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285
제285화
카슈미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순순히 말에 따랐다.
고오오. 콰아아아앙!!
전력으로 마기를 끌어 올린 후 허공에 파괴 흑마법을 펼쳤다.
얼마 전, 망염의 원정을 잔뜩 흡수한 덕분일까?
천지가 떨리는 굉음과 충격파가 전장을 뒤덮었고, 전장의 모두가 놀라 잠시 싸움을 멈추었다.
“…무슨 속셈이지?”
크리스는 힐끗 시선을 내려다보았다.
엘프들 중 가장 강인한 기운을 뿜는 남자가 크리스티앙을 쏘아보았다.
흑요궁의 수장이자, 8성 절대지경의 엘프 기사 안드레아였다.
“네놈이 우두머리 쥐새끼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간단하다. 지금에라도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도록. 죄를 지은 건 청류의 마왕이니, 순순히 무릎을 꿇으면 특별히 목숨은 살려주겠다. 참고로, 불복종은 허용치 않아.”
안드레아를 비롯한 엘프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미쳤군. 우리가 그딴 말을 들을 것 같은가?”
“불복종은 허용치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통할 리가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
암흑 연맹 측에서도 크리스티앙이 무슨 생각인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가 한없이 오만한 눈빛으로 엘프들을 굽어보더니 ‘명령’했다.
“격의 차이를 알게 해주지. 일단, 모두 꿇어라.”
안드레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헛소리는 닥치라고, 화살을 꺼내 날리려던 차였다.
안색이 하얘졌다.
“!!”
돌연, 알 수 없는 강대한 힘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저절로 몸이 움직이며, 무릎을 꿇으려고 하였다.
‘흑마법? 저주 계통인가?’
아니, 달랐다.
반드시 크리스티앙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강제력이 작용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법칙을 무시하는 ‘이적’처럼.
‘설마, 이적기?’
안드레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슨. 이런 이적기가 있다고?’
안드레아는 이를 악물고 힘을 끌어 올렸다.
“감히!! 소용없다! 감히 내게 이딴 잔수작을!!”
전력을 다해 기세를 끌어 올리자, 그를 옥죄고 있던 강제력이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아니?!”
시선을 돌리니 수없는 엘프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8성 절대지경이라 강제력을 버텨낼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았던 거다.
엘프들의 군세 중 거의 7할에 달하는 숫자였다.
“무엇하느냐?!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하, 하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 으윽!”
억지로 일어나려 하였지만, 마치 다시 강제로 무릎을 꿇게 되었다.
크리스는 속으로 피식 생각했다.
‘의지의 힘을 다루지 못하는 자들은 절대 내 만마앙복에 저항할 수 없으니까.’
의지의 힘을 다룰 수 있는 건 최소 5성부터다.
참고로, 연합이든 마도 제국이든 5성 이상은 따로 ‘고위’란 명칭을 붙인다. 그만큼 드문 숫자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예 집단을 가든 대부분 전력의 주축은 4성 이하였는데, 만마앙복은 그런 일반 병력에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무적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이들에게 한꺼번에 펼치니 힘의 집중도가 낮아져 5성 이상부터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대규모의 강제력을 발휘하려면 난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되고.’
티를 안 내고 있지만, 원체 상대 전력의 규모가 크다 보니 온 전력을 집중하고 있어야 강제력이 유지가 되었다.
따라서 지속 효과도 길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상황을 뒤엎기 충분했다.
“뭣들 하느냐?! 모두 제압하도록!”
멍하니 크리스가 일으킨 기적을 보고 있던 암흑 연맹의 마인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모두 쳐라!”
“재수 없는 귀쟁이 놈들!”
싸움의 판세가 순식간에 기울었다.
5성 이상의 고위 엘프 기사들은 건재했지만, 뒤를 받쳐줄 일반 병력이 모두 전력에서 이탈했으니,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5성, 6성급 엘프들부터 빠르게 무력화되었다.
