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355
제355화
“…무슨?”
순간, 라냐는 하나의 사실이 떠올랐다.
마탑주 헤펄만.
원래 마법 명가의 장자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그의 재능은 평범했고, 후계 위는 한참 어린 동생인 듀마 공작에게 넘어갔다.
마탑으로 쫓겨나듯 떠난 후 한참을 무명으로 지내다가, 갑자기 돌변했다.
이전까지 볼품없던 모습이 거짓말이라는 듯 무시무시한 성장을 하게 된 거다.
헤펄만이 변한 시기는 그녀의 부모가 사망했던 때와 정확히 겹쳤다.
“서, 설마…? 내 부모를 ‘포식’한?”
인신 공양의 종류 중 하나로, 상대의 모든 걸 자신의 것으로 집어삼키는 것을 뜻한다.
지닌 기운이든, 재능이든, 성취든.
“그래, 원래 성좌나 악마 정도 되는 격의 존재만 가능한 권능이지만, 난 특별히 받은 축복으로 비슷한 권능을 쓸 수 있지.”
헤펄만이 라냐를 바라보았다.
마치 먹이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너만큼은 아니지만, 네 부모는 참으로 뛰어났단다. 비천한 출신임에도 우리 마법 명가의 고귀한 혈통의 질투를 받을 정도로.”
“…….”
“너는 그런 네 부모마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별 같은 재능을 지닌 천재. 오늘 난 네 모든 걸 포식하여 진정한 초월지경에 이르겠다.”
이게 헤펄만이 라냐를 양녀로 받아들인 이유였다.
라냐의 부모를 포식한 이후에도 중간중간 원탁의 인물들을 은밀히 납치해 제물로 삼았지만, 라냐만 한 재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완벽한 9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라냐를 제물로 포식해야만 했다.
“닥쳐!!”
라냐가 분노하여 외쳤다.
파아앗!!
무시무시한 기운이 몰아쳤지만, 헤펄만이 손가락을 까닥하는 순간이었다.
“커, 커억?!”
라냐는 왈칵 피를 토했다.
헤펄만이 비웃음을 지었다.
“네 모든 건 나한테서 기원한 것임을 잊고 있구나. 넌 절대로 내게 저항하지 못한단다. 특히 그 마도서를 익힌 이상.”
헤펄만은 얼마 전 라냐에게 준 마도서에 자신의 권능을 이용해 사도(邪道)의 진의를 담았다.
그의 권능을 직접 진의로 깃들게 해 비정상적으로 빠른 성취를 이룰 수 있게 했다. 헤펄만에게도 부담이 되는 일이었지만, 어차피 포식으로 회수할 수 있으니 상관없었다.
대신,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게 결함을 숨겨두었고, 헤펄만은 그 부작용을 이용해 간단하게 라냐를 제압했다.
손짓 하나에 라냐는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크으윽!!”
“얌전히 있거라. 대업을 이루게 할 귀중한 재료를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
헤펄만이 저벅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에 탐욕이 들어찼다.
“정말 오래 기다렸노라. 성회(聖會)의 건방진 놈들도 더는 날 무시하지 못하겠지.”
그는 성회에서 가장 성취가 떨어졌다.
오늘부터는 다를 거다.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이제 시작하자꾸나. 너도 영광으로 알거라. 위대한 대업의 밑거름이 되는 걸.”
헤펄만이 벅차오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커다란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이변이 일어났다.
“…역겨운 손 치워.”
라냐가 활활 타오르는 음성으로 읊조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라냐가 터트린 마법이었다.
7성의 끝에 이른 강렬한 이적 마법.
“무슨?”
헤펄만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마도서를 익힌 이상 그에게 손끝 하나도 까딱하지 못해야 하는데?
“…나 같은 천재가 그런 수상한 마도서를 곧이곧대로 익혔을 것 같으냐?”
사실 크리스티앙 덕분이었다.
