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183
제183화
“…난 극독 마가의 대공자요. 이런 짓을 하고도….”
“뭔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 양 가문은 서로 한판 하기 일보 직전인데. 도리어 네 목을 잘라 우리 가문의 암흑기에 꽂아 놓으면 사기 진작에 좋지 않을까?”
싸늘하게 가라앉은 크리스의 눈동자를 본 휴버트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다가 크리스가 피식 웃었다.
“물론, 진짜 죽일 생각까지는 아니니, 너무 겁먹지는 말라고. 칼 하나 겨누었다고 그렇게나 무서워하면 정말 못난이 같잖아.”
“…뭐, 뭐라고?”
“그냥 가두어 놓기만 할 테니 얌전히 따라줘. 네놈은 꽤 쓸모 있는 패로 이용할 수 있어 보이니 말이야.”
“이… 이…! 비겁한…!”
“나, 나쁜 놈인 것 몰랐어? 그러게, 뭘 믿고 대책 없이 날 찾아온 거야?”
크리스는 빈정거리고는 옆에 있던 멜린에게 말했다.
“모시도록. 허튼 생각 않고 쭈욱 편히 쉴 수 있게, 구속구도 단단히 채워놓고.”
크리스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마리, 구속구를 채워놓아 거동이 불편하실 테니, 네가 따로 잘 모셔.”
심증만 있을 뿐이니 다짜고짜 고문하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꼭 육체의 직접적인 고문만 방법인 건 아니었다.
‘티가 나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게 정신 고문이지.’
마리가 그 분야의 전문가였다.
“네가 잘 모시다 보면 혹시 알아? 네 시중에 감동한 휴버트 대공자가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라도 털어놓을지.”
정신 고문으로 휴버트에게 속내를 털어놓게 하라는 이야기였다.
“무, 무슨…! 놓아라!”
휴버트가 외치자, 마리가 청순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호호… 귀여워라. 죽고 싶니? 아니면, 시끄러운 혀 먼저 뽑아줄까?]“!!”
오소소 마리에게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휴버트의 안색이 하얘졌다.
[그러면 이리 오시길. 도련님의 명에 따라, ‘성심성의껏’ 모실 테니, 앞으로 소녀랑 잔뜩 애틋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지요.]그렇게 휴버트는 끌려갔다.
앞으로 감금 내내 마리의 정신 공격을 잔뜩 받게 될 거다.
‘정신력이 강해 보이지는 않으니, 뭔가 털어놓겠지.’
예상치 않은 횡재였다.
그리고 뜻밖의 소득이 더 있었다.
“이건?”
“놈에게서 압수한 소지품들입니다.”
독 시약들과 해독약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다른 물품에 주목했는데, 통신구였다.
‘가문 직통 통신구인가?’
크리스는 이리저리 통신구를 만졌다.
높은 수준의 보안이 걸려 있었지만 크리스가 작정하고 파헤치니 해체할 수 있었다.
크리스는 상대 쪽에 연락하였다.
-휴버트? 무슨 일이냐? 상황이 급한데, 어서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고 뭘 하고 있냐?
이전 한 번 들은 적 있는 익숙한 음성.
극독 마가의 가주인 후암 공작이었다!
“전 휴버트 대공자가 아닙니다. 크리스티앙입니다. 공작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아니, 크리스티앙 대공자? 어떻게 이 통신구를?
당황한 음색이 전해졌다.
일단, 크리스는 휴버트를 구금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휴버트 대공자는 제 방에서 따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공작 전하께 본가와 극독 마가 사이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관해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통신구를 빌렸습니다.”
크리스티앙이 이번 사태를 언급하자, 무거운 기색이 통신구 너머에서 전해졌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 측이 아니라, 고라스 후작의 음모이네. 난 결단코 암흑 마가와의 충돌을 바라지 않아.
“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득 볼 건 고라스 후작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아. 이대로라면, 우린 그대의 가문과 충돌을 피할 수가 없네.
확실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라스 후작은 이 일을 마리사의 책임으로 만들어 두었다.
가만히 두면 무려 일천이 넘는 사람이 죽게 될 테니, 암흑 마가는 후암 공작 측에 죄를 물을 거고, 서로 간에 엄청난 피를 흘리게 될 거다.
오로지 고라스 후작만 웃게 되는 상황.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해결할 테니까요.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고?
“네.”
놀란 음색이 전해졌다.
“단, 미리 드릴 말씀이 있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무엇인가?
크리스는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전에 전하께 제가 했던 이야기, 기억나십니까?”
-이전에 했던 이야기라면….
후암 공작이 돌연 우뚝 침묵했다.
크리스가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린 거다.
“필요시 극독 마가에 피를 흘려도 용서해 달라고 했었지요.”
-…그랬었지.
“다시 묻겠습니다. 제가 극독 마가에 피를 흘려도 용납하시겠습니까?”
한 번쯤 짚어주는 게 좋았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게, 크리스는 이번 일을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커다란 피가 흐르게 될 거다.
-…용납하겠다.
무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종기를 도려내는 데는 아픔이 필요한 법. 극독 마가의 가주로서 부탁하니, 본가의 썩은 면을 도려내는 데 도움을 주도록.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제가 만약 이 사태를 완벽히 해결해 낸다면.”
크리스는 이번 일의 진정한 목적을 이야기했다.
“제가 극독 마가의 정수인 ‘독정(毒井)’을 손에 넣는 데 협조해 주십시오.”
독정.
극독 마가의 힘의 근원이었다.
단순히 독술을 넘어 크리스를 한 단계 위의 존재로 탈바꿈하게 해줄 힘.
통신구 너머로 한참 침묵이 흘렀다.
크리스의 요구에 당황한 거다.