소수의 7성 최고위 경지의 엘프들과 8성 절대지경의 경지인 흑요궁의 궁주와 부궁주가 남았으나, 이미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놈들은 내가 맡겠소, 대공자.”
슈펜 후작이 앞으로 나섰고, 경쟁하듯 파괴 마가의 예시카 부가주도 나섰다.
“아니, 내 몫이오. 암흑 마가에만 맡겨둘 수는 없지.”
슈펜 후작과 예시카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
서로 경쟁이라도 할 듯한 태세.
믿음직한 둘의 모습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뒷일은 맡겨놔도 될 것 같았다.
“누님.”
“난 준비됐어.”
어느새 나타난 건지, 유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화를.”
파아앗!!
유리안의 몸이 정령체로 변하더니, 크리스가 준비해온 마도구에 깃들었다.
정령석으로 정령의 기운을 보관하는 데 사용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령체가 깃들 수도 있었다.
유리안을 이용해 모종의 수작을 부리려는 눈치.
준비를 마친 크리스는 안드릴을 꺼내 허공을 갈랐다.
서걱!
허공이 갈라지며,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이 보였다.
푸르른 세계수의 녹음이 가득한 전경.
청류의 마왕이 창조한 격리된 공간이었다.
* * *
안으로 들어가니, 강렬한 중압감이 크리스와 유리안을 짓눌렀다.
‘상황은?’
다행히 노르디언을 비롯한 세 명의 가주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다.
세 명 모두 파리한 안색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계에 몰린 모습.
그리고 드높은 세계수의 가지 위에서 청류의 마왕이 마치 하등한 벌레들을 내려다보듯 세 가주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또 네놈인가?]밖의 상황을 짐작한 듯 청류의 마왕이 눈썹을 찌푸렸다.
[뭐, 상관없겠지. 아니, 잘됐다. 여기서 네놈들을 모조리 죽인 후, 밖의 벌레들은 천천히 청소하도록 하지.]자신이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음성.
자만이 아니었다.
싸아아.
숭고한 빛을 휘감은 투명한 인간형의 바람의 정령이 나타났다.
숱한 정령들을 본 크리스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
정령이 흘리는 장대한 존재감으로 크리스는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바람의 정령왕이야.’
정령계의 궁극에 서 있는 존재를 소환한 거다.
‘멸망의 시대 때도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는 세 명밖에 되지 않았는데.’
특히 저런 성휘 계통의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존재는 연합 쪽 칠존 중 한 명인 ‘거울 빙궁’의 주인밖에 없었다.
‘거울 빙궁주가 소환했던 정령왕보다도 더욱 강력한 기운이야. 신비 마가의 최고 대사제장 중 한 명인 ‘게헨나의 교섭자’와 비슷한 수준의 정령술.’
청류의 마왕의 힘은 단순히 정령왕 한 개체를 소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스르르.
온갖 속성의 정령들의 군세가 청류의 마왕 주위에 강림했다.
하나같이 최고위 정령들이었다.
심지어 불의 정령왕도 있었다.
‘정령왕이 두 개체라니. 그것도 하필 바람과 불. 최악의 조합이군.’
거기에 청류의 마왕 본인이 지닌 성휘 마법, 흑마법, 궁극의 경지에 이른 궁술까지.
예상은 했지만, 아득하기 그지없는 힘이었다.
하지만.
“세 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뒷일은 이제 제게 맡겨 주십시오.”
“!!”
모두의 시선이 크리스에게 쏠렸다.
청류의 마왕은 물론, 세 가주들도 황당하다는 눈빛.
“왜 그렇게 보십니까?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습니까? 청류의 마왕을 무릎 꿇리는 건, 제가 하겠다고.”
“…….”
물론, 듣기는 했다.
모종의 비책이 있다고.
이제 세 가주 중 크리스티앙을 믿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청류의 마왕과 직접 싸워보니 모든 자신감이 사라졌다.
아무리 크리스티앙이라도 잔재주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마왕.