그가 해준 조언을 토대로 마도서를 검토한 결과, 중대한 문제점을 발견했고, 심지어 해결책까지 그가 준 힌트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덕분에 라냐는 부작용은 제거한 채로 헤펄만의 권능을 이용해 빠른 성취만 이룰 수 있었다.
“죽여 버리겠어.”
화르르르륵.
폭풍 같은 마나가 몰아쳤다.
7성의 끝.
8성의 경지를 엿보기 시작한 성취답게 무시무시한 기운.
“소용없다. 그래봤자 조금 번거로워질 뿐. 넌 오늘 내 제물이 되리라.”
헤펄만도 마주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의 말처럼,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닥쳐라, 이 악적!”
콰아앙!
싸늘한 소리와 함께 지하 제단의 문이 무너져 내렸다.
에반이었다!
나타난 건, 에반만이 아니었다.
“마탑주. 당신이 설마 이런 악마 같은 이였을 줄이야.”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원탁의 가주들이었다!
그들이 이렇게 절묘하게 나타난 건, 모두 크리스티앙 덕분이었다.
-현자의 서 쟁탈전이 있을 명일에 마휘가 아닌, 또 다른 악이 강림할 것이다.
이 일을 미리 알고 있던 크리스티앙은 원탁의 가주들에게 은밀히 그런 ‘계시’를 하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남몰래 지하 제단에 들어와 실시간 영상 송출 장치를 은밀히 설치하였다.
덕분에 헤펄만이 저지른 일은 현자의 서 쟁탈전을 위해 모여 있던 이들에게 여과 없이 드러났다.
원탁의 가주들 중 듀마 공작이 창백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형님께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셨다니.”
헤펄만을 보고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어쩌면 악마와 계약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적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인신 공양이라니. 이건 악마 숭배보다도 더욱 최악이었다.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는 대죄였다.
심지어, 헤펄만은 원탁의 인물들도 지금껏 제물로 삼아왔다.
“마법 명가의 가주로서 형님을 징치토록 하겠습니다.”
“우리도 용서할 수 없다.”
다른 원탁의 가주들도 함께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앞으로 나서자, 헤펄만이 피식 입을 열었다.
“가소롭군. 날 징치하겠다고? 감히 너희들 따위가?”
원탁의 가주들을 모조리 밑으로 내려다보는 듯한 음성.
오만함이 아니었다.
원탁의 가주 중 마법 명가의 가주를 제외하면 8성은 한 명도 없었다.
사도의 방법을 썼다지만, 9성 진에 이른 헤펄만에게 맞서기에는 무리였다.
“잘됐다. 너희도 모두 내 대업을 위한 제물로 삼아주마. 이후, 원탁도 내 밑에 무릎 꿇려 나의 왕국을 세우겠다.”
본인만의 왕국.
이게 헤펄만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헛웃음이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원탁의 가주들은 비웃지 못했다.
헤펄만에게서 숨이 막힐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위대한 힘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
파아아앗!
주변의 시야가 변하였다.
삭막한 제단의 전경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였다.
하얀 백색의 세상이 펼쳐졌다.
“창세 강림!!”
9성의 권능이었다.
단순히 주변 영역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는 8성의 경지를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현실에 현현하는 것.
당연히 위력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데 창세 강림이 어째서 이런 형태인?’
원탁의 가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온통 백색의 세계였다.
성휘의 빛을 형상화한 것처럼.
그럼에도 불쾌함만이 가득했다.
빛인데, 어떤 악보다 추악한 빛이었다.
백마법사의 창세 강림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게.
하지만 더 깊게 생각을 이어갈 여유 따위는 없었다.
화르륵.
헤펄만의 손에서 전격이 일어났다.
뇌령(雷靈)의 분노.
정령의 진노가 강림한 듯 주변을 번개로 초토화하는 강력한 마법이 창세 강림과 함께 펼쳐졌다.
“모두 조심하시오!”
듀마 공작이 모두의 앞으로 나서며 방어 결계를 펼쳤다.