-…독정을 가공한 부산물을 말하는 거겠지?
“아니, ‘원천’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독정이 무엇인지는 알고 하는 이야기인가?
“물론, 당연히 압니다.”
그러니까.
‘독정’은 암흑 마가의 ‘성흑’과 비슷한 거였다.
극독 마가의 마인들을 진정한 독인으로 만들어 주는 힘의 원천.
극독 마가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마인들만 얻을 수 있었다.
“암흑 마가의 성흑과 다르게, 극독 마가의 독정은 자격만 있으면 꼭 혈족이 아니어도 접근할 수 있으니, 명분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겠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나…?!
후암 공작은 버럭 언성을 높였다.
-우리 극독 마가의 독술을 극한으로 익힌 자가 아니면 독정에 발을 담그는 순간, 한 줌의 핏물로 변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이게 성흑과 다르게 독정을 혈족이 아닌 가문 내 다른 이에게도 개방하는 이유였다.
독정을 흡수하는 과정은 지극히 위험했다.
성취도 높아야 하며, 독에 관해 완벽한 자신만의 관념을 완성해 내야만 독정에 녹아내리지 않고 체내에 흡수하는 게 가능했다.
이럴 만한 자격을 가진 이는 몇 년에 한 명도 잘 나오지 않으니 가문 내 혈족이 아닌 이에게도 개방하는 거다.
-절대 안 된다. 우리 극독 마가의 다른 이들이 반대하는 것을 떠나서 그대가 독정에 도전하는 건 자살행위야.
그런데, 크리스가 황당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면 제가 자격을 갖추면 되는 겁니까?”
-…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일평생 독술을 익혀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거늘.
당연한 반응이었다.
수십 년 독술을 익힌 극독 마가의 마인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게 독정이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준비를 끝마친 다음에 도전할 테니까요. 나중에 제가 자격을 갖추면 독정을 얻는 일에 협조 부탁합니다.”
-하.
통신구 너머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반응.
하지만 크리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독정은 앞으로를 위해 꼭 필요해.’
그의 목표는 고작 조금 강한 마왕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바라는 수준은 홀로 마도 제국을 오시할 힘.
그러니까, 암흑 마가의 시조인 암멸의 마왕처럼.
아니, 그 암멸의 마왕조차 뛰어넘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천재라도 단순한 수련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얻어야만 했다.
‘특히 독정은 단순히 독술을 쓰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야.’
성흑이 그의 근본을 완전히 바꾸어 주었던 것처럼, 독정 또한, 그를 또 다른 존재로 탈바꿈하게 해 줄 거다.
무엇보다, 그의 일차적인 목표인 도화경(圖畫境)을 이루는 데 필수 불가결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알겠네. 자네가 독정을 얻는 데 협조하도록 하지.
씁쓸한 음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야. 이대로라면, 독정이고 뭐고 다 끝장일 테니.
고라스 후작의 음모를 파훼하지 못하면, 마리사도 후암 공작도 모두 끝이었다.
마리사는 책임을 물어 죽임당할 거고, 후암 공작은 실각하게 될 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릎 꿇게 되는 건 고라스 후작 쪽이 될 테니.”
크리스는 단단한 음성으로 말했다.
“암흑 마가의 대공자로서 말하건대, 고라스 후작은 감히 본가를 이용해 농간을 부리려 했으니,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 * *
사태를 해결할 본격적인 준비를 하였다.
바로 서쪽 영지로 출발하지는 않았다.
들를 곳이 있었다.
루이나의 도박장이었다.
“고.”
“올인!”
“어허? 지금 장난하나? 속임수 쓰는 것 아니지?”
늘 그렇듯, 크리스는 루이나를 불러내기 위해 신이 나서 도박장을 털어먹었다.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고. 도대체 난 언제까지 이렇게 생고생을 해야 하는 거야?’
크리스는 속으로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다는 마음에 개고생하고는 있지만, 불쑥불쑥 억울한 마음이 치솟아 올랐다.
‘원래 내가 바랐던 건 그냥 금수저 한량 라이프였다고!’
그런 억하심정이 들어서인지, 조금 과하게 털어먹었고, 사업장에 악마가 나타났다는 급보를 들은 루이나가 하얀 안색으로 나타났다.
“오랜만이네?”
“그…그러게 말입니다. 아하하….”
“에반은 잘 지내고 있고?”
“…네, 네. 종종 공자님 이야기 한답니다. 에반 경도 참. 당신 같은 악ㅁ…아니, 분이 뭐가 좋…아, 아니, 호호, 못 들은 이야기로 해주십시오.”
단정한 외모의 미인, 루이나가 응가 씹은 얼굴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으아아! 난 저놈이랑 언제 인연을 끊을 수 있는 거야!’
마치 호환마마라도 마주한 듯한 반응.
단순히 또 도박장을 털어서가 아니다.
이유가 있었다.
‘또 내게 이딴 터무니없는 일을 시키다니!!’
루이나는 크리스가 자신에게 시킨 일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에반 경은 진짜 눈이 삐었지! 뭐, 이 악마가 본심은 사실 착하다고? 이 악마 놈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 받아 빠진 머리가 얼마인데! 탈모가 올 지경이라고!’
한편, 크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이네? 기껏 큰돈을 벌 기회를 물어와 주었는데.”
“그, 그걸 말이라고!!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잖습니까?”
“왜? 골드 크로스 때처럼 고생하는 일은 아니잖아.”
루이나는 가슴이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아니지만, 훨씬 위험하지 않습니까! 이건 극독 마가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게 되는 행위잖아요!!”
처음에는 몰랐다.
그냥 극독 마가를 털어먹자길래 무슨 잔수작을 부리자는 것인지 알았는데.
‘이건 너무 심하잖아!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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