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281
제281화
크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둘의 눈빛이 마주쳤고, 카슈미르의 간절한 진심을 마주한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제게 당신의 영혼을 바치십시오.]갑자기 영혼을 바치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카슈미르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당신께 제 영혼을 바치겠습니다.]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 아닙니까?] [당신께서 제게 해가 될 제안을 할 리 없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카슈미르가 설핏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설사 아니라고 해도, 대공자님의 뜻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미 제 목숨은 당신의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그래.
이미 카슈미르는 크리스에게 자신의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맹세한 지 오래였다.
지금껏 크리스티앙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난 그냥 호구로 부려 먹을 생각으로 도와준 것일 뿐인데.’
카슈미르의 맹목적인 충성에 크리스는 얼떨떨한 얼굴을 하였다.
어쨌든 갑자기 영혼을 바치라고 한 건, 이유가 있었다.
[너의 영혼을 받겠으니.]파앗!
크리스에게서 아까 보았던 장엄한 암흑의 빛이 일렁였다.
크리스의 격이 필멸자를 초월해 ‘엘더’가 되었음을 상징하는 빛.
[넌 내 권속이 되어, 나의 권능을 나누어 받을 것이다.]그렇다.
이제 크리스는 단순히 흑마법으로 상대를 종속시키는 게 아닌, 진정한 의미로 자신의 권속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악마나 성좌가 하는 것처럼.
그 말의 의미는 이러했다.
‘축복’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카슈미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던 거다.
지각이 달라진 건 아니다.
다만, 똑같은 감각을 느껴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체화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오성(悟性)’이 대폭 비약했다.
[제 재능의 일부를 공유했습니다.] [!!]이게 바로 크리스가 내리는 축복이었다.
‘원래 성좌나 악마가 내리는 축복은 권속에게 자신의 특기를 투영하는 거니.’
예를 들어, 에반은 검성(劍星) 축복을 검의 별의 성좌에게서 받았다.
크리스를 상징하는 특징은 단연코 재능.
권속으로 삼은 이에게 자신의 재능을 일부 전달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아직 내 영혼의 격이 초월자 중에서는 높지 않아서 잠깐의 시간 동안만 일부 공유할 수 있을 뿐이지만.’
3계, 4계의 위대한 격들은 영구적으로 축복을 내릴 수 있지만, 그 밑의 격들은 아니었다.
축복이 유지되는 시간에 한계가 있었고, 이제 갓 초월자의 격을 얻은 크리스는 더더욱 그러했다.
잠깐의 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했다.
스으으윽.
크리스의 영혼의 그림자가 카슈미르에게 투영되었고, 카슈미르의 오성이 폭발적으로 예민해졌다.
‘이게 크리스티앙 대공자가 보는 세상.’
카슈미르는 전율했다.
개미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것처럼, 깨달음을 받아들이는 시야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확장되었다.
크리스가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주었다.
평소라면, 불가능했을 시도.
하지만 카슈미르는 놀랍게도 하나하나 그 시도를 성공했다. 마치 정말 크리스티앙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비단 축복을 받아서만은 아니었다.
‘반드시 크리스티앙 대공자의 힘이 되겠어!’
그런 카슈미르의 의지와,
‘반드시 카슈미르 공자를 최고의 호구로 만들겠어!’
크리스티앙의 의지가 합쳐진 결과.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 *
“과연?”
파괴 마가의 마인들은 분화구 바깥쪽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크리스티앙이 정말 기적을 일으킬 거라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우리 가문을 위해 나서준 건 감사하긴 하지만.’
파괴 마가 마인들의 크리스티앙을 향한 반감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을 감수하는 거니까.
‘어쩌면 나쁜 놈은 아닐지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었다.
알로스 덕분이었다.
알로스가 크리스로 모습을 바꾼 후 열심히 일반인들의 피난을 도운 덕에 다들 크리스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된 거다.
-왜 고생은 내가 죽도록 하고!! 감사는 크리스티앙 놈이!! 이 나쁜 놈아!! 사실 다 내가 한 거라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알로스가 뒤쪽 깊은 산에 들어가서 저리 절규한 것은 비밀.
어쨌든, 파괴 마가의 인물들은 안타까운 얼굴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헛된 죽음을 맞겠지.’
‘그 재수 없는 놈이라도 망염을 다스리는 게 가능할 리가 없어.’
파괴 마가의 중역들은 이미 크리스티앙이 실패했다고 여기고 뒷일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망염에서 터질 듯한 굉음이 들렸다.
떨어진 파멸이 안드릴에 당하며 생긴 흔들림이었다.
“망염이 분출하는 건가?!”
“역시 실패한…!”
그런데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천천히 망염의 기운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설마?”
“크리스티앙 대공자가?”
다들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차차 가라앉기 시작한 망염의 기운은 종국에는 완전히 고요해졌다.
정말 망염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한 거다!
파괴 마가의 마인들은 하나둘 서로를 바라보더니, 곧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아아아아!!!”
“크리스티앙 대공자 만세!!!!”
벅찬 기쁨의 함성이었다.
죽음을 각오했다지만, 실제로 죽음에 초연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살아났다는 기쁨과 크리스티앙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뒤섞여 모두 열렬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크리스티앙 대공자는?”
“왜 나오지 않는 거지?”
나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소식이 없었다.
“설마? 망염에 휩쓸려 죽음을 맞은 것은?”
