 파도가 폭우가 내린 하수도처럼 정원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파도를 타고 달리는 현수의 눈이 매처럼 좁아진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입니다.]사실 현수는 느끼고 있었다.
‘너도 원치 않는 거지?’
작은 세계수는 이들의 죽음을 원치 않고 있다.
돌발 퀘스트를 준 자는 작은 세계수다.
그런데도 놈은 기이할 정도로 폭주한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와 같다.
작은 세계수는 자극받으면 타올라야 했고 공격받으면 분노를 터뜨려야 했다.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솨아아아아-
메마른 가지가 흔들리는 작은 세계수.
그를 보며 나아가는 현수는 이윽고 자신에게 집중되는 힘을 느꼈다.
[5초 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납니다.]현수는 직감했다.
저 폭발이 일어난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죽는다.
파도 위에 올라타 격랑하여 나아가는 현수에게로 쉴 새 없이 강한 불덩이가 강타한다.
파아앙
퍼어엉
퍼퍼퍼퍼퍼펑-!
그 무수한 피해와 데미지 속에서도 현수는 멈추지 아니했다.
그리고 그의 창의 주변에서 만들어진 다섯 개의 파도.
하늘 위에서 서로 부딪쳐 부서지는 다섯 개의 파도가 현수의 창에 깃든다.
쏴아아아아아-
[4초 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납니다.]삐이이이-
붉게 달아오른 주전자처럼 작은 세계수가 붉어진다.
[3초 후……]그보다 먼저 그 앞에 당도한 현수가 작은 세계수 앞에 그 창을 힘껏 꽂았다.
그 순간.
다섯 개의 현수의 창에 깃들었던 파도.
[2초 후……]그 파도들이 동시에 다섯 곳에서 작은 세계수를 집어삼켰다.
콰르르르르르륵-
[1초 후……]그리고 마침내.
[작은 세계수의 분노가 진정됩니다.]현수가 안도했다.
그리고 안도하는 그는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았다.
솨아아아아아-
작은 세계수에서 뿜어지던 화염은 다시 녀석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반대로 격랑하던 파도는 어느새 잠잠해진다.
현수가 자신이 쥔 창을 뽑았다가 다시 한번 내리친 순간.
어항 속에 물을 부은 것처럼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자 그를 빨아들이려는 세계수의 힘이 느껴진다.
비로소, 작은 세계수를 중심으로 하나의 영구적인 바다가 생성되었다.
촤아아아아-
다시 펼쳐지는 파도의 선율.
그리고 현수는 느꼈다.
작은 세계수의 가지가 보이지 않게 흔들리는 것 같다.
마치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데, 현수는 전혀 다른 걸 느꼈다.
메말라 가던 자신을 살려 줘서가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고맙다고 하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정원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작은 세계수가 되살아납니다.]지금 모습은 말 그대로 바다가 작은 세계수의 중앙까지를 뒤덮고 있던 모습이었다.
당연하게도 귀족과 기사들, 판도 물 위에 두둥실 떠 있었다. 한데 빠른 속도로 그 물이 줄어든다.
그 물이 줄어들고 작은 세계수의 주변으로 흙이 만들어진다.
흙이 차오르자 이번엔 수천 개의 줄기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뻗어진다.
그 줄기는 고작 10초의 순간 씨앗이 발아하며 그 형상을 갖추고 나아가 자라기 시작하여 온전한 하나의 숲을 만들어 낸다.
[작은 세계수가 완전한 모습을 되찾습니다.]완전한 모습을 되찾았다는 작은 세계수. 어느새 물이 줄어듦으로써 모든 이들이 정원에 서 있게 되었다.
판은 주변을 둘러봤다.
정원의 절반은 바다.
절반은 작은 세계수를 중심으로 하나의 섬을 이룬 것 같다.
현수가 가장 놀란 것은 이것이었다.
[작은 세계수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열매를 맺습니다.] [대표적인 열매에 대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판은 영롱함에 빠졌다.
광활한 작은 세계수에 달려 있는 무수히 많은 열매 중 하나.
벼의 모양을 띠고 있는 그것.
고작 열 개의 벼알만이 있는 그것을 본 순간 판은 주저앉고야 말았다.
[열 개의 벼알이 있는 열매입니다.] [벼알을 땅에 뿌리면 어떠한 척박한 땅에서도 풍성한 곡식이 열릴 것입니다.]판은 부정해 왔다.
벤이 말했던 전설의 열매를.
그때. 그를 보는 현수가 말했다.
“제가 본 벤이란 전하는 이런 사람입니다.”
판이 그와 눈을 마주한다.
작게 웃는 현수가 하는 말.
그 말과 상반되게 자신들이 생각했던 벤에 대한 모습.
“오로지 백성을.”
괴팍하고 모진 성격.
“백성의.”
치매에 걸리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
“백성을 위한 왕.”
추억과 망상에 사로잡힌 노인.
“그것이 벤 전하로더군요.”
“…….”
그 자리의 귀족들, 기사들은 모두 말문을 잃었다.
추억과 망상에 사로잡힌 왕이라고 생각했었다.