까마득한 절망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금에라도 늦지 않았다. 너라도 몸을 피하여라.”
노르디언이 딱딱한 안색으로 말했다.
다른 두 가주도 마찬가지의 눈빛이었다.
하지만.
“세 분 다 실망스럽군요. 저런 비루하게 추락한 요정 따위에 기가 죽다니.”
“!!”
“고작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할 거면,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게 나을 겁니다.”
세 가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말 방법이 있는 거냐?”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제가 언제 빈말하는 것 봤습니까?”
“…….”
“세 분께서는 제가 청류의 마왕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만 도와주십시오.”
세 가주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를 중심으로 세 가주가 보호하듯 진형을 짰다.
청류의 마왕이 중얼거렸다.
불쾌한 기색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이제 청류의 마왕도 크리스티앙이 어떤 존재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까.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쩌면 정말로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힐 비책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청류의 마왕은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크리스티앙을 향해 공격을 내렸다.
[불에 뛰어드는 부나방 신세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만들어주마!]정령들의 군세가 달려들었고, 천지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충격이 퍼졌다.
파아아아앗!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세 가주의 힘도 마냥 밀리지는 않았다.
먼저 베스엔 대공과 후암 공작이 전면으로 나서 정령들의 공격을 막았다.
아무리 마왕이 움직이는 정령들이라지만, 절대지경 마인들의 방어를 쉽게 뚫을 수는 없는 법.
좀처럼 타격을 입히지 못하자, 뒤에 있던 두 정령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
강렬한 파동이 두 정령왕을 중심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가주들조차 소름이 돋을 정도의 기운이었다.
먼저 불의 정령왕이 손을 뻗었다.
[멸세의 업화.]하얗고 찬란한 화염이 사방을 뒤덮었다.
타락한 세상을 정화한다는 전설적인 불길로, 9성 궁극 정령 마법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차례로 바람의 정령왕이 움직였다.
[거조의 날갯짓]순간, 세상을 뒤덮는 날개가 창공에 형상화되었다.
날개로 대륙을 감싼다는 전설의 거조였다.
세상을 뒤엎는 강렬한 바람이 몰아닥쳤고, 불의 정령왕이 내뿜은 업화의 기운이 바람의 영향을 받아 폭증하였다.
무려 2개의 9성 궁극 마법이 한꺼번에 펼쳐진 상황에 베스엔 대공과 후암 공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때, 크리스티앙의 옆에 붙어 있던 노르디언이 전면으로 나섰다.
“감히 정령들 따위가 내 손자에게 손대게 놓아둘 성싶냐!!”
파아아아앗!!
주변의 전경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이전에 봤던 지배 영역이 아니었다.
‘창세강림!’
8성의 지배 영역은 주변 공간을 자신의 지배하에 놓아 자신에게 유리한 효과를 창출하는 거라면, 9성의 창세강림은 달랐다.
완벽히 자신의 의지하에 놓인 세상을 만드는 거다.
‘청류의 마왕이 저렇게 많은 정령을 소환할 수 있던 것도 창세강림의 효과 덕분이지.’
원래 정령왕을 소환하는 건, 그 강대함 때문에 인과율에 어긋나는 행위다.
비단 정령왕 소환뿐 아니라, 대부분의 9성 궁극 마법이나, 궁극기가 인과율의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창세강림을 통해 인과율을 비틀어야 온전한 9성의 힘을 발현할 수 있었다.
‘아직 할아버님의 창세강림은 불완전하긴 하지만.’
오로지 시커먼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멸세의 업화와 거조의 날갯짓은 그 어둠을 뚫지 못했다.
노르디언의 어둠 또한 위대한 성흑을 형상화한 것.
정교함은 부족하지만, 외부의 침범을 허락할 정도로 녹록하지 않았다.
어둠을 찢어발기려는 듯 업화와 바람이 요동을 쳤지만, 어둠은 밀려나지 않았다.
도리어 어둠이 빛을 먹어치우듯, 업화와 바람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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