다들 웅성거리고 있을 때였다.
타악.
인기척이 들렸다.
크리스티앙이었다!
“!!”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크리스티앙을 봤는데, 이전과 전혀 다른 위압감이 느껴진 거다.
물론, 원래도 크리스티앙은 기품 있고, 고고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격이 다른 존재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들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영압(靈壓)이었다.
‘카슈미르 공자도? 뭔가 달라졌어.’
참고로, 카슈미르는 기존 망염의 양 대비 9할에 달하는 망염을 흡수해, 과거 적천의 마왕과 동일한 양을 흡수했다.
“다녀왔습니다.”
크리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평소에 하던 것과 비슷한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이전과 다르게 강렬한 무게가 전달되었다.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킬 때,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약속한 대로, 망염을 진정시켰습니다. 이젠 파괴 마가가 약속을 지킬 차례입니다.”
순간, 모두의 시선이 베스엔 대공을 향했다.
크리스가 걸었던 조건.
암흑 마가에게 제대로 무릎 꿇으라는 이야기였다.
‘과연 대공 전하께서 어떻게 반응을?’
‘쉽게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을 텐데.’
사실, 이제 대다수 파괴 마가의 마인들은 암흑 마가의 깃발 아래 서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은혜를 입었으니까.
다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여전히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암흑 마가의 깃발 아래 서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가 없을 리 없었다.
특히 베스엔 대공.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이었다.
그의 고집불통 성격상 온순히 고개를 숙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베스엔 대공이 입술을 씰룩하더니, 크리스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은 거다!
“아니, 대공 전하?!”
모두 경악해 외쳤다.
평소 베스엔 대공의 성격상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말씀에 따르겠…소이다. 우리 파괴 마가는 앞으로 암흑 마가의 깃발 아래 설 것을 맹세하겠…소.”
“!!”
파괴 마가의 마인들이 아득한 얼굴을 했다.
설마 천하의 베스엔 대공이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뒤늦게 베스엔 대공은 흠칫하였다.
화악, 얼굴이 붉어지더니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왜 이런 짓을?!’
본인이 해놓고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크리스티앙을 보는데, 마땅히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설마 내게 현혹술을?’
하지만 딱히 그런 느낌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8성 상의 위대한 흑마법사인 그에게 현혹을 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혼란을 겪는 건 베스엔 대공만이 아니었다.
“방금 파괴 마가의 맹세는 후암 공작 전하가 보증해 주십시오.”
“알겠소…이다.”
무심코 극존칭을 쓸 뻔한 후암 공작은 흠칫하였다.
마치 드높은 존재를 마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예를 갖추려고 한 거다.
물론, 이건 크리스티앙이 흘리는 영압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이유가 있었다.
‘내 이적기의 효과지.’
만마앙복(萬魔仰伏).
크리스가 암흑 마공 7성에 오르며 얻은 이적기다.
만마가 고개를 조아린다는 뜻으로, 상대를 지배하는 효과의 이적기였다.
놀라운 이야기.
보통 이적기는 물리적 법칙이나 흑마법적 법칙에 개입하는 데 그치는데, 상대 자체를 지배하는 효과라니?
‘암흑 마기가 지닌 지배의 특성과 내 소우주의 특성이 합쳐져 이런 이적기가 만들어졌어.’
크리스는 스스로의 존재를 자존광대로 확립하며 초월의 격을 얻었다.
자존광대는 스스로를 모두의 위에 서게 한다는 뜻.
따라서 그의 소우주 또한 다른 이들을 모두 발아래로 두는 특성을 품고 있었다.
‘영압과 섞어 은은히 펼쳤으니, 눈치채지 못했겠지. 상대의 존재 자체에 작용하는 거라 다른 이적기랑은 성질이 다르니까.’
물론, 이것도 무적은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여러 제한 조건이 있었다.
‘나보다 경지가 높은 이들한테는 한계가 있어. 너무 지나치게 사용할 시, 상대의 영혼이 반발할 수도 있을 거고.’
방금 베스엔 대공에게 시도한 건, 찰나 자신을 향한 극도의 경외심을 품게 한 것이었다.
마침, 크리스가 파괴 마가를 구한 상황이라 베스엔 대공이 마음속으로 남몰래 크리스를 향한 감탄을 품고 있어서 잘 먹혔지, 아니었다면 8성 상의 베스엔 대공에게 쉽게 통하게 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이런 제약은 내 경지가 올라갈수록 점점 벗어던질 수 있겠지.’
즉, 그의 경지가 올라갈수록 더욱더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사용하기에 따라 재앙적인 결과를 일으킬 수도 있는 이적.
‘더구나, 이건 단순히 상대를 내 뜻에 따라 조종하는 데 그치는 이적이 아니야.’
더욱 치명적인 효과는 따로 있었다.
‘이제 곧 사용하게 되겠지.’
생각을 멈춘 크리스는 시선을 돌렸다.
파괴 마가의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존재감에 우뚝 시선을 붙들린 것처럼.
크리스는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암흑 연맹의 이름으로 첫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파괴 마가를 향한 지시.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이야기.
하지만 자리의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다.
“모두 싸움을 준비하십시오.”
“!!”
“목표는 청류의 마왕의 목.”
장내가 싸하게 고요해졌다.
하지만 크리스는 멈추지 않았다.
무거운 선언이 떨어졌다.
“본 암흑 연맹은 청류의 마왕이 지금껏 우리에게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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