한데, 저 곡식이 이제 백성들의 배고픔을 덜어줄 것이다.
“크흐흐흐흐흐흑.”
그 자리의 많은 귀족과 기사들이 슬피 운다.
왕의 바람과 명을 거역하고 작은 세계수를 망가트리려 한 죄.
그를 치매가 걸렸다고 생각해 왔던 죄.
그 모든 죄를 달게 받겠노라 그들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벤이 들어섰다.
설명은 필요 없었다.
이미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온 벤은 못난 신하들을 눈에 담는다.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그러나 끝이었다.
너희들을 쳐 죽이겠다.
목을 베겠다.
삼족을 멸하겠다란 말은 없었다. 물론 죄를 달게 받게 할 것이나 그들도 결국 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바.
그리고 현수는 가슴 두근거림을 느꼈다.
작은 세계수에서 환한 빛이 맺어졌다.
[돌발 퀘스트: 작은 세계수의 분노 완료] [분노를 잠재우고 나아가 작은 세계수를 되살리셨습니다.] [경이적인 성과로 완료하셨습니다.]환한 빛에서 장작처럼 생긴 재료가 현수의 앞에 내려섰다.
[최상급 작은 세계수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는 작은 세계수에서 얻을 수 있는 1%의 가장 귀한 재료입니다.]기존에는 중급의 작은 세계수를 얻기로 되어 있던 바.
하지만 최상급으로 바뀌었다.
벤이 그 옆에서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구나, 작은 세계수도 결국 나무다. 나무를 패면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시간이 흘러 그것이 다시 회복되어 얻는 것이 반복되는.”
벤 역시 이런 것은 처음 본다.
“한데, 지금 작은 세계수는 스스로가 재료를 내밀었구나.”
그 진실을 현수는 알고 있었다.
아까 전 작은 세계수는 고맙다고 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시들지 않게 해 줘서 같은 게 아니었다.
“작은 세계수도 전하를 아끼는 것 같더군요.”
“…….”
벤은 말문을 잃었다.
물론 추상적인 말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솨아아아아-
바람에 나부끼는 광활한 잎이 그를 대답하는 것 같다.
문득 17살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의 모습이 스친다.
작은 세계수를 데려오고 난 후 단 한 번도 이 녀석을 떠난 적 없다.
때론 곁에서 잠들기도 했고, 때론 물을 주기도 했으며.
때론 신하들에게도 하지 못할 고민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래.
노인과 나무는 서로를 아꼈다.
그리고 현수는…….
‘이 정도면 난 비운의 남주인공 아닐까?’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뭐만 하면 픽픽 기절하는 그런 병을 가진 주인공.
[피로가 누적됩니다.]그러고 보면 현수는 창을 만드는 3일 동안 한숨도 자지 않았다.
또 작은 세계수를 막기 위한 싸움에서 끝없는 긴장감을 느껴 정신적 피로를 느꼈다.
현수의 눈앞이 핑핑 돈다.
“……전 좀 자야겠습니다.”
[상태이상 기절에 빠집니다.]쓰러지는 현수를 벤이 본다.
어느새 다가온 판이 본다.
또 걸어온 귀족들이 보며, 기사들이 그를 부축하며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그들 모두가 일전과 전혀 다른 표정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수는 집중하느라 잊고 있던 알림을 떠올렸다.
‘그건 뭐였지……?’
그 알림은 네 번째 전설 아티팩트를 만든 후 들려왔다.
[당신이 특별한 이름에 다가섭니다.]끝으로 완전히 잠들었다.
***
특별유저관리팀.
김태석과 이지희 사원.
두 사람이 기절한 현수를 놀란 표정으로 보았다.
그들 앞에 이런 알림이 떠 있었다.
[유저 현수가 특별한 이름에 도달해 가고 있습니다.] [총 여섯 개의 전설을 만들어 낼 시 그 이름을 거머쥘 자격을 가집니다.]특별한 이름.
그것은 너무도 숭고하고 아름다운 이름이었다.
또 선택 받는 것도 아니었으며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얻는 이름이다.
태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알림을 받은 이들은 총 11명이다.
그 11명의 유저 중 실제로 이름을 거머쥔 유저는 3명에 불과한 바.
한국 서버인 아스간 서버엔 10대 전설이 존재한다.
이 10대 전설은 오래도록 해당 대륙을 대표하던 자들이다.
검왕 바라드.
창천 벤.
대마법사 루원.
절대방패 페야.
신궁 바네카…….
등등
무수히 많은 이름들. 그 자리엔 공석 역시 존재한다.
“최초다.”
김태석이 실감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세계적으로 처음으로 비전투직 직업군이 10대 전설에 다가선 거야.”
10대 전설은 전설 클래스와는 다르다.
현재로서 가장 궁극적인 힘을 가진 자들을 뜻하는 것.
전설 클래스 보유 유저라고 해도 10대 전설의 발끝도 미치지 못한 자들이 많았다.
문득 이지희는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현이 가지게 될 이름은 뭘까요?”
태석의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10대 전설. 명장 현(現).”
훗날 그에게 새겨질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