파아앗!
적막의 공간.
영역 안에 들어온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지배 영역이었다.
하지만.
“크으윽!!”
적막의 공간은 쇄도하는 뇌령을 막아내지 못했다.
효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미미할 뿐이었다.
추가적인 방어 주문을 써 간신히 공격을 막아낸 듀마 공작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9성 진인데, 어떻게 이런 수준의 창세 강림을?”
9성 진은 완전한 9성에 이르지 못한 경지다.
그러니, 창세 강림도 불완전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불완전해도 창세 강림. 까마득한 힘을 품고 있었지만, 그래도 8성 상의 경지인 듀마 공작의 지배 영역을 이토록 쉽게 제압하는 건 과했다.
“이제야 내 위대함을 알겠느냐? 늦었다. 너희 모두 내 제물이 되어 위대한 과업의 일부가 되리라.”
파아아아앗!
모두의 안색이 하얘졌다.
맹렬한 기운이 몰아쳤다.
화계, 수계, 풍계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드높은 경지의 마법은 아니었지만, 창세 강림의 권능이 동반되니 격이 다른 마법이 되었다.
지배 영역이 주변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어 힘을 증폭하는 거라면, 창세 강림은 아예 세상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니까. 마법 또한 상리를 벗어나 완전히 다른 격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거다.
그래도, 듀마 공작을 비롯한 원탁의 가주들은 바로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결과는 뻔했다.
“용사는 아직인가?!”
듀마 공작이 에반에게 물었다.
헤펄만을 치러 오기 전, 크리스가 에반을 통해 남겼던 전언이 있었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시간을 끌고 있으면, 제가 와서 마탑주를 제압하겠습니다.
사실, 용사가 온다고 해도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헤펄만의 힘은 모두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었으니까.
헤펄만도 전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용사 따위 와봤자 내 위대함 앞에 무릎 꿇을 뿐이다.”
헤펄만이 기운을 재차 끌어 올렸다.
탁한 하얀 세상에 다시 마법이 형상화되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의 마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의 공격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심산인지, 안에 달린 기운은 훨씬 강맹했다.
“일단 듀마. 네놈 먼저다.”
파지지직.
처음과 같은 뇌령의 분노였다.
듀마 공작이 펼친 방어 술식이 단번에 박살 났다.
‘막을 수 없어.’
듀마 공작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저런 압도적인 폭력과도 같은 힘 앞에서는 어떤 방어도 의미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고작 이런 허접한 놈 때문에 이렇게 고전하고 있다니. 다들 한심하기 그지없군요.”
익숙한 재수 없는 목소리.
동시에 이변이 일어났다.
파차창!
듀마 공작에게 향하던 전격의 진노가 산산이 흩어졌다.
마치 유리가 깨져나가는 것처럼.
다들 놀란 얼굴을 했다.
“용사 전하!!”
크리스티앙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몰골이 그게 뭡니까? 저런 한심한 놈 따위에게 이런 꼴이라니. 연수원으로 돌아가면, 다들 추가 특훈을 받을 각오나 하십시오.”
원탁의 가주들은 황당하단 얼굴을 했다.
9성 진의 대마법사를 향해 한심한 놈이라니.
허세인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던 거다.
헤펄만이 헛웃음을 흘렸다.
“네놈이 용사냐? 듣던 대로 주제를 모르는 놈이구나. 네놈도 내 위대한 대업의 재료로 삼아….”
“닥쳐, 가짜배기.”
“…뭐?”
“너 진짜 9성 진도 아니잖아. 어디서 되도 않는 흉내를 내고 있어?”
“!!”
이해할 수 없는 무시.
듀마 공작이 염려스레 조언했다.
“마탑주를 얕보면 안 되네. 비인외도의 방법을 썼다지만, 9성 진의 경지를 초월했어. 완벽한 초인지경에 거의 다가간 상태라고 봐야 하네.”
“공작께도 실망이군요. 보는 눈이 이렇게 없다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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